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전.숙영낭자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5
이상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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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씨남정기는 착한 처 사씨가 악한 첩 교씨의 음모로 쫓겨나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자리에 돌아와 교씨를 응징한다는 이야기다. 처첩갈등이 주축이고, 현모양처, 조강지처는 권선하고 악첩은 징악한다는 기본 줄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처첩갈등의 근본원인은 가부장제이고, 주범은 남자이다. 따라서 교씨는 상대적으로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숙영낭자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첩으로 있던 매월은 숙영낭자의 등장으로 찬밥 신세가 되어 음모를 통해 신분역전을 꿈꾸다가 결국 남편한테 처참한 죽임을 당한다.

 

"선군은 크게 노하고 칼을 들고 뜰로 내려와서 매월의 목을 베고, 배를 갈라서 간을 꺼내어 낭자의 시체 앞에 놓고 두어 줄 제문을 읽었다"

 

사씨남정기에서 교씨를 첩으로 들이라고 남편한테 추천한 사람은 사씨였고, 숙영낭자전에서도 매월을 첩으로 들이라고 남편한테 추천한 사람은 다름아닌 숙영낭자였다. 남존여비, 가부장제 조선시대에 남녀갈등이란 애초에 존재조차 할 수 없었으니 여여갈등이란 어이없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고전소설 속 시대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읽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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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경작생 범우문고 103
박영준 지음 / 범우사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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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을 범생이라 부르는 건 담임을 담탱이라 부르는 맥락과 같다. 곱지 않은 시선이다. 그 이유는 모범생을 시기, 질투하는 면도 있겠지만, 모범생이 이기적인 까닭이 크다. 교실에선 담임이 지주이고 학생이 소작인인데 범생은 마름 노릇을 한다. 박영준의 <모범경작생>도 일제강점기 조선 농민이 착취를 당하는 상황에 등장인물 김길서는 일제가 주는 모범경작생의 감투를 쓰고 사적 이익만 챙긴다.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모범경작생은 누구인지 비교하여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밑줄 쫙>

(생략)

길서는 그 마을에서 가장 칭찬을 받는 사람이다. 물론 사촌 형 뻘이 되면서도, 기억이 같은 몇 사람은 길서를 시기하고 속으로 미워까지 했으나, 동네 전체로 보아 소학교 졸업을 혼자 했고, 군청과 면사무소에 혼자서 출입하고 공부를 많이 한 사람에게도 지지 않으리만큼 동네 사람들을 가르치고 지도했다. 나이 젊은 사람으로 일을 부지런히 해서 돈도 해마다 벌며, 저축을 하여 마을의 진흥회니, 조기회니, 회마다 회장을 도맡고 있는 관계로 무식하고 착한 농부들은 길서를 잘난 위인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략)

요사이에 감옥에 가장 많이 갇힌 죄수들은 일하기 싫어서 남들까지 일을 못하게 한 놈들이래요. 말하자면 공산주의자라나요. 공연히 알지도 못하고 그런 놈들의 말을 들었다가는 부치던 땅까지 못 부치게 될 것이니 결국은 농군들의 손해가 아니겠소.

(생략)

그들은 할 수 없으므로 성두의 말대로 길서를 시켜 읍내 지주 서재당에게 가서 금년만 도지[소작료]를 좀 감해 달래 보자고 했다. 그러나 길서는 자기와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정해 놓은 도지를 곡식이 안 되었다고 감해 달라는 것은 흔히 일어나는 소작쟁의와 같은 당치 않은 짓이라고 해서 거절했다. 그리고는 며칠 있다가 일본 시찰단으로 뽑혀서 떠나가 버렸다.

(생략)

마을 사람들은 길서의 장난으로 호세까지 올랐다는 것을 다음에야 알고 누구 하나 그를 곱게 이야기하는 이가 없게 되었다.

(생략)

논에 박은, ‘김길서라고 쓴 말패는 간 곳도 없고, ‘모범경작생이라고 쓴 말뚝은 쪼개져서 흐트러져 있었다.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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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 전집 - 증보판 창비신서 10
신동엽 지음 / 창비 / 198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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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엽하면 MC, 개그맨 신동엽이 먼저 떠오른다. 사람들의 머리뿐만 아니라 인터넷 검색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학교에선 1960년대의 참여시인, 저항시인 신동엽이 등장한다. 그런데 교과서에도 신동엽하면 그저 껍데기는 가라만 나온다. 하지만 껍데기는 가라만 읽고 신동엽을 안다고 한다면 그야 말로 껍데기만 안 것이다. 요즘 교과서에선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가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금강을 읽지 않고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만 읽는 것은 그야 말로 누가 신동엽을 읽었다 하는가이다.

 

작품을 읽은 것은 작가를 읽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 하나가 아니라 전체를 읽어야 한다. 물론 조정래를 알기 위해서 조정래의 작품 전체를 읽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수십편의 대하소설을 남겼고 요즘도 여전히 창작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동엽같은 시인이자, 요절하여(1930~1969) 작품 수가 많지 않은 작가의 경우는 전집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신동엽 작품은 전집 한권에 불과하다.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에 다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가수의 음반 하나하나 구입해 듣지 않고, 베스트음반 하나만 듣는 성격이라고 고집한다면, 좋다. 신동엽의 대표작 금강만 읽길 강력히 추천한다. 피 끓는 청춘이 읽어도 좋고, 다시 일어나고 싶은 중년이 읽어도 좋다. 조선말 혁명의 현장으로 당신을 인도해 줄 것이다.

 

<울컥하며 옮긴 시>

 

- 응 (1965)

 

응 그럴걸세, 얘기하세

응 그럴걸세

응 그럴걸세

,

응 그럴 수도 있을걸세.

응 그럴 수도 있을걸세.

, 아무렴

그렇기도 할걸세

그녁이나, , 그녁이나

, 그래, 그럴걸세

응 그럼, 그렇기도 할걸세.

,

더 하게!

 

 

-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1968)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재미난 꿈을 꾸었지.

 

나비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다가

발 아래 아시아의 반도

삼면에 흰 물거품 철썩이는

아름다운 반도를 보았지.

 

그 반도의 허리, 개성에서

금강산 이르는 중심부엔 폭 십리의

완충지대, 이른바 북쪽 권력도

남쪽 권력도 아니 미친다는

평화로운 논밭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다가 참

재미난 꿈을 꾸었어.

 

그 중립지대가

요술을 부리데

너구리새끼 사람새끼 곰새끼 노루새끼들

발가벗고 뛰어노는 폭 십리의 중립지대가

점점 팽창되는데,

그 평화지대 양쪽에서

총부리 마주 겨누고 있던

탱크들이 일백팔십도 뒤로 돌데.

 

하더니, 눈 깜박할 사이

물방게처럼

한 떼는 서귀포 밖

한 떼는 두만강 밖

거기서 제각기 바깥 하늘 향해

총칼들 내던져 버리데

 

꽃피는 반도는

남에서 북쪽 끝까지

완충지대,

그 모오든 쇠붙이는 말끔이 씻겨가고

사랑 뜨는 반도,

황금이삭 타작하는 순이네 마을 돌이네 마을마다

높이높이 중립의 분수는

나부끼데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 자면서 허망하게 우스운 꿈만 꾸었지.

 

 

- 산문시 1 (1968)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뙤약변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남해에서 북강까지 넘실대는 물결 동해에서 서해까지 팔랑대는 꽃밭 땅에서 하늘로 치솟는 무지개빛 분수 이름은 잊었지만 뭐라군가 불리우는 그 중립국에선 하나에서 백까지가 다 대학 나온 농민들 추럭을 두 대씩이나 가지고 대리석 별장에서 산다지만 대통령 이름은 잘 몰라도 새이름 꽃이름 지휘자이름 극작가이름은 훤하더란다. 애당초 어느쪽 패거리에도 총쏘는 야만엔 가담치 않기로 작정한 그 지성 그래서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사색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에 놀러 가더란다.

 

 

- 금강 (1967)

 

(생략)

 

왕은

백성들의 가슴에 단

 

군대는

백성의 고용한

문지기

 

앞마을 뒷마을은

한 식구

두레로 노동을 교환하고

쌀과 떡, 무명과 꽃밭

아침 저녁 나누었다

 

가을이면 영고, 무천

겨울이면 씨름, 윷놀이

, 지금도 살아 있는 그 흥겨운

농악이여

 

시집가고 싶을 때

들국화 꽂고 꽃가마

장가가고 싶을 때

정히 쓴 이슬마당에서

맨발로 아가씨를 맞았다.

 

아들을 나으면

온 마을의 경사

딸을 낳으면

이웃마을까지의 기쁨

 

서로 자리를 지켜 피어나는

꽃밭처럼

햇빛과 바람 양껏 마시고

고실고실한 쌀밥처럼

마을들은 자라났다.

 

지주도 없었고

관리도, 은행주도

특권층도 없었었다.

 

반도는

평등한 노동과 평등한 분배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그 위에 백성들의

축제가 자라났다

 

늙으면 마을사람들에 싸여

웃으며 눈감고

양지바른 뒷동산에 누워선, 후손들에게

이야기를 남겼다.

 

반도는

평화한 두레와 평등한 분배의

무정부 마을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

그 위에 청춘들의

축제가 자라났다

우리들에게도 생활의 시대는 있었다.

 

(생략)

 

출세한다는 건

피 빨아먹는 자리

놀고 먹는 자리

백성의 피기름 솟는

흡구 자리 하나

차지한다는 것

 

(생략)

 

정권 없는

통치자 없는

정부 없는

농민들만의 세상, 이상사회

우리들 손으로 이룩할

책임

우리가 업어야 합니다.

 

(생략)

 

그리고

오후 세 시, 돌문 밖

질경이랑 반지꽃이랑 냉이랑

예쁘게 돋은 흙언덕

높은 장대 위,

 

교수된

정봉준의 머리는

칼로 다시 잘리워

매달리웠다

 

다섯 차례의

혹독한 왜식 고문

일본인 낭인 무전, 전중의 번갈은

일본망명 권유

인품에 감동, 뒷날의 쓸모를 계산한

일본 공사 정상의 은근한 호의

들은 체하지 않고

발 밑에 이까려버린

농민지도자

전봉준의

.

 

그는

목매이기 직전

한 마디의 말을 남겼다

 

하늘을 보아라!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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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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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불의한 시대에 진정한 학생, 학자, 지식인, 지성인으로 산다는 건 죽는 것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의 목차,  "안다는 것, 지식인은 어떻게 먹고 사는가, 노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내가 공부하는 방법" 등만 보더라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믿는 자에겐 성경이 있다면 공부하는 자에겐 이 책이 있다. 힘들 때마다 읽어두고픈 책이다. 

 

<밑줄 쫙>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고 아는 체하면 영원히 아는 사람이 될 수 없다. 스스로가 아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면 실제로는 모르고 있는데 그런 상태가 계속되어 자기 최면에 걸려서 나중에는 아는 것처럼 자기 스스로도 속게 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면 창피할 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럴 것 없다. 과감하게 말하자. ‘나는 그것을 모른다.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배부르고 등 따스운 이가 탐욕에 탐욕을 더하기 위해 저지르는 고도의 사기나 경제적 범죄와는 달리 그 원인이 매우 분명하다. 마빈 해리스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 문제의 핵심은 인종이 아니라 절망적인 가난과 만성적 실업인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아직도 흑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폭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들이 흑인이가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인 것이다.

 

21세기가 창의력 있는 인간을 요구한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버려도 된다는 뜻이 된다. 기계가 힘든 일을 대치하므로 육체적인 노동력조차 불필요하다. 그들은 고대의 노예만도 못한 상태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의 사회 구조와 경제 체제는 대부분의 사람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과거 단순 사회에서의 노예가 어쩔 수 없이, 힘에 의해 만들어진 노예였다면 이제 현대인들은 그러한 변화에 쫓아가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진 반 자발적인 노예이다. 선택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 급기야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고 싶어진다.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일이 너무도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절대적인 위력의 결정과 선택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이 편안한 상태가 된다. 그저 윗사람의 입에서 떨어지는 명령에 내 머리를 맡긴 채 묵묵히 그것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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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마음을 놓다 - 다정하게 안아주는 심리치유에세이
이주은 지음 / 앨리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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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게르니카>의 사회적 주제보다는 피카소의 개인적 심리에 관심을 두었다.

마친가지로 나(독자)는 필자의 주제의식보다는 필자 개인의 어릴적 부모와의 관계, 유학시절 고독한 공부, 바뀐 머리 스타일에 무심한 남편에 대한 서운함 등에 더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홀로 어묵을 먹으며 정종을 한잔을 할 수 있는 '방심'을 부러워한다.

힘들 땐 글씨보다는 그림을 보라는 제안을 기억하며,

나도 그림에, 방심하고 싶다. 

 

<밑줄 쫙>

 

'미운 세살'이 미운 짓을 많이 하는 이유는 자기 행동의 허용 범위를 알기 위해서라고 학자들은 말한다. 점차 아이는 세상과 자기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들이 있다는 것을 배워간다. 좀더 자라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아이는 어느 선까지 자기 주장을 해야 하는지 조금씩 익히게 된다. 그러는 동안 '나'라는 경계가 만들어진다.

 

인간으로서의 모든 욕망을 억누르고 자기절제의 미덕을 쌓아야 하는 수녀들은 과거에는 거울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예를 들어 19세기에 프라비니성심수녀회의 견습 수녀들은 언제나 아침 10분 동안에 찬물로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 입고는 거울 없이 머리를 빗어야 했다. 거울 속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것은 자기만족에 빠지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의 어느 수녀원 부속학교에서는 휴대용 손거울을 압수하기 위해 수녀 선생님들이 기숙사를 뒤지고 다녔다고 한다. 수녀들에게 거울을 보지 못하게 한 것은 분명 그것이 자기애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었다. 자기애란 바로 사랑에 빠지기 전 단계이기 때문이다.

 

개는 후회하지 않는다.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소통할 줄 아는 현명한 동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랑은 준 것 만큼 되돌려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인간이 미처 깨닫지 못한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동물이기도 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사랑만큼은 개처럼 해야 한다. 사랑하라. 개처럼 솔직하고 단순하게.

 

부모와의 관계에서 우리가 아는 것은 오직 은혜와 효도라는 말밖에 없다. 부모이기에 희생하고 자식이이게 복종하면서 서서히 꿈이 말라가고 조금씩 섭섭한 감정을 쌓아가는 것도 은혜이고 효도일까? 가슴에 고인 물은 오래 두면 썩는다. 부모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도리를 행하기보다는 서로 많이 사랑해주면 좋겠다.

 

상대방을 지배하려고 드는 사람은 인간관계에 서툰 부류에 속한다. 이런 사람은 아주 이기적인 집을 마음 속에 지어 놓고 그 집 안에 사랑하는 사람을 가두려 한다. 정작 스스로는 틀을 지어놓은 규칙들이 깨어질까 두려워 하면서, 상대방의 많은 것을 희생시켜 자신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포함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혼자 있는 것과 외로운 것은 같지 않다. 외로움은 상실감을 내포한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10년 후 물어물어 다시 이 연주가를 찾아온다 한들 지금과 똑같은 느낌을 받지 못하리라는 것을, 행복은 하나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색깔이 달라지는 카멜레온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추구하고 마침내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견하고 매순간 경험하는 그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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