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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만든 50개 주 이야기 - 이름에 숨겨진 매혹적인 역사를 읽다
김동섭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2월
평점 :
미국은 어릴 땐 선망의 대상이었고, 지금은 원망의 대상이다. 특히 트럼프가 전세계 나라를 향해 관세전쟁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그 덕분에 미국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다. 특히 미국 지명에 대해. 여러 책들을 살펴보았는데 이 책이 특히 어원에 관련해서는 최고로 자세한 것 같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 저자께 감사.
<밑줄>
카르티에는 지금의 캐나다 뉴펀들랜드 어귀에 도착해 자신이 명명한 세인트로렌스강을 따라 일대를 탐험했다. 그곳에서 원주민들과 조우한 카르티에 일행은 원주민들이 자신들의 마을을 가리키며 ‘카나다Canada’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것을 듣게 된다. 카르티에는 그 말이 원주민의 땅을 가리키는 말로 ‘마을’을 뜻한다. 드 라살은 강을 따라 내려가 미시시피강의 어귀에 도달한 후 자신이 탐험한 지역을 프랑스 왕령으로 선언했다. 그는 귀국해 자신이 발견한 이 땅을 ‘루이지애나’라고 명명하고 루이 14세에게 바쳤다.
영국이 북미 대륙으로 진출해 개척한 최초의 식민지는 엘리자베스 1세에게 바친 버지니아였다.
영국 국교회로부터 박해를 받던 분리파는 신앙의 자유를 위해서 영국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마침내 1620년 8월 102명의 순례자가 영국의 플리머스 항을 떠났다. 약 두 달 후, 그들은 애초에 가기로 계획했던 버지니아보다 훨씬 북쪽 지방인 코드곶Cape Cod(현재의 매사추세츠주 연안)에 상륙했다. 그리고 그곳을 자신들이 떠나온 영국의 플리머스 항의 이름을 따라 플리머스라고 명명했다.
미국 동북부에 위치한 뉴욕주는 ‘뉴욕’이라는 세계 최대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지방은 본래 아메리카 인디언들 중에서도 델라웨어족, 모히칸족, 이로쿼이족 같은 가장 강력한 부족들이 정착해서 살던 곳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은 지금의 맨해튼섬에도 정착해 요새를 짓고 도시를 세웠다. 이들은 인디언 추장과 협상해 24달러가량의 물품이 든 상자 두 개로 맨해튼 섬을 구입했다. 1625년, 네덜란드인들은 이곳을 뉴암스테르담이라고 부르며 정착해갔다.
영국인들이 네덜란드인들을 몰아내고 맨해튼을 차지한다. 당시 영국의 국왕 찰스 2세는 이 땅을 자신의 동생인 요크 공의 이름을 따서 뉴욕으로 바꾸어 불렀다.
맨해튼이라는 이름은 원래 이 지방에 살던 알곤킨족의 언어로 ‘섬’을 의미하는 말이었다. 현재 맨해튼에서 가장 유명한 월스트리트Wall Street는 과거 네덜란드인들과 인디언들 사이에 충돌이 잦던 지역이었다. 네덜란드인들은 공격을 막기 위해 이곳에 휴전선처럼 섬을 가로지르는 울타리(벽)를 세웠는데 이것이 월스트리트의 기원이다.
1660년에 영국에서 왕정이 복고되자 찰스 2세는 프랑스에서 본국으로 돌아온다. 찰스 2세는 망명 당시 자신을 지지해준 저지섬 주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으로 미국 동부에 새로 개척한 식민지의 이름을 뉴저지 식민지Province of New Jersey로 지었다.
뉴햄프셔주의 이름은 영국의 햄프셔 지방에서 유래했다. 이 지방을 처음으로 탐험한 사람들은 영국인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프랑스의 샹플랭 같은 탐험가도 이 지방을 거쳐 갔다. 이주 초창기에는 영국인들이 많이 들어왔지만, 뉴프랑스의 붕괴 이후 퀘벡에 살던 프랑스인들이 대거 이주했다. 그 결과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프랑스계 주민들의 비중이 높은 주이기도 하다.
미국의 북동부 지방에 최초로 정착한 사람들은 네덜란드인이었다. 코네티컷주도 1614년 네덜란드의 탐험가 아드리안 블록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블록은 이 지방을 탐험하고 알곤킨족의 언어로 코네티컷이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바다로 흘러가는 큰 강 옆의 초원’이라는 의미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처음으로 정착한 사람들은 스웨덴 사람들이었다. 스웨덴 사람들은 지금의 필라델피아 근처에 정착하고 이 지방을 뉴스웨덴이라고 불렀다. 이후 이 지방은 네덜란드에 넘어갔다가 결국 영국의 식민지가 됐다. 원래는 영국의 요크 공작이 이곳을 통치했으나, 1681년 찰스 2세가 윌리엄 펜Wiliam Penn에게 이 지방의 개척권을 허가해준다. 동부의 다른 주 이름은 당시 영국 군주들의 이름이나 지명에서 유래한 경우가 많지만, 펜실베이니아는 식민지를 개척한 윌리엄 펜의 이름에 ‘숲’을 의미하는 라틴어 ‘Silva’ 그리고 ‘땅’을 의미하는 ‘-(n)ia’가 붙어서 만들어진 이름이다.
필라델피아Philadelphia라는 말은 그리스어 ‘사랑Phila’과 ‘형제adelpphos’가 합쳐진 것으로 ‘우애’를 의미한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는 피츠버그다. 본래 이 도시는 프렌치-인디언전쟁 때 프랑스군이 전략적 요충지에 세운 뒤켄Duquesne 요새에서 생겨난 곳이다. 하지만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이 요새의 이름을 당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윌리엄 피트William Pitt를 기념해 피츠버그로 바꿨다. 미국의 역사는 역시 승자의 역사임을 또 한번 볼 수 있다. 만약 프랑스가 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면 뒤켄빌Duquesneville(뒤켄의 도시)이 되지 않았을까? 물론 발음은 영어식으로 ‘듀케인빌’이 되었을 것이다. 이 이름은 피츠버그에 있는 듀케인대학교에 여전히 남아 있다.
메릴랜드 식민지는 찰스 1세 때 건설되었기에 찰스 1세의 왕비인 앙리에트 마리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마리Marie의 영어식 이름이 메리Mary다.
볼티모어Baltimore는 영국의 조지 캘버트 볼티모어Goerge Calvert Baltimore 남작의 이름을 따라 1729년에 세워졌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최대 도시인 찰스턴Charleston은 ‘찰스의 도시’라는 뜻의 ‘찰스 타운Charles Town’에서 따온 지명이다.
캐롤라이나Carolina는 ‘찰스의 땅’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자면, 영국 왕의 이름에 등장하는 찰스Charles, 프랑스 왕실에 자주 보이는 샤를Charles, 스페인 왕실의 카를로스Carlos 그리고 신성로마제국(독일)의 카를Karl이라는 이름은 모두 프랑크 왕국(서기 5세기 말 서게르만족의 한 부족인 프랑크족이 서유럽 지역에 세운 왕국)의 황제였던 ‘샤를마뉴 대제(독일명 카롤루스)’에서 나온 이름이다. 유럽의 군주들은 부강한 나라를 꿈꾸며 서로마 제국의 위대한 군주의 이름을 그들의 후손에 남겼다.
뉴잉글랜드는 미국 북동부의 6개 주, 즉 매사추세츠, 로드아일랜드, 코네티컷, 버몬트, 메인, 뉴햄프셔를 포함하는 지방이다. 이 지방을 통틀어 가장 큰 도시가 바로 매사추세츠의 주도인 보스턴이다. 매사추세츠주는 하버드대학교나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같은 교육 기관이 많은 주로도 유명하다. ‘매사추세츠’라는 말은 원주민인 나바호족의 언어로 ‘큰 산 옆의 초원’ 혹은 ‘큰 언덕 위에’라는 뜻이다.
1732년, 조지아에 정착한 영국인들은 당시 영국 왕 조지 2세에게 식민지 건설을 위한 헌장을 요구했다. 조지 2세는 독일에 뿌리를 둔 하노버 왕조 출신의 국왕이었다. 조지아주의 이름은 조지 2세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메인Maine이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먼저 프랑스의 노르망디 남쪽 지방인 멘Maine에서 왔다는 설이다. 프랑스계 주민들이 이 지방에 먼저 정착했고, 북쪽에는 프랑스 영토였던 퀘벡주가 가까이 있으니 설득력이 있다.
뉴올리언스 도시 이름은 루이 15세의 섭정인 오를레앙 공의 이름에서 따왔다. 프랑스어 누벨오를레앙Nouvelle Oreléans을 영어로 옮긴 것이 뉴올리언스다
루이지애나의 주도인 배톤루지Baton Rouge에도 프랑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배톤루지는 ‘붉은 칠을 한 나무 말뚝’이라는 촉토우 인디언 말을 프랑스어로 옮긴 것이다. 프랑스어로 ‘배톤Baton’은 ‘막대기’, ‘루지rouge’는 ‘붉은’을 뜻한다.
오하이오는 이로쿼이 부족의 언어로 ‘좋은 강’을 의미한다. 이 지역에 정착한 프랑스인들은 ‘오하이오’를 프랑스어로 ‘본 리비에르Bonne Rivière(좋은 강)’라고 옮겼다. 주 이름 중에서 인디언들의 언어에서 온 것들은 대개 강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프랑스가 북미에서 영국을 제압했다면 오하이오주의 이름은 ‘본 리비에르’ 주가 될 수도 있었다.
오하이오주 남서부 도시, 신시내티의 이름에도 숨겨진 이야기가 있다. 처음 정착민들이 들어왔을 때 이 도시의 이름은 로잔트빌Losantville이었다. 그런데 1790년에 로마의 정치인 킨키나투스Cincinnatus(기원전 519-430년)의 이름을 본떠 신시내티로 도시의 이름을 바꾸게 된다(킨키나투스의 영어 발음이 신시나투스).
버몬트Vermont는 프랑스어로 ‘푸른vert+산mont’이라는 뜻이다. 프랑스 발음으로 읽으면 ‘베르몽’이다.
버몬트의 주도 몬트필리어Montpelier는 인구가 불과 7천 명밖에 안 되는 곳으로, 미국의 주도 중에서 가장 작은 도시다. 몬트필리어라는 이름은 남프랑스의 몽펠리에Montpellier에서 왔다.
일리노이라는 이름은 이 지방의 원주민인 일리노이족에서 왔다.
시카고Chicago는 본래 영어식 발음으로 읽으면 ‘치카고’라고 발음해야 한다. 하지만 이 도시의 이름을 정한 사람들이 프랑스인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발음대로 지금까지 부르고 있다. 시카고의 본래 뜻은 원주민인 알곤킨족의 언어로 ‘야생 양파가 많은 여우 서식지’ 혹은 ‘스컹크 냄새가 나는 고얀 곳’이라는 뜻이다.
위스콘신이라는 이름은 알곤킨족의 언어에서 나온 말이다. 그런데 프랑스인 탐험가들은 이를 메스쿠싱Meskousing이라고 옮겨 적었고, 철자를 잘못 옮겨 위스콘신Ouisconsin이라고 기록했다. 지금 위스콘신의 철자는 이를 영어식으로 적은 것이다. 메스쿠싱이란 말은 마이애미 인디언의 말로 ‘붉다’라는 의미다. 이 지방의 소도시 위스콘신델스에 있는 붉은 사암을 보면 메스쿠싱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
위스콘신주는 우리가 흔히 먹는 ‘선데Sundae’ 혹은 ‘선디’ 아이스크림이 탄생한 곳이기도 하다.
아이스크림을 ‘일요일 아이스크림Sunday Ice Cream’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신성한 주일의 이름이 들어갔다고 해서 마지막 철자 하나만 바꾸어 선데 아이스크림이 된 것이다.
미시간은 오지브와족의 언어로 ‘큰 물’ 혹은 ‘큰 호수’를 뜻하는 미시가마Mishigama에서 나왔다. 이 지방을 처음으로 탐험한 프랑스인들이 이를 미시간Michigan이라고 옮겼다. 만약 영국인들이 이 지방을 발견했다면 프랑스어의 ‘ch’는 영어의 ‘sh’와 같기 때문에 ‘Mishigan’이라고 옮겼을 것이다. 오대호 주변에 있는 주들 중에는 유난히 ‘미Mi’로 시작하는 이름이 많은데, 대부분 원주민의 말에서 온 지명이다.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정리해보자.
• 미시간Michigan: 큰 물
• 미주리Missouri: 구름이 낀 물의 색
• 미시시피Mississippi: 진흙탕 물
• 미네소타Minnesota: 하늘 빛을 띤 물
미시간주는 엄청난 면적의 오대호와 맞닿아 있다. 위의 지명에서 공통분모를 보면 ‘미Mi’가 아메리카 인디언 언어로 ‘물’을 뜻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고대 고구려어에서도 물을 ‘미’라고 한 것으로 보아 우리 조상과 북미 인디언들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을 수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미시간주에서 가장 큰 도시 디트로이트Detroit는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의 본사가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도시의 이름은 1701년 프랑스의 탐험가인 앙투안 드 라 모트 카디악이 세운 ‘데트루아Détroit 요새’에서 나왔다. ‘데트루아’는 프랑스어로 ‘호수와 강이 교차하는 해협’을 의미하며, 이를 영어로 읽으면 ‘디트로이트’가 된다.
‘캐딜락Cadillac’이라는 미국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 이름을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 자동차의 이름이 바로 디트로이트를 세운 카디악(영어식 발음으로는 캐딜락)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아이오와주의 이름은 아이오와족의 이름과 아이오와강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아이오와주의 주도이자 가장 큰 도시는 디모인Des Moines이다. 영어라기에는 발음이 생소하고, 무슨 뜻인지 짐작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아는 사람들은 이 도시의 이름이 ‘수도사들’을 의미한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디모인을 프랑스어로 읽으면 ‘데 무안’이다. 중부 지방을 개척하고 도시를 세운 사람들이 프랑스인이므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미시시피라는 이름은 원주민인 오지브웨이족의 말로 ‘큰 강’이라는 뜻이다.
미시시피주에서 가장 큰 도시 잭슨은 미국의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에서 따온 이름이다.
앨라배마라는 이름은 크리크족의 한 부족인 앨라배마족의 말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칸소주는 철자와 발음이 특이하다. ‘Arkansas’를 발음하면 알캔자스가 될 것 같은데 발음은 아칸소다. 사실 ‘Arkansas(아칸소)’와 ‘Kansas(캔자스)’가 인접한 지방인 것처럼 명칭의 뿌리도 동일하다. 아칸소는 캔사족의 말로 ‘강 하류에 사는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다. 미시시피강의 상류에는 캔자스주가 있고, 하류에는 아칸소주가 있으니 지명과 지역이 일치한다. 아칸소에서 마지막 ‘s’를 발음하지 않는 것은 프랑스어에서 마지막 자음을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발음이 어려운 까닭에 아칸소의 주법에는 ‘아칸소’라는 발음을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50개 주 중에서 유일하게 ‘인디언의 나라’라는 의미를 가진 인디애나주는 이렇게 탄생했다. 물론 인디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개척한 새로운 땅이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인디애나 지방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은 유럽인은 프랑스의 탐험가 로베르 드 라살이었다.
초기에 이 지방을 개척한 프랑스인들의 흔적도 몇몇 대학 이름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공대로 유명한 퍼듀Purdue대학교에서 ‘퍼듀’는 중세 프랑스어로 ‘신에게Pour Dieu, For God’라는 의미다. 주로 신에게 맹세할 때 쓰는 말로, 프랑스어 발음은 ‘푸르디외’다. 그리고 대학 미식축구로 유명한 가톨릭 계열의 노터데임Notre Dame대학교의 이름은 성모마리아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노트르담Notre Dame, Our Lady’에서 나왔다
켄터키라는 이름은 원주민 인디언들의 말에서 왔다는 설이 있다. 그 유래는 여러가지인데, 어떤 이들은 이로쿼이족의 언어로 ‘내일의 땅’을 의미하는 ‘Ken-tah-ten’이라는 말에서 왔다고 하며, 또 다른 쪽에서는 ‘피의 강’이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버번Bourbon은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의 부르봉을 영어로 읽은 것인데, 독립전쟁 당시 미국을 도와준 프랑스에게 감사하는 의미로 켄터키주의 카운티 하나를 ‘버번’이라고 이름 붙였고, 이 지역에서 난 위스키를 버번위스키라 부르게 됐다.
켄터키주와 프랑스의 인연은 도시 이름에서도 찾을 수 있다. 켄터키주에서 가장 큰 도시 루이빌Louisville은 프랑스 루이 16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다. 미국 중남부 지방에서 ‘-빌ville’로 끝나는 이름의 도시들을 자주 볼 수 있는데, 이는 식민지 개척 초기에는 없었던 이름이다. 독립전쟁 이후, 특히 중남부 지방에서 ‘-빌ville’이라는 이름의 도시들이 많이 생겨났다. 프랑스어로 ‘도시’를 의미하는 이 말은 독립전쟁 때 군대를 파견해 미국을 도운 프랑스에 대한 동경과 우호의 상징으로 많은 지역에서 사용됐다. 테네시주의 네시빌Nashville, 아칸소주의 파이에트빌Fayetteville(독립전쟁 때 프랑스군의 사령관이었던 라파이에트La Fayette의 이름에서 왔다), 플로리다의 잭슨빌Jacksonville 같은 중남부 도시들이 그 예다.
미네소타의 주명은 원주민인 다코타족의 언어로 ‘흰 거품 물’ 혹은 ‘하늘 빛을 띤 물’이라는 뜻이다. 1만 개의 호수가 있는 이 지방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또한 미네소타주의 북부에는 북미 최대 강인 미시시피강의 발원지가 있다.
미주리강의 이름은 강 근처에 살던 미주리부족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미주리족은 자신들의 언어로 ‘우에메수리타Ouemessourita’라고 불렸는데, 이는 ‘카누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미네소타, 미시시피 같은 주명 속에 들어 있는 ‘미mi’가 물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미주리주의 이름에도 물과 관련된 ‘카누’라는 뜻이 들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미주리주에서 가장 큰 도시는 세인트루이스Saint Louis다. 세인트루이스는 13세기에 프랑스 국왕이었던 루이 9세의 이름에서 유래한 지명이다
네브래스카라는 발음에서부터 아메리카 인디언들 언어의 느낌이 난다. 네브래스카는 주 전체를 흐르는 플랫강을 부르는 원주민들의 말에서 유래했는데, 그 말의 뜻은 ‘평평한 강’이다. 다른 중부의 주들처럼 이 지방도 최초의 탐험가는 프랑스인들이었고, 그들은 이 땅을 루이지애나에 편입시켰다. 네브래스카는 남북전쟁 당시에는 주로 승격되지 못하다가 전쟁이 끝난 다음 주로 승격됐다. 그래서 링컨에게 감사하는 뜻에서 주도의 이름을 링컨으로 정했다.
미국에는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남북과 동서로 분리된 주가 6개 있다. 동부의 버지니아주와 웨스트버지니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와 노스캐롤라이나 그리고 중부의 사우스다코타와 노스다코타가 그런 주들이다. 여기서 다룰 사우스다코타주는 미국 중북부에 위치한 주다. 다코타주는 1889년 11월 2일, 남북으로 분리되어 같은 날 미합중국의 일원이 됐다. 다코타라는 말은 원주민의 언어로 ‘우리는 친구’라는 뜻이다. 원래 이 지방에는 7개의 원주민 부족이 살고 있었는데, 서로 전쟁을 하지 말자는 서약을 맺었다. 그러나 훗날 이 지역에서 이주민과 원주민 간에 심각한 갈등이 일어난 것을 보면, ‘우리는 친구’라는 지명이 슬프고도 모순되게 느껴진다.
촉토족의 언어로 ‘붉은 사람들’이라는 뜻을 가진 오클라호마주는 20세기 초에 합중국에 들어온 막내 주에 속한다.
테네시는 이 지방에 살던 체로키족의 언어로 ‘마을’을 뜻하는 ‘테나시Tenasi’에서 나온 말이다.
테네시주의 멤피스Memphis는 기원전 2200년까지 이집트 고왕국의 수도였던 멤피스에서 따온 이름이다. 멤피스는 그리스식 이름이며, 이집트인들은 이를 ‘하얀 담’이라는 뜻의 ‘이네브 헤지Ineb Hedj’라고 불렀다. 이후 신왕국 시대에 다시 이곳이 이집트의 수도가 되면서 ‘오래 가면서 변하지 않는’이라는 뜻의 ‘멘 네페르Men nefer’로 이름이 바뀌었고, 이 명칭에서 그리스어 멤피스가 나왔다.
애리조나라는 이름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으나, 주로 스페인어와 관련된 것이 많다. 스페인어 ‘황무지Zona arida’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고, 북부 스페인의 소수어인 바스크어로 ‘좋은 참나무Aritz ona’에서 왔다는 설도 있다. 스페인과 멕시코를 거쳐 미국의 영토로 편입된 애리조나주는 48번째로 미연방에 합류한 주다. 알래스카주(49번째)와 하와이주(50번째)를 제외하면 가장 늦게 가입했다.
플로리다 식민지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식민지다. 1513년 스페인의 탐험가 후안 폰세 데 레온이 이 지방을 발견하고 이곳을 플로리다라고 불렀다. 플로리다는 ‘꽃의 축제’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파스쿠아 플로리다Pascua Florida’에서 나왔다. 스페인어에서 파스쿠아Pascua는 부활절을 의미하며, 플로리다Florida는 꽃을 뜻하는 플로라Flora에서 나온 말이다.
플로리다의 최대 도시 마이애미Miami는 인디언 말로 ‘부드러운 물’이라는 뜻이다.
광산업 로비스트인 조지 윌링이 광산 개발에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쇼쇼니족의 말 ‘E Dah Hoe(에 다 호)’를 가지고 와 이 말의 뜻이 ‘보석의 땅’이라고 퍼뜨리고 다녔다. 하지만 이곳에서 유용한 광물이 발견되지 않았고, 윌링의 실망도 컸다. 이미 아이다호라는 말은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간 뒤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간이 흘러 이 지역에서 정말로 광물이 발견되었고, 지금은 아아디호에서 금, 은, 구리 등 많은 광물이 채굴되고 있다. 아이다호의 주도이자 최대 도시인 보이시Boise는 프랑스어로 ‘숲’을 의미하는 ‘Bois(부아)’에서 온 말이다.
몬태나는 스페인어로 ‘산’을 의미한다.
‘네바다’라는 말은 라틴어의 ‘Nivea’에서 온 말로, ‘눈으로 덮인’이라는 뜻의 스페인어가 그 어원이다.
뉴멕시코의 주도 산타페는 스페인어로 ‘신성한 믿음’이라는 뜻이다.
포틀랜드 남쪽에는 주도 세일럼Salem이 있는데, 세일럼은 히브리어로 ‘평화’를 뜻하는 ‘샬롬’에서 온 말이다.
‘텍사스’는 이 지방의 원주민인 카도족의 말로 ‘친구’를 의미하는 ‘타이샤’를 스페인어로 옮긴 것이다. 미국은 자신들을 불러준 ‘친구의 땅’ 텍사스를 멕시코와의 전쟁으로 합병했다. 그리고 주의 공식 모토를 ‘우정’으로 정했다. 친구의 땅을 빼앗았지만 친구와의 우정을 지키고 싶다는 의미를 내비치다니 아이러니하다.
텍사스주의 최대 도시 휴스턴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시카고 다음으로 큰 도시다. 휴스턴은 텍사스 개척의 영웅 샘 휴스턴의 이름을 딴 지명이다. 샘 휴스턴은 텍사스 공화국 시절에 대통령을 지낸 인물로, 1836년 텍사스 독립전쟁에서 멕시코의 산타 안나 장군을 생포하여 텍사스의 독립을 받아냈다. 텍사스 독립의 아버지로는 스티븐 오스틴도 빼놓을 수 없다. 오스틴은 미주리에서 300가구를 이끌고 텍사스에 정착한 텍사스 개척의 아버지다. 그의 이름은 텍사스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오스틴시에 남아있다.
유타Utah라는 말은 유트Ute 인디언들의 말로 ‘산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국의 수도에는 건국의 아버지 조지 워싱턴의 이름이 남아 있다. 그런데 워싱턴이라는 이름은 수도 외에도 무려 미국의 88개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지명이라 할 수 있다.
워싱턴주에서 가장 큰 도시는 시애틀이다. 이 지명은 위대한 인디언 추장인 시애틀의 이름에서 나왔다.
미국 50개 주의 모양을 보면 중동부의 주들은 강이나 산맥 같은 지형으로 주의 경계가 자연스럽게 확정되었지만, 서부는 경계가 직선으로 된 주들이 많다. 콜로라도주와 이번에 소개하는 와이오밍주가 완벽한 직사각형의 모양이다. 그만큼 이곳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산악 지대와 드넓은 초원 지대가 많다는 말이다. 와이오밍이란 말은 알곤킨족의 언어로 ‘대초원의 땅’을 의미한다. 주도이자 와이오밍 최대 도시 샤이엔Cheyenne도 이 지방의 원주민 샤이엔족의 이름에서 나왔다.
캘리포니아는 원래 뉴스페인이라고 불렸던 지역이다. 캘리포니아는 스페인의 한 소설에 등장하는 섬의 이름이다. 16세기 스페인의 소설가 가르시 로드리게즈 데 몬탈보의 작품 《에스플란디안의 모험》에는 가공의 섬 ‘칼라피아’가 나온다. 칼라피아 왕비가 통치하던 이 섬은 금과 진주가 많고 검은 피부의 미인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소설의 내용대로 된 것일까? 실제로 1848년 캘리포니아에서 황금이 발견되었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황금을 찾아 서부로 달려갔다.
콜로라도는 스페인어로 ‘붉은 빛을 띠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알래스카는 에스키모족인 알류트족의 언어로 ‘섬이 아닌 땅’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에스키모라 부르지만, 막상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은 자신들을 ‘인간’이라는 의미의 ‘이누이트’라고 부른다.
하와이Hawaii라는 이름은 이 지방의 원주민 언어로 ‘고향’을 뜻하는 ‘오화히Owhyhee’를 영어로 옮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