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벽하게 주관적인 순위입니다.
** 2007년에 출간된 책만을 포함하며, 당연히 국내에 출간된 모든 미스터리를 읽지는 못했습니다.
5위.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 조지 펠레카노스
워싱턴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흑인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 시리즈 제1작. 동료 흑인 경찰을 범죄자로 오인 사격해 사망에 이르게 한 백인 경찰 테리 퀸을, 피살자 어머니의 의뢰를 받고 스트레인지가 수사한다. 퀸은 정말 실수를 한 것일까? 아니면 광적인 인종 차별주의자일까? 스트레인지는 취미도 비슷하고 의외로 이야기도 잘 통하는 퀸에게 호감을 느끼나 때때로 보여주는 퀸의 돌발적인 폭력성 때문에 의심의 눈초리를 완벽하게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그밖에 마약 밀매조직과 그들을 습격하여 마약을 강탈하려는 백인 쓰레기 부자父子의 이야기도 독립적으로 진행되다 최후에 스트레인지와 퀸의 플롯과 합치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문법을 떠올리게 만드는 독특한 구조와 플롯, B급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폭력과 도발적인 성애 장면, 걸쭉한 욕설, 대중문화에 바탕을 둔 농담 등이 약간은 불량식품 같은 재미를 보장한다. 너무 생생해서 불편할 사람도 있겠고 싫어할 사람은 싫어하겠지만,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신없이 빠져들 만한 작품이다.
4위. 도시 탐험가들 - 데이비드 모렐
세월의 더깨가 깊이 쌓여 퇴락해버린 옛 건물에 몰래 숨어들어가 그곳에 남은 유물들을 살펴보며 예전에 거기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상상하며 즐기는 일명 '도시 탐험가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금시초문이었으나 실제로 수많은 도시 탐험가들이 이 불법이지만 짜릿한 모험을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고. 1960년대에 폐쇄된 패러곤 호텔에 잠입하게 된 4명의 도시 탐험가와 그들을 취재하는 1명의 저널리스트. 한 가지 끔찍한 사실은 각종 특수장비와 교활한 두뇌, 사악한 심장으로 무장한 사이코 살인마도 그들과 함께 패러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는 것이다. 그날의 악몽은 밤이 새도록 계속된다. 살인마의 손에서 벗어나 호텔을 탈출하려는 도시 탐험가들의 필사적인 사투가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이 일급 스릴러의 작가는 유명한 데이비드 모렐. 1970년대부터 스릴러 히트작을 양산한 베테랑 작가답게 모든 장면의 짜임새가 훌륭하고 긴박감이 출중하다. 잘 만든 할리우드 액션 스릴러를 장면 별로 감상하는 듯한 클라이막스를 놓치지 마시길.
3위. 열세번째 이야기 - 다이안 세터필드
그다지 유명하지 않은 전기작가 마가렛은 애거서 크리스티+스티븐 킹+조앤 롤링을 합친 듯한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비다 윈터의 전기를 써달라는 제의를 받게 된다. 마가렛은 제의를 수락하고 윈터의 대저택에 머물며 그녀의 삶의 이야기를 듣지만 평생을 이야기꾼으로 살아온 그녀가 과연 사실을 말하는 것일지, 아니면 제버릇 못 버리고 또 이야기를 만들고 있는 건지 확신하지 못한다. 윈터의 부모 대에서부터 시작되는 그 이야기는 너무도 매혹적으로 독자를 빨아들인다. 독특한 성격의 쌍둥이, 때때로 출몰하는 유령, 황폐해져 가는 대저택, 괴기스럽고 음산한 분위기, 미스터리와 음모까지 18세기 고딕소설의 맛을 그럴싸하게 재현하는데 성공한 소설. 반전은 생각보다 힘이 떨어지지만, 일단 한번 손에 들면 단숨에 끝까지 읽어내리게 만드는 마력적인 이야기의 재미가 살아 있어 소설의 기본은 역시 이야기라는 걸 증명한다.
2위. 시티즌 빈스 - 제스 월터
대부분의 사람에겐 휴일에 불과한 대통령 선거를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한 다시 없을 기회로 생각하는 범죄자 빈스의 갱생기가 눈물겹도록 감동적인 소설. 워싱턴 주 스포캔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도넛 제빵사로 일하고 있는 빈스에게는 사실 감추고 싶은 과거가 있었으니, 사실은 마피아와 손을 잡고 카드 사기를 일삼던 사기꾼이었던 것이다. 빈스는 여러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마피아 보스를 배신하는 증언을 하고는, 사법 거래를 통해 새 이름, 새 신분을 받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따라 스포캔에 오게 되었다. 그럭저럭 새 삶에 적응에 가려던 찰나 무시무시한 인상의 레이라는 사내가 나타난다. 레이를 마피아가 고용한 킬러로 생각한 빈스는 단지 살아남기 위해 도망쳐다니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스릴러 소설과 다를 바 없겠지만, 이 작품의 감동은 빈스가 그 생사의 위기 속에서도 어떻게든 대통령 선거를 치루기 위해 분투하는 데서 나온다. 예전 범죄자 시절의 자신에게는 투표권이 박탈됐지만, 새로이 태어난 빈스에게는 투표권이 있으므로. 이 선거를 어떻게든 잘 치뤄 한 사람의 시민이 되고 싶은 빈스의 진심이 가슴을 적신다. 스포캔의 정감 있는 분위기와 쾌활한 등장인물들이 펼쳐내는 유머도 일급.
1위. 어벤저 - 프레드릭 포사이스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테러리스트들과 전쟁꾼들의 손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들의 가족으로부터 외뢰를 받아 그들을 단죄하는 전문가 어벤저의 활약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번에 어벤저가 상대하게 될 적은 보스니아 내전 당시 수많은 민간인들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훔쳐 그것으로 부를 일군 조란 질리치. 그는 세르비아의 독재자 밀로세비치의 심복으로써 비밀 경찰 노릇을 톡톡히 하며 공포정치에 한몫을 톡톡히 하지만 독재 체제가 무너지려는 시점에서 눈치를 채고 그동안 모은 검은 돈을 가지고 남미의 섬에 요새를 짓고 여전히 호화롭게 살고 있다. 앞뒤로 절벽, 바다에는 상어, 강에는 피라냐, 열두 마리의 도베르만, 200명의 용병이 조란을 지킨다. 제 아무리 어벤저라도 이번 미션은 어렵지 않나 싶지만 그는 전문가답게 착착 준비를 시작한다. 조란의 요새로 침투하는 후반부 100페이지의 긴장감이 놀랍다. 잠입 액션 혹은 침투 스릴러의 기막히는 재미 보증!
- 다음 편에는 동양 편을 쓰겠습니다만, 동양이래봐야 다 일본 쪽이겠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