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클래식

 

 

  그렇다. 이 영화 심각한 신파 영화다. 관객들 울려서 주머니 털어보려고 작정한 영화라는 말이다. 초반부의 산뜻한 에피소드와는 달리 질질 짜는 후반부는 늘어지며, 심지어 영원히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조승우와 손예진의 '징한' 운명의 고리가 노출되는 후반부는 그야말로 범죄의 수준이다.

  그렇지만 이 영화, 분명히 미덕이 있다. 특히 현재 부분, 조인성 선배를 짝사랑하던 손예진이 선배도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고백을 하기 위해 빗속을 달리는 장면은 정말 최고다. 멀리서 바라만 보던 사람이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 설레임이 너무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이 장면의 리듬, 감정, 음악, 연기 모든 것들이 최고다. 이 장면의 손예진은 너무도 사랑스러워 정상적인 남자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탭들과 배우들도 이 영화 너무 낡은 느낌이라며 반신반의했을 때 이 장면을 찍고 그야말로 혼연일체가 되었다고 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의 설레임과 떨림, 젊은 날의 터질 것 같은 열정이 너무도 아름답게 필름에 찍혀 있다. 볼 때마다 너무 설레여 가슴이 터질 것 같다.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사실은 그 역시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음을 깨닫는 기분을...만약 그렇다면 빗속을 달릴 것이다. 몸이야 젖겠지만, 사랑에 빠진 남자가 그깟 몸 좀 젖는게 대수겠는가...

 

 

2)  러브 레터

 


 이미 고전이 되어 버린 멜로 영화의 걸작이다.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 후배들과 단체로 보았는데 영화에 흠뻑 취해 버렸다. 영화 끝나고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평소 시끄럽다고 술집에서 쫓겨나기까지 한  여자 후배들이 모두 한마디도 하지 않는게 아닌가. 수다쟁이 본인 역시 마찬가지였고...이 영화의 향기에 모두 취해 버린 것이다. 결국 그날의 자리는 조용히 각자 앞의 맥주만 홀짝거리며 흘러가 버렸다.

  마지막 장면, 단 한장의 그림으로 모든 걸 설명하는데 엄청난 울림을 준다.

가장 잘만든 반전이 들어간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없이 이 영화를 꼽는다.

 

 

3) 첨밀밀

 

  요즘은 뜸한 진가신 감독의 영화이다. 긴세월동안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던 두 연인이 결국 운명을 깨닫고 함께 한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멜로에 머물지 않고 중국의 근현대사나 이민사 등의 시대적 공기를 잘 담아낸 것도 멋지다.

 마지막 장면, 기차안에서 두 남녀가 머리를 맞대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두 사람이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인이나 우리나 비슷한 동양사람이라 그런지 운명이라는 것을 믿고 순응하는 것 같다. 나도 운명을 믿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나갈 소중한 운명을 믿는다. 아직은 아무도 발견 못했지만, 순진한 나를 모두 비웃는다만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믿고 있다. 내 시작과 끝을 모두 채워줄 단 한사람이 어딘가에 기다리고 있음을...

 

 

4) 가위손

 

  

 너무도 가슴아픈 영화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시리다. 중학교 때 보았는데, 다들 그러다시피 본인도 성장통으로 그 때 참 괴로웠다. 누구와도 소통이 힘들어 괴로웠던 그 때, 진심을 알리고 싶어도 특이한 모습의 가위손을 가진 에드워드가 오해받고 배척당하는 장면들은 보기 너무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한 여자를 위해 얼음을 깎아 눈을 만들어주는 에드워드의 모습이 환영처럼 눈가에 아련하다. 너무도 고통스럽고 아름다운 영화다. 그러나 내 힘들었던 젊은 날(어린 날)이 떠올라 다시 보지 못하고 있다. 가슴속에 너무 아프게 남아있는 영화라 차마 다시 보지 못하겠다. 중학교 때 이후 한번도 보지 않았다. 언젠가 그런 기억들이 흐릿해지는 순간이 오면 다시금 꺼내볼 수도 있겠지...눈물이 어려 흐릿해진 눈으로 어린 날의 동지이자 영원히 잊지 못할 친구, 에드워드 가위손을 바라볼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5) 하나와 엘리스

 

 개인적으로 가장 후회스러운 게 있다면 학창 시절을 풋풋하게 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 나는 또래에 비해 책을 많이 읽었었다. 그것도 또래 수준의 책을 뛰어 넘어서 말이다. 초등학교 3학년때 <인간시장>, 5학년때 <장길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나치게 생각이 많고 복잡한 아이가 됐다.

또래의 일들은 다 시시했고...그렇게 학창 시절을 지나온 게 너무 후회가 된다. 그 순간의 나이는 다시 오지 않는다. 열 여덟살은 단 한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나는 열 여덟살을 열 여덟살같이 보내지 못한 것이다.

이 영화의 풋풋한 여고생들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를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 나는 왜 저런 학창 시절을 보내지 못했을까...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열 여덟살은 단 한번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때는 왜 그걸 몰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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