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시험이 전 세계 역사를 바꿨다고? - 요즘도 과거시험을 보면서 살고 있는 아이들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2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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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가든 기업이든 시험을 통해 인재를 등용, 채용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왜냐면 핏줄이나 돈줄로 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시험은 공정한 제도일까? 이 시험이란 것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소설가의 입담과 함께

 

<밑줄>

 

결국 돈이 시험의 합격 여부를 결정했단다. 돈이 많은 부자들은 한양에도 일찌감치 집을 구해놓고 끊임없이 본가를 오가면서 먹거리를 조달해주었지. 아예 한양에 시험 보는 캠프를 차린 셈이지. 한번 한양에 올라가면 최소 6개월 이상은 머물러야 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던 거야.

 

왕이 내는 시험문제가 어떤 유형이었는지 알아볼까?

인재를 등용하고 양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논하여라.”

이것은 세종이 냈던 문제란다.

또한 광해군은 지금 당장 가장 시급한 국정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라는 시험문제를 냈어.

그걸 본 임숙영은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썼어.

나라가 도탄에 빠지고 외척들이 국정을 어지럽히고 있는데, 왜 마땅히 물어야 할 것을 묻지 않으십니까?”

그런 식으로 학생이 왕에게 잘못을 지적하고 따지고 든 거야. 그러고는 국정 혼란의 원인이 왕에게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을 했단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야. 우리나라 공무원 시험 중에도 마지막 단계에서 면접시험을 보는 일들이 더러 있는데, 그때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하면 모두 다 탈락하게 되지 않을까. 교원임용고시에서는 전교조를 옹호하거나 정부의 교육정책을 비판해서도 안 되고, 사법고시에서도 사법제도를 비판하면 안 되지.

왕 앞에서 보는 시험은 수험생들이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쓰는 것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어. 왕은 문제를 낼 수 있지만 채점하는 권한은 없었어. 채점하는 사람들은 수험생들이 논리적이면서도 자기의 생각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어.

 

과거장에 응시생이 수만 명씩 몰리게 되면 통제가 불가능해졌고 결국은 양반집 수험생들이 고용한 힘셈 무인과 노비들까지 들어와서 부정 시험을 공모했어.

 

이익은 25세 때 응시한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뽑혔으나 이름을 쓰는 것이 격식에 맞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락되었어. 그러자 이익의 형이 상소를 올렸다가 역적으로 몰려 매를 맞고 죽는 일이 생겼단다. 이익은 그 충격으로 과거 공부를 접게 된단다. “과거시험이라는 것은 출세를 탐하는 무리들을 사방에서 모아놓고 오직 한 가닥 요행의 길을 터놓은 다음 사람들더러 뚫고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 세상에 실제로 쓸모 있는 것과는 이미 정반대의 것이다이익은 과거가 계속되면 학풍은 날로 쇠퇴하여 진정한 선비가 나올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어.

 

과거제도의 핵심은 공평한 인재 등용이었고 공부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인간을 위한 공부에 역점을 뒀다. 즉 옛날 공부의 기본은 철학과 글쓰기였다. 그러니까 요즘처럼 영어 수학만 잘해도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을 얻는 것과는 다르다.

철학이란 대부분이 유교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인간으로서 올바르게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고 글쓰기란 겸손하게 자신의 생각을 잘 드러내는 것이다. 이 두가지를 하지 못하면 절대 좋은 직장도 얻을 수 없었고 고위공무원도 될 수 없었다. 그러니 요즘 우리나라에 치러지는 고시보다도 과거시험이 훨씬 더 좋은 제도였음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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