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손. 앤티크님의 요청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올려볼 예정이었다. 서재. 이젠 내게 집처럼 편안해진, 좋은 사람들이 모인 이 공간과....종종 출몰하는(?) 손 사진들. 기회라고 생각했다.

트/라/우/마/완/전/제/거

그렇다. 이 손은, 내 성장기 전반에 걸쳐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던 트라우마였다.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다 자라고 나서부터는 서서히 그 그림자가 엷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새 나는, 나의 손을 기형, 혹은 장애라는 개념에서 가볍게 <단점>으로만 여기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딱히 장애가 될 것도 없다. 손 때문에 뭘 못했던 기억은, 학교 다닐 때 리코더 시간 뿐이었으니까. 지금도 나는 사진을 찍으면 손을 감춘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사진 찍을 준비를 하면서 숨을 들이쉬고 배를 집어 넣는 것과 똑같은, 그런 기분이다.^^

그런데, 이제는 괜찮다...고 해서 그 트라우마라는 놈이 만만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다. 2001년 겨울이던가...심리상담사 자격을 받는 마지막, 집단 심리 상담 시간에 트라우마를 이야기 하는 차시가 있었다. 열 댓명이 동그랗게 마주 앉아 인생에 있어 이런저런 가슴 아팠던 얘기를 두런두런 나누었다. 나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젠 정말,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런데....사람들 앞에 내 손을 펴고, 이야기를 시작하던 그 순간, 가슴 속에서 주먹 덩어리 같은 흐느낌들이 먼저 밀고 올라왔다. 믿기지가 않았다. 제어가 되지 않는 나의 흐느낌을, 마치 남의 일 같아 아연해 하면서 '아...트라우마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끝까지 해냈고, 그 시간이 말하자면 <트라우마의 1차 제거기> 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2차 제거>, <완전 박멸>을 꿈꾸는 것이다. 음하하하하!!!

재미있자고 한 말이고. -.-; 사실, 트라우마는 제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입때껏 나를 키워온 것은 컴플렉스>라는 오즈마님의 견해와 일맥상통하는데, 지금의 나는 저 트라우마(그리고 나의 엄마) 없이는 절/대 만들어질 수 없었다. 나는, 자기애라 해도 좋다. 지금의 내 모습에 아주 만족한다.(뭐, 외모 얘기는 아니다.-.-) 이 만족스러운 <나>를 형성하는데 일등으로 기여한 나의 트라우마도, 사랑한다.

얘기가 길어졌군. 하지만, 내 손을 공개한 이상, 할 얘기는 무궁무진이다!!! 천일야화를 해도 남을 것이다. 으흐흐흐...서재지인들은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이제부터, 내 속에 쌓여있던 수많은 이야기들을 지겹도록 들어줘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순간부터, 그것은 여러분의 <의무>이다!! 음하하하하!!!! (이 상황에서도 즐겨찾기 감소가 걱정되는...뼈속까지 폐인 진/우맘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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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우맘 2004-05-04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서재지인들이 너무 쇼크 먹지 말아야 하는데.^^ 그리고, 너무 조심스러워 하지 않아야 하는데... 누누히 강조하지만, 이젠 괜찮아요. 그러니 마기자님이 알라딘 뉴스레터에 실으셔도 되고(1면 톱, '진/우맘, 그녀의 아름다운 손이 공개되다' ...제목까지 정해주며 1면 톱에 연연하는...-.-;), 폭스님이 '뭡니까, 그래도 너무 심하게 못생긴 손이군요!'라고 촌철살인을 날리셔도 된답니다.^^

그루 2004-05-04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몰랐는데. 진우맘님께서 팔짱을 끼워주셨을 때도 몰랐어요. (진우맘님의 왼쪽으로 기억함;;;) 당당함 속에 충분히 감춰질 수 있는 그것이네요.

진/우맘 2004-05-04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부분 잘 모르더라구요. 참, 손은, 양 손 다입니다.^^
그루님의 포근한 옆구리가 그립군요....

nrim 2004-05-04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왜 이글을 지금에서야 본거지... -_-;;;;
진/우맘님의 손에는 이런 사연이 있었군요.
진/우맘님께서 주시는 의무는 기분좋게 받들도록 하겠씁니다.
대신 꼭 천일야화 들려주셔요해용~~~~

진/우맘 2004-05-0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하죠...지금에야 올렸으니.^^; 글은 아까 써놓고, 사진 첨부하느라 이제야...알라딘 서재의 숨은 비밀 중 하나인데요, 비공개 저장함에 저장했다가 공개로 돌리면, 처음 비공개에 썼던 시간이 등록시간으로 나타납니다. 고쳐주세요, 지기님!

nrim 2004-05-04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렇군요... 흠.. 카테고리 이동시킬때는 처음 썼던 시간이 유지되는게 좋고.. 이렇게 먼저 써놓고 수정해서 올릴때는 수정된 시간으로 올라가는게 좋고.... ㅎㅎ 둘중 선택할 수 있게 하면.. 흠흠.. 지기님 머리아프시려나;;;

마태우스 2004-05-0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몰랐어요. 님의 용기에 찬사를... 그루님과 팔짱을 꼈단 말이죠? 그루님이 부러워요

superfrog 2004-05-04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받아들이기 나름,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결코 가볍게 드리는 말씀은 아니지만 모두들 저마다 한두 개 갖고 있을 겁니다.. 객관적인 정도의 차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라 생각합니다. 님, 처음 제가 느꼈던 그 이미지 그대로네요..^^ 따뜻하고 포근하고..역쉬..^^

마립간 2004-05-04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은 가족과 외모로 인한 믿음으로 뭉쳐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알라딘 가족은 무엇으로 뭉쳐져 있을까? 알라딘 가족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sooninara 2004-05-0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마시면서도 몰랐는데...저도 생각보다 내상이 많은데..전에 나에대한 오해1,2에서도 밝혔지만 성격이 조금 특이하달까...저에대해 100%를 밝히지않아서 그렇긴하지만 조금 거시기한점이 있었죠..서른이 넘고 이제는 많이 치유가되고..잘 살고 있지만 어릴때 상처는 아직도 흉터가 남아있더군요..
님은 밝고 씩씩한 성격으로...알라딘의 실세가 아닙니까? 트라우마 완전 제거 축하축하!!!!!!!
그리고 손길이로 세번이나 죽인거 용서를...저와 너굴님..앤티크님까지..흑흑..
진우맘님을 부활 시켜 드리겠습니다...한명더 몽땅이를 찾아야지 f4에 대적할 몽땅이클럽을 결성 할텐데..^^

진/우맘 2004-05-04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부럽긴 뭐가 부러워요! 제가 그렇게도 무수히 스킨쉽을 시도했건만, 시종일관 <수줍사와요>하는 태도로 일관해 놓구선!
금붕어님>역쉬^^
마립간님> 가족이라기 보다는...남편과 였죠.^^ 그래요, 알라딘 가족의 유대감의 근원은 무얼까요? 같이 연구해 보지요.
수니님> 몽땅이 한 분, 꼭 찾으세요. 그리고 우리도 더 멋진 클럽을 만듭시다. 음하하하

마립간 2004-05-05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편, 아내의 용어가 어색해서 가족이란 용어로 통일해 사용합니다.
Quiz 예전의 만화 주인공의 벰, 베라, 베로는 손가락이 세개였는데, 다섯 손가락중 어느 것 세개인 줄 아세요.

마립간 2004-05-0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의 기능에 잡기grasp 꼬집기pinch 긁기scratch가 있습니다. 엄지, 검지, 새끼 손가락 세개만 있으면 손의 모든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딱히 (기능상에) 장애가 될 것도 없다.'는 것은 사실임.)

비로그인 2004-05-04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쩐지 진우맘님이 글을 안올려주신다 했더니...이제서야 발견했네요~ 진우맘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왠지 뭉클...지금의 만족스러운 모습에 일조했다니, 훌륭한 왼손이로군요!! 담에 뵈면 진우맘님 두손을 꼬~옥 잡고 싶어요. ^^ 트라우마 완전박멸도 좋고, 천일야화도 좋으니, 어디 한번 앞으로 쓰러질때 까지 얘기주머니 풀어놔 보세요~ ^^

다연엉가 2004-05-04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 으하하하하 고것이 뭐시라 트리오라고라^^^내 주위엔 엄청 나게 많다우... 5월15일에는 다들 모인다우 500명이 오시는데 그분들은 한마디로 맹인이다네.... 그리고 지금 한창 극복하고 계시는 분이 한 분 있다네.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려고 했다나... 유방절개한 언니..
당신은 당신의 신체부위중에서 손이 가장 아름답다네.... 얼굴빼고(이히히히히) 만나면 그 손으로 나를 꼭 안아주게나...그리고 나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게나....^^^^^

갈대 2004-05-04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만나보질 않았으니 당연히 몰랐습니다^^;
알라딘은 진/우맘님에게 그만큼 편하고 신뢰하는 공간이군요.
저의 사람들에 대한 의심, 경계, 가면 등의 기만성 태도가 부끄러워집니다. 반성하렵니다!!^^

진/우맘 2004-05-0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세대가 달라 그런가...저는 그 만화 모르겠는데요.-.- 그리고 아십니까? 님의 진지함은, 가끔 아~주 귀엽답니다. ㅋㅋㅋ
앤티크님> 님들이 천일야화를 그렇게나 기대하시니...갑자기 부담되는^^;;
책울님> 제 손이 좀, 뽀얗고 이쁘긴 합니다.^^;;;;
갈대님> 얼라, 기만성 태도..전 몰랐는데요?^^

2004-05-04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냐 2004-05-05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사랑에 빠진 목소리로...) 팬클럽 만들어야 할까봐요.....(수줍게...)

진/우맘 2004-05-05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마냐님, 모르셨습니까? 제 팬클럽 벌써 결성 되었는데요!! 얼른 가입하세요.

아영엄마 2004-05-06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정말 이 곳에, 그리고 이 곳 지인들과 친해지셨나 봐요..
저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장애(한쪽 귀 안들림..^^*)가 있어서 알게 모르게 살아오면서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전에 자주 글 올리던 사이트에서 그 이야기 밝힌 적이 있거든요. 여기엔 아직 안했지만... 어쩌면 숨기고 싶은 부분이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 부분을 당당히 밝히시는 모습을 보고 감명받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해 우리들이 더욱 친숙해져 가나 봅니다.

진/우맘 2004-05-08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님, 오늘에야 코멘트를 봤네요. 친숙해져서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