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 인문학 -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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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갈수록 글이 집중도가 떨어지는 건 아마도 인용문이 과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천반적으론 읽을 만하다. 소장가치도 있다. 김찬호샘은 문화만 잘 아시는 줄 알았는데 경제도 해박하시구나. 역시 성공회대 교수님ㅋㅋ

 

<밑줄>

유럽에서는 1661년 스톡홀롬 은행이 처음으로 지폐를 발행하였다. 그런데 스톡홀롬 은행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금은동 귀금속보다 많은 종이 돈을 찍어내는 바람에 파국을 자초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신 나치의 한 연구소에서 사람의 몸을 원소별로 분해하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보통 성인 남자의 몸에서 나오는 것은 한 줌의 소금과 설탕 한 컵, 쇠못 하나 정도를 만들 수 있는 철로 약 3,300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고려시대는 노비가 소보다 훨씬 싼 값에 거래되었다. 같은 나이일 경우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비쌌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나는 모든 것의 가격을 안다. 그러나 어느 것의 가치도 모른다.”

 

부자들끼리만 사는 세상에서 부자는 더 이상 부자가 아니다. 돈이 전혀 아쉽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 돈의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돈을 필요로 하는 타인이 존재할 때, 그리고 상대방이 그 돈에 상응한다고 여겨지는 가치의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을 때 돈은 비로소 제구실을 한다. 따라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의존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결국 상호의존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돈은 효능을 발휘하는 것이다.

 

경제학자와 기상예보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둘 다 미래에 대해 예보한다는 것, 그런데 그 예보가 너무 자주 빗나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기상예보관은 적어도 오늘의 날씨는 정확하게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학자는 현재 상황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물리학자 뉴턴은 1720년 영국의 투기 열풍을 경험하고 자신도 큰 손실을 입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지만, 대중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었다.”

 

부동산 투기는 도박보다 더 위험한 측면이 있다. 도박은 참가자들끼리만 벌이는 게임이다. 일확천금을 얻든 알거지가 되든 판에 뛰어든 사람들만의 이야기다. 그런데 부동산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아무런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집값이 저절로 뛰어올라 부자가 되기도 한다. 반면에 오로지 내 집 마련을 위해 성실히 일하며 돈을 모아왔는데 꿈이 점점 멀어져가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몇천만, 몇억의 큰 돈을 굴리면서 대박을 꿈꾸는 사이에, 정작 티끌 모아 태산은 대기업들이 착실하게 이행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들은 동네 슈퍼까지 잠식하면서 꼬마들의 군것질 푼돈까지 훑어가고, 이동통신회사들은 10초 단위의 요금제 덕분에 매년 9천억 원 이상의 낙전 수입을 올렸다. 그리고 국내 예금과 보험금 가운데 휴면계좌의 잔고 총액이 약 15천억원, 휴면주식이 25천만 주라고 한다.

 

모든 사람들은 소비자로 살아간다. 직장인들은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다. 주식투자를 아예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도 동시에 소비자다. 그리고 직장에 다니면서 주식이나 펀드에 돈을 넣어놓고 있는 사람들은 노동자이면서 투자자이면서 소비자이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한 개인의 경제 행위 안에서도 그대로 드러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결국 스스로에게 손실을 끼치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것이다.

 

어느 미국인이 인디언 시장에서 양파를 파는 어는 노인과 나누었다는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미국인이 노인에게 가격을 물었다. 10센트라고 대답하자, 미국인은 좌판에 있는 양파를 모두 사면 얼마에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한 노인의 대답은 뜻밖에도 한꺼번에 양파를 모두 팔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를 묻자 노인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양파만 팔려고 나와 있는 것이 아니라오. 나는 지금 인생을 살러 여기 나와 있는 거요. 난 이 시장을 사랑하오. 북적대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햇빛을 사랑하고, 흔들리는 종려나무를 사랑하오. 친구들이 다가와 인사를 건네고, 자기 아이들, 농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사랑한다오. 그것이 내 삶이오. 바로 그것을 위해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양파 스무 줄을 파는 거요. 그런데 한꺼번에 몽땅 다 팔면 돈은 벌겠지만 그걸로 내 하루는 끝이오. 사랑하는 내 삶을 잃어버리는 것이요. 그렇게는 할 수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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