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모든 글에 조기 게양 -.- (조기의 출처는 nrim님 서재)

정치 경제 문화 예술...이 대표 4인방 중, 문화 예술과는 언제나 친해지고 싶어 하는 나. 그러나, 정치 경제와는 친해질 수도 없고, 친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나였다. (여기에는, 지나치게 느끼하던...꼭 부패한 국회의원같이 생겼던 정치경제 과목 선생님의 영향도 크다.)

정치 경제와 친해질 수 없는 것에는 내 성격 탓도 있다. 나....불의를 보고 꾹, 참는다. ^^;;; 이상한 성격이다. 싸우는 것을 지나치게 싫어하고, 남에게 미운털 박히는 것을 이해할 수 없을만큼 두려워 한다. 그래서 부당한 대접이나 의롭지 못한 상황도 말 한 마디 못하고 감내하기가 일쑤이다.

그러니 대학 때 잠시 한 운동(스모나 씨름 말고...학생운동^^) 안에서도 내 역할은 선전, 대자보 쓰고 현수막 그리는 조용한 막노동의 자리였고(앗, 문선도 했었다. 조용하진 못하지만 몸으로 때우는 일이라^^;;) 현재 몸담고 있는 전교조 안에서도 그냥 총무 맡아 돈이나 세고 모여주세요~ 전달이나 하는 그런 위치이다. 내가 싸우질 못하니, 그냥 회비만 보태면서 누가 싸워주길 염원하는 안일한 회색분자, 그게 나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의 탄핵 가결은, 정치 문외한인 내가 봐도 뭔가 심했다. 지들 살자고, 지들 위치를 이용해서 나라의 멱살을 뒤흔들어 놓다니! 최근 대통령의 입이 너무 가볍긴 했지만, 그렇다고 탄핵받을 정도는 아니지 않나? 아니, 탄핵 받아 마땅하다고 쳐도, 헌법이 그렇게 생겨먹었다고 해도, 그 주체가 국민이 아니고 국회의원 집단이라는 것은 심하게 열받는 일이다.

이런 기분에 휩싸인 나, 이 서재 저 서재를 기웃거리며 뭔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출사표를 던진 마태우스님(가명 놀이 할 기분이 아니다. -.-), 투표를 제대로 하자고 외치는 느티나무님(근데, 매양 그밥에 그나물이니...도대체 누굴 찍어야 할지TT), 냉정해지자는 찌리릿님, 그 밖에 수많은 님들의 분노가 내 안에서 들끓었던 것이다. 그렇게 열을 올리고 있다가 화장실 가던 길에, 울 학교 전교조 분회장을 만났다. "있잖아, 운영위원회, 정말 생각 없냐?" "쌤, 생각은 굴뚝같은데....회의도 길어지고 회식도 잦고....(물론 핑계다)" "회식이야 참석 하고 안 하고는 자유지." "그래도... 그게 아니잖아요." "필요한 말은 내가 다 할께. 그냥 앉아 있어만 줘도 힘이 되겠다." 그 때, 갑자기 아까의 열기가 확 뻗치면서... "알았어요. 내일 입후보 할께요.(어? 내가 왜? 너 미쳤냐!)"

내용인즉슨, 이제껏 윗분들과 원로 교사가 모여 눈가리고 아웅하던 학교 운영위원회에 전교조 선생님들이 일종의 '의석싸움'을 걸기 시작한 것인데... 이 의석싸움에 어리버리 내가 끼어든 것이다. 조용히 살자...가늘고 길게 살자던 민상궁의 신조에 주억거리던 내가....! 탄핵 가결로 들끓던 하루는, 나에게 이상한 불똥을 튕기고 이렇게 저물어간다.

여전히 후회하고 있지만, 그 한편에는 약간의 뿌듯함도 있다. 언제까지 가만히 앉아서 정치인 욕만 하고 살것인가. 내 입후보는, 작금의 사태와 전혀 무관하긴 하지만, 변화해보자는...일종의 나만의 출사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태우스님...출사표는 님이 던졌는데 왜 제가 이렇게 되었을까요...흑흑.) 만감이 교차하고 있는 밤이다. 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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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3-12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의 학운위 진출을 강력히 지원하고 싶네요. 진/우가 더 나은 학교를 다니기를 바라시죠? 힘내세요 ^^

가을산 2004-03-12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와~ 진우맘님의 다른 면을 보게 되는군요.
그런데 총무는 또 아무나 하나!! 알고보면 총무가 궂은 일을 대부분 하는거잖아요.
음.. 저도 오늘 충격이 컸습니다. 지금 바리움 한알의 효과 덕으로 조금 견딜 만 합니다.
오늘 여파로 제 서재 입구에 '당위를 현실로'라는 거창한 주제를 걸어놓고 장고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진우맘 화이팅! 선거 출마 응원드려요.

마립간 2004-03-1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을 이끌어 내기에는 너무 거리가 먼 현실을 바라봅니다. 대학생 시절에 학생회에 참가 했었는데 우리가 기성세대가 될 때는 새 시대가 올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현재 변한 것은 없고 앞으로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과학지식을 통해서도...... (제가 패배주의자이길 바랍니다.)

가을산 2004-03-1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 변한 것이 없지 않습니다.
변한 것이 없다없다 해도 우리 나라는 경제 뿐 아니라 시민운동이나 정치 의식도 압축성장한 면이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맘에 썩 들지는 않지만, 그리고 저도 진화가 덜 된(?) 인간성이라는 것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과거의 실패를 잊지 않고 이를 통해 배우는 자세만 있으면,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는 한에는 변화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는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할 때부터 변화는 가능하지 않게 됩니다.


마냐 2004-03-13 0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도 조용한 막노동 일꾼이었는데...진/우맘님 심정이 이해됩니다. 정말 불똥은 어디로 튈지 모르고..이게 세상을 뒤흔드는 첫걸음일지 모른다 생각하니..어찌 흥분되지 않겠습니까. 역사가 이래서 흥미롭죠. 우연히 튄 불똥이 세계를 불태우기도 합니다. 종종...홧팅임다.

마립간 2004-03-13 0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제 생각 ; '변화는 가능하지만 진보는 없고, 인간성은 진화를 하지만 도덕성의 진화는 없다.'
저의 페이퍼 '신석기 혁명, 농경 사회로 전환'에서 언급했듯이 정치의 발생이 전혀 도덕적이지 않았고, <이타적 유전자>를 읽어보아도 이타성이 전혀 이타적이지 않기 때문에 갖게된 생각입니다.

연우주 2004-03-13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제가 학교 문으로 걸어가게 되는 그날에, 전교조에서 봅시다~~~^^;

진/우맘 2004-03-13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교조는 우주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님은 이미, 저보다 훌륭한 일꾼 아니십니까! (갑자기 투쟁한다고 힘주다 목부러질라. -.-)

마태우스 2004-03-13 0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우맘님, 전 4월 17일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날 많이 모여서 우리의 힘을 보여 줍시다!

가을산 2004-03-13 0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립간님의 바로위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 자신도 같은 생각입니다.
제가 변화를 원하는 것은 이타적인 바램이 아닙니다. 제 자신과 제 아이들을 위한 지극히 이기적이고 당위적인 바램입니다.

ceylontea 2004-03-1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산님과 같은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