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의 수수께끼 밀리언셀러 클럽 82
아베 요이치 외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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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청색의 수수께끼]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등용문으로 알려진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하고 등단한 작가들의 중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란포 상은 추리소설 거장 에도가와 란포가 사재로 후원해 1955년에 시작했고, 3회째인 1957년부터는 장편 추리소설 공모를 통해 그중 우수 작품을 시상해 오늘에 이르렀다. 물경 50년이 넘는 동안 많은 추리작가들이 이 상으로 데뷔했는데, 현재 우리에게도 익숙한 모리무라 세이이치, 히가시노 게이고, 기리노 나쓰오 등의 작가들도 이 란포 상이 없었다면 추리작가로서 먼 길을 돌아와야만 했을 것이다. [청색의 수수께끼] 말고도 [적색]이 동시에 나왔고, [흑색]과 [백색]도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1989년 제35회 수상자인 나가사카 슈헤이부터 2003년 제49회의 시라누이 쿄스케, 아카이 미히로까지 그 기간 안에 상을 탄 거의 모든 작가들의 작품이 선을 보여 현대 일본 추리소설의 흐름을 엿보기에 부족함이 없을 듯하다.

 

총 다섯 편의 작품이 수록된 [청색의 수수께끼]의 포문은 1990년 수상자인 아베 요이치의 <푸른 침묵>이 연다. 고향에서의 희망 없고 지루한 삶에서 탈출하기 위해 도쿄에 왔건만 햄버거 가게 비정규직으로 근근히 먹고 살며 하루하루 나이만 들어가는 여주인공 나오코에게, 친구지만 자신과 달리 원대한 푸른 꿈을 안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치에는 우상이나 다름없다. 그런 사치에가 애인과 더불어 동반자살한 시체로 발견되고 더구나 몸을 파는 일을 했다는 걸 알게 되고 충격을 받는 나오코. 사치에는 그런 애가 아닌데...친구의 불명예를 벗겨내기 위해 나오코는 조사를 결심하게 되고 조사 뒤에는 전 일본을 떠들석하게 만들 비밀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평범한(?) 동반자살 뒤에 커다란 음모가 숨어 있다는 설정은 [점과 선] 이후 일본 사회파 미스터리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라, <푸른 침묵>이 일본 사회파나 하드보일드의 전통 아래 씌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살인사건과 독자적인 조사, 의문의 조력자, 의외의 결말까지 사회파의 클리쉐들이 너무도 도식적이고 기계적으로 나열되는 느낌이 강한 데다 일본 유력인사의 비밀스런 엽색 행각, 북한 공작원의 위협, 불법 카지노 등 100페이지 남짓한 분량 안에 너무 많은 사회 고발을 하려 해 이도 저도 아니게 된 기분이다. 원고료를 미리 땡기고 미루고 미루다 마감일 직전에 겨우 써낸 듯한 작품이라고 하면 지나친 실례일까.

 

<다나에>는 반가운 후지와라 이오리의 작품이다. 1995년작 [테러리스트의 파라솔]로 란포 상과 나오키 상을 더블 수상한 초유의 쾌거를 이룬 그는 전공투 세대의 아픈 기억과 회한을 허무하고 하드보일드한 필치로 담아낸 [테러리스트의 파라솔] 이후 성공적인 경력을 쌓아왔다. 제목은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한 렘브란트의 명화 <다나에>에서 따왔으며, 유명 화가의 그림에 화학 약품을 투척해 그림을 훼손시킨 사건과 그 사건 뒤에 감춰진 가슴 아픈 비밀을 그리고 있다. 자신의 역작이 망가진 유명 화가가 왜 내 그림을 노린 걸까 하는 의문을 품고 조사에 나서는 게 기둥 줄거리인데, 진상을 알아내는 과정이 독자들이 추리소설에서 응당 기대하는 것처럼 기발하거나 인상적이지 못해 살짝 밍숭맹숭하다. 다만 성공을 위해 몹시도 큰 것을 버리고 달려온 유명 화가가 자신이 놓친 것이, 버린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나를 깨닫는 절절한 회한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작품이다. 후지와라 이오리의 작품을 관통하는 주된 정서는 지난 날에 대한 후회와 반성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데, 비슷한 경험이 있는 남자라면 눈물이 줄줄 흐를 듯.

 

<터닝 포인트>는 1992년 [파는 여자, 벗는 여자]로 소설 현대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1996년 [왼손에 고하지 말지어다]로 란포 상을 탄 와타나베 요코의 작품. 개인적으로 [파는 여자, 벗는 여자]는 꼭 읽어보고 싶다^^ 유명 백화점에서 자잘한 절도범들을 잡아내는 '보안사'라는 흥미로운 직업을 소재로 삼은 게 독특하다. 날리던 여성 보안사에서 지금은 후배 보안사들을 교육하는 교관이 된 '나'는 늘 치열하고 긴장감이 감도는 현장에서의 즐거움을 잊지 못해 지금 일에 불만이 많다. 나와 쌍벽을 이루던 동료 보안사가 부진하자 그녀를 도와 오래간만에 현장에 복귀하게 된 나는 수상한 중국인 여성 3인조를 본능적인 감각으로 뒤쫓는다. 이 작품의 재미있는 점은 작품 전체에 패러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는 것. 실제로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보안사라는 직업을 가진 나는 전형적인 경찰소설의 주인공을 통째로 흉내낸 인물 같다. 일선에서 물러나 늘 현장을 그리워하다 우연히 현장에 다시 뛰어들어 혁혁한 전과를 세우는. 그래봐야 좀도둑을 현장에서 잡고 훈계한 후 내보내는(법적인 권한도 일체 없는) 나의 한 마디 한 마디는 하는 일에 비해 어찌나 비장한지 보면서 계속 미소를 짓게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여자들의 얼굴을 보는 즉시 직감했다. 교활한 눈빛. 따발총처럼 끊임없이 지껄이면서 다물지 않는 입. 세 명 다 웃음을 띠고 있지만 그 눈은 명백히 사람의 선의나 배려라는 것을 철저하게 튕겨내고 세상의 질서를 굳게 거부하는 악당의 눈이었다."

겨우 브래지어 도둑에게 세상의 질서를 굳게 거부하는 악당의 눈이라니 거창하기도 하다(나는 처음에 그녀들이 브래지어 도둑이라고만 믿고 이런  생각을 한다). 이런 재기 있는 패러디적 정서와 무기력, 무감동한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를 발견하는 나와 동료 보안사의 이야기가 유쾌하고 로맨스도 흐뭇하지만 추리소설로서 빼어난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나는 이리저리 휘둘리기만 하고 해결은 결국 다른 사람이 하는데 무슨 대단한 비밀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 머리 쓸 여지도 없다.

 

<사이버 라디오>는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으로 그럴 듯한 금융 미스터리를 선보인 전직 은행원 출신 이케이도 준의 작품이다.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이 상당히 만족스러워 기대를 많이 했는데 명필도 붓을 가리는지 중편은 장기가 아닌 것 같다. 가끔씩 머릿속에 다른 사람의 생각이 들리는 주인공은 그 초능력(?)을 좋은 데 쓸 것이지 사기에 이용해 먹고 산다. 특수 능력으로 부정한 기업의 비밀에 접근하게 된 주인공은 한 탕 크게 하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결국 거사일이 밝아온다. 영화 <오션스 11>이나 <토머스 크라운 어페어>, 제프리 아처의 소설 [한 푼도 더도 덜도 말고] 같이 기발한 작전으로 돈을 털어내는 작품들을 콘 게임(con game) 혹은 케이퍼(caper)라 부르는 것 같은데 <사이버 라디오>도 비슷하다. 특히 금융에 조예가 깊은 이케이도 준의 돈세탁 강의 같은 건 실전용이라 흥미롭긴 하지만 현실에 강하게 밀착해 있는 금융 사기라는 소재와 텔레파시라는 초능력이 그렇게 조화롭게 융합된 것 같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는 주인공의 마지막 작전이 별로 통쾌하거나 짜릿하지 않다.

 

무난하고 결점도 별로 없지만 이거다 하고 썩 내세울 만한 작품들도 없어 아쉽던 차에 마지막 작품 <온천 잠입>은 그런 갈증을 어느 정도 사라지게 만든 가작이라 할 만해 만족스러웠다. [매치 메이크]로 2003년 란포 상 수상자가 된 시라누이 교스케의 포복절도할 소동극인데,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면 좀 잔인하지만 실실 웃음이 터져나올 만한 블랙코미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미모가 탁월하지만 인맥이 없어 조연으로 머물던 여배우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는다. 프로듀서에게 몸까지 바쳐가며 온천가에서 찍는 사극의 조연을 따낸 것이다. 하지만 여배우의 전 스폰서가 온천까지 쫓아와 같이 죽자고 칼을 들이대니 옷을 홀랑 벗었지만 도망칠 수밖에 없다. 두 남녀의 한밤의 스트립 쇼가 계속되는 가운데 우발적으로 남자가 죽게 되고 여배우는 고뇌에 빠진다. 어떻게 잡은 기회인데 놓칠 순 없지. 하지만 이 시체를 어떡한다...시체가 어떻게 되는지는 여러분이 직접 확인하시길. 죽어서 움직일 수도 없는 시체가 매일 밤 장소를 바꿔가며 발견되는 신기하고도 우스운 이야기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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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절친한 두 가족이 있다. 아버지끼리는 의과대학 시절부터 알고 지낸 오래된 사이고, 어머니들도 대학 동창. 자식들까지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니 대를 이은 특별한 우정이라고 해도 좋겠다. 두 가족 중 가모 가의 어머니가 암으로 죽고 장례식장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슬픔에 잠기는 것도 잠깐, 아버지 가모 요이치로는 이제 아들 오스케와 함께 2인 가족으로 살아 나가야 한다. 익숙치 않은 살림살이에 난처하지만 뜻밖에도 아직 어린 오스케가 벌써 철이 들었는지 아버지를 돕는 것이 듬직하다. 하지만 오스케는 때때로 벌거벗은 두 남녀가 등장하는 환영에 사로잡히고, 요이치로 역시 기묘한 언행을 일삼아 평화로운 일상에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한편 가모 가와 인연이 깊은 미즈시로 가에도 비극이 찾아온다. 어머니 사나에가 자살로 추정되는 사고로 추락사하고, 딸인 초등학생 아키도 교통사고를 당한다. 자동차 운전자는 아키가 일부러 뛰어들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데 알 수 없는 일이다. 심지어 아버지 도오루는 정체 모를 약에 중독되어 있어 묘한 환상을 본다. 이쯤되면 시쳇말로 막장으로 가는 두 가족이다. 이 두 가족 주변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기묘한 일들은 무엇을 가르키는 걸까? 궁금해서 한번 잡으면 쉽사리 놓기 어려운 책이다.

 

제7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이라고 한다. 비록 정신병원을 무대로 펼쳐지는 이야기라 어딘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감돌고 있지만 끝에 가면 등장인물들의 환상에 전부 논리적인 설명이 뒤따른다. 특히 가모 가와 미즈시로 가에 일어나는 사소하지만 신경을 자극하는 사건들이 모든 진상이 밝혀지는 결말에서 착착 설명되는 부분이 짜릿하다. 예컨대 가모 오스케가 학교 운동회에서 썼던 파란 머리띠가 갑자기 사라진 이유, 미즈시로 아키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가모 요이치로 아저씨의 팔이 슬쩍 닿기만 했는데도 경끼를 일으킨 이유, 뉴스에는 지진이 보도되지 않았지만 오스케가 잘 때 진동을 느꼈던 이유 등이 낱낱이 밝혀지는 장면은 앞에 일어났던 그 모든 기이한 사건들에 대한 정확히 설명을 제공해 감탄할 정도다.

 

그럴싸한 반전도 있어서 여러 모로 만족할 만한 본격 미스터리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약간 반칙 느낌을 받기도 해 무조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지는 못하겠다. 원래 본격 미스터리는 한정된 용의자를 대상으로 그 안에서 범인을 맞추는 게 장르의 규칙이라 할 수 있다. 과연 이 책에서도 사건이 일어나는 초반부에 용의자들(?)이라 할 수 있는 가모 가와 미즈시로 가의 구성원들의 행적을 한 명씩 실시간으로 묘사한다. 작가가 비록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독자들은 이 용의자들의 행적에는 거짓이나 누락이 없을 것으로 믿게 된다. 이것은 본격 미스터리 작가와 독자 간의 암묵적인 약속인 것이다.

 

하지만 작가 미치오 슈스케는 슬쩍 약속을 저버린다. 다른 모든 용의자들의 행적은 한 치의 숨김도 없이 그려내면서 단 한 명의 행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하게 그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작가와의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 그 안에서 범인을 찾아보려 노력했던 독자들은, 실은 이 부분은 미스터리를 구성하기 위해 일부러 빼놓은 것입니다, 라는 작가의 말에 좌절할 수밖에 없다. 독자의 오해를 자아내기 위한 고의적인 숨기기인 셈인데, 다른 독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어느 정도 떳떳하지 못한 트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흥미로운 줄거리에 비해 약간 느린 진행과 그다지 인상적으로 꾸미지 못한 클라이막스, 언급한 반칙성 트릭으로 아쉬움도 함께 남은 작품이었다. 

 

요즘 미스터리 소설이 활황세라서인지 여러 출판사에서 미스터리 소설들을 시리즈로 묶어 내고 있는데 특히 일본 쪽에서는 그동안 나온 책이나 앞으로 나올 책의 목록을 보면 'J미스터리 걸작선'이 가장 양질의 작품들을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황금을 안고 튀어라>는 그야말로 명불허전, <가위남>도 재기발랄했고, <섀도우>도 준수한 편이다. 앞으로 나올 <리비에라를 쏴라> <제3의 시효> <탈취> 같은 작품들에 일본 미스터리 마니아들은 그저 황홀해질 뿐이다. 앞으로도 좋은 작품들을 두루 소개해 많은 사랑을 받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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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세이타로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영화계 은어 중에 쌈마이라는 말이 있다. 간단히 말해 3류 배우란 뜻인데 반대로 연기 잘하고 자세 좋은 배우는 니마이라고 부르더라. 이 책을 보면 원래는 일본 대중연극에서 코믹하고 넘어지며 망가지는 역할을 지칭하는 산마이메와 멋진 주인공을 뜻하는 니마이메라는 말에서 나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 대중연극이란 무엇이냐. 지방 흥행 무대를 전전하며 신파극, 시대극, 여장 쇼, 오래된 엔카 등을 공연하는 일종의 유랑극단이라 할 수 있을 텐데, 주로 가문의 후계자들에게만 전승되어 내려오며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가부키 배우들과는 달리 대중과 함께 울고 웃으며 수십 년을 버텨온 종합 엔터테인먼트쯤 되겠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세이타로는 대중연극의 전성기에 배우로 날렸고 극단까지 하나 꾸렸을 정도로 인정받았던 인물이지만 은퇴 후에는 하는 사업마다 실패해 영락하고 말았다. 전형적인 옛날 아버지라 자기 의견에 무조건 순종만을 내세우는 덕에 가족들에게도 별로 사랑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내를 사랑하지만 표현에는 둔감하고, 배우 후계자로 키우려던 첫째 아들은 이지메에 못 견뎌 중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며, 첫째 딸은 19살의 미혼모, 막내 아들이자 작품의 화자로 자주 등장하는 간지는 정신지체아다. 

 

함께 살지만 실질적으로 교류가 별로 없는 이 가족을 이끌고 세이타로는 신종 사업을 구상한다. 가족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짜 가족 역할을 해주며 시간에 따라 돈을 받는 것이다. 누군가의 가족 대행을 한다는 것은 따지고 보면 연기의 일종이고 연기라면 세이타로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고뭉치 가족인지라 출장 갈 때마다 사건이 터져 제대로 돈도 못 받고 엉뚱한 고초만 겪는다는 것이 전반부의 내용. 대여가족이라는 소재는 사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뻔한 이야기고, 생각보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없어 여기까지는 별다른 재미를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세이타로가 언제나처럼 대여가족 사업에 실패하고 연기 스승이자 최고 권위의 극단을 소유하고 있는 단노스케에게 돈을 빌리러 가는 대목부터 재미가 확 살아나기 시작한다. 세이타로는 단노스케의 배우들을 몰래 데리고 나가 자신의 극단을 세웠기 때문에 일종의 배신자나 다름없다. 다혈질의 단노스케 노인이 노구를 들어 일본도를 휘두르기에 죽었구나 생각했는데 그가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자기 아들에게 극단 하나를 만들어줬지만 아직 어리니 자네가 단장보좌대리를 해주게. 세이타로는 일선에서 물러난 지 십수년 만에 복귀를 결심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지방 순회공연에 참가한다.

 

그런데 불후의 명우 단노스케의 아들은 전통 대중연극을 경멸하고 자기도 잘 모르는 브레히트 같은 서양연극에 경도되어 기괴한 공연만을 추구한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로미로와 주리' 같은 저질연극을 펼치니 무대에는 계란 투척이 예사. 결국 아들은 줄행랑을 쳐버렸고 당장 공연을 앞두고 있는 단장보좌대리 세이타로에게도 발등의 불이 떨어진다. 세이타로는 오랜 예인 경력을 바탕으로 몇 명의 베테랑과 함량미달의 배우들에게 착착 지시를 내려 결국 공연을 성공으로 이끄는데 늘 패배자 같던 세이타로가 정말로 멋지게 보이는 유일한 순간이다.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온 관객을 만족시켜주는 것만이 배우의 소명이라는 세이타로의 자존심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예전에 어떤 영화잡지를 봤는데 지금은 작고한 신상옥 감독과의 인터뷰였다. 세부적인 건 하나도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무슨 이야기였냐면, 그분이 강제로 납북된 분이 아닌가. 거기서도 영화를 찍게 됐는데 일제시대 때부터 여배우로 활약했던 분이 당시 할머니 연배가 되어 그곳에 계셨다 한다. 다리도 불편해서 거의 걷지도 못하는 양반이 신감독이 왔다니 이제 연기할 수 있게 됐다고 펄쩍 뛰며 좋아하는데, 그 다리로 하실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자 한사코 손을 저으며 "안 아파, 나 안 아파. 연기하면 하나도 안 아파" 이러셨다는데 이 정도는 되야 진짜 배우가 아닐까 싶다. 연기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고통도 즐거움으로 여기고 삶의 보람을 느끼는 그런 진짜배기 배우. 아무리 인기가 많고 얼굴이 반반한 배우라도 이러한 열정과 배우로서의 진지한 자세가 없다면 쌈마이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한번 공연할 때마다 많아야 수백 명앞에서 웃음과 눈물을 파는 신세라도 세이타로는 당연히 니마이 배우다.

 

<유랑가족 세이타로>의 가장 큰 재미는 대중연극의 막 뒤에서 벌어지는 세세한 준비 과정과 막이 오르고 나서 펼쳐지는 대중연극 자체의 매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특별한 목적의식이나 예술성보다는 관객들과의 호흡을 중시하기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싶으면 일발 애드립으로 웃음도 주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유기적으로 진행되는 이 대중연극은 그렇기 때문에 세이타로 같은 베테랑들의 역량이 중요하다. 작품 속에 언급된 '철새를 사랑한 엄마'라는 극은 실제 있다면 반드시 보고 싶을 정도. 물론 망가져가던 가족이 조금씩 철들고 화해하게 되는 과정과 정신지체아 간지가 무대에 오르면서 점차 성장해가는 이야기도 충분히 웃음과 감동을 준다.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약간 쓸쓸한 느낌도 좋았고. 처음 읽어본 오기와라 히로시의 작품이지만 독특한 소재와 재미가 제법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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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gbong 2008-05-26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댄디 제다이님^^
지금 오기와라 히로시의 '하드보일드 에그'를 읽고 있는데 초반부지만 그 코믹함에 쓰러질 지경이라...(읽으셨나요?)그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서 검색하던차 역시 제다이님이 계시군요.오랜만에 오게 되었어요^^ 작품내신거 축하드려요
히로시 작품이 출간된게 많네요...다 읽어볼 작정입니다.느낌이 좋아요!

jedai2000 2008-05-27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익후, 댄디를 아시네요 ㅎㅎ

<하드보일드 에그>는 전 출판사에서 나온 책인데도 아직 못 봤네요. 재미있다는 평판이 많아요. 속편은 <써니사이드 에그>랍니다. 아마 나오게 될 거예요. 저도 오기와라 히로시를 주목해보려구요. 축하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bongbong 2008-05-2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알다니요ㅋㅋㅋ 제가 오아시스인걸요
'미키 스필레인' 검색하다 역시나... 제다이님이 리뷰 첫장을 장식 하시네요^^
ㅡ'키스 미 데들리'라는 좋아라하는 하드보일드 b급무비 원작자가 스필레인이란걸 뒤늦게 알게되었어요ㅡ 일일이 하나하나 댓글 다시는것 그대로이시네요..정보 감사드립니다.
킹 오브 카인드니스! 확실하네요^^

jedai2000 2008-05-28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아시스님이시구나 ^^

아주 오래전부터 방문해주셔서 낯익은 아이디였는데, 그분이 오아시스 님이실 줄이야..
넘 방갑구요 ^^ <키스 미 데들리> 들어본 적 있어요. 보지는 못했지만요. 나중에 스필레인이 직접 마이크 해머 역할로 영화를 찍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재미있죠 ^^
킹 오브 카인드니스는 과찬이시구요.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 미스터리를 읽으면서 가장 감탄하게 될 때는 기발한 트릭이나 놀라운 반전보다도 작품에 등장하는 배경이나 공간, 일상 등의 묘사가 너무도 정교함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가만히 보면 일본 미스터리 작가들은 다양한 직업을 갖거나 특별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그동안의 지식을 잘 살려 굉장히 현실감 넘치는 글을 쓴다.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많은, 국문과나 문예창작과를 나와 20대 때부터 다른 직업을 가지지 않고 글만 쓰는 작가들이 갖기 힘든 리얼리티가 조금 더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예컨대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도 중심 줄거리는 사이코패스 살인마와 주인공의 대결이라 보험회사 직원인 주인공이 하는 일 등의 대한 설명은 부차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부분에도 실제 보험회사 출신인 기시 유스케의 경험이 잘 녹아들어 어딘지 믿음이 가는 보험회사 풍경을 그리는데 성공하고 있어 작품의 현장감과 현실감을 한층 높이는데 기여하는 것 같다.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은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은행이라는 배경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를 소재로 하고 있다. 아니, 은행이 배경이 아니라 실질적인 주인공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한 달에도 몇 번씩 방문하고 금융 쪽에 관련해 다양한 일을 보는 은행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서 출세를 꿈꾸고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모든 은행원들의 이야기니까. 작가인 이케이도 준은 실제로 미쓰비시 은행을 다닌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 처음에 언급한 대로 자기의 경험을 작품에 잘 녹여 그럴듯한 소설을 써내는 또 하나의 작가로 보면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은행 출신이라 돈이 도는 원리나 은행이 굴러가는 구조에 대해서는 빠삭할 테니 그 지식을 바탕으로 '금융 미스터리'라는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단다.

 

그렇다면 국내 최초로 소개되는 이케이도 준표 금융 미스터리의 재미는 어떨까? 감히 몰아일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다. 근래 들어 이 책만큼 몰입하며 읽은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도쿄제일은행 나가하라 지점에 근무하는 10명의 은행원들이 돌아가며 한 챕터씩 주인공을 맡는 이 작품의 주된 미스터리는 현금 100만 엔 분실 사건과 그 사건을 조사하던 니시키 대리의 실종이다. 사실 다른 추리소설들에서도 현금 도난과 실종이라는 소재는 쎄고 쎈데다, 이 작품의 결말에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은 대단할 것이 없으며, 반전도 있어 구색은 맞췄지만 그렇게 인상적인 반전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정신없이 읽어 내려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은행과 은행원들의 묘사에 대한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사실성 때문이다.

 

작가는 그토록 익숙하고 평범해 보이는 은행 속에 요동치는 출세의 의지나 실적에 대한 맹목적인 집착, 탐욕과 그로 인한 파멸 등을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내 아마도 이 책을 보고 나면 은행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이 더 이상 편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구나 작가 그 자신 혹은 작가가 겪어왔던 상사, 동기, 후배들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은행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처음부터 누가 나쁜 상사, 욕심 많은 은행원이 되고자 마음먹었겠는가. 예를 들어 지나치게 실적만을 강조해 모든 부하들의 미움을 사고, 간접적으로 니시키 실종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 부지점장을 보자. 그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가난을 겪으며 겨우 상고를 나와 간신히 은행원이 될 수 있었는데, 첫 월급을 어머니에게 드리며 "지금까지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다. 아무 말 못하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어머니를 보고 만감이 교차할 뿐이다. 은행을 다니면서 그는 가정도 꾸려 사람 구실도 할 수 있게 되었고 가정 안에서 소박한 행복도 느낀다. 이렇게 살아온 그가 은행의 성공과 자신의 성공을 동일시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지 않을까.

 

찬찬히 따져보면 원래부터 나쁜 사람 하나 없었던 은행원들이 결국 범죄도 저지르고 실적의 노예가 되는 것은 어쩌면 실적 지상주의만을 강요하는 은행에서 일했다는 이유 하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은행에서 일하면서 범죄자가 된 모든 은행원들은 어쩌면 은행이라는 너무도 거대하고 위압적인 괴물에 맞서 자기 몸과 정신을 지키지 못했던 것에 불과한 단지 약하디 약한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 소설이었다. 이런 작품을 보고 우리나라 관공서에서 일하는 공무원이 나도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관공서를 배경으로 현실감 넘치는 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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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김종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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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공포소설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김종일 작가의 신작 장편이 나왔다. 아마 <한국 공포문학 단편선1, 2>에 수록된 '일방통행'과 '벽'을 읽어본 독자라면 김종일 작가의 탁월한 문장력과 공포라는 장르를 주무르는 솜씨에 대해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 밖에 인체의 여러 부분 즉 눈, 귀, 입 등을 소재로 한 연작 단편집 <몸>도 출간되어 있는데 죄다 우수한 단편들임에도 불구하고 10개의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는 과정에서 분명히 무리한 설정이 보여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었다. 하지만 <손톱>은 처음부터 온전한 장편을 구상하고 쓴 작품이라 이번에야말로 김종일 작가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겠구나 모두들 기대가 컸을 것이다.

 

아이를 유괴 살해당하고 나서 남편과도 이혼한 채 하루하루 절망 속에서 그저 숨만 쉬며 살아가는 듯한 홍지인이라는 여자가 있다. 그래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애인 세준과 동거하면서 삶에 대한 애착이 조금씩 생기고, 또 호구지책으로 친구 민경과 동업한 네일아트 가게도 그런대로 잘 풀려 이제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구나 싶다. 하지만 홍지인이 낯선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 소박한 평화는 깨진다. 꿈 속에서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을 그저 재미로 죽이는 살인귀가 되어 있는데, 그런 그를 노리는 사신이라는 존재가 있다. 사신은 손톱만을 이용해 살인귀(홍지인과 동화된)의 눈을 뽑고 잔인하게 난자하는데 비록 꿈이라지만 고통이 생생하다.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나보니 손톱 하나가 빠져 있는데 빠진 손톱은 어디서도 볼 수 없다.

 

그날 이후 홍지인은 매일같이 꿈 속에서 고문기술자나 퍽치기범 등 죽어 마땅한 인간이 되어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손톱으로 살해당하는 고통을 맛보게 된다. 물론 꿈에서 깰 때마다 손톱 하나씩이 빠지고 사라지는 것도 변치 않는 사실이다. 왜 이렇게 악인이 되어 살해당하는 꿈을 꾸는 걸까, 그리고 손톱은 왜 빠지고 어디로 사라지는 걸까?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홍지인은 꿈에서 얻은 단서를 토대로 나름의 조사를 벌이는데, 정말로 꿈 속에서 자신이 되어 있었던 고문기술자 등이 현실에 존재하고 있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꿈과 달리 고문기술자는 여전히 살아 있다. 앞으로 고문기술자가 죽게 될 걸 암시하는 예지몽을 꾼 것일까? 의문은 정체불명의 노숙자가 홍지인 앞에 등장해 '라만고'라는 말을 전하면서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데, 인도네시아 전설에 등장하는 라만고는 손톱을 먹는 자를 뜻한다.

 

손톱이 부러졌거나 아예 빠져본 사람이라면 그 머리끝까지 온통 곤두서는 듯한 통증을 기억할 수 있을 텐데, <손톱>은 말 그대로 신경 하나하나까지 날카롭게 찌르는 손톱이 빠질 때의 아픔과 불쾌감이 살아 있는 공포소설이다. 페이지마다 홍지인의 불안과 혼돈스런 심리가 생생해 독자 역시 빠져들지 않을 도리가 없다. 그녀가 공포를 느끼는 배경이 꿈 속이라는 것도 탁월한데, 꿈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기에 어떻게 해도 도망칠 수 없다는 무력감 속에서 함께 허우적거리게 되는 것이다. 또한 악몽과 손톱이 빠지는 이유를 홍지인과 그녀의 지인들이 밝혀나가는 미스터리적인 플롯을 가지고 있어 뒤가 궁금해 쉴 새 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하이라이트는 홍지인의 유일한 버팀목들인 세준과 민경에게서 어두운 그늘을 발견하는 후반부. 도대체 누굴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는 그녀의 혼란스런 처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하지만 잠이 들 때마다 악몽을 꾸고 손톱이 빠져,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홍지인의 마지막 손톱이 빠지면서 모든 비밀이 밝혀지게 되는 결말 부분은 살짝 아쉽다. 한 등장인물의 입을 빌어 손톱이 다 빠지면 이 모든 일의 원인을 알게 될 거라는 정보를 주긴 했지만 홍지인이 정말 이런 식으로 진실을 알게 될 줄은 몰랐다. 공들여 미스터리 플롯을 구축했건만 기다려보면 진상이 나온다는 결말일 줄이야. 그렇다면 홍지인이 애써 찾아다닐 필요없이 처음부터 그냥 손톱이 다 빠지기만 기다리면 됐던 것 아닌가. 공포소설이지만 미스터리 소설의 플롯을 깊이 차용한 작품답게 홍지인이 그녀와 관계된 비밀을 여러 가지 단서 속에서 추리를 통해 밝혀냈다면 더 좋았을 듯하다. 스즈키 고지의 걸작 중의 걸작 <링>처럼 말이다. 또한 라만고의 실체가 약간 복잡해 홍지인과 그녀의 꿈 속에 등장하는 악인들에게 각각 달리 작용하는 구석도 있어 뒷맛이 아주 개운치는 않다. 영화로 만들어질 작품이라는데 라만고라는 복잡한 존재를 필연적으로 축약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영화에서 완벽하게 설명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야심을 다소 버리고 소박하게 각색하는 건 어떨지 싶다.

 

누가 쓴 소설이든 간에 완벽한 만족감을 주기는 사실 불가능에 가까울 테고, <손톱> 역시 잘 쓴 부분과 설명이 더 필요한 부분이 공존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작품을 좋아하게 됐는데, 악인의 재생과 정화라는 테마에서 김종일 작가의 진심을 보았기 때문이다. 매스컴을 매일매일 장식하는 살인, 강간, 유괴 등 악의 소용돌이를 보며 그저 한숨만 짓고 절망하는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달리 김종일 작가는 반성과 재생을 통해 세상이 새로 태어나길 바라는 희망을 진심으로 노래하고 있다. <손톱>을 통해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가야 함을 독자들이 잠시나마 생각하게 된다면 그게 바로 가장 큰 작가의 행복이 아닐런지. 예전에 여동생이랑 싸울 때 여동생이 손톱을 쓰면 엄마가 혼을 냈다. 손톱으로 할퀴면 흉이 평생 간다고. 김종일 작가의 <손톱>도 그렇게 오래오래 남을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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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 2008-02-24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죠..^^이 작가 앞으로도 기대하게 될것같아요!!

jedai2000 2008-02-24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한국 공포소설계에서는 확실한 보증수표인 것 같아요. 하이 퀄리티 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