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아직도 부자를 꿈꾸는가 - 우리 시대 부모들을 위한 교양 강좌
심상정 엮음 / 양철북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외고 서울대 재벌 다 없애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 만들자면서 정작 자신의 자녀는 일류대 나와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재벌기업에 취직하기를 바라는 게 우리 모습은 아닐까. 삼성전자는 밉지만 갤럭시는 갖고 싶고 사회는 평등해져야 하지만 우리 가족만은 아주 약간 특별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모 경제지의 논설 결론 부분이다. 그러나 누구나 남보다 잘먹고 잘사는 걸 욕망하지만 그걸 절제하는 게 사회성이고 도덕성이고 준법성이지 않을까? 욕망이 탐욕되지 않게 욕망을 다스리는 방법을 이 책에서 배우자.

 

<밑줄 쫙>

 

대한민국 정부가 쓸 수 있는 예산 중에 정부가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이 한 10조 조금 넘습니다. 대기업의 금고 안에는 56조가 들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보다 대기업이 훨씬 더 자원이 많아요. 그러면 대한민국 정부가 인적 자원과 재산을 정부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대기업을 밀어주고 후원하고 대기업의 성장에 올인 하는 게 맞을까요, 정부보다 인적 자원이 열악하고 인프라도 열악하고 돈도 없는 쪽을 도와주는 게 맞을까요? - 박경철 

 

존 론스가 쓴 <정의론>이란 책이 있는데, 이 책의 핵심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는 말이 있어요. 바로 '무지의 베일'입니다. 내가 앞으로 어떤 상태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해보라, 그런 상태에서 고르는 게 사실은 가장 정의로운 것이다, 라는 의미입니다. 가령 내가 부잣집 아들이면 다른 사람한테 돈을 주는 데 반대하겠죠. 왜냐면 내가 낸 세금으로 줄 테니까, 그러니까 내가 제일 나쁜 상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할 때, 최소한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게 바로 정의다, 라는 것이 롤스의 최적차등의 원칙입니다.

 

민간에게 맡기면 분명히 좋은 서비스가 생깁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에 대한 서비스는 없어집니다. - 정태일

 

독일의 고등학교 국어 시험문제를 본 적이 있어요. 독일에는 문학 교과서가 없습니다. 사실 문학 과목은 교과서가 필요없거든요. 교실에서 소설이랑 시를 같이 읽어요. 소설에 주인공인 A가 나오고 A의 친구 B가 나와요. 시험문제가 어떻게 나오냐면 그 소설의 배경보다 5년 정도 지났다고 가정하고, 네가 B의 입장에서 A에게 편지를 써라. 이게 독후감 숙제가 아니고 시험이에요.

 

예전의 학력고사가 고도로 지식의 소유 여부를 검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수능은 그래도 역량을 검증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어느 정도 이동한 거예요. 완전히 이동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이동한 거예요. 장기적으로 한 번 더 바뀔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다면 분명히 논술형으로 가요. 유럽의 대학은 이미 다 논술형이에요. 미국이 SAT라는 객관식 시험을 보는데 요즘 미국에서 SAT를 논술형으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어요. 

 

우리는 개인 간에 경쟁을 시켜야 조직의 역량이 커진다고 생각을 해요. 만약 그 말이 맞는 말이라면 회사 사장이 사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해면 돼요. "여러분, 일을 하다가 옆에 있는 동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모른 척하세요. 내가 잘났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하란 말이에요." 정신 나간 사장이죠. 사장님은 동료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도와주고, 다른 부서하고도 협조하라고 말해요. 경쟁은 다른 회사와 해야 되잖아요. 내부 경쟁은 상당히 체계적으로 통제됩니다. 경쟁을 가장 많이 통제하는 곳이 가정이죠. 기업 조직에서 본격적으로 경쟁이 존재하는 부서는 영업부서밖에 없어요. 다른 부서에서 경쟁하겠습니까?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에서 그렇게 할까요? 새로운 중형 승용차를 개발해야 되는데 A팀도 개발해라, B팀도 개발해라, 경쟁해서 누가 누가 잘하나 보자. 이런 회사는 하나도 없어요. 개발팀은 다 한 팀이에요. 그러니까 기업과 같은 조직의 경쟁력에 있어서 중요한 핵심은 협동 능력이제요. 서양에서 상대평가를 안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 때문이에요.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 중에서 학교 성적표에 등수가 나오는 나라는 딱 한 나라 있어요. 일본입니다. - 이범

 

모 대학 의대에 다니는 한 아이는 원래 다른 거 하고 싶었는데 부모가 하도 의대, 의대 해서 의사 자격증 따서 엄마, 아빠한테 의사 자격증 보여주며 "이제 됐지?"라고 한마디 하고, 부모가 사 준 건 연필 한 자루 안 가져가고 옷도 다 벗어 놓고 부모의 흔적을 다 버리고 나갔어요. 어디로 갔는지 모르죠.

 

예전에는 귀가 시간 때문에 부모들의 재촉을 받았죠. 그런데 지금 애들에게 새벽 1~2시는 가뿐하게 넘어주는 시간이죠. 어떻게 그러냐고요? 중고등학교 때부터 늦게까지 밖에 머무는 것이 몸에 익은 거예요. - 나임윤경

 

모든 생명체는 자율성이 본질입니다. 어느 순간까지는 제멋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하게 용납해야 하거든요. 우리가 길섶에서 보는 강아지풀이나 사람 발에 밟히는 질경이한테 언제 너 싹 틔워라, 언제 너 꽃 피워야 한다, 언제 너 열매 맺어야 한다, 그러지 않잖아요. 그런 간섭받고 꽃필 때 정하고 열매 맺을 때 정하는 거 아니거든요. 저절로 자연스럽게, 그 말이 바로 자연이죠. 저절로 그렇게 살아서 꽃피고 열매 맺거든요. 사람 새끼는 다른 짐승의 새끼나 식물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율성이 주어져야 온전한 생명체 구실을 하게 됩니다. - 윤구병

 

2차 세계 대전 이후에, 그러니까 20세기를 통틀어서 세계 인구의 10분의 1이 전쟁으로 사망합니다. 문화와 물질적 수준이 발전한 시대에 왜 이토록 엄청난 살육이 일어날가요? 안 보고 죽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겁니다. 만약 칼로 싸우면 여러분들은 몇 사람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얼굴 쳐다보고 전쟁하면 몇 사람 못 죽인다고 합니다. - 신영복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3-03-21 1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4권 세트) -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의 예리한 질문과 놀라운 답변들 휴머니스트 교양을 읽는다 2
최병권 외 엮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비매품 책이다. <**의 교양을 읽는다>, <**의 고전을 읽는다> 시리즈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소책자인데 은근히 읽을 만하다. (비매품은 리뷰를 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관련 책의 리뷰로 남긴다)

 

 

<남기고 싶은 구절>

 

초등학교 시절부터 체계화된 독서와 발표 수업은 프랑스 학생들의 인생에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이 분명하다. 프랑스 초등학교에서 실시되는 독서 학습가운데 특히 인상적인 것은 교실 한구석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도서관과 독서카드 시스템이었다. 독서카드란 학교 수업시간이나 집에서 읽은 모든 책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카드를 작성하는 것으로, 만화책에서 과학 전문 서적까지 책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학생들이 집에서 읽은 책을 가져와서 학교 도서관에 전시하게 함으로써 독서를 유도하고 책을 서로 교환해서 읽을 기회를 만들기도 했는데, 항상 책을 가까이에 둠으로써 독서 취미를 길러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생략) 중고등학교 불어 수업은 교과서가 아닌 문학책들을 돌려가며 읽고 그 내용을 요약한 후 분석하는 것이 주가 되었다.

 

모든 과목의 평가가 논술로 이루어지는 프랑스에서는 어떤 학생도 교사의 평가에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 성적이 대학 입시와 직결되어 있는 터라 학생과 학부모 모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나는 프랑스 교사에 대한 절대적인 신임에 매우 놀라고 부러웠다. A4 용지 네댓 장에 이르는 과제물을 제출하면 문장과 표현 하나하나를 교정해주고, 내용이 불충분하다 싶으면 참고 도서를 추천해 주면서 칭찬과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프랑스 선생님들의 모습이 지금 교육 현장에 있는 나로서는 놀라울 뿐이다.

 

지성과 문화만큼 그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창의성과 독창성이다. 프랑스 국민들을 획일성을 무척 싫어한다. 프랑스에는 교복이 없다. (생략) 프랑스 사람들은 분홍색 스웨터를 입은 중년 남자의 패션을 칭찬하고 권위나 획일화를 따르는 것을 조롱한다. (생략) 프랑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칭찬은 무엇일까? 그것은 놀랍게도 흥미롭다라는 말이다. 어떤 면에선 뛰어나다’, ‘우수하다보다 독창적이다라는 지적을 더 선호하기에 글쓰기에서도 획일성을 거부한 다양한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유대인의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어떤 대답을 했는가를 묻지 않고 어떤 질문을 했는가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 프랑스의 아이들도 어떻게를 항상 입에 달고 다닌다. (생략) 우리나라의 유교문화에서는 순종적인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개인의 자발성은 무시되었다. 스스로 공부하는 법, 모르는 것은 반드시 질문하는 것, 계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것 등 기본적인 학습 능력들이 암기식 교육에 의해 사장되어왔다.

 

- 최영주 <프랑스 글쓰기 교육에서 배운다> <<무엇을 읽고 어떻게 쓸 것인가>> 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정일의 독서일기 범우 한국 문예 신서 79
장정일 지음 / 범우사 / 199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멋진 서문이 인상적이다. 다만 저자가 젊을 때 쓴 글들이어서 그런지 불편한 내용이 많다. 뭐 그게 또 개성이긴 하지만...여하튼 요즘 나온 장정일 독서일기류는 좀더 편해졌다. 그럼 몰개성인가? ㅋㅋ

 

< 남기고 싶은 구절>

 

어린시절의 내 꿈은 이런 것이었다. 동사무소의 하급 공무원이나 하면서 아침 아홉시에 출근하고 오후 다섯시에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발 씻고 침대에 드러누워 새벽 두시까지 책을 읽는 것. (생략) 내가 읽지 않은 책은 이 세상에 없는 책이다. 예를 들어 내가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는 내가 읽어보지 못했으므로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톨스토이도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그 책을 읽어야 한다. 내가 한 권의 낯선 책을 읽는 행위는 곧 한 권의 새로운 책을 쓰는 일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가 읽는 모든 책의 양부가 되고 의사 저자가 된다. 막연하게나마 어린시절부터 지극한 마음으로 꿈꾼 것이 바로 이것이다. 정선해서 골라 든 책을 안고 침대에 폭 파묻혀, 밑줄을 긋거나 느낌표 또는 물음표를 치면서 나 아닌 타자의 동일성에 간섭하고 침잠하는 일. 한 권의 책 읽기가 끝나면 뒷장에 내 나름의 ‘저자 후기’를 주서하는 일. 나는 이런 ‘행복한 저자’가 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휴식 - 행복의 중심
울리히 슈나벨 지음, 김희상 옮김 / 걷는나무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기 전에 히르슈하우젠의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두 저자 모두 독일인이다. 행복과 휴식이란 게 독일에서 읽힌단 얘기는 독일도 우리 만큼이나 피로한 사회인가보다. 그러고 보니 <피로사회>란 책도 있구나. ㅋㅋ

 

 

<남기고 싶은 구절>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몸의 긴장을 풀고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은 채 스르르 잠을 청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었다.


잠이 몸의 피로를 회복시켜줄 뿐만 아니라 학습효과도 끌어 올린다는 점은 얀 보른도 확신한다. 바로 그래서 그는 다른 많은 수면 연구가들과 마찬가지로, 특히 어린아이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테면 아침 8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것보다 한 시간 늦춰 9시에 첫 수업을 갖는 게 휠씬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학습효과가 지지부진해서 걱정인 사람이라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떠올리기 바란다.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늦잠꾸러기였다.


조그만 항구 도시에 사는 가난한 어부가 자신의 보트에 누워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 그때 이곳으로 휴가를 온 사업가가 아름다운 풍광을 담으려고 사진을 찍다가 어부를 깨웠다. 두 사람은 고기잡이 근황과 이 지역의 노동관을 주제로 이런저런 정담을 나누었다. 가난한 어부가 하루에 단 한 차례만 출어를 하고 남은 시간은 빈둥거리며 쉰다는 이야기를 들은 부자는 그 사업가적 야심이 근질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두 번, 세 번 출어를 하지 않는 겁니까? 그럼 곱절 아니 세 배로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는데요.” 어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대체 그렇게 일해서 무슨 소용인지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바심이 난 사업가는 어부에게 일장훈계를 했다. “그럼 늦어도 1년 뒤에 당신은 모터보트를 살 수 있을 거요. 2년 뒤에는 보트가 두 척으로 늘어나겠죠. 3년이나 4년 뒤에는 아마도 작은 어선을 누릴 수 있을 거요. 두 척의 보트와 한 척의 어선이면 당연히 훨씬 더 많은 고기를 잡을 수 있겠죠.” 워낙 열을 올리며 이야기 하는 통에 부자의 목소리를 꺽꺽 막혔다. “그럼 작은 냉동 창고를 지을 수 있을 거요. 잘만 하면 훈제 생선 공장과 커다란 생선 처리 공장까지 마련할 수도 있어요. 그럼 자가용 헬리콥터를 타고 날아다니며 어디에 물고기 떼가 있는지 알아내 무선으로 어선에 지시를 내리는 거죠.” 신이 나서 떠드는 부자의 얼굴을 물끄러민 바라보던 어부는 그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 다음에는?” 부자는 여전히 열띤 얼굴로 주워섬겼다. “그런 다음에는 여기 이 항구에 편안하게 앉아 햇살 아래 달콤한 낮잠을 즐기는 거요. 저 멋진 바다를 감상하면서!” 어부는 피식 웃었다. “내가 지금 바로 그러고 있잖소.” - 하인리히 뵐


그들은 휴식을 일하는 데 필요한 힘을 회복하는 수단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거꾸로 이들은 휴식이라는 인생의 진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먹고 사는 데 피할 수 없는 최소한의 일만 하려고 했다.


세상의 모든 불행은 홀로 조용하게 자신의 방에 앉아 있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 블레즈 파스칼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안을 허락하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어갈 용기를 주시며,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할 지혜를 내려주소서 - 니부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긍정의 배신 - 긍정적 사고는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시리즈
바버라 에런라이크 지음, 전미영 옮김 / 부키 / 201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엘 오스틴의 <긍정의 힘>을 보기 좋게 비틀어 버린 책이다. <시크릿>에 감동한 사람들에게도 불편한 진실을 일깨워준다. 단, 노예처럼 살아도 살기만 하면 좋다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안 읽히는 게 좋겠다. 괜히 마음만 상할테니까.

 

<좋은 구절>

미국이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위대한 나라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분명히 군사적으로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이다. 하지만 다른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 기록한 점수는 형편없으며, 2007년 시작된 경기 침체 이전에도 그랬다. 미국 어린이들은 다른 선진국 어린이들에 비해 수학이나 지리 같은 기본 과목에서 뒤처져 있다. 또 유아 사망률이 더 높고, 아이들이 가난 속에서 성장하는 비율도 높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인하다시피 미국의 의료 서비스는 파탄했고, 의료 기반 시설은 붕괴하고 있다. 과학 및 기술 분야에서도 우위를 빼앗겨 많은 기업이 연구개발사업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미국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분야를 보면 자부심은커녕 당황스러울 뿐이다. 미국은 수감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고, 부와 소득의 불평등 수준도 세계 최고다. 또 총기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개인 부채에 짓눌려 있다.


긍정적으로 행동하는 법을 다룬 최초의 역작은 1936년 출판된 이후 지금까지 팔리고 있는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의 ‘카네기 인간관계론(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이다. 기업가 앤드류 카네기와 발음이 같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름(Carnagey)의 철자를 바꾼 카네기는 독자들이 정말로 행복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았다. 제대로 연기만 하면 다른 사람들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였다. “웃을 기분이 아니라고?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우선 억지로 웃어라. 혼자 있다면 휘파람을 불거나 콧노래를 흥얼거리거나 노래를 불러라.” 당신은 긍정적으로 행동하도록 자신을 ‘강제’할 수 있고, 아니면 그렇게 되도록 훈련받으면 된다. “많은 기업이 전화 교환원들에게 관심과 열의를 풍기는 목소리로 응답하도록 훈련시킨다.” 전화 교환원이 정말로 열의를 느낄 필요는 없다. 그런 느낌을 ‘풍기면’ 된다. 카네기의 책에서 최고의 성취로 꼽는 것은 진심을 가장하는 방법을 배우는 일이다. “인간관계의 다른 모든 법칙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반드시 진심 어린 것이어야 한다.” 어떻게 진심을 ‘표명’하는 체할 수 있을까? 이 부분에 관한 설명은 책에 나와 있지 않지만, 거의 배우 수준의 연기력이 요구되리란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사회학자 앨리 혹실드는 1980년대에 발표한 유명한 연구에서 항공기 승무원들이 언제나 쾌활하게 승객을 응대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감정이 고갈된다고 밝혔다. “그들은 자기의 진짜 감정을 잃어버립니다.” 혹실드는 나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긍정적 사고는 고용주의 손에 의해 19세기 주창자들이 짐작도 하지 못했을 용도로 바뀌었다. 떨치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라는 권고가 아니라 직장에서의 통제를 위한 수단, 더 높은 실적을 내라고 들들 볶는 자극제가 되었다. 노먼 빈센트 필의 「적극적 사고방식」을 낸 출판사는 1950년대에 일찌감치 기업 시장으로 눈을 돌려 “기업 임원 여러분, 이 책을 직원들에게 주십시오. 커다란 이익을 낼 것입니다”라는 광고를 냈다. 광고는 영업사원이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이 파는 상품과 자기가 속한 조직에 새로운 신뢰를 갖게 될 것이며, 내근 직원들의 효율성도 높아져 퇴근 시간만 기다리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동기 유발이 채찍으로 사용되면서 긍정적 사고는 순응적인 직원의 품질 보증서가 되었고, 1980년대 이후 다운사이징 국면에서 고용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채찍을 쥔 손에는 더욱 힘이 들어갔다.


정리 해고는 기업을 강하게 했을까, 약하게 했을까? 1990년대 미국경영자협회에서 조사한 결과 정리 해고가 생산성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리 해고를 하면 분명히,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른다. 주식회사 미국의 새로운 ‘비즈니스 영성’의 핵심에 만약 신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 신의 이름은 시바(Shiva), 파괴의 신이다.


부정적 인식에서 벗어나 현실을 기껍게 받아들이고 아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기어이 해고된 노동자들과 과로에 시달리며 아직 버티고 있는 직원들에게 주는 최대의 선물, 곧 긍정적인 사고다.


급격히 성장하는 분야인 경제 자기계발서들도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다운사이징에 적응하도록 일조한다. 다운사이징 선전의 고전인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1000만 부가 팔렸는데 기업에서 뭉텅이로 사서 직원들에게 나눠 준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는 책을 읽기 싫어하는 독자의 손에 들어갈 가능성을 염두에 둔 듯 94쪽밖에 안되는 얇은 두께에 활자도 큼지막하고, 어린이용 책에 적합한 우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미로 속에서 치즈를 먹으며 사는 두 사람 헴(Hem)과 허(Haw)가(이 둘은 심사숙고하는 인간의 속성을 대표한다) 어느 날 치즈가 늘 있던 곳으로 가 보았더니 치즈가 사라지고 없다. 이 작은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불평하고 화를 내느라 시간을 허비한다. 한편 미로 속에는 쥐 두 마리가 있었는데 쥐들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치즈가 있는 다른 곳을 찾아 달려간다. 인간들과 달리 쥐들은 단순한 삶을 산다. “그들은 지나치게 분석하지 않고, 일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마침내 작은 사람들도 ‘새로운’ 치즈에 적응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쥐들에게서 배운다. 허는 끌어당김의 법칙(「시크릿」 참고)에 해당하는 방법을 써서 치즈를 찾는다. 그는 우선 마음 속에 그림을 그린다. “아주 생생하고 상세하게, 체다 치즈부터 브리 치즈까지 좋아하는 치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그 한가운데 자기가 앉아 있는 모습을”. 옛 치즈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대신 허는 변화가 더 나은 것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그리고 곳 ‘맛있는’ 새 치즈를 먹게 된다. 이것이 정리 해고 희생자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지나치게 분석하고 불평하는 인간의 위험천만한 속성을 극복하고 쥐처럼 살아야 한다는 것, 직장에서 쫓겨나면 조용히 입 다물고 나와서 다른 일자리를 찾아 재빨리 돌아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오스틴(「긍정의 힘」 저자)의 세계에서는 하느님마저 지지자의 역할을 할 뿐 필수적인 존재가 결코 아니다. 신비와 경외감은 사라지고 없다. 하느님의 존재는 집사장 내지 개인적 조력자로 격하되었다. 하느님은 나의 속도위반 딱지를 해결해 주고, 식당에서는 좋은 자리를 찾아 주고, 내가 책 계약을 딸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런 사소한 과업을 위해 하느님한테 기원하는 것을 보면 필요 이상으로 공손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든다. 우리의 마음이 자석처럼 움직여 시각화한 모든 것을 끌어당긴다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일단 받아들이면 인간이야말로 전능한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긍정적’이라는 단어와 ‘좋은’이라는 단어를 거의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 이런 도덕 체계에서는 항상 밝은 면을 보고, 늘 태도를 고쳐 나가고, 인식을 교정하지 않으면 어두운 사람으로 규정되어 버린다. 그렇지만 긍정적 사고의 대안이 절망은 아니다. 실제로 부정적 사고는 긍정적인 사고만큼이나 망상이 될 수 있다. 우울한 사람들은 자신의 고뇌를 외부로 투사하며, 모든 일에서 최악의 결과를 예상하고, 그런 왜곡된 기대를 통해 고뇌를 부풀린다.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 모두 감정과 지각을 구분하지 못하고 현실 대신 환상을 받아들인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거나, 침체로 빠져드는 익숙한 신경 경로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런 두가지 경향에 대한 대안은 우리 자신에게서 벗어나 자기감정과 환상으로 채색하지 않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쾌활하게 생활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다고 해도 하루하루 살아나가는 데에 심리학자 줄리 노럼이 말한 ‘방어적 비관주의’가 필요하다. 조종사만 최악의 사태를 그려 보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자동차 운전자도 그렇다. 아무도 차 앞으로 불쑥 튀어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가정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며 보다 부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브레이크를 밟을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사가 단번에 낙관적 진단을 내놓기보다는 부정적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검사하기를 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