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초콜릿 (양장) - 탐닉과 폭력이 공존하는 초콜릿의 문화.사회사
캐럴 오프 지음, 배현 옮김 / 알마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소피 도브잔스키 코의  [초콜릿]은 초콜릿의 역사에, 캐럴 오프의 [나쁜 초콜릿]은 현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두었다.  

 

<밑줄>

카카오는 여기서 어디로 가져가나요?”

앙제가 주민들에게 묻는다. 당혹스런 침묵이 흐르더니, 모두 마하마드 족장에게 고개를 돌린다. 족장은 권위가 실린 목소리로 답한다.

산페드로 항구로 가오. 그 다음에는 유럽과 아메리카로 가지요.”

그 사람들은 카카오 열매로 뭘 하는지 아십니까?”

다시 침묵이 흐록, 모두 마하마드 족장을 쳐다본다. 이번에는 족장도 난처해 보인다.

모르겠소

그는 솔직하게 대답한다. 그들이 카카오로 뭔가를 만드는 건 알겠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설명했다.

그 사람들은 초콜릿을 만듭니다. 여기서 초콜릿을 먹어본 사람이 있나요?”

한 사람이 마을 바깥에 갔을 때 한번 먹어보았는데 맛이 좋았다고 대답한다. 그 밖에는 초콜릿이 무엇인지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

(생략)

이어 앙제는 이런 판형 초코릿의 가격은 500서아프리카 프랑이라고 말해준다.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주민들의 눈동자가 커진다. 자그마한 군것질거리 하나의 가격이 그렇게 비싸다는 것이 당황스럽다. 그 정도면 큼직한 닭 한 마리나 쌀 한 자루를 거뜬히 살 수 있다. 그나마 아이들이 그 돈을 받기나 하는지 의문스럽다. 내 고국 캐나다의 아이들은 그런 판형 초콜릿을 삽시간에 먹어버린다고 말했더니 마을 아이들이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들이 며칠 동안 땀 흘려 일한 것을 지구 반대편 아이들은 눈 깜박할 새 소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북미 아이들이 누리는 즐거움을 시샘하지 않는다. 서아프리카 사람들이 질투심을 드러내는 경우는 드물다.

어린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니, 이들의 눈에 떠오른 의문을 알 것 같다. 그것은 바로 등굣길에 초콜릿을 먹는 북미 아이들과 단지 생존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노동을 해야 하는 이곳 아이들을 가르는 어마어마한 장벽의 한계였다. 얄궂은 아이러니도 느껴진다. 내가 사는 세상에서 누리는 소소한 기쁨을 만들어내려고 힘겹게 일하는 아이들은 정작 그런 즐거움을 전혀 알지 못한다. 그 대부분은 앞으로도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이는 세계의 분열을, 이제는 너무도 멀어져버린 거리를 재는 잣대이기도 하다. 카카오를 따는 손과 판형 초콜릿을 집는 손은 둘 사이의 거리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너무 멀다.

나는 초콜릿이 뭔지 모르는 시니코송의 아이들에게 초콜릿을 먹는 대부분의 바깥세상 사람들은 그 초콜릿이 어디서 오는지, 누가 카카오 열매를 따는지,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전혀 모른다고 말해주었다. 시니코송 아이들은 내가 그 사람들에게 그걸 알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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