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독서일기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진 서문이 인상적이다. 다만 저자가 젊을 때 쓴 글들이어서 그런지 불편한 내용이 많다. 뭐 그게 또 개성이긴 하지만...여하튼 요즘 나온 장정일 독서일기류는 좀더 편해졌다. 그럼 몰개성인가? ㅋㅋ

 

< 남기고 싶은 구절>

 

어린시절의 내 꿈은 이런 것이었다.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시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시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시까지 책을 읽는 것. (생략)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내가 읽어보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톨스토이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한 권의 낯선 책을 읽는 행위는 곧 한 권의 새로운 책을 쓰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읽는 모든 책의 양부가 되고 의사 저자가 된다. 막연하게나마 어린시절부터 지극한 마음으로 꿈꾼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정선해서 골라 든 책을 안고 침대에 폭 파묻혀, 밑줄을 긋거나 느낌표 또는 물음표를 치면서 나 아닌 타자의 동일성에 간섭하고 침잠하는 일. 한 권의 책 읽기가 끝나면 뒷장에 내 나름의 ‘저자 후기’를 주서하는 일. 나는 이런 ‘행복한 저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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