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비자림 > 알라딘 폐인 연수를 다녀와서

사실 알라딘 폐인 연수가 있다길래 잔뜩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연수를 잘 이수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밤 12시 30분에 물만두님 서재에 다 모이라고 하는데 나는 1시 정도면 졸릴 시간이라 연수 받으며 졸지나 않을 지 염려스러웠다.

이번 연수에 지명된 사람은 나, 씩씩하니님, 전호인님 다해서 셋이다. 씩씩하니님은 세실님으로부터 사전 정보를 다 입수해 놓은 상태라 나는 씩씩하니님한테 최대한 잘 보여 하나라도 소스를 건지려고 노력하였다. 근데 씩씩하니님은 특유의 씩씩함으로 너무 빨리 달려 오시다가 그만 물만두님 서재로 가지 않고 물만두님 집으로 직행하고 말았다. 만순님과 만돌님이 육포를 뜯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표정에 다시 허위허위 뛰어 왔다는 하니님을 보며 난 피식 웃고 말았다. 그리곤 물어 보았다. "만두는 안 먹고 있었나요?"

전호인님은 천안에서 오느라고 조금 피곤한 표정을 지었는데 만두님 서재 앞에서 칼을 내려 놓고 들어 오라는 말에 자꾸 머뭇머뭇 거려 우리는 늦을 뻔 했다. 아, 왜 그렇게 칼을 좋아하는지. 쯧쯧.

사회자는 스텔라님이었다. 우선 서재 달인들의 면면과 서재의 특징, 최근 서재의 이벤트 경향과 알라딘 마을의 중요 쟁점 사항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해 주었다. 난 열심히 밑줄 그으며 듣고 있었는데 전호인님이 옆구리를 툭툭 치며 뒤를 돌아 보라고 말하여 뒤를 돌아보다가 그만 깜짝 놀랐다.

세상에, 자명한 산책님이 애인님과 산책을 나오는 길에 물만두님 서재에 들른 것이었다. 오오 선남선녀의 모습이란! 게다가 저기 있는 저 미남 미녀는 누구인지 낯이 익었다. 악 춤추는 인생님과 푸하님과 야클님,그리고 아프락사스님! 오오 이십대의 젊음이란 저런 것인가? 장난꾸러기 전호인님이 왕년에 자기도 저런 얼굴이었는데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팍 삭았다는 말에 졸고 있던 씩씩하니님이 눈을 떴다.

다음은 물만두님의 본격적인 서재 브리핑 시간. 우리는 살살 졸리기 시작했는데 물만두님이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할까봐 긴장되어 다들 허벅지를 꼬집으며 강의를 들었다. 알라딘 폐인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고 한다 리뷰 폐인, 페이퍼 폐인. 물만두님은 나를 넌즈시 보시면서 알라딘의 본질은 리뷰에 있으니 리뷰를 많이 올리도록 애써야 하며 특히 추리소설 리뷰에도 관심을 가지라고 소리 높여 말씀하셨다.

나는 쫌 찔렸지만 안 그런 척 맹숭맹숭한 표정으로 계속 강의를 들었다. 그 때 어린왕자의 별님이 다시 서재에 음악을 올린 듯 알라딘 마을에 달콤한 뉴에이지 음악이 흘러 넘쳤다.

잠시 쉬는시간, 우리를 응원하러 온 배꽃님, 해리포터님, 배혜경님,한샘님, hnine님들이 저기 뒤에서 손짓하는 게 보였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가져 왔다고 하는데 난 막 뛰어 가다가 마태우스님을 목격했다. 마태우스님은 야클님과 재밌게 축구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님 눈치 보며 밤 마실을 나온 메피스토님과 커피 마시러 가는 중이었다. 마태우스님 팬클럽에 준회원으로 정확히 이름이 올라갔는지 확인하러 잠시 마태우스님에게 달려 갔따 왔는데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발마스님과 로쟈님이 웃고 있었다. 아, 저 지적인 분들의 웃음은 어째 웃음조차도 난해할까? 생각하며 전호인님이 다 먹기 전에 얼른 가서 앉아 나도 맛있게 아이스크림 하나 먹었다. 

다음은 바람구두님의 이벤트 특강이 있었다. 바람구두님은 예의 그윽한 눈빛으로 우리를 돌아보았다. 씩씩하니님과 나는 바람구두님의 구두가 참 독특하게 생겼다는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조선인님이 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 왔다.

다음은 마지막 강의. 글샘님의 강의다. 글샘님이 강단에 오르자 모든 사람들이 조용히 님의 얼굴에 주목했다. 님은 글을 쓰는 사람의 철학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였는데 원고와 강의가 정말 근사했다.

이제 알라딘 폐인 연수는 끝났다. 무사히 연수를 마친 우리들에게 선배님들의 박수 소리가 이어졌다. 상기된 얼굴로 나오는 나에게 달팽이님이 다가왔다. "이제 집에 가서 인디언 음반 들으세요. 마음이 편안해질 거에요."

그렇게 나는 알라딘 폐인이 되었다.

참, 보슬비님의 정성어린 축전이 왔다는 걸 깜빡 했다.

집에 와서 쉬고 있는데 기인님의 축하 메시지가 왔다. 오, 논문을 쓰는 바쁜 와중에.. 감격스러웠다.

 

뱀꼬리: 점심시간에 끄적거렸습니다. 여러 알라딘 동지님들의 이름이 허락없이 거명된 점을 양해해 주시길. 호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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