거대한 전환 - 우리 시대의 정치.경제적 기원 코기토 총서 : 세계 사상의 고전 18
칼 폴라니 지음, 홍기빈 옮김 / 길(도서출판)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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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다, 벼르고 벼르다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 Great Transformation을 읽었다. 제목이 비슷하다고 하여 영화 트랜스포터나 트랜스포머의 단순 무식한 재미를 기대하면 안된다. 저자의 본문보단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발문, 옮긴이(홍기빈)의 해체가 기억에 남는 건 왜일까?.ㅠ 독자의 무식함 때문이겠지만 역시나 고전읽기는 늘 고전한다ㅋ 그래도 신자유주의자의 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할 총알 하나를 더 구한 보람은 있다. 내 마음대로 해석하니 나야말로 찐자유주의자. 그러고보니 요즘 뉴라이트(신우익)가 문제던데 찐우익은 어딜가고 짭우익만 판을 치나 뉴라이트가 아니라 노라이트, 또라이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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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책에서 주장하려는 명제는 다음과 같다. 이 자기조정 시장이라는 아이디어는 한마디로 완전히 유토피아이다. 그런 제도는 아주 잠시도 존재할 수가 없으며, 만의 하나 실현될 경우 사회를 이루는 인간과 자연이라는 내용물은 아주 씨를 말려 버리게 되어 있다. 인간은 그야말로 신체적으로 파괴당할 것이며 삶의 환경은 황무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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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과 의열단 - 김원봉의 항일 투쟁 암살 보고서
박태원 지음 / 깊은샘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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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이 쓴 의열단 이야기이다.

첩보영화를 보면 첩보원은 애인이나 배우자 등 가족을 둘 수 없다. 가족이 있으면 가족을 지킬 수도 없고, 가족을 지키려다 조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외롭고 쓸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이렇게 영화 같은 삶이 바로 의열단의 이야기였다.

또한 의열단원은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이다. 인생의 황금기에 의혈단으로 활동하다가 감옥에 가거나 죽임을 당한다. 영화 보다 더 슬픈 사연이다.

가끔 이런 비장한 삶을 읽으면 내 삶의 흐트러짐을 바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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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이생에서는 다시 못 볼 사람을 보기라도 한 듯 놀라고 반가워하였다. 김익상, 그는 아내 얼굴을 대하는 것이 반갑지 않을 것은 없었다. 그러나 큰일을 앞둔 그는 사랑하는 아내마저 속여야만 하였다. 이번에 자기가 띠고 온 중대 사명에 대하여는 일체 아무 말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그리고 폭탄과 권총이 들어 있는 보퉁이는 그날 밤 자기가 머리에 베고 잤다.

20, 인생의 가장 유익한 시기를 옥중에서 보내고, 30 전 청년은 어느덧 50객 중노인이 되어 김익상은 다시 이 사바세계로 나왔다. 21년 만에 돌아와 본 집안에 아내는 있지 않았다. 김익상의 최후는 분명치 않다.

 

마침내 다음과 같이 형기가 결정되었다.

김시현 4212

황옥 3812

유석현 2410

홍종우 318

박기홍 227

백영무 316

조황 425

남영득 275

유시태 335

유병하 273

조동근 283

이경희 4416개월

 

이 사건에 희생된 의열단 투사들은 다음과 같다.

구여순 32

오세덕 28

문시환 26

강홍렬 22

김정현 22

배치문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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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시험이 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 요즘도 과거시험을 보면서 살고 있는 아이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2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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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가든 기업이든 시험을 통해 인재를 등용, 채용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왜냐면 핏줄이나 돈줄로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시험은 공정한 제도일까? 이 시험이란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소설가의 입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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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돈이 시험의 합격 여부를 결정했단다. 돈이 많은 부자들은 한양에도 일찌감치 집을 구해놓고 끊임없이 본가를 오가면서 먹거리를 조달해주었지. 아예 한양에 시험 보는 캠프를 차린 셈이지. 한번 한양에 올라가면 최소 6개월 이상은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거야.

 

왕이 내는 시험문제가 어떤 유형이었는지 알아볼까?

인재를 등용하고 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하여라.”

이것은 세종이 냈던 문제란다.

또한 광해군은 지금 당장 가장 시급한 국정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라는 시험문제를 냈어.

그걸 본 임숙영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썼어.

나라가 도탄에 빠지고 외척들이 국정을 어지럽히고 있는데, 왜 마땅히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으십니까?”

그런 식으로 학생이 왕에게 잘못을 지적하고 따지고 든 거야. 그러고는 국정 혼란의 원인이 왕에게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을 했단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 중에도 마지막 단계에서 면접시험을 보는 일들이 더러 있는데, 그때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하면 모두 다 탈락하게 되지 않을까. 교원임용고시에서는 전교조를 옹호하거나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해서도 안 되고, 사법고시에서도 사법제도를 비판하면 안 되지.

왕 앞에서 보는 시험은 수험생들이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어. 왕은 문제를 낼 수 있지만 채점하는 권한은 없었어. 채점하는 사람들은 수험생들이 논리적이면서도 자기의 생각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어.

 

과거장에 응시생이 수만 명씩 몰리게 되면 통제가 불가능해졌고 결국은 양반집 수험생들이 고용한 힘셈 무인과 노비들까지 들어와서 부정 시험을 공모했어.

 

이익은 25세 때 응시한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뽑혔으나 이름을 쓰는 것이 격식에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락되었어. 그러자 이익의 형이 상소를 올렸다가 역적으로 몰려 매를 맞고 죽는 일이 생겼단다. 이익은 그 충격으로 과거 공부를 접게 된단다. “과거시험이라는 것은 출세를 탐하는 무리들을 사방에서 모아놓고 오직 한 가닥 요행의 길을 터놓은 다음 사람들더러 뚫고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 세상에 실제로 쓸모 있는 것과는 이미 정반대의 것이다이익은 과거가 계속되면 학풍은 날로 쇠퇴하여 진정한 선비가 나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어.

 

과거제도의 핵심은 공평한 인재 등용이었고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공부에 역점을 뒀다. 즉 옛날 공부의 기본은 철학과 글쓰기였다. 그러니까 요즘처럼 영어 수학만 잘해도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과는 다르다.

철학이란 대부분이 유교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고 글쓰기란 겸손하게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하지 못하면 절대 좋은 직장도 얻을 수 없었고 고위공무원도 될 수 없었다. 그러니 요즘 우리나라에 치러지는 고시보다도 과거시험이 훨씬 더 좋은 제도였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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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인생에 대하여 - 김광섭 자서전, 나의 이력서
김광섭 지음 / 한국기록연구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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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광섭 보단 덜 유명한 시인 김광섭, 그러나 나이 좀 있으신 분들은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성북동 비둘기>로 김광섭을 기억하실 것이다.

 

진짜 유명한 <저녁에>이다. 왜냐면 화가 김환기가 그리고, 가수 유심초가 불렀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저녁에>의 마지막 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시는 <인생>이다.

 

너무 크고 많은 것을 / 혼자 가지려고 하면 // 인생은 불행과 무자비한 / 70년 전쟁입니다 / 이 세계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이 아닙니다 // 신은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 평화와 행복을 위해 / 낮에는 해 뜨고 / 밤에는 별이 총총한 / 더없이 큰 / 이 우주를 그냥 보라구 / 내주었습니다. -김광섭 <인생>

 

일제 강점기에 와세다대 영문과를 졸업한 수재였지만 모교인 중동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할 시절 일제에 저항하는 수업을 하다가 38개월간 수감이 된다.

 

광복 후 이 대통령 밑에서 공보비서직을 3년간 하다가 영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눈 밖에 나서 경질된다. 뇌졸중으로 투병 중에 성북동 비둘기를 비롯한 많은 작품들을 창작한다. 죽었다 살았던 일, 죽을 때까지 온전하지 못한 몸으로 살아야 하는 아픔이 오히려 그의 작품을 아름답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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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날, 그러니까 그해 겨울방학을 눈앞에 둔 마지막 수업시간 때의 일이었던 것 같다. 일본 시찰 이후 오랫동안 침묵만을 지켜오던 나는 드디어 이 시간에 입이 터지고 말았다. 학생들에게 일제의 현황을 말하고, 애란 민족의 수난사를 토하면서 일제 항거에의 민족정신을 간접적이나마 고취시키고 말았다. 바로 이것이 내가 서대문형무소로 가게 된 직접적인 동기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대통령은 내실로 들어가더니 프 여사와 말다툼을 했다. 부부싸움 현장이라 있을 곳이 못된다고 여긴 나는 되돌아가려는데 등 뒤에서 이런 말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무이길래 이 사람을 써라 저 사람을 써라 하는 거요?”

뭣이 잘못 됐나요?”

이런 말이었다. 이 두 마디 말로 나는 두 분의 말다툼의 내용이 무엇인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 인사문제였고, 그 문제가 이번에 있었던 장관경질과 관계가 있음을 짐작케 했으니, 인사문제에 프 여사가 개입했던 것이 아닌 생각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지 며칠 뒤 아침 프 여사의 비서였던 황규면씨가 내 집에 찾아왔다. 용건은 프 여사가 전하라는 말이라면서 오늘부터 경무대를 그만두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그 짐작이란 며칠 전의 부부싸움이다. 그때 이 대통령은 언성을 높여 프 여사와 말다툼이 있었고, 그 내용은 인사문제였으니 필경 항간에서 잘못된 인사라는 내 말을 그대로 프 여사가 누가 그런 말을 하더냐?”고 물었을 때 이 대통령은 나에게서 들었다고 했을 것이다.

 

그날 운동장에서 졸도한 후 나는 오랫동안 엎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고 한다. 동행했던 설창수씨는 구경에 정신이 팔려 나를 잊고 딴 곳으로 갔던 모양이다. 어떤 사람이 지나가다가 혹시나 해서 살펴보니 죽음이 촌전에 다다른 위급한 환자였단다. 그분은 학생들을 동원해서 나를 이곳으로 떼메다 놓았다.

메디컬센터 병실 창밖에는 포플러가 숲을 이루었다. 그 밑을 걸었던 일들이 이젠 하나의 추억이 되고 말았다. 애들이 집에 핀 라일락꽃을 꺾어왔다. 진한 향기가 코에 스며들자 불현 듯 집이 그리워졌다.

그러나 수족은 이미 다른 사람의 것이 돼버렸다. 집에 가려면 걸을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겨울산>, <>, <성북동 비둘기> 등의 시상등은 성북동에서 구상하여 미아리에서 완성한 것이다. 일찍이 쾨테는 모든 시를 상황의 소산이라고 보았다. 와병 중에 내가 쓴 시는 괴테의 말대로 확실히 상황의 소산이었다. 몇 번이나 죽음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반신불수의 아들을 보고 어머님이 세상을 뜨시더니 이번엔 아내가 나의 이 꼴을 남겨놓고 먼저 떠난 것이 아닌가. 설상가상이라더니 나를 두고 한 말인 듯했다. 아내의 시신 앞에서 나는 또 한 번 병신의 몸을 치며 애들과 함께 통곡했다.

새삼 아내의 사랑이 그립다. 중세의 철인 안셀렘은 <인생은 나그네>라더니 아내마저 잃어버린 나는 세상의 나그네와도 다름없다. 그래도 나는 임종의 그날까지 시를 생각하며 시를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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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인간의 일 -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야 할 이들을 위한 안내서, 개정증보판
구본권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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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장을 통해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9생각하는 기계에 대해 인간이 경쟁력을 갖추려면?”은 꼭 읽어야할 내용이다.

 

인간은 불완전한 감정의 동물이다. 예를 들면 호기심이 많다. 온갖 실수를 통해 진화했기 때문에 기계와 다르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진화할 수 있었다. 로봇이 인간은 쉽게 하는 걸음마를 어려워하는 까닭은 아마도 지나치게 이성적이라서 그럴 것이다. 


걷기 위해선 한 발을 떼야 하고, 뛰기 위해선 동시에 두 발을 떼어야 한다. 넘어질 것을 두려워하는 이성으로는 절대로 한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넘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감정 즉 의지라는 불완전한 상태가 아이러니하게도 진보,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불완전함이 인간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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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라는 단어 자체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 발표한 희곡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에서 처음 사용했으며, 허드렛일 또는 노예상태를 뜻하는 체코어 로보타로부터 만든 말이다. 차페크는 우리는 왜 로봇을 만드는가에 대해 일을 시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다수가 일자리와 생활 임금을 갖지 못하면 자본주의는 유지가 불가능하다. 로봇을 이용해 고용 없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경제가 근본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이유다. 브린욜프슨과 맥아피는 인간이 기계와의 경쟁에서 패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안으로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여가는 고대 그리스어로 스콜레다. 한가함 또는 자유시간, 조용함과 평화를 뜻한다. 시간에 대한 개념이라기보다 의무와 구속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상태를 말한다. 한가한 상태의 자유로움은 학문을 위한 탐구와 토론으로 이어져 스콜레는 오늘날 학교(school)의 어원이 되었다.

 

한국은 전반적으로 호기심이 장려되어온 사회가 아니다. 세계에서 유례가 드물게 한 가문의 왕조가 근대 500년을 안정적으로 통치해온 역사 탓에 임금과 연장자, 남성 위주의 강한 위계질서와 유교 문화를 바탕으로 한 신분제 사회의 특성이 아직도 뿌리 깊게 남아 있다. 호기심과 자유로운 질문을 중시하지 않는 한국 사회의 문화는 20세기 시민사회와 산업의 발달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시험과 경쟁 위주의 학교 교육은 호기심과 문제 파악 능력보다 암기와 해답 위주로 익히는 주입식 교육 시스템으로 특징지어진다. 위계질서가 강한 기업이나 공무원 등 각종 조직 사회는 자유로운 질문과 문제 제기에 대해 실행력을 떨어뜨리는 비효율로 간주하는 경향이 짙다.

우리 사회는 남북 분단과 전쟁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제약되어왔으며, 독재정권과 권위주의 통치가 이어지는 동안 자유로운 호기심 추구에는 법적, 사회적 처벌이 뒤따랐다. 정치적 자유는 물론이고 음악과 미술, 패션에서도 오랫동안 자유가 허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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