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룰스 - 의식의 등장에서 생각의 실현까지
존 메디나 지음, 정재승 감수 / 프런티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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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은 필연 교육과 관련이 깊다. 성적 향상을 위한 개인적인 비법을 소개하는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 같은 종류의 책 100권 보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보는 게 휠씬 낫다.  

 

 

<마음에 든 구절>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하루에 20킬로미터 정도를 걸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자. 이것은 올림픽 경기에 참가할 수 있을 정도의 신체 덕분에 우리 두뇌가 진화를 거듭해 왔다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의 몸은 사무실이나 교실에서 하루 8시간이 넘게 앉아 있는데 익숙하지 않았다. 지금과 같은 몸으로 세렝게티 초원에 8시간 동안, 아니 8분만 앉아 있어보라. 곧장 다른 포식동물한테 먹혀버릴 것이다. 우리는 몇 백만 년에 걸쳐 지금과 같이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에 적응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되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움직이지 않는 생활 습관을 버리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학교나 직장에서 앉은 채로 보내는 일과시간에 운동 시간을 끼워넣는다고 해서 우리가 더 똑똑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정상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시험 점수로 학생들의 능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많은 학교들이 체육 수업과 휴식시간을 줄이고 있다. 신체활동이 인지능력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주는지 생각할 대, 이는 말도 안 되는 조처다. (생략) 시험 점수를 더 잘 받으려고 신체적 운동, 즉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행동을 줄이는 것은 굶으면서 살찌려는 것과 마찬가지다. 교과과정에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루에 두 번 정도 배치하면 어떻게 될까? 한 실험에서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진단한 뒤, 날마다 아침에는 20~30분씩 유산소 운동을, 오후에는 20~30분씩 근력 강화 운동을 하게 했다. 일주일에 두세 번만 그렇게 해야 아이들 대다수가 효과를 보았다. 그렇다면 여러 가지 다른 변화들도 시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예를 들면, 아이들이 입는 교복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루 종일 활동하기 편하게 체육복 같은 것을 교복으로 삼는다면 환상적이지 않을까?


교육의 질은 상당 부분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비즈니스의 성공도 어느 정도 직원과 고용주의 관계에 달려 있을지 모른다. (생략) 교사나 상사 앞에서 지나치게 긴장하는 사람은 공부나 일을 제대로 못 해내기 십상이다.


지금의 학교 제도는 특정 나이에 특정 학습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기대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두뇌가 그런 기대에 신경 쓰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실제로 나이가 같은 학생들의 지적 능력은 대단히 다양하다. (생략)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학급 규모는 작게, 더 작게 (생략) 교수법은 가능한 한 맞춤으로


“선생들 대부분은 학생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지식을 채워주려고 하지. 그 끔찍한 영화에 나오는 농부들처럼 말이야 (영화 ‘몬도가네’에서 농부들이 푸아그라를 만들기 위해 거위들에게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장면을 두고 저자의 어머니가 한 말)” (생략) 대학에 들어간 뒤 나는 어머니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교수가 되어 동료 교수들과 함께 일을 해 보니, 그런 습관을 가까이서 볼 수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무엇일까? 정보와 정보를 연결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은 채 너무 많은 정보를 주는 것이다. 강제로 잔뜻 먹이면서 소화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정보를 듣는 사람의 영양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사람의 학습은 오히려 편의라는 미명하에 희생당하는 것이다.


수면부족은 미국의 기업들에게 해마다 1천억원 이상의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생략) 학생들은 십대를 지나면서 일시적으로 올빼미형에 좀 더 가까워진다는 데이터가 있다. 이런 자료에 따라 일부 학군은 고등학교 수업을 오전 9시 이후에 시작하도록 했다. 타당성 있는 얘기다. (멜라토닌 같은) 수면 호르몬은 십대 시절에 최대치에 이른다. 그 또래 아이들이 특히 아침에 잠을 더 자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우리는 잠을 덜 자는 경향을 보이고, 나이가 들수록 잠이 적게 필요하다는 증거도 있다.  (생략) 낮잠과 비행사의 업무 능력에 관한 연구에서 놀랄 만한 성과를 낸 미 항공우주국 소속 과학자 마크 로즈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단 26분으로 사람들의 업무수행 능력을 34퍼센트나 향상시킬 수 있는 전략이 낮잠 말고 또 있습니까?”


1990년에 우울증으로 인해 미국 기업들이 치른 비용은 530억 달러에 달했다. (생략) 기업들이 스트레스로 인해 드는 돈은 연간 2천억~3천억 달러에 달한다.


내 아들 노아가 세 살이던 해의 어느 날, 아이와 나는 유치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갑자기 아이가 콘크리트 바닥에 반짝이는 자갈 하나가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이는 가던 길 한가운데 멈춰 서서 그것을 잠깐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뭐가 즐거운지 소리내어 웃었다. 곧이어 아이는 바로 옆에 작은 식물이 있는 걸 알아챘다. 작은 잡초가 아스팔트 틈을 뚫고 나와 있었다. 아이는 그 잡초를 가만히 만지더니 또 소리내어 웃었다. 잡초 뒤로 개미들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었다. 아이는 구부리고 앉아서 개미들을 바라 보았다. 개미들은 죽은 벌레 한 마리를 옮기고 있었다. 노아는 신기해하며 박수를 쳤다. 그 밖에는 아이는 먼지 뭉치, 녹슨 못, 반짝이는 기름 자국 등을 이어서 발견했다. 15분이 지났지만 우리는 6미터 정도밖에 나아가지 못했다. 나는 스케줄이 바쁜 어른처럼 아이를 데리고 가려 했다. 그러나 아이에게 스케줄 같은 건 없었다. 결국 나는 멈춰 서서 나의 꼬마 선생님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내가 6미터를 가는 데 15분씩 걸렸던 게 언제 일인지 생각했다. (생략) 내가 온 마음을 다해 가장 위대한 법칙이라고 믿는 것이 있다. 내 아들이 나에게 알려주었듯이, 그것은 호기심의 중요성이다. (생략) 나는 이 꼬마 선생님이 아빠에게 배움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쳐준 그 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이에게 고맙기도 하고,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무려 47년 만에 마침내 나는 거리를 걷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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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 (반양장)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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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학교장이 전 교직원들에게 배포한 책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드디어 다 읽었습니다. 사실 매년 학교 공금 100여만원을 써서 구입한 책들이 제대로 읽히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저는 매번 꼭 읽어서 독후감을 남깁니다.

저자가 카네기라고 해서 미국의 철광왕 카네기인 줄 알았는데 동명이인이네요. 본래 제목은 <HOW TO WIN FRIENDS & INFLUENCE PEOPLE>입니다. ‘친구를 이기는 법,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법’인데 ‘인간관계론’이라고 미화했네요. 예전에는 ‘처세술’이란 제목으로 번역되었지요.

그러나 아무리 ‘인간관계론’이라고 이름을 바꿔 달아도 원래 제목에서 암시하는 바, ‘사람 사이의 관계를 좋게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어떻게 이기고, 설득하는가’가 목표입니다. 따라서 ‘인간관계론’보다는 ‘인간공략법’이 솔직한 번역일 겁니다.

이 책에는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듯,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끄는 방법이란 사실 다루는 방법, 부리는 방법의 미화된 표현입니다. 즉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과 인성이 조화된 평등한 사회가 아니라 기업에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국가에서 지배계급이 피지배계급을 어떻게 통제하는 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100권 구입할 책이 아니라 1권 구입했어야 책입니다. 다수 노동자에겐 필요하기는커녕 유해한 책이기 때문입니다. 그저 사용자 한명에겐 필독서이겠지만요.

<참고 : 이 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서평('바버라 에런라이크 - 긍정의배신'에서)>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법을 다룬 최초의 역작은 1936년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팔리고 있는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의 ‘카네기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다. 기업가 앤드류 카네기와 발음이 같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름(Carnagey)의 철자를 바꾼 카네기는 독자들이 정말로 행복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았다. 제대로 연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웃을 기분이 아니라고?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억지로 웃어라. 혼자 있다면 휘파람을 불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노래를 불러라.” 당신은 긍정적으로 행동하도록 자신을 ‘강제’할 수 있고, 아니면 그렇게 되도록 훈련받으면 된다. “많은 기업이 전화 교환원들에게 관심과 열의를 풍기는 목소리로 응답하도록 훈련시킨다.” 전화 교환원이 정말로 열의를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런 느낌을 ‘풍기면’ 된다. 카네기의 책에서 최고의 성취로 꼽는 것은 진심을 가장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인간관계의 다른 모든 법칙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반드시 진심 어린 것이어야 한다.” 어떻게 진심을 ‘표명’하는 체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관한 설명은 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거의 배우 수준의 연기력이 요구되리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학자 앨리 혹실드는 1980년대에 발표한 유명한 연구에서 항공기 승무원들이 언제나 쾌활하게 승객을 응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이 고갈된다고 밝혔다. “그들은 자기의 진짜 감정을 잃어버립니다.” 혹실드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참고 : 이 책의 핵심 내용>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1. 비난이나 비평, 불평하지 말라.
2.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하라.
3. 다른 사람들의 열렬한 욕구를 불러일으켜라

인간관계를 잘 맺는 6가지 방법
1. 다른 사람들에게 순수한 관심을 기울여라.
2. 미소를 지어라
3. 이름을 잘 기억하라
4. 경청하라
5.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라.
6. 상대방으로 하여금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라. 단, 성실한 태도로 해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1. 논쟁에서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것이다.
2. 상대방의 결해를 존중하라. 결코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지 말라.
3. 잘못을 저질렀다면 즉시 분명한 태도로 그것을 인정하라.
4. 우호적인 태도로 말을 시작하라.
5. 상대방이 당신의 말에 즉각 “네, 네”라고 대답하게 하라.
6. 상대방으로 하여금 많은 이야기를 하게 하라.
7.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아이디어가 바로 자신의 것이라고 느끼게 하라.
8. 상대방의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도록 성실히 노력하라.
9. 상대방의 생각이나 욕구에 공감하라.
10. 보다 고매한 동기에 호소하라.
11. 당신의 생각을 극적으로 표현하라.
12.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켜라.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
1. 칭찬과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
2. 잘못을 간접적으로 알게 하라.
3. 상대방을 비평하기 전에 자신의 잘못을 먼저 인정하라.
4. 직접적으로 명령하지 말고 요청하라.
5. 상대방의 체면을 세워주어라.
6. 아주 작은 진전에도 칭찬을 아끼지 말라. 또한 진전이 있을 때마다 칭찬을 해주어라. 동의는 진심으로 칭찬은 아낌없이 하라.
7. 상대방에게 훌륭한 명성을 갖도록 해주어라.
8. 격려해 주어라. 잘못은 쉽게 고칠 수 있다고 느끼게 하라.
9. 당신이 제안하는 것을 상대방이 기꺼이 하도록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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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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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꿈꾸던 전사가 13년 감옥 생활을 통해 생태운동가로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은 교육, 노동 운동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 지향은 자연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던 중, 이 책에서 많은 부분 공감을 했다.

 

<인상 깊은 구절>

세상 만물이 다 그렇겠지만 식물이 자라고 영그는 데는 다 때가 있다는 것이지. 요놈이 본 줄기 양쪽에 코딱지만 한 눈을 처음 틔웠을 땐 저놈이 언제나 자랄까 하고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실제로 그 싹은 2개월이 되도록 별로 자라지 않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7월이 되면서 겁나게 자라기 시작하는데, 자고 일어나 보면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더러 아무리 공부해라 뭐해라 하고 부모가 야단을 친들, 때가 아니 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언젠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힘을 기다려 인내하고 있어야지, 조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아야 ‘치맛바람’밖에 더 되겠니? 또 그 억지야말로 아이를 죽이는 횡포가 아니고 무엇일까?


맛이란 것은 음식 자체에서라기보다 허기와 정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배가 고프고, 음식을 만드는 정성과 먹는 정성이 합쳐지면 어떤 음식이라도 마이 있을 거라는 거지. 그러고 보면 젊은 시절 내가 집에 있을 적에 왜 그리 밥을 먹기 싫어했는지 이해가 간다. 먹을 것 귀한 줄 모르고 마음이 닫혀 있으면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예전엔 일 년에 두 번 운동회 준비하고 행사 치르다보면 한 해가 갔지. 공장 단위로 점수를 매겨 상을 주는데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각 공장 반장들은 신입이 들어오면 우수한 운동선수를 먼저 빼가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지. 운동회 즈음해서는 연습이다 예선이다 해서 공장 작업에 차질도 많이 생기고. 운동회가 한 번으로 줄어든 것은 정부에서 수용자의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그리된 것 같아. 실제로 운동회가 줄어든 때부터 수용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기 시작하였고, 또 교도소 근처에 민간 기업에 의한 공장을 세워서 수용자들을 통근 시켜 일하게 만들었으니깐


35만여 종의 식물 중에서 인간이 재배해서 먹고 있는 것은 약 3천 종 가량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35만에서 3천을 빼면 숫자가 어떻게 됩니까? 대략 34만 7천종의 식물들을 모두 잡초라고 없애 버리는 그런 우를 지금 인류가 범하고 있어요. 그것이 어째서 잡초입니까. 그래서 저는 잡초라는 말을 안 씁니다. 대신에 저는 야초(野草)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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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소박한 삶 - 아미쉬로부터 배운다 타산지석 12
임세근 지음 / 리수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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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순종적이고, 폐쇄적이다.

게다가 가부장적이다.

하지만 그 나머지는 대개 귀감이 된다.

다만 라다크처럼 점차 세속화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변질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일 수도...

 

<인상 깊은 구절>

아미쉬 사람들은 거울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용모를 가꾸고 치장을 하는 일을 금하고 있기에 외모를 뽐내기 위한 목적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만의 거울이 있다. 그게 바로 조상들이 흘린 피로 얼룩진 순교자의 거울이요, 일상을 통하여 마음과 정신을 비추고 가다듬는 일깨움의 거울이다.

 

1930년대 시행된 고등학교 과정의 의무교육에 아미쉬 사람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공동체 삶을 영위하는 데 중학교 과정을 넘어선 고등교육은 해가 된다고 판단한 아미쉬 사람들은 자체 교육 프로그램에 의한 학교 운영을 주장했다. 그들은 1971년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자년 교육에 대한 부모의 법적 권리를 얻어내기까지 주 정부로터 피소를 당하고 벌금, 징역 등의 처벌을 감수했다.

 

아미쉬 공동체에는 교회가 없고 돌아가며 교인들 집에서 예배를 보며, 예배당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들은 아미쉬 공동체의 학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교회가 없으니 십자가로 높이 올린 뾰쪽한 종답이 있을 리 없고, 벽이나 천장, 창문 곳곳을 장식한 성화가 있을 리 없다. 은근히 들려오는 예배당의 종소리마저도 아미쉬 마을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신학교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성직자가 없고, 위엄을 갖춘 설교연단도 볼 수 없다. 오르간과 성가대도 없고, 화음에 맞추어 부르는 찬송가도 들리지 않는다. 헌금도 하지 않고 성경 공부를 위한 별도의 모임도 없다. 전도를 하지 않고 선교 활동도 지원하지 않기에 그들의 공동체에는 전도사도 없고 선교사도 없다.

 

목사와 집사는 교회 모임에서 교도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제비뽑기로 선출하며, 기혼자로서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는 교도들을 목사나 집사의 후보로 추천한다.

 

전기 사용의 금지, 자동차 소유의 금지, 컴퓨터, 라디오, tv 소유 금지, 트랙터 사용 금지,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 교육 금지, 법적 소송의 금지, 군복무 금지, 보석 패용 금지

 

아미쉬 공동체의 청소년들은 일반 사회의 청소년들보다 조금 빠른, 16세에 이르러 공동체에서 성인으로 간주되며, 이 나이에 다다른 아미쉬 청소년들은 모두가 짧은 기간 깊은 고민에 빠진다. 아미쉬 교회의 정식 멤버가 되어 일생을 아미쉬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를 떠나 바깥세상으로 나갈 것인가?하는 일생일대의 중차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공동체의 교리나 율법, 관습 등 자신들을 옭아매던 그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든 갈 수 있고, 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아미쉬 교도들에게 일생을 통해 단 한 차례 주어지는 합법적인 탈선의 기회이자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외도를 허락받은 기간이기도 하다...이러한 통과의례를 그들의 언어(독일어 방언)럼스프린가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기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미쉬 마을을 찾은 관광객과 아미쉬 공동체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미쉬 사람은 대화 도중에 관광객에게 아미쉬 가정의 세간 중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하고 물었다...그들의 답은 바로 식탁이었다...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식탁에서 벌어지는 아주 중요한 일, 바로 대화가 거기에 있다.

 

아미쉬 사람들은 부부간에, 또는 부모와 자녀가 긴 시간 떨어져 있는 것은 아미쉬의 전통적인 삶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 세끼의 식사를온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식사 시간에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기도하고 식사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뿐만 아니라 식사 시간 외에도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독서를 하는 등 많은 시간을 식탁 주변에서 보낸다. 손님이 방문했을 때도 그들은 소파보다는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여담을 나누는 것을 즐긴다.

 

아미쉬 공동체에서 연로한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자녀의 몫이자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 아미쉬 노인들은 은퇴 후 자녀 중 한 명에게 집을 물려주고 본채 뒤편에 마련한 초라한 집(dowdy house)’이라고 부르는 조그마한 집에서 자녀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여생을 보낸다. 그래서 미국의 일반 노인들이 은퇴 후에 여생을 보내는 유료 양로원이나 병약한 노인들을 보살피는유로 요양원 같은 복지 시설을 아미쉬 공동체에서 볼 수 없다... 아미쉬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곧 보험이요, 공동체가 재보험이다.

 

학생들에 대한 지도는 협동을 강조하며 개개인이 전날보다 향상되는 것을 학습의 목표로 하되 학생들 간에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우열을 가리는 방법으로 학습 효과를 꾀하지 않는다. 성적표는 1년에 여섯 번 나누어진 학기마다 교사가 작성하여 학부모에게 통보하는데 절대적 평가와 학습 태도 등을 써 보낸다.

 

신혼부부는 결혼 직후부터 몇 주에 걸쳐 가족, 친지, 친구 집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겨우내 이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선물은 ... 결혼식을 마치고 인사차 들은 자리에서 전하는 것이 관례이다 ... 결혼 선물로는 ... 대부분은 새로운 가정을 꾸미는 데 필요한 용품으로 접시, 그릇, 냄비와 팬 등 주방용품과 망치, 스크루드라이버, 렌치 등 연장, 그리고 갈퀴, 삽 등 농기구들이 포함된다. 신혼부부는 겨울 동안, 주로 신부의 부모 집에 머물면서 주택을 마련하고 농기구와 가축을 구입하는 등 새로운 가정을 꾸릴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이듬해 봄에 새로 마련한 자신들의 집으로 이사하여 본격적으로 가정을 꾸려간다. 이렇게 가정을 이룬 아미쉬 부부들은 평생을 함께하며 그 어떠한 사유에서도 이혼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부가 갈라서면 공동체에서 추방을 당한다. 다만 부부가 사별했을 경우에 한하여 재혼은 허용된다.

 

아미쉬 사람들은 가족 단위의 묘지를 별도로 조성하지 않으며, 공동묘지에도 공동체 내에서 장례를 치르는 순서대로 묘지가 정해진다. 이는 공동체 사람들 모두가 한 가족이며 모두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이므로 죽은 자의 유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미쉬 공동체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을 금지하는 이유로 ‘too wordly’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즉 비행기는 너무 세속적이라는 것이다 ...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도 타지 않는다. 자전거마저도 혼자서 공동체 밖으로 빨리, 그리고 멀리 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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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실천 - 대안사회를 일구는 사람들 이야기
서화숙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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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는 몰락하고 협동조합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읽어야 할 책이다.

우리 사회에 있는 여러 공동체와 협동조합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특히 건축협동조합이 눈에 들어 온다.

 

1990년 하월곡동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허병섭 목사가 이 지역 일용노동자들을 모아 만든 ‘일꾼두레’


1992년 봉천동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송경용 신부의 제안으로 일용노동자들이 모여 만든 ‘나누며 섬기는 건설노동자 협동조합(나섬건설)’


1993년 나섬건설과 일꾼두레가 합쳐 만든 ‘나누며 섬기는 일꾼공동체 노동자협동조합 두레(나레건설)'


2000년 “일하는 사람들의 공동 소유, 공동 경영, 공동 노동과 분배정의의 실현을 원칙으로 설립된 노동자 기업으로서 경제정의의 실현과 출생에 의해 차별 받지 않는 기회 균등의 사회를 건설하여 더불어 사는 세상을 확대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둔다”는 조합정관으로 시작한 ‘CNH(Cooperation Nature Human)종합건설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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