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전면개정판) -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옮김 / 시유시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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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저자인 조지리처 교수는 맥도날드처럼 획일화된 사회에 대해 각 장마다 문제를 제기하고, 마지막 장에서 대안을 제시하였다. 특히 교육의 문제점들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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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학생은 교수에게 가서 개별 구두시험을 보았다. 이는 학생들의 지식을 평가하는 좋은 방식이지만, 고도의 노동집약적이고 비효율적이었다. 이후에는 논술시험이 인기를 끌었다. 논술시험지를 채점하는 것이 개별 구두시험보다는 효율적이었지만, 그래도 비교적 비효율적이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객관식 시험이 등장하면서 채점은 간단해졌다. (3. 효율성 )

 

배점을 최하 1점부터 최고 5점으로 나누어 학생들로부터 각 과목의 강의를 평가받는 대학이 점점 늘고 있다...학생들이 자기 선생에 대한 질적인 평가를 할 능력은 거의 없다. 학생들의 강의평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바람직한 면도 없지 않으나, 달갑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학생들은 연기자 같은 교수, 유머 감각이 있는 교수, 학생들에게 과제물을 적게 내주는 교수들이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열정적인 교소는 연기자 같은 교수보다 수준 높은 강의를 할지라도 강의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기 쉽다. (4. 계산가능성 )

 

대학은 교수들을 통제하는 다양한 무인기술을 발전시켜왔다. 예를 들어 대학 당국은 강의시간을 정한다. 교수가 강의에서 무엇을 하든지 간에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에 강의실에서 나온다. 대학 당국이 평점을 요구하기 때문에 교수들은 학생을 테스트하게 한다. 일부 대학은 기말시험 뒤 48시간 이내에 평점을 제출하게 되어 있어서, 교수들은 컴퓨터로 채점하는 객관식 문제를 출제하게 된다. 학생들의 강의평가제는 교수로 하여금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강의하게 만든다. 그리고 종신임용과 승진을 위해 연구실적을 출판해야 하므로, 교수는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강의 준비에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가 더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패스트푸드점과 비슷한 보육기관 킨더 케어. 킨더 케어는 탁아에 대한 훈련을 거의 받지 않은 임시직원을 채용한다. 이들 직원이 교실에서 해야 하는 일은 교사용 지도서에 실린 교과과정에 보면 대부분 정해져 있다. 직원들은 교사용 지도서를 들춰보며 그날그날 세세하게 할 일을 파악한다. ‘맥차일드케어 센터들이 고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숙련되고 경험이 많으며 창의적인 교사는 분명히 아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덜 훈련 받은 직원이라야 상세한 지도서라는 무인기술로 통제하기가 쉽다.

교사들을 조직적으로 통제하는 또 다른 예는 교육계의 맥도날드라고 일컬어지는 실번 교육 센터프랜차이즈이다. 이 회사는 보충교육을 위한 방과후 교육기관이다. 회사는 강사들을 훈련시키는 일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U자 테이블에 이르기까지 맥도날드 식으로 획일화한다실번 교육 센터와 같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스템은 훈련방법, 규칙, 기술로 교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이다. (6. 통제 )

 

오늘날의 대학은 여러 가지 면에서 매우 불합리한 곳이 되어가고 있다. 수많은 학생들과 교수들은 거대한 공장과 같은 분위기에서 수업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관료조직과 컴퓨터에 의해 조종되는 인간 로봇, 심지어는 육류처리 과정을 거치는 소와 같다고 느낀다. 바꾸어 말해, 이러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비인간화의 체험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학생들, 개인적인 분위기라곤 없는 대형 기숙사, 대규모 강의 등으로 인해서 다른 학생들과 알고 지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엄격하게 시간이 제한된 대규모의 강의에서 학생들이 교수를 개인적으로 대한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학생들은 토론수업을 지도하는 대학원 조교를 접할 수 있을 정도다. 성적은 컴퓨터로 채점되는 객관식 시험으로 평가되며, 그 성적인 비인격적이게도 이름이 아니라 사회보장번호로 게시된다. 요컨대, 학생들은 자신들이 정보제공과 학위수여를 위한 교육용 조립 라인을 따라 움직이면서 지식을 담는 물건에 불과하다고 느끼게 된다.

물론, 기술의 진보는 휠씬 더 심각한 교육의 불합리성을 낳고 있다. 교육용 텔리비전과 폐쇄회로 텔레비전, 원격강의, 컴퓨터 강의, 강의용 장비 같은 것들이 교수와 학생간에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접촉마저 더 제한하고 있다. 머지않아 교육은 비인간화의 궁극적 단계, 즉 교수가 없어지고 교수와 학생간의 인간적인 상호작용이 사라지는 단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7장 합리성의 불합리성 )

 

여건이 된다면, 아파트나 주택단지에는 살지 말자. 틀에 박히지 않은 환경에서 당신이 직접 지었거나 특별히 당신을 위해 지은 집에서 살도록 노력하자. 부득이 아파트나 주택단지에 살아야 할 경우, 그 곳을 인간화하고 자신의 개성을 불어넣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하자.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경에는 합리화되지 않고 프랜차이즈화되지 않은 업소를 이용하자.

동네 의사, 동네 안경점, 동네 미용실을 이용하자.

저녁식사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집에서 전자레인지용 음식과 냉동식품을 이용하지 말고, 처음부터 식사준비를 해서 먹자.

가능한 한 텔레비전을 보지 말자.

휴가 때는 한 지역에만 가서 그 지역 주민들과 잘 알고 지내자.

컴퓨터로 채점하는 객관식 시험을 보는 과목은 수강하지 말자.

수강생 수가 적은 과목을 찾아보자.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면, 아이들 맥도날드화되지 않은 소규모 교육기관에 보내자.

(10. 맥도날드화에 대한 대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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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초콜릿 (양장) - 탐닉과 폭력이 공존하는 초콜릿의 문화.사회사
캐럴 오프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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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피 도브잔스키 코의  [초콜릿]은 초콜릿의 역사에, 캐럴 오프의 [나쁜 초콜릿]은 현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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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는 여기서 어디로 가져가나요?”

앙제가 주민들에게 묻는다. 당혹스런 침묵이 흐르더니, 모두 마하마드 족장에게 고개를 돌린다. 족장은 권위가 실린 목소리로 답한다.

산페드로 항구로 가오. 그 다음에는 유럽과 아메리카로 가지요.”

그 사람들은 카카오 열매로 뭘 하는지 아십니까?”

다시 침묵이 흐록, 모두 마하마드 족장을 쳐다본다. 이번에는 족장도 난처해 보인다.

모르겠소

그는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들이 카카오로 뭔가를 만드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설명했다.

그 사람들은 초콜릿을 만듭니다. 여기서 초콜릿을 먹어본 사람이 있나요?”

한 사람이 마을 바깥에 갔을 때 한번 먹어보았는데 맛이 좋았다고 대답한다. 그 밖에는 초콜릿이 무엇인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생략)

이어 앙제는 이런 판형 초코릿의 가격은 500서아프리카 프랑이라고 말해준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민들의 눈동자가 커진다. 자그마한 군것질거리 하나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는 것이 당황스럽다. 그 정도면 큼직한 닭 한 마리나 쌀 한 자루를 거뜬히 살 수 있다. 그나마 아이들이 그 돈을 받기나 하는지 의문스럽다. 내 고국 캐나다의 아이들은 그런 판형 초콜릿을 삽시간에 먹어버린다고 말했더니 마을 아이들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들이 며칠 동안 땀 흘려 일한 것을 지구 반대편 아이들은 눈 깜박할 새 소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북미 아이들이 누리는 즐거움을 시샘하지 않는다.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질투심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들의 눈에 떠오른 의문을 알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등굣길에 초콜릿을 먹는 북미 아이들과 단지 생존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노동을 해야 하는 이곳 아이들을 가르는 어마어마한 장벽의 한계였다. 얄궂은 아이러니도 느껴진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을 만들어내려고 힘겹게 일하는 아이들은 정작 그런 즐거움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 대부분은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이는 세계의 분열을, 이제는 너무도 멀어져버린 거리를 재는 잣대이기도 하다. 카카오를 따는 손과 판형 초콜릿을 집는 손은 둘 사이의 거리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멀다.

나는 초콜릿이 뭔지 모르는 시니코송의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먹는 대부분의 바깥세상 사람들은 그 초콜릿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카카오 열매를 따는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해주었다. 시니코송 아이들은 내가 그 사람들에게 그걸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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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 - 경제학자들이 말하지 않는 경제학 이야기
베르나르 마리스 지음, 조홍식 옮김 / 창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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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대한 안티매뉴얼... 산만해서 쉽게 읽히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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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띠안느 쌩제는 훌륭한 이야기를 하나 해준다. 미국의 한 체육교사가 어린 흑인아이들에게 경쟁의식을 심어줄 심산으로 아프리카의 작은 마을에 갔다. 그는 달리기시합을 설명하면서 “1등은 상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빵!출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이들은 모두 손에손잡고 함께 뛰어 동시에 도착했다. 경쟁에는 자유가 부재한다. 경쟁은 우리 행동을 제약하는 접착제이거나, 좀더 심각하게는 우리를 가두고 억압하는 수갑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자유롭게 경쟁하는 게 아니라 기계 속에 놓여 레몬처럼 쥐어짜이는 대상이다.

(베르나르 마리스 케인즈는 왜 프로이트를 숭배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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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 신들의 열매
소피 도브잔스키 코 외 지음, 서성철 옮김 / 지호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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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래 제목은 초코릿의 진짜 역사이다. 서양문명의 대표 상품인 초콜릿이 알고 보니, 남미 원주민들의 음식이었던 것이다. 역사적으론 침략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착취가 있는 초코릿에 대한 슬프지만 진실한 역사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 장을 통해 유럽인에게 빼앗긴 초콜릿을 다시 남미 원주민들에게 돌려주자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공정무역이다. 이 책은 초콜릿에 대해 주로 역사적 관점으로 썼다. 사회적 관점으로 쓴 책으로 캐럴 오프의 나쁜 초콜릿이 있다. 과학적 관점으로 쓴 책은 (비록 부분적으로 다뤘지만) 진 웰스타인의 쾌감 본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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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세상을 떠났지만 나의 아내 도브잔스키 코는 스페인 정보 이전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의 식생활에 관해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초콜릿의 역사에 관한 책을 쓰겠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품고 있었다...나는 그녀가 이 책의 주 저자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며 내가 이 책을 꼭 완성하겠다고 약속하였다...소피가 세상을 떠난 뒤, 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나는 롱아일랜드의 노스 쇼어에서 자랐다. 그곳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 가르치려고 하는 자는 결코 배우기를 멈춰서는 안된다라는 문장이 걸려 있던 것을 기억한다. 비록 소피가 죽은 뒤였지만, 이 책을 쓰는 동안 나는 아내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스페인인들 가운데서도 가난한 자들은 원주민 여성들과 결혼하였다. 반면 부유한 사람들은 원주민 여자들을 첩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식민지 시대의 많은 가정에서 부엌을 담당한 사람들은 아즈텍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나서 얼마 뒤에 스페인계 크리오요 세대가 아스텍 왕국이 있었던 이 지역에서 태어났다. 그들은 부모들의 고향에는 결코 발을 딛지 못할 사람들이었다. 이렇게 해서 전혀 새로운 크리오요화된 문화가 형성되었다. 곧 이것은 양쪽의 문화가 혼합된 것인 동시에 각각의 문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 아래서 초콜릿은 신스페인의 식생활에 등장하였고 결국 스페인 본국을 시작으로 전 유럽에 퍼지게 되었다.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끌려와 백인이 경영하는 카카오 농장에서 일했던 수십만명 노예들의 고향인 서아프리카가 오늘날 세계 제일의 카카오 산지로 바뀐 것은 정말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런데 이것 역시 유럽이 벌린 식민지 사업의 일환이었다. 1824년에 포르투갈인들은 브라질에서 가지고 온 포라스테로종 카카오나무를 기니 만에 있는 가봉 서쪽의 상 도메에 이식했다. 그 결과 19세기 말까지 카카오는 이 섬들의 주요 수출품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1991년에 나온 시장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카카오의 55퍼센트는 아프리카산이고, 멕시코산(초코릿뿐만 아니라 카카오란 용어가 탄생한 곳인)은 불과 1.58퍼센트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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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 -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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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갈수록 글이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 아마도 인용문이 과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천반적으론 읽을 만하다. 소장가치도 있다. 김찬호샘은 문화만 잘 아시는 줄 알았는데 경제도 해박하시구나. 역시 성공회대 교수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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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는 1661년 스톡홀롬 은행이 처음으로 지폐를 발행하였다. 그런데 스톡홀롬 은행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동 귀금속보다 많은 종이 돈을 찍어내는 바람에 파국을 자초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신 나치의 한 연구소에서 사람의 몸을 원소별로 분해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보통 성인 남자의 몸에서 나오는 것은 한 줌의 소금과 설탕 한 컵, 쇠못 하나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철로 약 3,300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고려시대는 노비가 소보다 훨씬 싼 값에 거래되었다. 같은 나이일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비쌌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나는 모든 것의 가격을 안다. 그러나 어느 것의 가치도 모른다.”

 

부자들끼리만 사는 세상에서 부자는 더 이상 부자가 아니다. 돈이 전혀 아쉽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돈의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돈을 필요로 하는 타인이 존재할 때, 그리고 상대방이 그 돈에 상응한다고 여겨지는 가치의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 때 돈은 비로소 제구실을 한다. 따라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결국 상호의존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돈은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경제학자와 기상예보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둘 다 미래에 대해 예보한다는 것, 그런데 그 예보가 너무 자주 빗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기상예보관은 적어도 오늘의 날씨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는 현재 상황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물리학자 뉴턴은 1720년 영국의 투기 열풍을 경험하고 자신도 큰 손실을 입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대중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

 

부동산 투기는 도박보다 더 위험한 측면이 있다. 도박은 참가자들끼리만 벌이는 게임이다. 일확천금을 얻든 알거지가 되든 판에 뛰어든 사람들만의 이야기다. 그런데 부동산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집값이 저절로 뛰어올라 부자가 되기도 한다. 반면에 오로지 내 집 마련을 위해 성실히 일하며 돈을 모아왔는데 꿈이 점점 멀어져가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몇천만, 몇억의 큰 돈을 굴리면서 대박을 꿈꾸는 사이에, 정작 티끌 모아 태산은 대기업들이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동네 슈퍼까지 잠식하면서 꼬마들의 군것질 푼돈까지 훑어가고, 이동통신회사들은 10초 단위의 요금제 덕분에 매년 9천억 원 이상의 낙전 수입을 올렸다. 그리고 국내 예금과 보험금 가운데 휴면계좌의 잔고 총액이 약 15천억원, 휴면주식이 25천만 주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소비자로 살아간다. 직장인들은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다. 주식투자를 아예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동시에 소비자다. 그리고 직장에 다니면서 주식이나 펀드에 돈을 넣어놓고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이면서 투자자이면서 소비자이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한 개인의 경제 행위 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결국 스스로에게 손실을 끼치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

 

어느 미국인이 인디언 시장에서 양파를 파는 어는 노인과 나누었다는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미국인이 노인에게 가격을 물었다. 10센트라고 대답하자, 미국인은 좌판에 있는 양파를 모두 사면 얼마에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노인의 대답은 뜻밖에도 한꺼번에 양파를 모두 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노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양파만 팔려고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오. 나는 지금 인생을 살러 여기 나와 있는 거요. 난 이 시장을 사랑하오. 북적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햇빛을 사랑하고,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하오. 친구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자기 아이들, 농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사랑한다오. 그것이 내 삶이오. 바로 그것을 위해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양파 스무 줄을 파는 거요. 그런데 한꺼번에 몽땅 다 팔면 돈은 벌겠지만 그걸로 내 하루는 끝이오. 사랑하는 내 삶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그렇게는 할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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