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립간님이 그러시더군요. 요즘, 서재인들에게 강한 유대감을 느끼는데...이유가 무엇일까? 하구요. 질문을 듣고 밤새서 곰곰히 생각해...본 건 아니구요, 아까 낮에 문득, 잡생각 하나가 떠올라서 글을 써내려가 볼까 합니다.

사람의 내면...머리, 혹은 가슴에 들어 있는 것들의 대부분은 말보다는 글로 표현되는 게 더 용이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살면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의 10%도 표현을 못하고 살며, 게다가 그 10% 미만의 것도 다 진실이 아닐 때가 많지요. 머리와 가슴 속의 수많은 사념과 감정을 다 말로 하고 산다면...어찌되겠습니까? 예를 들어, 마립간님이 가끔 올려주시는 현학적이고 중요한 글들. 만약 님이 그 글의 내용을 옆사람을 붙잡고 언제나 이야기 하려고 한다면...아마, 사람들은 마립간님을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학구파>라는 식으로 쉽게 단정해 버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차분히 단장된 글로 놓이면 다르죠. 게다가, 그 글들을 님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이 읽는다면...그것은, 매혹적이며 유용한 지식의 보고가 됩니다. 또 하나의 예로 마태우스님. 마태우스님의 유쾌한 글들로 우리는 언제나 즐거움을 느끼지만, 그 이야기들이 말로 옮겨진다고 생각해 보세요. 제 생각엔...아무래도 그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어려울 것 같은데요. 두서없고 지루해지지 않을까요?

앗, 잠시 새는 듯. 이야기를 붙들어야 겠습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사람의 내면(특히, 자신이 생각하는 스스로의 내면)은 대부분 말보다는 글로 표현되기가 더 용이하며, 그래서 글로 만난 우리는, 어쩌면, 곁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 동료보다 서로의 내면에 더 깊숙히 들어가 본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상의 관계 - 말과 몸으로 맺어진 - 가 더 무가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관계에서 해갈하기 힘든, 가끔은 나의 속내를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그 갈증을 서재는 자연스럽게 해소시켜 주니까요.

내가 요즘 무슨 잡생각에 빠져 있는지, 어떤 책을 읽고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남편도 친구도 모르는 많은 것들을, 여러분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관계는 깊고 농밀한 것이지요. 하긴, 그 관계가 완전하지 못한(일상이 결여 된) 반쪽자리라고 할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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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5-0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제 유머는 말로 표현했을 때 더더욱 빛난다는 게 지인들의 평가입니다! 이건 모함입니다!

메시지 2004-05-0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재질 한지 얼마 안 되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진/우맘 님을 비롯해서 많은 서재의 주인장들에게서 인간적인 따뜻함을 느낄수 있다는 것도 원인인듯 싶습니다. 저의 경우는 진/우맘 님께서 보내주신 책갈피가 꽂혀있는 책을 펼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알라딘이 떠오르고, 알라딘 마을에 들어와서 여러 글들을 읽으면서 따뜻함을 느낍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꾸벅.

sooninara 2004-05-06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에게 보여지는 일기랄까..생각을 모두 말하면서 살지는 못하지요..
가까운 남편과도 단편적인 대화만 이루어질뿐..날잡아서 술한잔하면서 이이야기 저이야기 수다떨때 말고는...
알라딘은 나의 가장 은밀한 이야기 상대가 아닐지...우하하

가을산 2004-05-06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자마자! ^^
환기그룹 + 수다그룹 + 관심그룹

갈대 2004-05-06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갑합니다. 지인들에게는 털어놓지 못하는 생각, 속내를 이곳에서는 글로 쓰서 다른 사람들과 나눌수 있기 때문이겠죠. 마태우스님이 모함이라 하시는데..ㅋㅋ

책읽는나무 2004-05-06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의 말씀에 동의!!

마태님의 말씀엔 반대!!.....말로 표현될땐.....저 유머의 100% 전달이 안될듯 싶은데요...ㅎㅎㅎ

마냐 2004-05-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깊고 농밀한 관계(진/우맘님), 은밀한 이야기 상대(sooninara님), 수다그룹(가을산님)....정말 동의합니다...한동안 울 남편에게 "왜 자기는 마누라 서재도 안 놀러오냐"고 구박했는데, 요즘은 암 소리 않습니다. ^^;;;

비로그인 2004-05-0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상과는 다른 속내를 공유하는 것, 맞는 거 같아요. 사소한 얘기도 나누고 같이 즐거워할 수 있고,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 추억의 조각들을 맞춰가는 것도 쏠쏠한 재미구요. ^^

물만두 2004-05-06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종의 속풀이라 생각합니다. 여기 아니면 수다떨 곳도 없고 받아주는 이도 없고. 집에서는 왕따고... 나이는 들고... 님들 알러뷰~~~ 쪽~~~

마태우스 2004-05-06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읽는 나무님/제 코멘트에 반대를 하셨군요. 후환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으흐흐흐.

가을산 2004-05-06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무섭다~~~~!!!! 마태님~~!!!! ^^
삼류소설 다음호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