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혁명을 꿈꾸던 전사가 13년 감옥 생활을 통해 생태운동가로 변화하게 되는 과정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은 교육, 노동 운동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 지향은 자연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던 중, 이 책에서 많은 부분 공감을 했다.

 

<인상 깊은 구절>

세상 만물이 다 그렇겠지만 식물이 자라고 영그는 데는 다 때가 있다는 것이지. 요놈이 본 줄기 양쪽에 코딱지만 한 눈을 처음 틔웠을 땐 저놈이 언제나 자랄까 하고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실제로 그 싹은 2개월이 되도록 별로 자라지 않는 것 같았어. 그러다가 기온이 25도를 웃도는 7월이 되면서 겁나게 자라기 시작하는데, 자고 일어나 보면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우리네 사람도 그렇지 않은가 싶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더러 아무리 공부해라 뭐해라 하고 부모가 야단을 친들, 때가 아니 되면 아무 소용이 없어. 아이가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언젠가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힘을 기다려 인내하고 있어야지, 조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뛰어다녀 보아야 ‘치맛바람’밖에 더 되겠니? 또 그 억지야말로 아이를 죽이는 횡포가 아니고 무엇일까?


맛이란 것은 음식 자체에서라기보다 허기와 정성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배가 고프고, 음식을 만드는 정성과 먹는 정성이 합쳐지면 어떤 음식이라도 마이 있을 거라는 거지. 그러고 보면 젊은 시절 내가 집에 있을 적에 왜 그리 밥을 먹기 싫어했는지 이해가 간다. 먹을 것 귀한 줄 모르고 마음이 닫혀 있으면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법이다.


예전엔 일 년에 두 번 운동회 준비하고 행사 치르다보면 한 해가 갔지. 공장 단위로 점수를 매겨 상을 주는데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각 공장 반장들은 신입이 들어오면 우수한 운동선수를 먼저 빼가려고 갖은 노력을 다 하지. 운동회 즈음해서는 연습이다 예선이다 해서 공장 작업에 차질도 많이 생기고. 운동회가 한 번으로 줄어든 것은 정부에서 수용자의 노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그리된 것 같아. 실제로 운동회가 줄어든 때부터 수용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기 시작하였고, 또 교도소 근처에 민간 기업에 의한 공장을 세워서 수용자들을 통근 시켜 일하게 만들었으니깐


35만여 종의 식물 중에서 인간이 재배해서 먹고 있는 것은 약 3천 종 가량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35만에서 3천을 빼면 숫자가 어떻게 됩니까? 대략 34만 7천종의 식물들을 모두 잡초라고 없애 버리는 그런 우를 지금 인류가 범하고 있어요. 그것이 어째서 잡초입니까. 그래서 저는 잡초라는 말을 안 씁니다. 대신에 저는 야초(野草)라는 말을 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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