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2월 15일 (목) 07:44:21 메디컬투데이 mdtoday.iamdoctor.com
취업준비생 김상준(27,가명)씨는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지원한 회사에 가기 전 액체로 된 '우황청심원'을 복용했다.

서류전형에는 항상 통과하지만 자꾸 취업의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가 면접에서 몸을 떨며 말을 더듬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면접에서도 많이 긴장한 탓인지 몸을 떨고 말을 더듬거려 큰 기대를 갖고 복용한 '우황청심원' 덕을 보지 못했다.

우황청심원 광고에서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단체로 떨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불안한 순간'이나 '초조한 순간'에 먹으면 효과가 좋다고 했지만 김씨는 결국 속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황청심원은 중풍약, 시험 당일 심신안정 위해 먹으면 안돼

구산한의원 이종한 원장은 우황청심원의 효능에 대해 "동의보감에 따르면 중풍을 맞아 인사불성, 입에 담이 끼고, 정신이 모호하고, 말을 못하며, 입과 눈이 돌아가고, 팔 다리를 못 쓸때 사용한다고 돼있다"며 "잘못된 의학 상식 중 하나가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우황청심원을 복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우황청심원을 시험 전날이나 당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약으로 오인해서 복용 후 가슴이 두근거려 시험을 망쳤다고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특히 우황청심원은 부작용을 감내하고서라도 위급상황이 닥쳤을 때 복용하는 약으로 평상시 보약처럼 먹거나 각종 시험에 대비해 먹을 경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원장은 "우황청심원에는 매우 자극적인 성분의 약제가 들어있다"며 "무심코 먹었을 경우 갑자기 피로가 찾아오거나 졸린 현상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긴장을 풀어주는 약으로 잘못 쓰이고 있지만 긴장을 많이 한다던지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먹으면 안되는 약으로 알려져있다.

◇우황청심원, '수험생과 큰 상관관계 없다'

그렇다면 우황청심원을 판매하는 제약회사들이 큰 시험이나 면접 등을 앞두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효능이 있다고 광고하는 것은 거짓일까?

먼저 대부분 우황청심원이라는 상표로 판매되고 있는 약들은 '정신불안'에 대한 효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정신불안에 효능이 있다'는 개념 자체가 긴장을 완화시키거나 정신적 안정을 꾀하는 내용인지는 확인하기가 힘들다.

우황청심원 매출 1위의 광동제약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경안정과 관련해 적응증이 있고 심신안정에 대한 효과도 있다"며 "다만 사람에 따라 역효과가 나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우황청심원이 수험생들이 심신안정을 취하는 하는 것과는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

약손한의원 서용호 원장은 "우황청심원은 중풍으로 인해 막힌 기혈을 뚫어주는 약제"라며 "심신안정과는 큰 관계가 없고 심신안정을 위해서는 다른 약제들을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긴장완화, 심신안정은 '플라시보' 효과?

우황청심원은 본래 제약회사들이 내걸고 있는 약이름(상표)가 아니라 동의보감 등에 나오는 처방명이다.

따라서 현재 시판되고 있는 우황청심원은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고 원래 처방과 달리 복용하는 양을 달리한 것들도 있기 때문에 고전적 처방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게 한의사들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때문에 시험을 앞두고 있는 수험생이나 긴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복용해 효과를 보는 건 어쩌면 아무 효능도 없는 약을 먹고도 치료가 된다고 느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정신불안'에 적응증을 갖고 있는 우황청심원이 아무 효능도 없다는 주장으로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다.
메디컬투데이 윤철규 기자 (okman@mdtoday.co.kr)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