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진 서문이 인상적이다. 다만 저자가 젊을 때 쓴 글들이어서 그런지 불편한 내용이 많다. 뭐 그게 또 개성이긴 하지만...여하튼 요즘 나온 장정일 독서일기류는 좀더 편해졌다. 그럼 몰개성인가? ㅋㅋ

 

< 남기고 싶은 구절>

 

어린시절의 내 꿈은 이런 것이었다.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시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시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시까지 책을 읽는 것. (생략)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내가 읽어보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톨스토이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한 권의 낯선 책을 읽는 행위는 곧 한 권의 새로운 책을 쓰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읽는 모든 책의 양부가 되고 의사 저자가 된다. 막연하게나마 어린시절부터 지극한 마음으로 꿈꾼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정선해서 골라 든 책을 안고 침대에 폭 파묻혀, 밑줄을 긋거나 느낌표 또는 물음표를 치면서 나 아닌 타자의 동일성에 간섭하고 침잠하는 일. 한 권의 책 읽기가 끝나면 뒷장에 내 나름의 ‘저자 후기’를 주서하는 일. 나는 이런 ‘행복한 저자’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식 - 행복의 중심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걷는나무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히르슈하우젠의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두 저자 모두 독일인이다. 행복과 휴식이란 게 독일에서 읽힌단 얘기는 독일도 우리 만큼이나 피로한 사회인가보다. 그러고 보니 <피로사회>란 책도 있구나. ㅋㅋ

 

 

<남기고 싶은 구절>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몸의 긴장을 풀고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은 채 스르르 잠을 청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잠이 몸의 피로를 회복시켜줄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도 끌어 올린다는 점은 얀 보른도 확신한다. 바로 그래서 그는 다른 많은 수면 연구가들과 마찬가지로, 특히 어린아이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아침 8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한 시간 늦춰 9시에 첫 수업을 갖는 게 휠씬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학습효과가 지지부진해서 걱정인 사람이라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떠올리기 바란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늦잠꾸러기였다.


조그만 항구 도시에 사는 가난한 어부가 자신의 보트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때 이곳으로 휴가를 온 사업가가 아름다운 풍광을 담으려고 사진을 찍다가 어부를 깨웠다. 두 사람은 고기잡이 근황과 이 지역의 노동관을 주제로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었다. 가난한 어부가 하루에 단 한 차례만 출어를 하고 남은 시간은 빈둥거리며 쉰다는 이야기를 들은 부자는 그 사업가적 야심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두 번, 세 번 출어를 하지 않는 겁니까? 그럼 곱절 아니 세 배로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요.” 어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체 그렇게 일해서 무슨 소용인지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바심이 난 사업가는 어부에게 일장훈계를 했다. “그럼 늦어도 1년 뒤에 당신은 모터보트를 살 수 있을 거요. 2년 뒤에는 보트가 두 척으로 늘어나겠죠. 3년이나 4년 뒤에는 아마도 작은 어선을 누릴 수 있을 거요. 두 척의 보트와 한 척의 어선이면 당연히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겠죠.” 워낙 열을 올리며 이야기 하는 통에 부자의 목소리를 꺽꺽 막혔다. “그럼 작은 냉동 창고를 지을 수 있을 거요. 잘만 하면 훈제 생선 공장과 커다란 생선 처리 공장까지 마련할 수도 있어요. 그럼 자가용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다니며 어디에 물고기 떼가 있는지 알아내 무선으로 어선에 지시를 내리는 거죠.” 신이 나서 떠드는 부자의 얼굴을 물끄러민 바라보던 어부는 그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부자는 여전히 열띤 얼굴로 주워섬겼다. “그런 다음에는 여기 이 항구에 편안하게 앉아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거요. 저 멋진 바다를 감상하면서!” 어부는 피식 웃었다. “내가 지금 바로 그러고 있잖소.” - 하인리히 뵐


그들은 휴식을 일하는 데 필요한 힘을 회복하는 수단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거꾸로 이들은 휴식이라는 인생의 진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먹고 사는 데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일만 하려고 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홀로 조용하게 자신의 방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 블레즈 파스칼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안을 허락하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어갈 용기를 주시며,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할 지혜를 내려주소서 - 니부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을 보기 좋게 비틀어 버린 책이다. <시크릿>에 감동한 사람들에게도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준다. 단, 노예처럼 살아도 살기만 하면 좋다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안 읽히는 게 좋겠다. 괜히 마음만 상할테니까.

 

<좋은 구절>

미국이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위대한 나라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분명히 군사적으로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 기록한 점수는 형편없으며, 2007년 시작된 경기 침체 이전에도 그랬다. 미국 어린이들은 다른 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수학이나 지리 같은 기본 과목에서 뒤처져 있다. 또 유아 사망률이 더 높고, 아이들이 가난 속에서 성장하는 비율도 높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인하다시피 미국의 의료 서비스는 파탄했고, 의료 기반 시설은 붕괴하고 있다.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도 우위를 빼앗겨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사업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분야를 보면 자부심은커녕 당황스러울 뿐이다. 미국은 수감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 수준도 세계 최고다. 또 총기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개인 부채에 짓눌려 있다.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법을 다룬 최초의 역작은 1936년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팔리고 있는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의 ‘카네기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다. 기업가 앤드류 카네기와 발음이 같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름(Carnagey)의 철자를 바꾼 카네기는 독자들이 정말로 행복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았다. 제대로 연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웃을 기분이 아니라고?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억지로 웃어라. 혼자 있다면 휘파람을 불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노래를 불러라.” 당신은 긍정적으로 행동하도록 자신을 ‘강제’할 수 있고, 아니면 그렇게 되도록 훈련받으면 된다. “많은 기업이 전화 교환원들에게 관심과 열의를 풍기는 목소리로 응답하도록 훈련시킨다.” 전화 교환원이 정말로 열의를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런 느낌을 ‘풍기면’ 된다. 카네기의 책에서 최고의 성취로 꼽는 것은 진심을 가장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인간관계의 다른 모든 법칙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반드시 진심 어린 것이어야 한다.” 어떻게 진심을 ‘표명’하는 체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관한 설명은 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거의 배우 수준의 연기력이 요구되리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학자 앨리 혹실드는 1980년대에 발표한 유명한 연구에서 항공기 승무원들이 언제나 쾌활하게 승객을 응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이 고갈된다고 밝혔다. “그들은 자기의 진짜 감정을 잃어버립니다.” 혹실드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긍정적 사고는 고용주의 손에 의해 19세기 주창자들이 짐작도 하지 못했을 용도로 바뀌었다. 떨치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라는 권고가 아니라 직장에서의 통제를 위한 수단, 더 높은 실적을 내라고 들들 볶는 자극제가 되었다.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을 낸 출판사는 1950년대에 일찌감치 기업 시장으로 눈을 돌려 “기업 임원 여러분, 이 책을 직원들에게 주십시오. 커다란 이익을 낼 것입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광고는 영업사원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이 파는 상품과 자기가 속한 조직에 새로운 신뢰를 갖게 될 것이며, 내근 직원들의 효율성도 높아져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동기 유발이 채찍으로 사용되면서 긍정적 사고는 순응적인 직원의 품질 보증서가 되었고, 1980년대 이후 다운사이징 국면에서 고용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채찍을 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정리 해고는 기업을 강하게 했을까, 약하게 했을까? 1990년대 미국경영자협회에서 조사한 결과 정리 해고가 생산성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리 해고를 하면 분명히,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른다. 주식회사 미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성’의 핵심에 만약 신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 신의 이름은 시바(Shiva), 파괴의 신이다.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기껍게 받아들이고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어이 해고된 노동자들과 과로에 시달리며 아직 버티고 있는 직원들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 곧 긍정적인 사고다.


급격히 성장하는 분야인 경제 자기계발서들도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다운사이징에 적응하도록 일조한다. 다운사이징 선전의 고전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1000만 부가 팔렸는데 기업에서 뭉텅이로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 준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독자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94쪽밖에 안되는 얇은 두께에 활자도 큼지막하고, 어린이용 책에 적합한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미로 속에서 치즈를 먹으며 사는 두 사람 헴(Hem)과 허(Haw)가(이 둘은 심사숙고하는 인간의 속성을 대표한다) 어느 날 치즈가 늘 있던 곳으로 가 보았더니 치즈가 사라지고 없다. 이 작은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불평하고 화를 내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한편 미로 속에는 쥐 두 마리가 있었는데 쥐들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치즈가 있는 다른 곳을 찾아 달려간다. 인간들과 달리 쥐들은 단순한 삶을 산다. “그들은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고, 일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마침내 작은 사람들도 ‘새로운’ 치즈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쥐들에게서 배운다. 허는 끌어당김의 법칙(「시크릿」 참고)에 해당하는 방법을 써서 치즈를 찾는다. 그는 우선 마음 속에 그림을 그린다. “아주 생생하고 상세하게, 체다 치즈부터 브리 치즈까지 좋아하는 치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한가운데 자기가 앉아 있는 모습을”. 옛 치즈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대신 허는 변화가 더 나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곳 ‘맛있는’ 새 치즈를 먹게 된다. 이것이 정리 해고 희생자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지나치게 분석하고 불평하는 인간의 위험천만한 속성을 극복하고 쥐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 직장에서 쫓겨나면 조용히 입 다물고 나와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 재빨리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틴(「긍정의 힘」 저자)의 세계에서는 하느님마저 지지자의 역할을 할 뿐 필수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신비와 경외감은 사라지고 없다. 하느님의 존재는 집사장 내지 개인적 조력자로 격하되었다. 하느님은 나의 속도위반 딱지를 해결해 주고, 식당에서는 좋은 자리를 찾아 주고, 내가 책 계약을 딸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런 사소한 과업을 위해 하느님한테 기원하는 것을 보면 필요 이상으로 공손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우리의 마음이 자석처럼 움직여 시각화한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일단 받아들이면 인간이야말로 전능한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긍정적’이라는 단어와 ‘좋은’이라는 단어를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이런 도덕 체계에서는 항상 밝은 면을 보고, 늘 태도를 고쳐 나가고, 인식을 교정하지 않으면 어두운 사람으로 규정되어 버린다. 그렇지만 긍정적 사고의 대안이 절망은 아니다. 실제로 부정적 사고는 긍정적인 사고만큼이나 망상이 될 수 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고뇌를 외부로 투사하며, 모든 일에서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고, 그런 왜곡된 기대를 통해 고뇌를 부풀린다.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모두 감정과 지각을 구분하지 못하고 현실 대신 환상을 받아들인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거나, 침체로 빠져드는 익숙한 신경 경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두가지 경향에 대한 대안은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쾌활하게 생활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고 해도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데에 심리학자 줄리 노럼이 말한 ‘방어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 조종사만 최악의 사태를 그려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운전자도 그렇다. 아무도 차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가정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며 보다 부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가 단번에 낙관적 진단을 내놓기보다는 부정적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검사하기를 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브레인 룰스 - 의식의 등장에서 생각의 실현까지
존 메디나 지음, 정재승 감수 / 프런티어 / 200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뇌과학은 필연 교육과 관련이 깊다. 성적 향상을 위한 개인적인 비법을 소개하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같은 종류의 책 100권 보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보는 게 휠씬 낫다.  

 

 

<마음에 든 구절>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20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올림픽 경기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 덕분에 우리 두뇌가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의 몸은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하루 8시간이 넘게 앉아 있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몸으로 세렝게티 초원에 8시간 동안, 아니 8분만 앉아 있어보라. 곧장 다른 포식동물한테 먹혀버릴 것이다. 우리는 몇 백만 년에 걸쳐 지금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에 적응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되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을 버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학교나 직장에서 앉은 채로 보내는 일과시간에 운동 시간을 끼워넣는다고 해서 우리가 더 똑똑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정상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시험 점수로 학생들의 능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체육 수업과 휴식시간을 줄이고 있다. 신체활동이 인지능력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주는지 생각할 대, 이는 말도 안 되는 조처다. (생략) 시험 점수를 더 잘 받으려고 신체적 운동, 즉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동을 줄이는 것은 굶으면서 살찌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과과정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루에 두 번 정도 배치하면 어떻게 될까? 한 실험에서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한 뒤, 날마다 아침에는 20~30분씩 유산소 운동을, 오후에는 20~30분씩 근력 강화 운동을 하게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만 그렇게 해야 아이들 대다수가 효과를 보았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다른 변화들도 시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아이들이 입는 교복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활동하기 편하게 체육복 같은 것을 교복으로 삼는다면 환상적이지 않을까?


교육의 질은 상당 부분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비즈니스의 성공도 어느 정도 직원과 고용주의 관계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생략) 교사나 상사 앞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사람은 공부나 일을 제대로 못 해내기 십상이다.


지금의 학교 제도는 특정 나이에 특정 학습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기대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두뇌가 그런 기대에 신경 쓰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나이가 같은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대단히 다양하다. (생략)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학급 규모는 작게, 더 작게 (생략) 교수법은 가능한 한 맞춤으로


“선생들 대부분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지식을 채워주려고 하지. 그 끔찍한 영화에 나오는 농부들처럼 말이야 (영화 ‘몬도가네’에서 농부들이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들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장면을 두고 저자의 어머니가 한 말)” (생략) 대학에 들어간 뒤 나는 어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교수가 되어 동료 교수들과 함께 일을 해 보니, 그런 습관을 가까이서 볼 수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무엇일까? 정보와 정보를 연결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다. 강제로 잔뜻 먹이면서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를 듣는 사람의 영양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의 학습은 오히려 편의라는 미명하에 희생당하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미국의 기업들에게 해마다 1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생략) 학생들은 십대를 지나면서 일시적으로 올빼미형에 좀 더 가까워진다는 데이터가 있다. 이런 자료에 따라 일부 학군은 고등학교 수업을 오전 9시 이후에 시작하도록 했다. 타당성 있는 얘기다. (멜라토닌 같은) 수면 호르몬은 십대 시절에 최대치에 이른다. 그 또래 아이들이 특히 아침에 잠을 더 자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잠을 덜 자는 경향을 보이고, 나이가 들수록 잠이 적게 필요하다는 증거도 있다.  (생략) 낮잠과 비행사의 업무 능력에 관한 연구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낸 미 항공우주국 소속 과학자 마크 로즈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 26분으로 사람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34퍼센트나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 낮잠 말고 또 있습니까?”


1990년에 우울증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치른 비용은 530억 달러에 달했다. (생략) 기업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드는 돈은 연간 2천억~3천억 달러에 달한다.


내 아들 노아가 세 살이던 해의 어느 날, 아이와 나는 유치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콘크리트 바닥에 반짝이는 자갈 하나가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는 가던 길 한가운데 멈춰 서서 그것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뭐가 즐거운지 소리내어 웃었다. 곧이어 아이는 바로 옆에 작은 식물이 있는 걸 알아챘다. 작은 잡초가 아스팔트 틈을 뚫고 나와 있었다. 아이는 그 잡초를 가만히 만지더니 또 소리내어 웃었다. 잡초 뒤로 개미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아이는 구부리고 앉아서 개미들을 바라 보았다. 개미들은 죽은 벌레 한 마리를 옮기고 있었다. 노아는 신기해하며 박수를 쳤다. 그 밖에는 아이는 먼지 뭉치, 녹슨 못, 반짝이는 기름 자국 등을 이어서 발견했다. 15분이 지났지만 우리는 6미터 정도밖에 나아가지 못했다. 나는 스케줄이 바쁜 어른처럼 아이를 데리고 가려 했다. 그러나 아이에게 스케줄 같은 건 없었다. 결국 나는 멈춰 서서 나의 꼬마 선생님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가 6미터를 가는 데 15분씩 걸렸던 게 언제 일인지 생각했다. (생략) 내가 온 마음을 다해 가장 위대한 법칙이라고 믿는 것이 있다. 내 아들이 나에게 알려주었듯이, 그것은 호기심의 중요성이다. (생략) 나는 이 꼬마 선생님이 아빠에게 배움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쳐준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무려 47년 만에 마침내 나는 거리를 걷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네기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초 학교장이 전 교직원들에게 배포한 책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사실 매년 학교 공금 100여만원을 써서 구입한 책들이 제대로 읽히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저는 매번 꼭 읽어서 독후감을 남깁니다.

저자가 카네기라고 해서 미국의 철광왕 카네기인 줄 알았는데 동명이인이네요. 본래 제목은 <HOW TO WIN FRIENDS & INFLUENCE PEOPLE>입니다. ‘친구를 이기는 법,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인데 ‘인간관계론’이라고 미화했네요. 예전에는 ‘처세술’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지요.

그러나 아무리 ‘인간관계론’이라고 이름을 바꿔 달아도 원래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기고, 설득하는가’가 목표입니다. 따라서 ‘인간관계론’보다는 ‘인간공략법’이 솔직한 번역일 겁니다.

이 책에는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듯,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끄는 방법이란 사실 다루는 방법, 부리는 방법의 미화된 표현입니다. 즉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과 인성이 조화된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 기업에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국가에서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어떻게 통제하는 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100권 구입할 책이 아니라 1권 구입했어야 책입니다. 다수 노동자에겐 필요하기는커녕 유해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사용자 한명에겐 필독서이겠지만요.

<참고 : 이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서평('바버라 에런라이크 - 긍정의배신'에서)>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법을 다룬 최초의 역작은 1936년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팔리고 있는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의 ‘카네기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다. 기업가 앤드류 카네기와 발음이 같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름(Carnagey)의 철자를 바꾼 카네기는 독자들이 정말로 행복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았다. 제대로 연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웃을 기분이 아니라고?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억지로 웃어라. 혼자 있다면 휘파람을 불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노래를 불러라.” 당신은 긍정적으로 행동하도록 자신을 ‘강제’할 수 있고, 아니면 그렇게 되도록 훈련받으면 된다. “많은 기업이 전화 교환원들에게 관심과 열의를 풍기는 목소리로 응답하도록 훈련시킨다.” 전화 교환원이 정말로 열의를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런 느낌을 ‘풍기면’ 된다. 카네기의 책에서 최고의 성취로 꼽는 것은 진심을 가장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인간관계의 다른 모든 법칙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반드시 진심 어린 것이어야 한다.” 어떻게 진심을 ‘표명’하는 체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관한 설명은 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거의 배우 수준의 연기력이 요구되리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학자 앨리 혹실드는 1980년대에 발표한 유명한 연구에서 항공기 승무원들이 언제나 쾌활하게 승객을 응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이 고갈된다고 밝혔다. “그들은 자기의 진짜 감정을 잃어버립니다.” 혹실드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참고 : 이 책의 핵심 내용>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1. 비난이나 비평, 불평하지 말라.
2.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하라.
3. 다른 사람들의 열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켜라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
1. 다른 사람들에게 순수한 관심을 기울여라.
2. 미소를 지어라
3. 이름을 잘 기억하라
4. 경청하라
5.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라.
6. 상대방으로 하여금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라. 단, 성실한 태도로 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1.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
2. 상대방의 결해를 존중하라. 결코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지 말라.
3. 잘못을 저질렀다면 즉시 분명한 태도로 그것을 인정하라.
4. 우호적인 태도로 말을 시작하라.
5. 상대방이 당신의 말에 즉각 “네, 네”라고 대답하게 하라.
6. 상대방으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하게 하라.
7.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아이디어가 바로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라.
8.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라.
9. 상대방의 생각이나 욕구에 공감하라.
10. 보다 고매한 동기에 호소하라.
11. 당신의 생각을 극적으로 표현하라.
12.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켜라.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
1. 칭찬과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
2. 잘못을 간접적으로 알게 하라.
3. 상대방을 비평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라.
4. 직접적으로 명령하지 말고 요청하라.
5.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어라.
6. 아주 작은 진전에도 칭찬을 아끼지 말라. 또한 진전이 있을 때마다 칭찬을 해주어라. 동의는 진심으로 칭찬은 아낌없이 하라.
7. 상대방에게 훌륭한 명성을 갖도록 해주어라.
8. 격려해 주어라. 잘못은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라.
9. 당신이 제안하는 것을 상대방이 기꺼이 하도록 만들어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