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학교’ 연 서형숙씨 “공부보다 노는법 먼저 가르쳤죠” 노는법 터득하니 리더십도 ‘쑥쑥’ 고3때도 영화관람·자원봉사 시켜
[조선일보 김윤덕기자]
“밥 짓는 법이 있듯 ‘엄마 되는 법’도 있어요. 그 비결을 알면 아이 키우기가 꿀맛처럼 달콤해지지요.”
올해 마흔여덟살인 서형숙씨 특기는 ‘대한민국 엄마들 염장 지르기’다. 사연은 이러하다. 우선 사교육은커녕 유치원도 다니다 만 두 남매가 모두 세칭 ‘일류 대학’에 합격했다. 서씨 자녀들은 고3 때도 보고 싶은 영화는 보러 다녔고, 세계 잼버리 대회에 참가했으며, 수능 한 달 전엔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위해 자원봉사도 나갔다. 그저 ‘공부 또 공부…’를 주문하는 보통 엄마들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초·중·고 시절 반장, 학생회장을 두루 맡으며 리더십을 발휘했다. 아이들 심성도 얼마나 고운지, 딸아이의 친구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도 태경이처럼 착하진 않을 거예요’라고 편지를 보내온 적도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아이를 그렇게 잘 키웠느냐”는 질문에 시달리던 서형숙씨가 이달 초 서울 계동 작은 한옥에 ‘엄마학교’를 열었다. 좋은 엄마 되기, 생각보다 쉽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 문 연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그새 입소문이 나서 젊은 엄마들로 문전성시다.
서씨가 하루아침에 교육강사로 나서게 된 건 아니다. 그는 1990년부터 먹을거리 공동체인 ‘한살림’ 운동에 참여해 왔다. 그 안에서 ‘아이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키우는 엄마’로 소문이 나면서 여기저기 강연 요청이 잇따랐다. 아이들 대학 보낸 뒤로는 방송에 나가 ‘교육특강’도 진행한다.
서씨가 엄마수업에서 가장 강조하는 건 ‘제철교육’이다. 논두렁 콩은 단오 무렵인 6월 초에 심어야만 가장 튼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듯, 아이가 타고난 영재가 아니라면 발달 단계에 적합한 교육을 시켜야 인생이라는 ‘장거리 달리기’를 잘할 수 있다는 것.
둘째로 ‘잔소리하고 싶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한다. “아이들 귀는 잔소리로 여겨지는 말이 들려오면 자동으로 닫혀요. 영리한 엄마라면 빈둥대는 아이에게 ‘누굴 닮아 게을러터졌냐’고 다그치는 대신 ‘우리 시장 구경 갈까?’ 하면서 분위기를 바꿔주겠죠.”
서씨는 또 “공부는 중학교 때부터 해도 늦지 않다”면서, “초등학교 시절엔 아이를 원없이 놀게 하라”고 주문한다. 제 이름 석자 쓰는 법만 배우고 초등학교에 들어간 둘째 홍원이는 ‘운동장을 지키는 아이’였다. 수업만 끝나면 해가 지도록 뛰어놀았다. 성적은 중간을 맴돌았고, ‘저렇게 놀려도 되느냐’며 주위에선 걱정이 많았다. “신기한 건 잘 노는 법을 터득하더니 공부하는 법도 터득하더라고요. 뭣보다 리더십이 쑥쑥 자랐어요. 놀이를 하려면 아이들을 끌어 모아야 하니 새로운 재미를 고안해내려고 무진 애를 썼죠.”
놀이로 포장한 학습도 주효했다. “기차 타러 갈 때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관사실을 구경한다든가, 박물관에 갈 때에도 메모지 대신 스케치북을 가져갔어요. 찬장 놀이, 비 맞기 놀이 등 ‘안가르치듯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해보세요.”
다음이 칭찬이다. 손톱만큼 작은 일이라도 혼자서 해낸 일은 봇물이 터지게 칭찬하기. “칭찬은 아이를 홀로 설 수 있게 하는 지름길이에요. 입시는 물론 취업, 결혼까지 걱정하면서 ‘내가 죽을 수 있을까?’ 한탄만 한다면 자식이랑 ‘웬수’가 됩니다.(웃음)”
엄마학교는 4주 과정인 ‘좋은 엄마’와 1주 과정인 ‘기쁜 엄마’로 나뉘어 진행된다. 바빠서 ‘학교’ 다니기 힘든 엄마라면 서씨가 최근 펴낸 ‘엄마학교’(큰솔)를 읽어볼 일. “마음 먹었는데 잘 안된다고요? 세수하듯 매일 마음을 닦으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아이가 변하는 걸 느끼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