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 정신을 차렸는데 지난 밤의 일이 기억나지 않아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되는 상황. 이럴 때는 술자리에서 폭력을 행사하거나 욕을 하고, 남의 집에 잘못 찾아가거나 길거리에서 자는 등의 실수를 하는 해프닝이 종종 발생된다. 대개 폭음으로 체내 알코올 농도가 0.1~0.2%가 되면서 기억 담당 기관인 뇌 속의 해마가 마비돼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 같은 경험이 며칠 간격으로 지속되고 술이 깬 경우에도 기억이 예전 같지 않다면 알코올성 치매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일례로 알코올성 치매의 초기증상인 베르니케-코사코프 증후군은 과도한 음주로 비타민의 일종인 티아민이 결핍되면서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는 질환이다. 이 때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는 초기증상을 알아채지 못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혼수나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술로 인한 기억력 저하는 곧 ‘뇌의 경고신호’인 셈이다.
경희대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황의완 교수는 “일단 손상된 뇌는 회복이 힘들지만 약물로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며 “하지만 과도한 음주와 영양이 제대로 공급이 되지 않은 상태가 지속되면 영원히 기억력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과음이 원인이 되는 알코올성 치매는 기억을 담당하는 측두엽의 손상으로 발생하는 일반적 치매와 달리 충동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손상되면서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로 인해 일반 치매환자보다 화를 심하게 내고, 평상시보다 폭력적일 수 있다.
전문의들은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알코올성 치매에 걸릴 위험성을 간과하고 음주를 과도하게 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성인 치매의 15%를 차지하는 알코올성 치매는 노인들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체내에 흡수된 알코올 농도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고 개인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0~40대의 알코올 중독환자에게서도 알코올성 치매는 상당수 나타난다.
알코올성 치매를 예방하려면 금주가 최선이다. 하지만 불가능하다면 절주라도 해야한다. 되도록이면 알코올이 기억능력 담당세포에 혼선을 주기 전 알코올 섭취를 멈춰야 하는 것이다. 알코올로 뇌 손상을 막으려면 남성은 음주 시 1주일에 14잔ㆍ1회 5잔 이하, 여성은 일주일에 7잔ㆍ1회 3잔 이하로 먹어야 한다.
연세대 병원 정신과 남궁 기 교수는 “여성의 음주제한량이 남성에 비해 적은 이유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알코올에 약하기 때문”이라며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내에 알코올이 잘 녹지 않는 지방이 많아 같은 양의 음주를 했을 경우 상대적으로 체내 알코올 농도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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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2-23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귓속말님, 알코올성 치매! 말로만 들었는 데 요즘 들어 자주 끊기는 현상이 있다보니 겁이 납니다. 그래서 한약을 먹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