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거가 끝났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가 사람을 망연자실하게 하는 구나.
최악이라하더라도 100표이내는 앞설 것이란  분석이었다.
경찰정보(국정원보고)를 입수한 것 결과 압승으로 상층부에 보고되었단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청천에서 50%정도를 득표하고, 나머지 3개면에서 200-300(15%정도)씩만 획득을 하더라도 무난한
당선이었고, 그동안의 명성이나  각면의 발전과 주민들에게 봉사한 것만으로도 최소한으로 계산한 표였기에.........

원인은 바람이었다.
군의원들은 4개면에서 3명을 선출한다. 각 면단위로 3명씩 출마했으니 유권자가 제일 많은 청천을 제외하고면 3명이 각각 표를 분산하기 때문에 각면에서 군의원을 내기가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니까 어차피 안되는 군의원은 포기하고 인물이라던가 정당을 무시하고 자기면출신을 도의원으로 밀어주자는 의견이 각면에서 나오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 5/29일 저녁이었다.

이러한 논리가 먹혀들어 확산되고 있다는 제보가 각면단위 우리측 유권자들로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래도.....그래도........였다. 그동안에 하신 일이 있는 데 기본표는 나오겠지........

2.
개표요원으로 참석했다.
부재자 투표를 개표했다.
 결과가 별로 좋지는 않다.
상대후보에서 노인들을 부재자신고를 많이 했다는 정보가 있었기에 개의치 않았다.
청천면이 먼저 개표란다. 청천면에서 55%의 득표!
기존의 예상치를 조금 넘어서고 있었다.
주변에서 당선될 것이다라고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문광을 개표했다.
문광면 출신이 75%를 득표했다.
 아무리 많이 득표한다하더라도 70%는 넘지 않을 것이고 그중에서 15~20%는 우리것으로 예상했는 데 이상한 예감이 든다. 어라~ 정말 지역위주로 단합한 것일까?
청안면을 개표했다.
청안면출신후보의 신상이 워낙 난잡하여 우리측이 30%정도는 득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몰표다 청안면 출신후보가 85%를 획득했다. 우와~ 환장하겠다.
이게 아닌데.........아무리 지역후보를 민다고 하지만 그렇게 주어서는 안되는 사람인데.......
이것이 바람이구나.
죽으나 사나 도의원은 인물됨됨이나 정당과 무관하게 지역민으로 한다는 정보가 현실로 밝혀지는 개표였다.

3.
이렇다면 다른면도 마찬가질 것 같다. 에고 상대방이 워낙 자기 고향에서 민심을 잃은 사람이었기에 그래도 기대가 된다. 상대방이 70%만 획득하지 않는다면 아직까지 희망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일이다냐? 95%를 획득한다. 이것은 공산당보다 더하다. 몰표다 다른 사람것은 눈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70%정도만 획득한다면 100표정도의 차이로 이길 수 있을텐데...... 95%라니 믿기지 않는다.
이렇게 되다니

4.
멍하다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인가?
선거사무실로 왔다.
사람들이 모두 정신이 나간 듯 보였다.
아무런 말이 없다. 하는 말이라고는 모두가 "이럴수가....이럴수가 어떻게 이럴수가 "뿐이다.
이렇게 선거는 끝이나고 말았다.
누구를 탓하고 누구를 원망하랴.
모두가 하늘의 뜻인 것을.......

하지만 너무 아쉽다. 억울하다. 분하다.
그동안 가정보다는 지역을 위해 평생을 살아오신 분에게..... 그것도 눈에 보이는 실적이 눈앞에 보이고, 직접 고생했다고 갖다준 공로패만도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인데.....이렇게 배신을 하다니 아무리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넘 억울하다. 내가 울고 싶을 진대 당신께서야 오죽할 까?
아버님이 보이질 않는다. 청주로 나가셨단다. 연락이 되질 않는다.
미치겠다. 아버님이 더 미치실 것이다. 당선 꽃다발들을 오는 손님마다 다 가지고 왔는데........
압도적으로 당선되셔서 충북도의장을 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의정회 회장님도 와 계셨었는데

새벽1시!
전화가 온다. 청주라고 하시면서 가경동 터미널옆에 모텔이시란다. 그냥 혼자 계시겠단다.
청주로 나갔다. 2시 30분!
가경동은 아직도 불야성을 이룬다. 그런데 나에게는 왜이렇게 칙칙하게 느껴질까?
수소문해서 방을 찾아 들어갔다. 약주를 한잔하신 듯 얼굴이 수척하신 상태에서 잠에 취해계신다. 그동안 밤낮으로 뛰셨는 데 피곤이 한번에 몰려왔으리라. 넘 초췌하게 느껴진다. 눈물이나 견딜 수가 없다.
울 수가 없다. 내가 울면 아버님은............
아침에 천안으로 오시라고 다짐을 받고 거리로 나왔다. 3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주변에 술집으로 향했다.
친구를 불렀다. 고향친구를............. 귀챦다 하지 않고 단걸음에 달려나온다.
술좀 사주라.  단숨에 들이켰다. 미칠 것 같다. 패한 것이 억울해서가 아니라 아버님의 초췌하고 초라하신 모습을 본 것이 넘 괴로웠다. 어떻게 위로해드린다.
친구가 말린다. 그만 마시라고.........
그래도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 힘이된다. 고맙다 친구야.
경찰이 보면 안되지만 새벽 5시까지 마시고, 술에 취한상태로 천안으로 차를 몰았다.
집에 오니 6시정도가 되어간다. 아내가 자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씻지도 못하고 그냥 쓰러졌다.  9시가 다 되어서 출근을 했다. 직원들과 교수들이 물어본다.
얼굴을 보더니 말을 걸지 못한다.

연구실로 들어왔다.
아무 생각이 없다.
문을 잠그고 쇼파에 몸을 의지했다.
그냥 잠이 들었다.
밖에서 문을 두드린다. 점심식사하자고..........
그냥 자고 싶다고 했다.
저녁이 되어서 교수들이 나의 연구실로 왔다. 위로를 한다.
그때서야 아차 아버님이 울 집에 오셨는 지 확인을 했다.
오시지 않고 연락이 되질 않는 단다. 미치겠다.
그래도 잠은 계속온다.
저녁늦게 집에 가서야 아버님께서 시골집이라고 전화하셨다.
천안으로 오시지 그러시냐고 했더니 너희들 볼 면목이 없으시단다.
당신이 더 힘드실 텐데 그래도 자식들 걱정이다.

아버지 아니 아부지.................
힘내시죠.

주변의 인사치레가 부담스러우실 텐데.........
며칠간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오시도록 해볼까?

내일은 가족들과 같이 시골집이나 다녀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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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02 2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02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6-06-0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시골은 아직도 그런 것이 심합니다. 고맙습니다

전호인 2006-06-03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회복중에 있슴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