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나서서 그 사람의 경제관련 공약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를 이야기 해도 아무도 듣질 않는다. 공약대로 추진하는 게 우리 경제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해도 콧방귀만 뀔 뿐이다. 자수성가한 대기업 회장 출신의 대통령이 지금의 무능한 집권세력보다야 낫지 않겠냐는 믿음이 더 확고하기 때문이다.

"도덕성 보고 그 사람 지지하는 게 아니거든."

 그 동안 그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에게 그의 위장전입, 자녀들의 위장취업, BBK 관련 사건 등 각종 의혹 등을 이야기 하면 하나같이 했던 말이다. 그 후보의 여성비하 발언이나 장애인에 대한 모욕 등도 지지자들의 결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를 지지한다는 이들 중 그의 도덕성을 이유로 꼽는 사람은 없었다. 경제만 살릴 수 있다면 도덕성 따위에는 얼마든지 관대할 수 있다는 자세였다.  이제껏 그 후보의 도덕성에 관대했던 이들이 그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을 몰랐던 건 아니다. 위장전입은 자녀 교육 때문이라고 여기고 이해해 주었고, 여성 비하 발언은 본 뜻은 그게 아니었을 거라며 넘겼다. 자녀 위장 취업이나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퇴폐업소를 받아들인 일도 바쁜 가운데 챙기지 못해 생긴 일로 이해하고 넘어 갔다. 땅 문제도, 위증 교사 문제도, BBK 문제도 검찰이 아니라고 하니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와도 그 후보의 말만 받아 들였다. 경제를 살린다는데 그 정도 눈 감아 주는 건 일도 아니었다. 자신은 BBK와 관련이 없으며, 김경준에게 사기를 당했을 뿐이며, 관련 자료는 모두 조작되었다고 했던 그 후보가 아닌가. BBK 주가조작과 관련이 있으면 대통령이 된 후에라도 무한책임을 지겠다고도 하지 않았던가.

그랬던 그가 직접 화면에 등장해 스스로 BBK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하고, 수익을 자랑하고 있으니 그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기가 막힐 노릇임에는 분명하다. 도덕성 때문에 대통령 후보를 정하는 건 아니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이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도덕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 후보가 경제를 살릴 후보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보의 도덕성만큼은 국민 모두가 눈으로 확인했다. 이제 이틀 후면 선택을 해야 한다. 그 선택은 단지 누구를 대통령으로 뽑느냐에 그치는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덕성이라는 게 과연 존재하느냐 아니냐 하는 걸 판단하는 일이기도 하다.

2007.12.17 09:30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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