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룰스 - 의식의 등장에서 생각의 실현까지
존 메디나 지음, 정재승 감수 / 프런티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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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은 필연 교육과 관련이 깊다. 성적 향상을 위한 개인적인 비법을 소개하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같은 종류의 책 100권 보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보는 게 휠씬 낫다.  

 

 

<마음에 든 구절>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20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올림픽 경기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 덕분에 우리 두뇌가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의 몸은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하루 8시간이 넘게 앉아 있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몸으로 세렝게티 초원에 8시간 동안, 아니 8분만 앉아 있어보라. 곧장 다른 포식동물한테 먹혀버릴 것이다. 우리는 몇 백만 년에 걸쳐 지금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에 적응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되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을 버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학교나 직장에서 앉은 채로 보내는 일과시간에 운동 시간을 끼워넣는다고 해서 우리가 더 똑똑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정상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시험 점수로 학생들의 능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체육 수업과 휴식시간을 줄이고 있다. 신체활동이 인지능력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주는지 생각할 대, 이는 말도 안 되는 조처다. (생략) 시험 점수를 더 잘 받으려고 신체적 운동, 즉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동을 줄이는 것은 굶으면서 살찌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과과정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루에 두 번 정도 배치하면 어떻게 될까? 한 실험에서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한 뒤, 날마다 아침에는 20~30분씩 유산소 운동을, 오후에는 20~30분씩 근력 강화 운동을 하게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만 그렇게 해야 아이들 대다수가 효과를 보았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다른 변화들도 시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아이들이 입는 교복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활동하기 편하게 체육복 같은 것을 교복으로 삼는다면 환상적이지 않을까?


교육의 질은 상당 부분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비즈니스의 성공도 어느 정도 직원과 고용주의 관계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생략) 교사나 상사 앞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사람은 공부나 일을 제대로 못 해내기 십상이다.


지금의 학교 제도는 특정 나이에 특정 학습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기대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두뇌가 그런 기대에 신경 쓰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나이가 같은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대단히 다양하다. (생략)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학급 규모는 작게, 더 작게 (생략) 교수법은 가능한 한 맞춤으로


“선생들 대부분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지식을 채워주려고 하지. 그 끔찍한 영화에 나오는 농부들처럼 말이야 (영화 ‘몬도가네’에서 농부들이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들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장면을 두고 저자의 어머니가 한 말)” (생략) 대학에 들어간 뒤 나는 어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교수가 되어 동료 교수들과 함께 일을 해 보니, 그런 습관을 가까이서 볼 수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무엇일까? 정보와 정보를 연결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다. 강제로 잔뜻 먹이면서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를 듣는 사람의 영양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의 학습은 오히려 편의라는 미명하에 희생당하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미국의 기업들에게 해마다 1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생략) 학생들은 십대를 지나면서 일시적으로 올빼미형에 좀 더 가까워진다는 데이터가 있다. 이런 자료에 따라 일부 학군은 고등학교 수업을 오전 9시 이후에 시작하도록 했다. 타당성 있는 얘기다. (멜라토닌 같은) 수면 호르몬은 십대 시절에 최대치에 이른다. 그 또래 아이들이 특히 아침에 잠을 더 자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잠을 덜 자는 경향을 보이고, 나이가 들수록 잠이 적게 필요하다는 증거도 있다.  (생략) 낮잠과 비행사의 업무 능력에 관한 연구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낸 미 항공우주국 소속 과학자 마크 로즈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 26분으로 사람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34퍼센트나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 낮잠 말고 또 있습니까?”


1990년에 우울증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치른 비용은 530억 달러에 달했다. (생략) 기업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드는 돈은 연간 2천억~3천억 달러에 달한다.


내 아들 노아가 세 살이던 해의 어느 날, 아이와 나는 유치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콘크리트 바닥에 반짝이는 자갈 하나가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는 가던 길 한가운데 멈춰 서서 그것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뭐가 즐거운지 소리내어 웃었다. 곧이어 아이는 바로 옆에 작은 식물이 있는 걸 알아챘다. 작은 잡초가 아스팔트 틈을 뚫고 나와 있었다. 아이는 그 잡초를 가만히 만지더니 또 소리내어 웃었다. 잡초 뒤로 개미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아이는 구부리고 앉아서 개미들을 바라 보았다. 개미들은 죽은 벌레 한 마리를 옮기고 있었다. 노아는 신기해하며 박수를 쳤다. 그 밖에는 아이는 먼지 뭉치, 녹슨 못, 반짝이는 기름 자국 등을 이어서 발견했다. 15분이 지났지만 우리는 6미터 정도밖에 나아가지 못했다. 나는 스케줄이 바쁜 어른처럼 아이를 데리고 가려 했다. 그러나 아이에게 스케줄 같은 건 없었다. 결국 나는 멈춰 서서 나의 꼬마 선생님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가 6미터를 가는 데 15분씩 걸렸던 게 언제 일인지 생각했다. (생략) 내가 온 마음을 다해 가장 위대한 법칙이라고 믿는 것이 있다. 내 아들이 나에게 알려주었듯이, 그것은 호기심의 중요성이다. (생략) 나는 이 꼬마 선생님이 아빠에게 배움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쳐준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무려 47년 만에 마침내 나는 거리를 걷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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