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저주받을(저주받은...이 더 맞는 표현 갔지만, 어째 '저주받을'이 더 팍팍 와 닿네^^) 기억력은 하루이틀 된 것이 아니다.
나, 사실, 단기 기억력은 매우 뛰어난 편에 속한다. 고2 담임샘이었던가...."지누맘, 암기과목만 따지면 니가 전교 일 등이야, 일 등!". 그렇다. 나는 벼락치기의 귀재였던 것이다. 시험만 끝나면 까맣게 잊어버려서 탈이지만.
그런데, 이 뛰어난 단기 기억력에 진정한 저주가 숨어 있었으니...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국사 시험, 정답이 <직지심경>이라 치자. 자, 문제를 읽었다. 답이...떠오른다. 국사책 23p, 정답은 거기에 숨어 있다. 왼쪽 상단에 팔만대장경의 도판이 있고, 정답은 오른쪽 하단, 밑에서 대략 열 번째 줄에 있다. 나는 그 페이지가 마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듯 환히 보인다, 보인다, 보인다.....
그!런!데!
헉, 정답만 모자이크 처리가 되어 있다...철푸덕.
오늘, 오랜만에 그 저주받을 기억력이 한 건 했다. 성황리에 벌어지고 있는 마태우스님의 즐찾인원 맞추기 이벤트~ 대충 찍어 응모하고 나니, 아, 예전에 마태님 지붕 얹어 주느라 로그인 아이디와 비번을 알려주셨던 기억이 난다. 마태님의 여유로운 성미와 우리의 돈독한 믿음으로 미루어 볼 때, 지붕공사가 끝났다고 비번을 바꾸시진 않았을게다. ㅎㅎ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내가 기억할 리가.....어, 네 자리였는데, 없잖아....허억, 기억, 나 버렸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품고 로그인, 발라당~ 엄마야, 들어가 버렸다!!!
흑흑.... 평소, 불의를 보고도 잘 참는 나이지만, 뻔뻔하게 찾아가 정답을 맞출만큼은 아니다. 자수하고 이벤트 참가 자격을 자진 박탈, 그것도 모자라서 답을 알려달라는 판다님, 별님, 사과님, 따우의 고문을 당하고 있다. 아악, 안 돼, 따우, 용문신 새기기 고문만큼은.....아악~~~
더 이상 고문에 시달리기 전에, 그냥 자러 가야겠다. 흑흑. 요즘은 이벤트 복이 없군......
마태님, 고문을 견디며 입 다무는 대가로 뭐 없나요? (아, 사실은 벌써 대가를 받았군. 소재기근을 뚫고 페이퍼를 하나 썼잖아. 룰루~)
모두 안녀엉~~ 진/우맘은 자러 갑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