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이틀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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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5월 5일 어린이날 하루만에 다 읽은 책입니다. 모처럼 쉬는 날이지만 애인이 없다보니 놀데,갈데도 없고, 집에서 책이나 읽는 게 낙이지요. 그렇게 흘러가는 거 아니겠습니까...그러다 보면 낙엽지고, 눈내리고, 크리스마스 오고, 한 살 더 먹는 거 아니겠습니까...-_-;;; 갑자기 슬퍼지네요...

<사라진 이틀>을 쓴 작가는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1958년생 작가입니다. 이 작품으로 200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1위를 했다고 합니다. 일본 추리 문학에 정통한 주변분의 증언에 의하면 그의 작품은 주로 본격에 강세가 있다고 합니다. <사라진 이틀>같은 휴머니즘+사회파 작풍은 오히려 흔치 않다고 합니다. 그의 본격 작품이 번역됐으면 좋겠네요...

이 작품은 가지 소이치로라는 기품있고, 선한 눈을 가진 경찰 교관이 자기 아내를 목줄라 죽이면서 시작합니다. 가지의 아내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있었지요. 치매 때문에 두 사람 아들의 기일을 잊은 아내는 절규하며 아들을 기억하고 있을 때 죽여달라고 외칩니다. 가지는 어쩔 수 없이 아내를 죽인 거지요.

여기까지는 그다지 특별할 게 없지만 작품의 진짜 재미가 곧 시작됩니다. 가지는 아내를 죽인 죄책감으로 자살을 하고 싶어하는데,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꼭 1년 뒤에 자살을 하겠다는 거죠. 왜 1년 뒤에만 자살을 할수 있을까?  호기심이 팍팍 생기지 않습니까? ^^;;

원제인  '한오치'란 말은 수사 용어로 범인이 사건의 일부만 자백하는 걸 말한답니다.  아내를 죽인 사실은 숨김없이 말하지만, 사건의 일부에 대해서와 1년뒤에만 자살을 할 수 있다는 이유를 숨기는 가지의 증언이 바로 '한오치'인 것입니다.

작품은 6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며 이끌어갑니다. 가지를 최초로 심문한 심문관 시키(당구장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이름입니다..-_-;;), 가지를 기소한 검사, 가지를 취재한 기자, 가지를 판결한 판사, 가지를 변호한 변호사, 형무소에 수감된 가지를 감시하는 교도관이 그들입니다.그들은 각자의 입장에서 가지의 비밀을 파헤치려 노력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들 모두는 불가사의한 가지의 기품의 포로가 됩니다.

무엇보다 현직 경찰(가지)이 아내를 목잘라 죽인 사건을 맞아 벌어지는 초반부 검찰청과 경찰청의 암투가 박진감 넘치며 볼만합니다.

또한 화자  6명은 모두 50대를 넘기거나, 50대를 향해가는 중년을 넘긴 노년으로 접어드는 연령대입니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가 멀지 않은 그들이 느끼는 비감(가족으로부터의 소외감, 일만 알고 살아왔지만 무엇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잃어버린 젊음 등)이 작품 전면에 애잔하게 물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가지의 비밀이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이겠지요. 이 부분에서 독자들의 호오가 극명하게 갈릴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그 비밀이 간직하고 있는 스케일이 작거든요. 분명히 감동적이고, 슬프긴 한데 한편으로는 '뭐야! 이거였어..'하는 느낌도 듭니다. 신파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이 작품이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던 애잔한 정서를 클라이맥스에서 눈물로 확 터트려버릴 수 있게 만드는 좋은 엔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솔직히 조금 울었거든요. 저 개인적으로는 꽤 감동적이면서, 사회적인 이슈에 대해 발언도 하는 좋은 결말이라는 생각입니다만 분명히 시시하다고 느끼실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죽여야만 했던 가지의 비극과 6명의 중년 화자들의 애잔한 인생 이야기에 젖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가지의 비밀이 밝혀지는 마지막 10페이지는 눈물을 참기 힘드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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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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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에 절어 사는 무면허 탐정 매트 스커더 시리즈를 창조한 로렌스 블록은 정말 대단한 작가입니다. 영국추리작가협회와 미국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공로상을 모두 수상한 작가입니다. 국내 출간된 <백정들의 미사>는 미국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작이고요. 뭐 이런 상들이 꼭 작가의 수준을 대변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만큼 인정받는 작가라는 증거는 되겠지요.

<800만 가지 죽는 방법>의 매트 스커더는 한 창녀의 의뢰를 받습니다. 그녀는 창녀 생활을 이제 그만 때려치고 싶다며, 자신의 포주인 챈스라는 흑인에게 자신이 그만둔다는 사실을 통보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여기나 거기나 창녀가 포주에게 혹사당하고, 위협받는 건 비슷한가 봅니다. 자신 스스로 그만둔다고 말하면 혹시 해꼬지라도 당할까 염려한 나머지 매트에게 부탁한 겁니다.

의외로 선선히 창녀를 그만둬도 좋다고 말하는 챈스. 그러나 며칠 뒤 창녀는 호텔방에서 잔인하게 살해당합니다. 매트는 챈스를 의심하지만 오히려 챈스는 그에게 창녀를 죽인 범인을 잡아달라고 의뢰합니다.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창녀를 죽인건 자신에 대한 도전이라는 거죠.

매트는 챈스에 대한 의심을 여전히 간직한 채 창녀 살해 사건의 진상을 밝혀 내려 합니다. 전직 경찰 출신의 매트가 손에 쥔건 사립탐정 면허증도 아니요, 누구든 한방에 골로 보낼 수 있는 총도 아닙니다. 단지 술병만을 쥐고 있을 뿐이지요.

전에 읽었던 <백정들의 미사>에서도 반복되지만 이 작품에서도 매트는 끊임없이 신문을 읽습니다. 뉴욕에는 800만명이 살고, 그들 각자는 죽는 방법도 다양합니다. 꼭 800만 가지가 되죠. 800만명의 사람들이 하찮은 이유로 서로를 죽고 죽이는, 혼돈과 죄악으로 가득찬 사건들이 보도되는 신문을 매트는 쉬지않고 읽어댑니다. 벌거벗은 도시 뉴욕의 현실에 절망한 매트가 기댈 것은 술밖에 없는 거구요.

혹자는 말합니다. 신문을 뭐하러 읽냐고...안좋은 일만 가득한 신문은 읽지 않으면 그만아니냐고...매트는 그 말에 동의하지만 신문을 읽는 걸 멈추진 않습니다. 대도시 뉴욕의 현실에 절망하고는 있지만 결코 외면하지는 않는거죠. 그런 면에서 본질적으로 그는 정의로운 인물입니다.

사실 그는 800만 가지의 모든 죽음에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트는 모든 사람들이 인류라는 이름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기에 단 한 사람의  죽음도 자신을 우울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뇌까려 보기도 합니다.

<백정들의 미사>도 여운이 깊이 남는 대단한 수작이지만, 추리적인 측면이나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구성, 복선의 배치 등은 <800만가지 죽는 방법>이 더 뛰어난 것 같습니다. 사건이 해결되는 부분의 지적 쾌감도 꽤 큰 편이구요.

여러모로 대가 로렌스 블록의 필력을 보여주는 뛰어난 작품입니다. 1982년 작품인데 그해 미국추리작가협회상 수상을 하지 못했더군요. 찾아보니 윌리엄 베이어라는 작가의 <송골매>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더군요. <송골매>를 못 봤지만 고개가 약간 갸우뚱해집니다.
'이 정도의 걸작을 제쳤단 말야!'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지막으로 작품 맨 말미 매트 스커더의 금주 모임에서의 단 두 마디 스피치는 미스터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모든 소설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그야말로 감동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뻐근해지지요. 새로 읽으실 분들의 재미를 위해 밝히지는 않겠지만 정말 대단합니다. 어떻게 그런 결말을 낼 수 있었을까요...로렌스 블록은 정말 대단한 작가이며, 매트 스커더 역시 영원히 독자들의 기억에 남을 인물입니다.

P.S/ 1992년 <백정들의 미사>에서는 매트 스커더는 술을 완전히 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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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형의 집 - 하 밀리언셀러 클럽 16
타마라 손 지음, 황유선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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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의 공포소설은 별로 읽어 보지 못했다. 사실 미국에서는 스티븐 킹이 엄청난 인기가 있다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힘을 못쓰고 있지 않은가. 개인적으로 스티븐 킹의 <사계>는 읽어보고 아주 감탄했지만 그 외 작품들은 너무 길어 읽기 힘들며...무엇보다 무섭지가 않았다.

 

그렇다면 본인이 겁이 없는가? 그렇지 않다. 기가 허하기로 대한민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 나다.(웬지 자랑같다..-_-;;;) 일본의 공포소설 <링>과 <검은 집>,<메두사> 등을 읽고는 불켜고 잤다..무서워서..-_-;;

 

영미권의 공포소설은 그 나름의 전통이 있고, 그쪽 문화권에서는 상당히 무서워할 독자들이 많이 있겠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양권에서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별로 공포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다.

 

흡혈귀나 늑대인간, 귀신들린 집 등의 공포 코드보다는 머리푼 처녀 귀신, 원한을 잊지 못하는 원혼 등이 훨씬 무섭게 느껴지는 건 비단 본인만은 아닐 것 같다.

 

이 작품 <붉은 인형의 집>은 위에 언급한 서양의 공포 코드 중 귀신들린 집을 차용했다. 보디 하우스( Baudey house - Body house)라는 중의적인 이름을 가진 집에 베스트셀러 공포소설 작가가 딸과 함께 취재 겸 해서 이사를 온다. 이사 첫날부터 콜드 스팟이라 불리우는 차가운 영적 덩어리가 그들을 반긴다.

 

알고 보니 그 집은 100년전쯤에 창녀들의 매음굴 비슷한 집이었다. 리찌라는 여자가 주인장이었는데 창녀굴을 운영했지만 악인은 아니었다. 그런데 리찌의 딸인 크리스터벨은 부두교의 주술에 능한 주술사였다. 심지어 호르몬 분비가 과다해 밝히기까지 한다...-_-;;

 

사악한 크리스터벨은 그 집을 피로 물들인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참혹하게 살해되는데 어찌나 끔찍한지 여기다 적을 수가 없을 정도다. 

 

베스트셀러 작가 데이빗은 그 집에서 살면서 인형을 발견한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 무사히 초등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라면 모두 짐작하셨겠지만 그 인형에는 크리스터벨의 영혼이 갇혀 있다. 크리스터벨은 부활을 꿈꿔 데이빗의 꿈으로 찾아가 밤마다 그를 유혹한다..

 

밤마다 시큐버스(몽마)에게 강간을 당하다시피 해 공포에 질리는 데이빗...여기서 작가의 최초 실수가 있는 듯 하다. 미모의 여인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 잘해주는데(무엇을?) 그게 뭐가 공포스럽다는 말인가? 남자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 -_-;;;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펼쳐지다 최후에 크리스터벨과 대결한다는 이야기이다.

 

이 책은 꽤 두꺼운 분량으로 2권이다. 여러 가지 사건들이 나오고 비교적 흥미진진한 전개가 펼쳐져 읽는 맛은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가장 큰 약점이라면 역시 공포소설치고 무섭지가 않다는 것이다. 공포소설이라면 긴장감 넘치게 달음박질쳐가다가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에서 공포의 오르가즘을 독자에게 안겨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결정적으로 무섭게 느껴지는 장면이 단 하나도 없다. 전술한대로 미국과 한국의 문화적 차이일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공포소설이 무섭지 않다는 건 김빠진 맥주같이 느껴진다. 너무 잔인하고 색정적인 장면들이 연속되는 것도 보기 좋지 않다. 간단히 말해 싸구려같이 보인다.

 

지루하지 않고, 쭈욱 읽어나갈 수 있는 어느 정도 재미있는 책이지만 크게 무섭지도 않고, 칭찬받을 요소가 가득한 작품은 아니다. 다음 번 밀리언셀러 클럽에는 일본 공포소설을 추가해보는 게 어떨까 싶다. 공포소설, 영화는 일본쪽이 요즘 세계를 휘어잡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p.s/ 주인공이 작가이다 보니 출판사 이름들이 자주 나오는데 조금 웃긴다. 랜달하우스(랜덤하우스), 도너북스(워너북스) 등이 패러디로 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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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da78 2005-11-02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의 여인이 밤마다 꿈에 나타나 잘해주는데(무엇을?) 그게 뭐가 공포스럽다는 말인가? 남자라면 누구나 좋아하지 않을까? -_-;;;
으하하! >ㅁ< 재밌어요!
저 이 책 아는 분이 빌려주셔서 읽었는데, 진짜 무지하게 실망스럽더군요. 저도 검은집 읽고 무서워서 덜덜 떨었는데, 역시 일본 호러가 와 닿는 것 같아요. ^^
재밌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제다이님. 흐흐흐흐

jedai2000 2005-11-03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시귀> 보셨나요? 일본 공포소설하면 <링> <검은 집> <시귀>의 삼총사를 꼽는 분이 많아 궁금하네요. 솔직히 미국 공포소설이 진심으로 무서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아! 예전 <토탈호러>라는 단편집에서 <샌드킹>이라는 작품을 읽었는데 그건 엄청 무서웠어요.

panda78 2005-11-03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귀 봤지요! ^^ 근데 무섭다기보다 재밌던데요. ^^;;
오노 후유미의 [악몽이 깃든 집], 이게 좀 더 무섭던데, 다른 분들은 하나도 안 무섭더라고 하셔서... 그 때 주위 분위기가 호러 읽기에 적합했나 살짝 의심이 가기도.. ^^;

(토탈 호러는 그런대로 무섭고 징그럽고 기괴하고 끔찍한 느낌이었죠. ㅎㅎ 샌드킹은 그 중에서도 걸작! b)

jedai2000 2005-11-04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몽이 깃든 집>이 무섭군요. 구해봐야겠네요. <샌드킹> 다시 읽어보고 싶은데 구할 수가 없네요. 고교 때 읽고 정말 엄청 무서웠었는데..
 

1) 클래식

 

 

  그렇다. 이 영화 심각한 신파 영화다. 관객들 울려서 주머니 털어보려고 작정한 영화라는 말이다. 초반부의 산뜻한 에피소드와는 달리 질질 짜는 후반부는 늘어지며, 심지어 영원히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조승우와 손예진의 '징한' 운명의 고리가 노출되는 후반부는 그야말로 범죄의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 분명히 미덕이 있다. 특히 현재 부분, 조인성 선배를 짝사랑하던 손예진이 선배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고백을 하기 위해 빗속을 달리는 장면은 정말 최고다. 멀리서 바라만 보던 사람이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설레임이 너무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장면의 리듬, 감정, 음악, 연기 모든 것들이 최고다. 이 장면의 손예진은 너무도 사랑스러워 정상적인 남자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탭들과 배우들도 이 영화 너무 낡은 느낌이라며 반신반의했을 때 이 장면을 찍고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의 설레임과 떨림, 젊은 날의 터질 것 같은 열정이 너무도 아름답게 필름에 찍혀 있다. 볼 때마다 너무 설레여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사실은 그 역시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기분을...만약 그렇다면 빗속을 달릴 것이다. 몸이야 젖겠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가 그깟 몸 좀 젖는게 대수겠는가...

 

 

2)  러브 레터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멜로 영화의 걸작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 후배들과 단체로 보았는데 영화에 흠뻑 취해 버렸다. 영화 끝나고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평소 시끄럽다고 술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여자 후배들이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는게 아닌가. 수다쟁이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고...이 영화의 향기에 모두 취해 버린 것이다. 결국 그날의 자리는 조용히 각자 앞의 맥주만 홀짝거리며 흘러가 버렸다.

  마지막 장면, 단 한장의 그림으로 모든 걸 설명하는데 엄청난 울림을 준다.

가장 잘만든 반전이 들어간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이 영화를 꼽는다.

 

 

3) 첨밀밀

 

  요즘은 뜸한 진가신 감독의 영화이다. 긴세월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두 연인이 결국 운명을 깨닫고 함께 한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멜로에 머물지 않고 중국의 근현대사나 이민사 등의 시대적 공기를 잘 담아낸 것도 멋지다.

 마지막 장면, 기차안에서 두 남녀가 머리를 맞대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두 사람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인이나 우리나 비슷한 동양사람이라 그런지 운명이라는 것을 믿고 순응하는 것 같다. 나도 운명을 믿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나갈 소중한 운명을 믿는다. 아직은 아무도 발견 못했지만, 순진한 나를 모두 비웃는다만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믿고 있다. 내 시작과 끝을 모두 채워줄 단 한사람이 어딘가에 기다리고 있음을...

 

 

4) 가위손

 

  

 너무도 가슴아픈 영화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리다. 중학교 때 보았는데, 다들 그러다시피 본인도 성장통으로 그 때 참 괴로웠다. 누구와도 소통이 힘들어 괴로웠던 그 때, 진심을 알리고 싶어도 특이한 모습의 가위손을 가진 에드워드가 오해받고 배척당하는 장면들은 보기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얼음을 깎아 눈을 만들어주는 에드워드의 모습이 환영처럼 눈가에 아련하다. 너무도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영화다. 그러나 내 힘들었던 젊은 날(어린 날)이 떠올라 다시 보지 못하고 있다. 가슴속에 너무 아프게 남아있는 영화라 차마 다시 보지 못하겠다. 중학교 때 이후 한번도 보지 않았다. 언젠가 그런 기억들이 흐릿해지는 순간이 오면 다시금 꺼내볼 수도 있겠지...눈물이 어려 흐릿해진 눈으로 어린 날의 동지이자 영원히 잊지 못할 친구, 에드워드 가위손을 바라볼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5) 하나와 엘리스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스러운 게 있다면 학창 시절을 풋풋하게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또래에 비해 책을 많이 읽었었다. 그것도 또래 수준의 책을 뛰어 넘어서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 <인간시장>, 5학년때 <장길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고 복잡한 아이가 됐다.

또래의 일들은 다 시시했고...그렇게 학창 시절을 지나온 게 너무 후회가 된다. 그 순간의 나이는 다시 오지 않는다. 열 여덟살은 단 한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열 여덟살을 열 여덟살같이 보내지 못한 것이다.

이 영화의 풋풋한 여고생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나는 왜 저런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했을까...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열 여덟살은 단 한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는 왜 그걸 몰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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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위는 절대 무순

16. 쿄시로 2030 - 토쿠히로 마사야

 

 

 

이 작품을 선정한 이후 살짝 두려움에 떤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도 변태 만화라고 인정할 정도로 야하고, 토막 시체가 쉴틈없이 등장하고 말하는 개가 등장하면서 엽기 유머를 선보이기도 한다. 솔직히 1권만 봐서는 완전 3류 성인 만화다. 하지만 천천히 뜯어보면 이 작품은 놀라운 수작이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미래 세계의 일본으로 추정되는 국가. 핵전쟁으로 인해 국가는 피폐해져 있고 식량난까지 심각해져 있다. 게놈당이라는 독재당은 남.녀를 격리, 수용해 집단 농장에서 식량 생산에만 종사하게 한다. 그들에게 제공되는 것은 버츄어 섹스 기계...가상 공간에서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는 버츄어 섹스 기계는 집단 농장에서 일하는 사람에게만 제공되기에 국민들은 환락에 빠져 우민화되어 간다. 주인공 쿄시로는 집단 농장을 탈출하는 사람들을 처치하는 전직 군인. 그러다 버츄어 섹스를 통해 유리카라는 여자를 만나게 된다. 사랑에 빠지게 되는 두 사람...현실에서의 유리카는 게놈당 간부의 성 노리개이다. 쿄시로는 사랑하는 유리카와 함께 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난다. 일본 국토를 횡단하는 여정 속에서 그는 황폐해진 일본 세계의 비극과 국가 권력이라는 이름하에 자행되는 폭력에 눈을 뜨게 된다. 두 사람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지 궁금하지 않으신가? 디스토피아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부르고 싶은 작품이다. 정말 감동적이고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는 그야말로 '작품'이다.

 

 

17. 허리케인 죠 - 치바 테츠야

 

 



  지금은 이미 전설이 되어 버린 고전이다. 고아 출신의 위악적인 청년 죠가 소년원에서 권투에 발을 담그고, 이후 호적수들을 만나고, 그들과 대결하면서 마침내 자신의 모든 걸 하얗게 불태운다는 내용이다. 60년대 작품으로 일본 운동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들었다. 모든 걸 불태우는 열혈 청년 조가 내뱉는 대사 하나하나가 모두 멋지다. 어떤 문학 작품에도 지지 않을 만화만의 예술성을 잘 보여준 걸작이다. 아직 젊음을 하얗게 불태워보지 못한 청춘들은 이 작품을 꼭 보시기 바란다.

 

 

 

 

18. 시티 헌터 - 호죠 츠카사

 

 




 개인적인 취향이 크게 작용했다. 학교 다닐 때 정말 좋아하던 작품이었다. 마약 조직에게 동료를 잃은 청부 해결사 '사에바 료'. 동료의 여동생 가오리와 함께 청부일을 해나간다. 일에 있어서는 최고지만 단 한가지 문제는 그에겐 선천적 여자 밝힘증이 있다는 것. 항상 헤벌레하고 넋나간 듯 보이지만 실상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인 사에바 료는 나의 우상이었다. '나중에 커서 저런 사람이 되어야지'했는데, 헤벌레하고 넋나간 것만 닮게 되었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각권마다 하나씩의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데 심심할 때 보면 이만한 작품이 없다. 작가는 상당한 총기 마니아인 듯...여자들을 상당히 예쁘게 그린다.

 

 

19. OZ - 이츠키 나츠미

 

 



  이 작품을 아시는 분은 상당한 만화 마니아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1994년 전 4권으로 대원동화에서 완간했는데, 지금은 구하기 정말 힘든 희귀본 중의 희귀본이다. 94년에 한번 읽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작품이다. 구하고 싶다. 다시 한번 나와 주었으면...

 미래 세계가 배경이다. 핵전쟁으로 인해 황폐해진 세계. 천재 소녀 과학자(이름이 생각안남)에게 그녀의 오빠 리온이 사람 한 명과 여자형 사이보그 하나를 보낸다. 사람은 용병 무토, 사이보그는 1019호...리온은 자신이 지상 낙원 과학도시 OZ(오즈)를 만들었다며 동생을 초대한다. 무토와 1019호는 그 안내자 역할이고...그러나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OZ는 실상은 과학에 경도된 미치광이 리온의 광기가 만들어낸 지옥이었다. 핵전쟁을 일으킨 곳도 OZ였음이 밝혀진다. 리온의 광기는 점점 더 심해지는데...역시 디스토피아 미래 세계를 그린 작품이지만 SF보다는 인간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다. 가장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사이보그 1019호가 무토의 말을 듣고 번민하는 장면...'기계에게 키스할 수는 없어.' 이런 말에 절규하는 사이보그가 등장하는 만화는 본 적이 없다.

마지막 장면, 희생이라는 것이 프로그래밍되어 있지 않은 사이보그 1019호는 무토를 위해 대신 죽는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자문을 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20. 슬램덩크 - 다케이코 이노우에

 

 

 스포츠 만화 불멸의 걸작이다.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듯 하다. 국내에 농구 열풍을 불러 일으킨 작품으로 잊혀지지 않을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이다.

날건달에 불과했던 강백호가 농구를 접하게 된다. 길지 않은 농구 인생 속에서 그는 자신이 팀의 한 구성원이라는 걸 자각하며, 동료들을 믿게 되고, 승리를 위해 혼연일체가 되어 땀을 흘리는 재미를 알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농구를 정말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사랑과 우정, 땀과 웃음이 멋지게 어우러진 청춘 스포츠 만화의 최대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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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05-10-25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즈는 애장판이 나올 예정이라고 합니다...계약이 되었다는 얘기는 들었었는데.. (무..물론 언제나올지는..^^;;;;)

jedai2000 2005-10-25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날개님은 만화를 참 좋아하시는 분이시군요. 애장판 저도 기다리겠습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말자구요! ^^;;

panda78 2005-10-25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장판 나오면 바로 사려구요. 이츠키 나츠미의 다른 만화들도 다 재미있고 좋았지만, 오즈가 제일 갖고 싶어요. ^^;

jedai2000 2005-10-25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78님, 애장판 언제 나온답니까? 귀를 쫑긋 기울여야겠군요..^^;; 이츠키 나츠미의 다른 작품이 나온 게 있나요?

panda78 2005-10-2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츠키 나츠미의 작품이 몇 있죠. [팔운성] 이게 제일 길구요, [카시카] 이것도 나름대로 귀엽고 재밌어요. ^^ 그리고 [수왕성]인가? 5권으로 끝난 게 있는데 본 지가 몇 년 되어서 제목이 가물가물.. ^^

panda78 2005-10-26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왕성 맞네요. ^^ (전 5권)

팔운성은 19권.

 

 

 

 

 

 

카시카 12권.

지금도 나오고 있는 데몬 성전(6권까지 출간)

 

오즈만은 못해도 다 매력적인 작품들이에요. ^^


jedai2000 2005-10-2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판다78님, 너무 감사합니다..^^;; 수고스럽게 이미지까지 찾아주셨네요. 사실 <오즈>는 고교 때 한 번 딱 보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이 작가의 작품을 접해볼 기회가 다시는 없어 저에게는 웬지 신비한 작가로 남았었는데, 국내에 이렇게 많이 나와 있었다니 배신감이 드네요.-_-;; 다 제가 무지했던 탓이지요..^^;; 요즘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소설 읽기도 바쁘기 때문에 만화책을 거의 못 봐요. 한가해지면 꼭 챙겨서 다 보겠습니다..감사합니다.

panda78 2005-10-27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즈, 중학교 땐가 고등학교 땐가 만화방에서 보고 너무 좋아했더랬어요. 그러다 대학 와서 친구집에 있는 걸 보고 반색을 하며 다시 봤는데, 다시 봐도 좋더라구요. ^^ 애장판의 정확한 출간일자는 정해진 바 없다고 하던데, 나오기는 나올런지 걱정이 슬며시 됩니다. ;;;
[카시카]가 모 만화잡지(순정)에 연재되었는데 반응이 좋아서 그랬나, 다른 것들도 많이 나왔어요. 팔운성과 수왕성과 카시카가 같이 나올 땐 정말 최고였다죠, ^^;
만화책을 앞에 쌓아두고 손 닿는 곳에는 간식거리를 두고 느긋하게 읽으실 시간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

jedai2000 2005-10-27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순정만화 비슷하게 분류되는 것 같은데, 그것을 뛰어넘는 뭔가가 있는 작가라는 생각입니다. <카시카>와 <팔운성>,<수왕성>에도 그런 훌륭한 요소들이 있겠죠? 기대됩니다. 판다78님 말씀대로 소처럼 누워서 간식 먹으며 만화책을 쌓아두고 볼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돈을 벌면 시간이 안 나고, 시간이 넘치면 돈이 없고...참 영원한 딜레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