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로] 잊혀진 자이툰 부대

[조선일보]한국은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군대를 이라크에 파병했다. 그러고도 정작 미국으로부터는 ‘고마운 친구’ 대접조차 받지 못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한국을 동맹국 명단에서 빼버렸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한국에 비판 여론이 일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청와대에 전화를 걸어 그것은 고의가 아니라 실수였다고 해명 겸 사과했다고 한다.

정부로서야 ‘실수’였다는 해명도 들었으니 이 문제는 그만 덮어두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일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긴 친구라고 불러주지 않았다고 따지는 것도 구질구질하고 한심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냥 덮어둘 수는 없다. 먼저 ‘미국의 행동이 그렇게 섭섭하다면 한국 정부나 국민들은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원들에게 어떤 대접을 했나’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따지더라도 당당하게 따져 물을 수 있을 것 아닌가. 스스로 아끼고 존중해도 남으로부터 대접받기
힘든 세상에, 제 얼굴에 침 뱉어놓고 남들더러 ‘왜 우습게 보느냐’고 불평해봐야 바보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매한가지이다.

자이툰 부대가 떠나던 날 파병 반대 시민단체는 공항까지 쫓아가 시위를 했다. 국가의 명령에 따라 도시 게릴라전(戰)이 한창인 테러의 한복판을 향해 고국을 떠나던 날 병사들은 ‘무운장구(武運長久)’ 대신 사실상 ‘저주’의 구호와 플래카드를 듣고 보아야 했다.

그들은 워낙 그런 사람들이라 하자.
나라는 어떻게 했나. 병사들이 떠나던 날 공항에는 대통령도 국무총리도 심지어 국방장관도 보이지 않았다. 국방장관은 떠나기 전날 훈련 부대에서 병사들과 가족들끼리만 참석한 채 그야말로 ‘조용히’ 치러진 가족 환송식 때 참석했을 뿐이다.

정부는 부대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국민들은 안다. 안전도 안전이지만 이 정부 지지 세력인 파병 반대 단체들의 지지 철회가 두려워 일 처리가 이렇게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언론이 조용한 것은 책임 회피이다.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날라치면 그 모든 책임이 ‘떠들썩하게 보도한 언론’에 돌아오리란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언론은 정부의 ‘안전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지키는 것으로 자기 합리화를 한다.

남들도 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조용한 한국인들’이란 제목의 짤막한 기사를 실었다. ‘한국군의 이라크 내 활동상은 한국에서는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안전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는 파병과 관련한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요지였다. 스스로 푸대접하면서 남들더러 왜 대접해주지 않느냐고 투정하지 말란 이야기로 들린다.

해외 파병은 국민의 뜻에 따른 것이지만 그 명령은 오직 한 사람만 내릴 수 있다. 대통령이다. 자신의 명령에 따라 파병지역으로 떠나는 병사들의 등을 두드리며 무운장구를 기원하고 군 통수권자로서의 위엄을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부모 형제를 전장으로 보내야 하는 가족들과 악수하고 그들에게 대통령이 얼마나 병사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지를 들려주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넬 수는 없었을까?

그렇게 했는데도 미국 대통령이 고마운 친구들 이름을 부르는 가운데 300여명을 파병한 엘살바도르는 거명하면서 3600명을 보낸 한국과 한국 대통령의 이름을 빼는 ‘실수’를 감히 할 수 있었을까?

(김효재 논설위원)

오랜만에 신문 펴 들었다가, 하필 처음 본 기사가 저거다.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확 덮고 말았다. 아니.....어떻게 저런 표현을 하지? 시위하는 사람들이 자이툰 부대, 내 가족같은 그들에게 저주나 퍼붓는 싸이코들인가? 그냥....집에서는 신문 안 펴는 게 수다.
생각할수록 화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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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9-14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빨간 색은, 제가 바꾼 색깔입니다.

superfrog 2004-09-14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주(?)가 어디로 향해 있는지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고 있네요, 저 아저씨..

sweetrain 2004-09-14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니 좆선일보라고 불리지요. 정말.

panda78 2004-09-14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일보는 보면 혈압 올라서 안 돼요. 음.

미완성 2004-09-14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다 부끄러워져요. 저런 사람들이 버젓이 언론인이라고 국회의원같이 찍은 자기 면상 당당하게 들이대고 신문에 기사를 싣다니..........아, 쪽팔려.
원고료도 많이 받았겠죠? 아, 짜증나.

진/우맘 2004-09-15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과님> 원고료....으...가슴 아프고 예리한 지적입니다.TT
판다님> 흠....저 앞 장, 오피니언 란에는 호주제 폐지를 위한 토론의 장이 펼쳐지고 있더군요. 그런데, 토론이면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 거 아니예요? "무조건 폐지보다는 개선이 좋다."와 "김씨 아들은 윤씨, 손자는 강씨라니!" "절대 안 된다!" 뭐, 그런 의견만 실어놨더군요. 내가 잘못 본 것이길...믿고 싶습니다.TT
단비님> 헉....고운 입에서 그런....멋진 말씀이!^^;
금붕어님> 제 말이 그 말입니다!!!!

soyo12 2004-09-15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 건대, 미국 대통령 선거 전당대회에서 우리 나라 이름이 안 들먹거려진 게 그렇게 심각한건가요? ^.~

진/우맘 2004-09-1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저도 내심 열 받긴 했어요. 그런 식으로 쪼잔하게 감정을 표현하나...싶어서. 하지만, 거기에 연연해서 계속 투덜대는 건 더 열 받고 낯뜨거운 일 아닙니까?
게다가 그 상황을, 자기 집에서 이쁨 못 받는 개는 다른 집에서도 천덕꾸러기..라는 식으로 풀어내다니, 어이 없어요!! (앗, 소요님께 괜히 버럭~^^)

숨은아이 2004-09-15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신건강을 위해 조선일보를 끊으실 것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