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고 소박한 삶 - 아미쉬로부터 배운다 타산지석 12
임세근 지음 / 리수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지나치게 순종적이고, 폐쇄적이다.

게다가 가부장적이다.

하지만 그 나머지는 대개 귀감이 된다.

다만 라다크처럼 점차 세속화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니 어쩌면 변질되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일 수도...

 

<인상 깊은 구절>

아미쉬 사람들은 거울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 용모를 가꾸고 치장을 하는 일을 금하고 있기에 외모를 뽐내기 위한 목적으로 거울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만의 거울이 있다. 그게 바로 조상들이 흘린 피로 얼룩진 순교자의 거울이요, 일상을 통하여 마음과 정신을 비추고 가다듬는 일깨움의 거울이다.

 

1930년대 시행된 고등학교 과정의 의무교육에 아미쉬 사람들은 반대하고 나섰다. 공동체 삶을 영위하는 데 중학교 과정을 넘어선 고등교육은 해가 된다고 판단한 아미쉬 사람들은 자체 교육 프로그램에 의한 학교 운영을 주장했다. 그들은 1971년 연방 대법원으로부터 자년 교육에 대한 부모의 법적 권리를 얻어내기까지 주 정부로터 피소를 당하고 벌금, 징역 등의 처벌을 감수했다.

 

아미쉬 공동체에는 교회가 없고 돌아가며 교인들 집에서 예배를 보며, 예배당처럼 보이는 작은 건물들은 아미쉬 공동체의 학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교회가 없으니 십자가로 높이 올린 뾰쪽한 종답이 있을 리 없고, 벽이나 천장, 창문 곳곳을 장식한 성화가 있을 리 없다. 은근히 들려오는 예배당의 종소리마저도 아미쉬 마을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신학교에서 전문 교육을 받은 성직자가 없고, 위엄을 갖춘 설교연단도 볼 수 없다. 오르간과 성가대도 없고, 화음에 맞추어 부르는 찬송가도 들리지 않는다. 헌금도 하지 않고 성경 공부를 위한 별도의 모임도 없다. 전도를 하지 않고 선교 활동도 지원하지 않기에 그들의 공동체에는 전도사도 없고 선교사도 없다.

 

목사와 집사는 교회 모임에서 교도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제비뽑기로 선출하며, 기혼자로서 모범적인 가정을 이루고 있는 교도들을 목사나 집사의 후보로 추천한다.

 

전기 사용의 금지, 자동차 소유의 금지, 컴퓨터, 라디오, tv 소유 금지, 트랙터 사용 금지, 고등학교 이상의 학교 교육 금지, 법적 소송의 금지, 군복무 금지, 보석 패용 금지

 

아미쉬 공동체의 청소년들은 일반 사회의 청소년들보다 조금 빠른, 16세에 이르러 공동체에서 성인으로 간주되며, 이 나이에 다다른 아미쉬 청소년들은 모두가 짧은 기간 깊은 고민에 빠진다. 아미쉬 교회의 정식 멤버가 되어 일생을 아미쉬로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공동체를 떠나 바깥세상으로 나갈 것인가?하는 일생일대의 중차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공동체의 교리나 율법, 관습 등 자신들을 옭아매던 그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어디든 갈 수 있고, 또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아미쉬 교도들에게 일생을 통해 단 한 차례 주어지는 합법적인 탈선의 기회이자 자신의 뜻에 따라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외도를 허락받은 기간이기도 하다...이러한 통과의례를 그들의 언어(독일어 방언)럼스프린가라고 부르는데, 여기에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기간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미쉬 마을을 찾은 관광객과 아미쉬 공동체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미쉬 사람은 대화 도중에 관광객에게 아미쉬 가정의 세간 중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아시나요?”하고 물었다...그들의 답은 바로 식탁이었다...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식탁에서 벌어지는 아주 중요한 일, 바로 대화가 거기에 있다.

 

아미쉬 사람들은 부부간에, 또는 부모와 자녀가 긴 시간 떨어져 있는 것은 아미쉬의 전통적인 삶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들은 하루 세끼의 식사를온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식사 시간에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기도하고 식사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눈다. 뿐만 아니라 식사 시간 외에도 식탁에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독서를 하는 등 많은 시간을 식탁 주변에서 보낸다. 손님이 방문했을 때도 그들은 소파보다는 식탁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여담을 나누는 것을 즐긴다.

 

아미쉬 공동체에서 연로한 부모를 부양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자녀의 몫이자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 아미쉬 노인들은 은퇴 후 자녀 중 한 명에게 집을 물려주고 본채 뒤편에 마련한 초라한 집(dowdy house)’이라고 부르는 조그마한 집에서 자녀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여생을 보낸다. 그래서 미국의 일반 노인들이 은퇴 후에 여생을 보내는 유료 양로원이나 병약한 노인들을 보살피는유로 요양원 같은 복지 시설을 아미쉬 공동체에서 볼 수 없다... 아미쉬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곧 보험이요, 공동체가 재보험이다.

 

학생들에 대한 지도는 협동을 강조하며 개개인이 전날보다 향상되는 것을 학습의 목표로 하되 학생들 간에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거나 우열을 가리는 방법으로 학습 효과를 꾀하지 않는다. 성적표는 1년에 여섯 번 나누어진 학기마다 교사가 작성하여 학부모에게 통보하는데 절대적 평가와 학습 태도 등을 써 보낸다.

 

신혼부부는 결혼 직후부터 몇 주에 걸쳐 가족, 친지, 친구 집을 방문할 계획을 세우고, 겨우내 이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신혼여행을 대신한다. 신혼부부를 위한 선물은 ... 결혼식을 마치고 인사차 들은 자리에서 전하는 것이 관례이다 ... 결혼 선물로는 ... 대부분은 새로운 가정을 꾸미는 데 필요한 용품으로 접시, 그릇, 냄비와 팬 등 주방용품과 망치, 스크루드라이버, 렌치 등 연장, 그리고 갈퀴, 삽 등 농기구들이 포함된다. 신혼부부는 겨울 동안, 주로 신부의 부모 집에 머물면서 주택을 마련하고 농기구와 가축을 구입하는 등 새로운 가정을 꾸릴 준비를 한다. 그리고 이듬해 봄에 새로 마련한 자신들의 집으로 이사하여 본격적으로 가정을 꾸려간다. 이렇게 가정을 이룬 아미쉬 부부들은 평생을 함께하며 그 어떠한 사유에서도 이혼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부부가 갈라서면 공동체에서 추방을 당한다. 다만 부부가 사별했을 경우에 한하여 재혼은 허용된다.

 

아미쉬 사람들은 가족 단위의 묘지를 별도로 조성하지 않으며, 공동묘지에도 공동체 내에서 장례를 치르는 순서대로 묘지가 정해진다. 이는 공동체 사람들 모두가 한 가족이며 모두가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날 것이므로 죽은 자의 유해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미쉬 공동체 사람들이 비행기 탑승을 금지하는 이유로 ‘too wordly’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즉 비행기는 너무 세속적이라는 것이다 ... 오토바이는 물론 자전거도 타지 않는다. 자전거마저도 혼자서 공동체 밖으로 빨리, 그리고 멀리 갈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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