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수학 담당 교사가 교실로 들어갔다. 학생들은 그의 손에 책이 들려 있지 않은 것을 보았다. 학생들은 교사를 신뢰했다. 이 학교에서 학생들이 신뢰하는 유일한 교사였다.

그가 입을 열었다.

제군, 지난 1년 동안 고생 많았다. 정말 모두 열심히들 공부해 주었다. 그래서 이 마지막 시간만은 입학 시험과 상관이 없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조세희의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은 수학교사의 수업으로 시작된다. 이 교사는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이제 대학에 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라며 수업을 마무리한다.

 

학교 돈 1억원을 횡령한 재단 이사장의 대한 신문 기사를 읽고 있는 아버지, 그 집의 아들은 공부를 잘해 자기 또래의 어느 아이들 보다도 큰 특권과 고액 소득을 누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그러나 벌써 전부터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고 있는 눈치였다. 학교 교사들은 무엇이든 좋다고 가르쳤다. 그것이 일반 사회에서 인정하는 사고 방식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그것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고, 그 뒤에는 많은 것이 감추어져 있다고 믿는 것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았다. 아들은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생각 때문에 고통을 받을 것이다. 너무나 바르고 너무나 옳은 그 생각들은 아들을 또 얼마나 괴롭힐 것인가? 사회에 나갔을 때 아들은 무서운 혼란을 맞을 것이 뻔했다.”

 

난쏘공의 마지막도 수학교사의 수업으로 마무리된다.

 

수학 담당 교사가 교실로 들어왔다. 학생들은 그의 손에 책이 들려 있지 않은 것을 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했다. 오분의 일 정도는 의문을 품었다. 그들은 대입 예비고사 수학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교사가 입을 열었다.

제군, 그 동안 고생 많았다. 정말 모두 열심히들 공부해 주었다. 그런데 내가 담당한 수학 성적이 예년보다 떨어져 제군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예비고사에서의 수학 성적이 나빠진 책임이 수학 교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제도를 만든 당국자, 그 제도를 받아들인 교육자와 학부모, 네 개의 답안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잡도록 사지 선다형의 문제를 만든 출제자, 문제지 인쇄업자, 불량 수성 사인펜 제조업자, 수험 감독관, 키펀처, 수퍼바이저, 프로그래머, 컴퓨터가 있는 방의 습도 조절 책임자, 판정자 역을 맡은 컴퓨터, 물론 나의 수업을 받은 제군 자신, 그리고 제군 앞에 서서 가르쳐야 될 나에게 늘 엉뚱한 주문을 한 진학 지도 주임과 그 위의 교감·교장, 또 가르침을 주고받아야할 제군과 나의 기분에 영향을 준 학교 밖 구성원들의 계획·실천·음모·실패 등 책임 소재를 정확히 밝히자면 들어야 할 것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나 혼자 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누구입니까?

한 학생이 물었다.

누가 선생님께 지웁니까?

그들이다.

교사가 말했다.

다른 학생이 일어섰다.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들이다. 누가 이 이상 정확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 자신에게는 죽을 때까지 져야할 책임이 하나도 없다는 게 특징이다. 그들은 모두 그럴 듯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 제군이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 왔고, 또 고등학교에서 갖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에 입학 시험과 상관이 없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나는 별 수가 없어서 수학 과목을 내놓았다. 다음 학기부터는 윤리를 맡으라는 통보를 이미 받았다. 제군도 잘 알다시피 윤리는 실제의 도덕 규범이 되는 원리이다. 제군이 결정자라면 수학을 못 가르쳤다고 책임을 물은 사람에게 윤리를 떠맡길 수 있겠는가? 아무도 모르게 무서운 음모가 꾸며지고 있다. 시간표에서 윤리 과목을 빼버리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제군과 제군의 후배들을 인간자본으로 개발하겠다는 음모이기도 하다. 제군과 나는 목적이 아니라 어느 틈에 수단이 되어 버렸다. 그 의도를 진작 알아차려야 했는데 제군은 대학에 가기 위해, 나는 제군을 시험에 붙게 하기 위해 뛰다가 노골적인 의도들도 읽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너무 바쁘기만 했다. 그 동안 바빴던 것은 과연 우리의 가치를 위해서였을까?”

 

난쏘공에 등장하는 인물은 두가지 유형이 있다. 장애인, 철거민, 노동자와 같은 사회적 약자 그리고 건설업자, 사장 같은 사회적 강자들이다.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착취를 당하는 자가 착취를 하는 자를 죽이고 자신도 사형을 당하고 만다는 결말이다. 그런데 복잡하게 바라보자면 소위 착취계급만을 놓고 보더라도 그 안에서 착취와 피착취의 관계가 있다.

 

내가 약하다는 것을 알면 아버지는 제일 먼저 나를 제쳐 놓을 것이다강자들 틈에서 살아남으려면 늘 강해야 하고 강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 약하다는 것을 알면 설령 부모라 할지라도 자식을 배제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구조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학교 교육 때문이다, 난쏘공의 수학 교사가 말했 듯.

 

제군과 나는 목적이 아니라 어느 틈에 수단이 되어 버렸다. 그 의도를 진작 알아차려야 했는데 제군은 대학에 가기 위해, 나는 제군을 시험에 붙게 하기 위해 뛰다가 노골적인 의도들도 읽을 수가 없었다.”

 

<밑줄>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이제 대학에 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

 

아들은 벌써 전부터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고 있는 눈치였다. 학교 교사들은 무엇이든 좋다고 가르쳤다. 그것이 일반 사회에서 인정하는 사고 방식이었다. 그런데 신애의 아들은 그것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고, 그 뒤에는 많은 것이 감추어져 있다고 믿는 것이었다.

 

저희들도 난쟁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조세희 칼날 )

 

그들 옆에 법이 있다.

 

아버지는 그 동안 충분히 일했다. 고생도 충분히 했다. 아버지만 고생을 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대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들은 아버지보다 더 심한 고생을 했을 수도 있다. (생략) 할아버지의 아버지대에서 노비제는 사라졌다. 증조부 내외분은 아무 것도 몰랐다. 나중에서야 해방을 맞았다는 것을 알았으나 두 분이 한 말은 오히려 저희들을 내쫓지 마십시오였다. 할아버지는 달랐다. 할아버지는 유습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늙은 주인은 할아버지에게 집과 땅을 주었다. 그러나 쓸데 없는 일이었다. 모르는 면에서는 할아버지나 증조부나 같았다. 증조부대까지는 선조들이 살아온 경험이 도움이 되었으나 할아버지대에는 그것이 도움을 주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어떤 교육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다. 할아버지는 집과 땅을 잃었다.

 

세상은 공부를 한 자와 못 한 자로 너무나 엄격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아저씨는 평생 동안 아무 일도 안 하셨습니까?

일을 안 하다니? 일을 했지. 열심히 했어. 우리 식구 모두가 열심히 일했네.

그럼 무슨 나쁜 짓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법을 어긴 적 없으세요?

없어.

그렇다면 기도를 드리지 않으셨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를 드리지 않았어요.

기도도 올렸지.

그런데, 이게 뭡니까? 뭐가 잘못된 게 분명하죠? 불공평하지 않으세요? 이제 이 죽은 땅을 떠나야 됩니다.

 

네가 할 일을 주지. 말을 잘 들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내쫓을 테야. 사실은 전부터 너를 봤어, 예뻐서.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든 안돼요하는 말을 내 앞에서는 쓸 수 없다는 걸 알아야 돼. 그러면 나는 너에게 내가 고용한 어떤 사람보다 많은 돈을 줄 용의가 있어.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

 

난쟁이 아저씨들의 아들딸과 그 어린 동료들이 겪는 일을 보고 느낀 것이 있습니다. 197*, 한국은 죄인들로 가득 찼다는 것입니다. 죄인 아닌 사람이 없습니다.

 

화를 쉽게 냈던 무서운 욕심쟁이가 여기 잠들어 있다. 돈과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에 그는 죽었다. 평생을 통해 친구 한 사람 갖지 못했던 어른이다. 자신은 우리의 경제 발전을 위해 큰 업적을 남겼다고 자랑하고는 있으나 국민 생활의 내실화에 기여한 것은 하나도 없다. 그가 죽었을 때 아무도 울지 않았다. (조세희 궤도회전 )


네 명의 가족을 둔 그해 도시 근로자의 최저 이론 생계비는 팔만 삼천 사백 팔십 원이었다. 어머니가 확인한 삼남매의 수입 총액은 팔만 이백 삼십 일 원이었다. 그러나 보험료, 국민저축, 상조회비, 노동조합비, 후생비, 식비 등을 제외하고는 어머니 손에 들어온 돈은 육만 이천 삼백 오십 일 원밖에 안 되었다. 이 돈을 벌어오기 위해 우리는 죽어라 일했고 어머니는 늘 불안해 했다. (조세희 -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

 

아버지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사랑에 기대를 걸었었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그 세계의 지배 계층은 호화로운 생활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인간이 갖는 고통에 대해 그들도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는 사람네 집에 내리는 햇빛을 가려 버리고, 바람도 막아 버리고, 전기줄도 잘라 버리고, 수도선도 끊어 버린다. 그런 집 뜰에서는 꽃나무가 자라지 못한다. 날아들어갈 벌도 없다. 나비도 없다.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강요되는 것은 사랑이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자식을 키운다.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고, 사랑으로 평형을 이루고, 사랑으로 바람을 불러 작은 미나리아재비꽃줄기에까지 머물게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그린 세상도 이상사회는 아니었다. 사랑을 갖지 않는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법을 가져야 한다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내가 그린 세상에서는 누구나 자유로운 이성에 의해 살아갈 수 있다. 나는 아버지가 꿈꾼 세상에서 법률 제정이라는 공식을 빼 버렸다. 교육의 수단을 이용해 누구나 고귀한 사랑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생략) 아버지는 사랑을 갖지 않는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나는 그것이 못마땅했었다. 그러나 그날 밤 나는 나의 생각을 수정하기로 했다. 아버지가 옳았다. 모두 잘못을 저지르고 있었다. 예외란 있을 수 없었다.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조세희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

 

발육이 좋지 못해 우리보다 작고 약하지만 그 작은 몸속에 모진 생각들만 처넣고 사는, 이런 부류들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우리가 남다른 노력과 자본·경영·경쟁·독점을 통해 누리는 생존을 공박하고, 저희들은 무서운 독물에 중독되어 서서히 죽어간다고 단정했다. 그 중독 물질이 설혹 가난이라고 하고 그들 모두가 아버지의 공장에서 일했다고 해도 아버지에게 그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되었다. 그들은 저희 자유 의사에 따라 은강 공장에 들어가 일할 기회를 잡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마음대로 공장 일을 놓고 떠날 수가 있었다. 공장 일을 하면서 생활도 나아졌다. 그런데도 찡그린 얼굴을 펴 본 적이 없다. 머릿속에는 소위 의미 있는 세계, 모든 사람이 함께 웃는 불가능한 이상 사회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늘 욕망을 억누르고, 비판적이며, 향락과 행복을 거부하는 입장을 취하고는 했다.

 

아버지는 월례 사장단 회의에서 아무리 제한된 운동밖에 할 수 없게 되어 있고, 또 협조적인 사람이 이끄는 노조라고 해도 그것이 기업에 이익을 줄 리는 없으며, 어느 날 화로의 재 속에서 불씨를 발견한 사람들이 그 불씨에 불을 붙여 일어나면 기업에 해롭고 우리 모두에게 해로울 게 뻔하기 때문에, 현명한 경영자라면 조금 시끄러운 저항을 지금 받아 해결하지 노동자들에게 그것을 맡겨 두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생략) 아버지는 늘 노조는 우리 전체의 구조를 약화시키는 악마의 도구라고 (조세희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

 

수학 담당 교사가 교실로 들어왔다. 학생들은 그의 손에 책이 들려 있지 않은 것을 보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교사를 신뢰했다. 오분의 일 정도는 의문을 품었다. 그들은 대입 예비고사 수학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교사가 입을 열었다.

제군, 그 동안 고생 많았다. 정말 모두 열심히들 공부해 주었다. 그런데 내가 담당한 수학 성적이 예년보다 떨어져 제군들에게 미안하기 짝이 없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예비고사에서의 수학 성적이 나빠진 책임이 수학 교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제도를 만든 당국자, 그 제도를 받아들인 교육자와 학부모, 네 개의 답안 중에서 하나를 골라 잡도록 사지 선다형의 문제를 만든 출제자, 문제지 인쇄업자, 불량 수성 사인펜 제조업자, 수험 감독관, 키펀처, 수퍼바이저, 프로그래머, 컴퓨터가 있는 방의 습도 조절 책임자, 판정자 역을 맡은 컴퓨터, 물론 나의 수업을 받은 제군 자신, 그리고 제군 앞에 서서 가르쳐야 될 나에게 늘 엉뚱한 주문을 한 진학 지도 주임과 그 위의 교감·교장, 또 가르침을 주고받아야할 제군과 나의 기분에 영향을 준 학교 밖 구성원들의 계획·실천·음모·실패 등 책임 소재를 정확히 밝히자면 들어야 할 것이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나 혼자지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누구입니까?

한 학생이 물었다.

누가 선생님께 지웁니까?

그들이다.

교사가 말했다.

다른 학생이 일어섰다.

정확히 말씀해 주십시오.

그들이다. 누가 이 이상 정확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들 자신에게는 죽을 때까지 져야할 책임이 하나도 없다는 게 특징이다. 그들은 모두 그럴 듯한 알리바이를 갖고 있다. 제군이 지금까지 열심히 공부해 왔고, 또 고등학교에서 갖는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에 입학 시험과 상관이 없는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이해하기 바란다. 나는 별 수가 없어서 수학 과목을 내놓았다. 다음 학기부터는 윤리를 맡으라는 통보를 이미 받았다. 제군도 잘 알다시피 윤리는 실제의 도덕 규범이 되는 원리이다. 제군이 결정자라면 수학을 못 가르쳤다고 책임을 물은 사람에게 윤리를 떠맡길 수 있겠는가? 아무도 모르게 무서운 음모가 꾸며지고 있다. 시간표에서 윤리 과목을 빼버리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것은 제군과 제군의 후배들을 인간자본으로 개발하겠다는 음모이기도 하다. 제군과 나는 목적이 아니라 어느 틈에 수단이 되어 버렸다. 그 의도를 진작 알아차려야 했는데 제군은 대학에 가기 위해, 나는 제군을 시험에 붙게 하기 위해 뛰다가 노골적인 의도들도 읽을 수가 없었다. 우리는 너무 바쁘기만 했다. 그 동안 바빴던 것은 과연 우리의 가치를 위해서였을까? (조세희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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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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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일병 구하기’ + ‘캐스트 어웨이’ = ‘마션’.

재미있는 건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캐스트 어웨이는 모두 톰행크스가 주연이고,

라이언 일병이나, 마션의 마크 와트니를 모두 맷데이먼이 연기했다는 점.

여하튼 600쪽의 소설의 결론은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밑줄>

나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 붓다니. 대체 왜 그랬을까?

그렇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 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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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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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XhsQcg2Wygg?si=hafjjLliBtq6bv1U&t=695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 키 작은 소나무 하나

사람들에게 잊혀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우리들에게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 되어

 

이규석 작사작곡노래 ‘‘기차와 소나무가사 중 일부이다. 정차하지 않은 역은 잊히고/잊어지고( 버려진다. 그러나 잊어진 이야기는 산이 되고 버려진 추억들은 나무가 되어 영원히 남는다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미래 과학 기술의 발달로 지구 밖의 여러 별들로 인간이 갈 수 있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지구에서도 교통을 발달로 기존의 짧은 노선은 폐지되고 점점 더 긴 노선만 살아남듯 우주에서도 그렇게 된다는 안타까움을 이야기 하고 있다.

 

더구나 제목은 우리가 광속으로 날아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점점 더 만나기 어려워진다는 한계를 암시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은 점점 더 먼 곳에 접촉하고 싶고, 점점 더 먼 곳에 있는 존재와 접속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다면그 욕망을 채울 수 있을까?

 

설령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있어도그렇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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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왼손 그리폰 북스 3
어슐러 K. 르 귄 지음, 서정록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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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lw-_8YOlcQA


사랑해선 안 될 사람을 사랑하는 죄이라서

 

현인의 노래 꿈속의 사랑첫 대목이다.

사랑은 인류가 공생하는 최고의 감성이긴 하나, 때와 장소 그리고 대상을 가리지 않은 성욕이라면 인류가 파멸하는 최악의 감정일 수 있다.

동물은 발정기가 따로 있어서 그런 고민이 없다. 대개 암컷이 가임기가 되면 발정을 해서 수컷을 불러 모은다. 모집된 수컷들이 중 마음에 드는 놈(대개 싸움에서 이긴 놈)을 선택하는 것도 암컷이다.

그런 동물에 비해 인간은 대개 남자가 연중 내내 발정기가 되어 암컷에게 몰려가고 심지어 강제로 관계를 갖기도 한다.

 

인간도 애초에 사랑해선 안될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순 없을까?

이런 상상이 이 소설로 구현되었다. 그것도 이미 1969년에. 동물처럼 발정기가 때로 있다. 심지어 남녀가 평소에는 구분되지 않다가 발정기 때만 구분되다. 더구나 남자가 되기도 하고 여자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남녀의 구분이 없긴 한데 굳이 말하면 여성성이 조금 더 있는 것 같다. 왜냐면 살인은 있지만 전쟁은 없기 때문이다.

 

어슐러 르귄의 상상이 환상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에겐남, 테토녀란 게 있기 때문이다. 남녀의 나이가 50세를 기준으로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남자한테 많아지고,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여자에게 많아지는 것을 보자면 말이다.

사랑해선 안될 사랑을 사랑하는 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강제로 성호르몬제를 투여해야 하나? 실제로 성범죄를 일으킨 남성의 화학적 거세는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주사제를 투여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사나 수술 말고 교육으로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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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지음 / 살림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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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처음 출간된 이래 소설 부문 단연 베스트셀러 1위이다. 특히 2020년에 다시 많이 팔렸다. 주로 2030 여성들이 샀다고 한다. 이유는?

 

주인공 안진진은 쌍둥이 엄마와 이모의 너무나 다른 결혼 생활을 보고, 나영규와 김장우 중에 ***를 택한다.

 

이모의 가르침대로 하자면 나는 ***의 손을 잡아야 옳은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모의 **이 나로 하여금 ***의 손을 놓아 버리게 만들기도 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여졌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 망쳐버리는 사람(spoiler)가 될까봐 중요한 부분은 별표로 지웠다.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누워있는 인생. 제목 그대로 인생은 모순이다. 아내가 안진진과 달리 나를 택해 줘서 고마울 따름이다. 안 그랬으면 난 비혼이 아닌 미혼남으로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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