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우리 몸이 빠르게 이용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고, 우리 몸에 유익한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cholesterol)을 높여 주기 때문에 심장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갖고 있다. 그리고 적당한 음주는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술은 인간의 감성을 풍부하게 하고 흥분시키므로 성욕을 증가시키고, 섹스의 즐거움을 높일 수 있다. 그리스의 시사풍자가 아리스토파네스는 ‘술은 사랑을 싹 틔우는 우유’라고 비유했고, 극작가 에우리피데스가 ‘술이 없는 곳에는 사랑도 없다’고 했듯이, 술과 성은 끈끈한 관계를 가진 것으로 인정되어 왔다.

술은 중추신경을 자극하여 이성적인 억제가 풀리고, 일시적인 자신감과 가벼운 흥분을 일으켜 일시적으로 성적 쾌락을 높일 수는 있다. 하지만 상습적인 과도한 음주는 성 능력을 감퇴시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술은 심리적으로 긴장을 해소시켜주고, 사회적인 관계를 부드럽게 만든다. 술은 적당히만 마실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유익점이 많다는 증거는 많다.

 

하지만 술이 이롭기만 하지 않다. 술을 지속적으로 많이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 남용, 알코올 의존, 알코올 금단증후군과 같은 정신병에 걸리게 되며, 알코올성 간염, 간경화, 췌장염, 위장관 출혈이 찾아오고, 간암이나 위암, 식도암 같은 암의 위험성도 커진다. 하루 포도주 1병 이상을 마시며 20개피 이상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 즉 술과 담배를 같이 하는 경우는 더욱 위험해서 식도, 인두, 후두 등 목구멍 암에 걸릴 확률이 50배에서 100배 높다. 임신 중 술을 과다하게 마시면 태아는 성장과 발달이 저하되어 ‘태아 알코올 증후군’이라고 하는 무서운 합병증을 일으킨다.

또 술은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사회적 활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이혼, 실직, 빈곤, 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알코올 중독자의 자살률은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의 10배이며, 평균 수명은 10년 짧다.


발기부전의 원인 중 하나가 과음이며,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테스토스테론과 안드로겐 및 고나도트로핀 등의 성호르몬을 감소시켜서 수태능력의 저하, 성 욕구 감퇴, 무정자증, 발기 불능, 불임, 고환 퇴화와 위축, 남성의 여성화 현상(남성 호르몬의 저하로 인한 여성형 유방)를 유발한다.

술은 화학적으로 C2H5OH라는 화학적 물질이다. 술은 휘발성이 높고, 탈수작용이 있어서 박테리아를 죽이는 성질을 갖고 있는 물질이다. 술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분해)되는데 2가지의 술 분해효소가 필요하다. 술은 이런 효소의 작용으로 에틸알코올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그 다음 초산염으로 바뀐 후, 최종적으로는 이산화탄소와 물로 변화해서 최종 대사를 마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아세트알데하이드를 분해하는 효소가 부족하여 아세트알데하이드가 축적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혈압이 오르고 맥박이 빨라져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빨개지고 두통이 생기는 등 불쾌감을 경험한다.
이 분해효소가 부족한 사람은 한국인 2명 중 1명 정도이고, 4명 중 1명은 아예 이 효소가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술을 강제로 마시게 하면 심한 경우 의식이 나빠져서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 기도가 막혀 사망할 수도 있다. 연말 송년회 때 회사원들이 사망하고, 매년 대학생 신입생 환영회 때 억지로 술을 마신 신입생이 사망하는 기사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술을 마시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지고 말을 많게 한다. 그 다음 더 많이 마시면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판단이 흐려지고, 소화계나 중추신경계에 해로운 작용을 해서 토하게도 하고, 신경조절능력을 떨어뜨리고, 의식을 흐리게 만든다. 사람마다 술에 대한 반응은 다르지만 마시는 술의 양이 늘어나면 누구나 비슷한 경과를 밟게 된다.

 

몇 가지 방법을 선전하기도 하지만 실제적인 효과는 별로 없다. 술을 마실 때 안주를 많이 먹거나 천천히 마시면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 술의 흡수 속도는 떨어져 빨리 취하지 않을 뿐이지 결국 흡수되는 술의 양은 같다. 오히려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많이 먹으면 술의 흡수가 천천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술이 깨는데 걸리는 시간은 더 걸린다. 또 주로 먹는 안주인 등심, 삼겹살, 오징어, 땅콩, 해물에는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과 소금 성분이 많기 때문에 안주를 많이 먹는 것은 오히려 건강에 좋지 않다.

결론적으로 더 나쁠 수 있다. 대부분의 약물들은 모두 간에서 분해가 되며, 알코올 또한 간에서 분해가 된다. 술과 약물을 함께 복용하는 것은 간의 분해 효소 체계에 한꺼번에 두 가지 이상의 약물을 투여하는 결과가 되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경우 각종 항생제, 진통제, 신경 안정제 등의 혈중 약물 농도가 일정치 않게 되어 원하지 않는 작용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제산제 계통의 위장약은 위는 보호할 수가 있지만, 위벽에 있는 알코올 분해 효소의 활동을 막기 때문에 실제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20% 정도 더 높아질 수 있다.


글/ 김철환
인제대학교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http://www.paik.co.kr)

출처 : 365홈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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