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요즘처럼 불의한 시대에 진정한 학생, 학자, 지식인, 지성인으로 산다는 건 죽는 것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의 목차,  "안다는 것, 지식인은 어떻게 먹고 사는가, 노예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내가 공부하는 방법" 등만 보더라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믿는 자에겐 성경이 있다면 공부하는 자에겐 이 책이 있다. 힘들 때마다 읽어두고픈 책이다. 

 

<밑줄 쫙>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지 않고 아는 체하면 영원히 아는 사람이 될 수 없다. 스스로가 아는 것처럼 착각에 빠지면 실제로는 모르고 있는데 그런 상태가 계속되어 자기 최면에 걸려서 나중에는 아는 것처럼 자기 스스로도 속게 된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면 창피할 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고 말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럴 것 없다. 과감하게 말하자. ‘나는 그것을 모른다.

 

길거리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배부르고 등 따스운 이가 탐욕에 탐욕을 더하기 위해 저지르는 고도의 사기나 경제적 범죄와는 달리 그 원인이 매우 분명하다. 마빈 해리스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 문제의 핵심은 인종이 아니라 절망적인 가난과 만성적 실업인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아직도 흑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폭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들이 흑인이가 때문이 아니라 그들이 가난하기 때문인 것이다.

 

21세기가 창의력 있는 인간을 요구한다는 것을 뒤집어 말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버려도 된다는 뜻이 된다. 기계가 힘든 일을 대치하므로 육체적인 노동력조차 불필요하다. 그들은 고대의 노예만도 못한 상태로 전락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대의 사회 구조와 경제 체제는 대부분의 사람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과거 단순 사회에서의 노예가 어쩔 수 없이, 힘에 의해 만들어진 노예였다면 이제 현대인들은 그러한 변화에 쫓아가지 못한 채 무기력에 빠진 반 자발적인 노예이다. 선택해야 할 일이 많아지면 급기야는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고 싶어진다. 적극적으로 선택하는 일이 너무도 힘들어지는 것이다. 그리하여 절대적인 위력의 결정과 선택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것이 편안한 상태가 된다. 그저 윗사람의 입에서 떨어지는 명령에 내 머리를 맡긴 채 묵묵히 그것을 수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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