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호프집엘 갔다. 배부르니까 간단하게 과일안주를 고르고 술을 기다리고 있는데....헉, 뭔가, 한 상 가득 차려진다!

"저....안 시켰는데요."라는 말이 나오려고 하다가 친구들의 눈치를 슬금, 살피니, 이것들, 거만한 표정으로 말한다.
"이거, 기본이야."
"그러니까, 기본 안주라고?"
"그래."
"이, 이게 다아?"
"그렇다니까."
허억.....저 야채 샐러드로 말할 것 같으면, 햄 몇 줄기만 섞으면 <멕시칸 샐러드>랍시고 족히 만원은 받아먹을 것으로 사료되고(양이 좀 적으니, 오천원어치?), 저 황태로 추정되는 마른 생선은,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특유의 맛이~ 으음~~ 마요네즈 섞은 간장에 찍어 먹으면 배도 안 부르고 한도끝도 없이 먹어댈 수 있으며, 오징어+건새우+멸치+콩 통조림+땅콩 접시와 커피땅콩+말린 바나나+김과자 접시는 합체할 경우 최저 6000원은 호가하는 마른 안주 세트로 변쉰!이 가능하건만.....경인권에서 흔히 <기본 안주>라고 불리우는 저 손가락 과자는, 여기서는 언급될 가치도 없는데.....이것들이 다, 기/본/안/주 라고???
그러나, 나의 놀라움은.....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맥주 3000cc를 다 비우고 추가로 1700cc를 주문했는데, 갑자기...두둥~~~
내 눈앞에, 어여쁜 팥빙수 한 그릇이 숟가락 두 개를 꽂고 새초롬하게 앉아 있다.
"엥? 왠 팥빙수? 누가 시켰냐?"
"시킨 거 아냐. 맥주 얼마더라...하여간, 술 얼마 이상 시키면 서비스로 나오는 거야."
건너편에서 또다른 팥빙수를 먹으며 친구가 말한다. 맙소사......
기본안주와 서비스의 위력은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저 기본안주들은 모두 리/필/가/능 이었던 것이다!!!!! 저 황태포로 추정되는 마른 생선의 경우는, 다 먹고 너무 맛있다며 한 번, 1700 추가 하며 한 번, 미안하니까 안주로 촉촉오징어 시키면서 한 번, 마지막 1700 딱 하나만 더 시키면서 한 번, 도합 네 번을 더 시켜 먹었다. 우와~~~~~
어제, 나와 서방님, 친구 셋과 아내들(?) 두명, 모두 일곱 명은,
3000cc 1개, 1700cc 네댓개, 임신부를 위한 오렌지 주스 하나, 과일안주 하나, 촉촉 오징어 하나에
기본안주로.....야채 샐러드 두 접시, 황태포로 추정되는 마른 생선 다섯 마리, 건새우와 그의 친구들 한 접시, 커피땅콩과 그의 친구들 두 접시, 멸시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 뻥과자 한 그릇, 팥빙수 두 개를 먹고
대략 오만 몇 천원을 계산하고 밤거리로 나섰다. 입가심, 마카레나 껌을 씹으며......후아!
전국 각지에서 빈약한 주머니에 울고 있는 주당, 혹은 "너의 안주발은 건전한 음주문화에 대한 모독이야!"라며 술자리에서 소외당하고 있는 자들이여! 모두, 주향 여수로 오라. 거하게 한 잔 쏘마! 음하하하하하~~~
(※왕복 차비는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