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적 섹스에 대한 집착이 낳은 산물이라고 해야 하는 지 건강하고 행복한 섹스를 도와주기 위한 산물이라고 해야 하는 지 판단하기 난감한 일이다.
해외연수를 다녀올 때 윗사람에 대한 선물로 그놈을 찾는 선배를 보면서 저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가이드로부터 독일, 중국 등에 나가면 응당 구입하는 선물 중에서 양주 등과 더불어 선호도가 가장 좋다는 것을 들은 후에야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그 놈이 내게까지 오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한 일이다. 출장방문 중 친한 후배가 종이에 싼 무언가를 내밀었다. 푸르른 색을 띠었고, 약인 듯 한데 반으로 갈라져 있고 온전한 것은 아니었다. 이왕 주려면 온전한 것을 주던지 반알이 뭐냐고 물었더니 그 정도 만으로도 효과가 좋단다. 후배의 사용경험에(?) 대한 설명까지 듣고 난 후에야 그놈에 대한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후배는 선물받고 남아 있는 것을 건네 준 것이다. 아직 나이에 비해 부부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남들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데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았지만 그래도 후배의 성의(?)를 생각해서 주머니에 넣었다. 이 나이에 그놈에게 의지해야 하는 부부생활이라면 허무한 일이다. 쾌락을 추구하기 위해 그놈을 이용하고 싶지도 않았다.
가끔 스팸 문자로 36시간 지속이 어떻고 하는 문자를 받기도 했지만 막상 그놈을 만나고 나니 기분이 참 묘했다. 그놈을 먹고 36시간 그 짓거리를 할 수도 없을 뿐더러 주책없을 것을 생각하니 웃음만 나왔다. 행복한 부부생활이 될 것이라는 문자의 내용에도 헛 웃음만 나왔다. 파트너를 배려하지 않는 극히 주관적인 섹스가 얼마만큼 행복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발기부전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의약품이 쾌락만을 갈구하는 자들에 의해 섹스의 도구로 이용되어 지는 현실을 보면서 잘못된 욕망의 끝이 어딜 지 궁금했다. 건강한 신체에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 사랑이 가득 담긴 손길과 마음의 공유를 통한 섹스는 도구나 약품에 의존해서 쾌락만을 쫓는 섹스보다 분명 더 행복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간의 쾌락을 위해 그놈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오늘 문득 주머니를 뒤져 보았다.
그런데 그놈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분실된 것인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