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앤티크님이 운동회 얘기 잠깐 했죠? 저요...저도, 어릴 때는 운동과 담을 쌓고 지냈습니다. 운동회 날 좋아하는 아이들이 이해가 안 갔어요. 땡볕에 머리 아프고, 하루 내 먼지 먹고! 하지만, 땡볕이나 먼지는 그냥 핑계였죠. 운동회가 싫었던 가장 큰 이유는....달!리!기!

네...저, 달리기 못 했습니다. 언제나 꼴등, 운 좋으면 뒤에서 두 번째. 공부는 곧잘 했건만, 체육은 왜 그리 젬병이었는지. (우리 자랄 때는 대부분 그랬죠? 그런데 요즘애들은 안 그래요. 공부 잘 하는 애들이 운동도 잘 하고, 놀기도 잘 놀고, 얼굴도 예쁘고, 집도 잘 살고...-.-) 출발 선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총 소리를 기다리는 그 시간.....저에겐 지옥같았습니다. 땅! 하는 소리는 또 어찌나 큰지. 그 소리를 들으면 심장이 덜컥, 내려 앉으면서 발에도 브레이크가 한 번 걸려서 언제나 제일 늦게 출발했죠. 아니, 출발이 좀 일렀어도, 그게 또 재앙입니다. 나는 죽어라고 뛰는데, 모두들 내 옆을 휙, 휙 스쳐가는 그 기분...어흐흑. 여하간, 어린 시절 운동회의 달리기는, 제 트라우마 중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춘계 체육대회. 학교 각 단체별 릴레이 선수를 뽑기에, 열심히 숨었건만....교장 선생님의 레이다에 딱 걸려 버렸습니다. 결국, 학운위 대표 선수로 뛰어야 했죠. '그래, 뛰자. 자란 후에는 운동, 남보다 못 하진 않았잖아. 이 기회에, 달리기에 대한 내 트라우마를 깨는거야!' 제일 무난하다는 2번 자리를 골라 바톤을 기다리다...뛰었는데... TT 그게, 바톤이 오기 전까지는 우리 팀이 2등이었거든요....그런데, 바톤 받으면서 몸싸움에서 한 번 튕겨 나가고...열심히 달리는데, 바지가 자꾸 흘러내리는 겁니다. 츄리닝 끈이 거추장스러워서 빼버렸는데, 평소엔 괜찮더니 달리니 대책이 없는거예요. 결국, 한 손으론 바지춤을 잡고...꼴등으로 미끄러졌지요. 제 혁혁한 공으로, 우리팀은 결국 예선탈락. 어무이~~~

오늘로, 내 오랜 트라우마는, 그 옹이가 한결 더 깊어졌습니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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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4-29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바지춤 잡고 달리는 진우맘님을 상상하다가 ....푸하하...
그런데, 흑백 사진이 너무 분위기 있게 나와서 잘 매치가 안되요....

가을산 2004-04-29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 가을에 일종의 릴레이에서 하필 골라잡은 쪽지가 '한쪽발로 운동장 반바퀴 돌기'여서 저때문에 상대팀보다 한바퀴나 뒤쳐져버렸답니다. ㅜㅜ
앞으로는 솜사탕만 팔지, 절대 선수 안합니다.

비로그인 2004-04-29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체육대회 하신다고 하더니...예선탈락...그놈의 바지때문에!! ^^ 아, 왠지 너무 웃기면서도 안타까워요~ 트라우마를 이겨낼 좋은 기회였는데!! 그런데, 요새 공부잘하는 애들이 운동도 잘하고 놀기도 잘한다는 말에 절대 공감. T^T

다연엉가 2004-04-29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음만은 1등이었습니다... 그러나 몸은 꼴찌입니다... 5월1일 열심히 뛰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는데 저는 숨겠습니다...
진/우맘님 상상갑니다 ㅋㅋㅋㅋ

호랑녀 2004-04-29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혹시 바지가 고마우신 건 아닙니까?
그나마 흘러내리는 바지라는 핑계라도 있어서 다행이지, 안그랬음...
헉, 돌 날아온다 =3=3=3

▶◀소굼 2004-04-29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이젠 달리기에서 해방된 몸이라..너무 좋아요;
손짓 발짓은 분명 누구보다 빠르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애들은 더 빠르더이다;
맨날 뛰기 전엔 같이 뛰어준다고 해놓구-_-+
그러고 보니 여태 아무도 같이 안뛰어 줬군요..ㅠ_ㅠ;;
나쁜 녀석들;;

갈대 2004-04-2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대로 상상하고 즐거워하는 갈대.. 풋~^^

뎅구르르르~~ 2004-04-29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단 언니만의 문제가 아니었지.. 어째그리 다들 달리기를 못했는지.. 내 최고 기록은 4등. 5명이 뛰나 6명이 뛰나 항상 4등. 꼴찌도 자주 하고..ㅡㅡ;; 엄마는 큰 엉덩이가 원인이라고 항상 생각하셨던것 같아... ㅜ.ㅜ

superfrog 2004-04-2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릴레이, 보는 사람은 흥미진진하지만서도.. 제가 1등한 달리기는 쪽지 줍는 달리기였다죠.. 육성회장 아저씨랑 달려서 1등!!! 그게 인생에서 달리기 1등,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明卵 2004-04-2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흐흐흐;; 웃기긴 한데 웃기가 죄송스럽습니다(그래서 저런 이상한 웃음을 짓는 중) 왜냐면!! 저도 달리기는 완전히 꽝이거든요!ㅜㅜ 저는 꼴찌 앞잡이도 한번 못 해봤습니다요~ 체육쪽은 체조와 태권도 빼고 전부 못 합니다. 저는 요즘애가 아닌가봅... 흑...ㅡㅜ
아, 제 달리기가 얼마나 지독한지 말씀드리죠. 작년 체력장할 때 있었던 일인데요, 저희는 50m 달리기를 하거든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점수를 받고자 죽-어라 달렸죠! 헥헥거리면서 뛰어 왔더니 체육선생님이 절 가리키면서 "야, 너!!"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대답했죠. "네, 네?;;(헥헥)" "이게 장난인 줄 알아! 이번건 못 본 걸로 해줄테니까 제대로 다시 뛰어!!!" ...ㅜㅜ 전 열심히 뛴 건데요, 쌤... 제일 마지막에 또 뛰었는데, 이번에도 전력질주를 했지만, 돌아오는 건 선생님의 '니가 원래 그런 애구나-_-'하는 씁쓸한 눈길 뿐... 정말 달리기는 싫어요, 싫어!! ㅜㅜ

비로그인 2004-04-29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흠..그런 슬픈일이 오늘 있었군요. 흑흑~ 더욱 슬픈건 이제 진/우맘님이 아이들에게 외면당하지 않을까 그것이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흑흑~

▶◀소굼 2004-04-29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못뛰는 사람들만 모아놓은거 같아요-. -;;;

sooninara 2004-04-30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굼님..맞아요..저도 항상 맨뒤거나 뒤에서 2번째였어요...슬프다..나도 잘 달리고 싶은데..

blackflower 2004-05-01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은 잘 달리고 등수안에 들고 싶은데 몸은 안 따라 주지,,결국 꼴찌로 들어 왔던 기억이 납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