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젖국. 혹시 들어보셨는지. 소금 간을 해 말린 우럭을 넣고 국처럼 끓여 내는 음식이다. 북어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북어포 대신 우럭포를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북어국은 전국 어디서든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우럭젖국을 먹으려면 충남 태안으로 가야한다. 태안 지역 특산 음식이라 다른 곳에서는 좀처럼 구경할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해 토담집으로 가야한다.  

태안등기소 입구 맞은편에 토담집이 있다. 이곳 토박이 윤순철(59) 사장이 30년 째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테이블 다섯 개의 작은 가게지만, 태안은 물론, 인근 지역에서도 제법 알아주는 ‘맛집’이다. 메뉴는 우럭젖국과 꽃게장, 딱 두 가지다. “태안에서는 옛날부터 제상에 북어포 안 올렸시유. 꼭 우럭포 올렸다니까유. 그 때는 북어만큼 우럭이 흔했다니까유. 요즘 잡히는 것, 그 때에 비하면 택도 없시유.”

제사를 지낸 후, 모인 사람들은 우럭포를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여인들은 남은 머리, 꽁지, 뼈 등을 버리지 않고 잘 모아 두었다.

이튿날, “젖국 쪄봐라”는 집안 웃어른의 ‘명령’이 떨어지면, 우럭포의 잡부위를 모아 쌀뜨물에 넣고, 고추와 두부, 육쪽마늘을 곁들여 끓여냈다. 이것이 우럭젖국이다. 젓갈은 물론, 다른 어떤 양념도 들어가지 않는다. 우럭포에 밴 소금이 우러나와 자연스럽게 간이 된다. 요즘도 태안 일대의 가정에서는 제상에 우럭포를 올린다고 한다.

“젖갈도 안 들어가는데 왜 젖국이라 하는지는 모르겠시유. 옛날부터 그렇게 불렀시유.” 지난 2000년, 안면도에서 세계꽃박람회가 열릴 때 우럭젖국이 소개 됐다. 당시만 해도 토담집은 우럭젖국을 파는 유일한 음식점이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사람들이 우럭젖국을 찾아 토담집으로 모여들었다. “좁은 가게에 손님 치르느라 죽는 줄 알았시유.”

우럭을 말리기에 좋은 때는 매년 2~4월. 4월이 넘어가면 볕이 강해져 우럭이 익어버린다. 말리는 기간은 이틀이나 사흘. 소금으로 간을 해 말린다. 그리고 냉동실에 잘 보관해 두고 즉석에서 끓여 낸다. 오래 끓이면 맛이 짜게 된다.

국물은, 북어국의 그것처럼 맑지는 않다. 하지만 맛은 북어국 못지않게 시원하다. 뒷맛은 우럭의 기름기가 살짝 돌아 담액하다. 말린 우럭 살은 퍼석퍼석하지 않아 좋다.

우럭젖국이 입소문을 타면서 태안과 인근 서산에 몇 집이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윤 씨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이다. “제대루 끓여야주, 집에서 만드는 거랑 똑같이유. 무우, 조개같은 거 넣으면 절대 안돼유. 제맛이 안난다니까유. 양념도 이것저것 쓸 필요가 없시유.”

우럭젖국과 함께 꽃게장 역시 이곳 명물이다. 벌집을 넣고 양념간장을 만드는 것이 비결이다. 벌집은 꽃게 비린내를 없애주고, 쉽게 상하는 것도 방지한단다. 그래서 윤 씨는 벌통 10여 개를 집 뜰에 두고 벌을 친다. 장사 시작할 때부터 그랬단다. 게다가 태안 꽃게는 예부터 실하고 맛좋기로 유명했으니, 꽃게장 맛을 추측할 만 하다.  

“태안 꽃게가 실하쥬. 가격부터 다른 기랑 차이가 나유. 옛날에는 5월이면 태안 읍내장에 꽃게가 지천으로 널렸시유. 요즘은 10분의 1루 줄었지만유.” 장은 봄꽃게라 담가야한다. 암놈이면 더 좋다. 그래야 장도 꽉 차고 맛도 있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윤 씨의 입담도 맛있는 반찬이다. 큰 체구에 짧은 머리, 투박한 말투가 얼핏 선머슴 같아 보인다. 하지만 “예쁘게 생겼으니까 밥 더 드셔유”하고 말 할 때는 덩치만큼 넉넉한 정(情)이 느껴지기도 한다.

햇살이 조금씩 따가워진다. 여름까지 기다리지 못하겠다면 지금 서해로 떠나도 좋겠다. 바닷바람이 시원하고, 북적이지도 않아 딱 좋다. 할미, 비 바위가 있는 꽂지해변을 거닐고, 안면도 휴양림의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겠다. 영목항, 대야도, 고남면 옷점마을의 갯벌도 반가울 게다. 가는 길에 담백한 별미, 우럭젖국 구경을 해 보는 것은 어떠신지.

information
태안읍내에서 우럭젖국을 파는 곳은 거의 없다. 토담집은 태안읍 태안등기소 입구 맞은편에 있다. 우럭젖국 1인분에 8000원(공기밥 별도). 꽃게장은 1인분(1마리) 2만원. 보통 4인이 갈 경우 꽃게장 2인분, 젖국 2인분 주문한다. 양이 넉넉하다. 꽃게장은 택배로도 배달된다. 1kg에 6만원. 토담집 041-674-4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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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7-05-1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친정이 태안이거든요.
친정엄마께서 가끔 우럭젓국을 끓여주신답니다.
어렸을 땐 그 독특한 냄새가 싫었는데.
그게 특별한 찌개거리가 없는 날 하는 음식이었답니다.

전호인 2007-05-15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너무 잘 아시는 정보가 되겠군요. 시간이 된다면 꼭 한번 찾아가서 맛보고 싶습니다. 사실 제가 한 미식가 하거든요. 평범한 것 보다는 소문난 집의 음식을 찾는 매니아랍니다. 게장 또한 군침이 돌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