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향전.숙영낭자전 문학동네 한국고전문학전집 5
이상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씨남정기는 착한 처 사씨가 악한 첩 교씨의 음모로 쫓겨나서 우여곡절 끝에 다시 자리에 돌아와 교씨를 응징한다는 이야기다. 처첩갈등이 주축이고, 현모양처, 조강지처는 권선하고 악첩은 징악한다는 기본 줄기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처첩갈등의 근본원인은 가부장제이고, 주범은 남자이다. 따라서 교씨는 상대적으로 억울한 죽임을 당한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볼 때 숙영낭자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첩으로 있던 매월은 숙영낭자의 등장으로 찬밥 신세가 되어 음모를 통해 신분역전을 꿈꾸다가 결국 남편한테 처참한 죽임을 당한다.

 

"선군은 크게 노하고 칼을 들고 뜰로 내려와서 매월의 목을 베고, 배를 갈라서 간을 꺼내어 낭자의 시체 앞에 놓고 두어 줄 제문을 읽었다"

 

사씨남정기에서 교씨를 첩으로 들이라고 남편한테 추천한 사람은 사씨였고, 숙영낭자전에서도 매월을 첩으로 들이라고 남편한테 추천한 사람은 다름아닌 숙영낭자였다. 남존여비, 가부장제 조선시대에 남녀갈등이란 애초에 존재조차 할 수 없었으니 여여갈등이란 어이없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고전소설 속 시대상에 대해 비판적으로 읽어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