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리커 스타일 - 카가미 키미히코에게 어울리는 살인
사토 유야 지음, 주진언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공군: 오랜만에 나오니까 좋지.
강군: 응. 그러게.
공군: 니가 무슨 흡혈귀도 아니고 허구헌날 집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냐. 집 근처에 이렇게 좋은 산이 있는데 말야. 사람이 자연에서 기를 받아야지 말야. 맑은 공기도 쐬면서 광합성도 하고.
강군: 우리가 무슨 식물이냐.
공군: 생각하는 건 식물만도 못하잖아.
강군: 그렇긴 하지. 야, 저기서 물 좀 먹고 가자. 홍륜사라고 절 있는데, 그 뒤에 가면 약수 있다.


공군: 시원하니 좋네. 진짜 약수라서 그런지 웬지 기운도 나는 것 같고.
강군: 임마. 이 물 한 잔 마시면 3년 젊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어.
공군: 그래! 그럼 더 마셔야겠네.
강군: 어이쿠. 그렇다고 그렇게 많이 마셔.
공군: 열 잔 마셨더니 배부르네.
강군: 이야, 30년 젊어진거네. 그런데 확실히 젊어지고 있어. 어라, 어라! 점점 아이가 되간다! 이야, 신기하네! 머리카락 빠지고, 배 나오고, 다리 짧아지고...완전 아기네, 아기 됐네!  
공군: 너 지금 내 외모 갖고 놀리는 거지?
강군: 응.
공군: 어, 저기 개 있다! 절에서 기르는 개인가 봐. 귀엽네. 워리, 워리. 이리 와봐라. 어이쿠, 저 개 같은 게 사람 말을 씹네.
강군: 야 이 자샤. 저 개가 저래뵈도 절에서 큰 개야.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읇는다고 좋은 경문을 그렇게 들은 개가 악인한테 가까이 갈 것 같아. 선악을 구별하는 개라구. 내가 한 번 불러볼게...


공군: 아직도 아프냐.
강군: 힝, 물 것까진 없었는데. 나쁜 개 녀석.
공군: 내가 악인이라 가까이 오지 않는거면, 개이빨에 물린 너는 대악인이다. 이 자샤.
강군: 그만 해. 아파 죽겠는데.
공군: 이제 내려가자. 내려 가면서 심심한데 최근에 읽는 책 이야기나 해봐라.
강군: 갑자기 맥락과는 무관한 책 이야기는 왜 꺼내?
공군: 그럼 헛소리만 지껄이다 이 글 끝낼거야.
강군: 뭔 소리야?
공군: 그런 게 있어.


강군: 뭐, 니가 듣고 싶다니 이야기하지. 최근에 본 책은 사토 유야라는 일본의 80년생 젊은 작가가 쓴 <플리커 스타일>이다. 제21회 메피스토상 수상작이지.
공군: 그게 뭔데?
강군: 재미있는 엔터테인먼트 소설에 시상하는 건데, 부정기적으로 아무 때나 그럴싸한 작품이 나오면 준다더라. 최근 일본의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라이트노벨 같은 가벼운 읽을거리에서 보통 수상작이 뽑히고 호러에서 미스터리까지 다양한 소재를 건드린다던데.
공군: 그런 게 있었구나. 수준은 어때?
강군: 아직은 젊고 문장 훈련이 덜 된 작가들이 많아 좀 가볍지. 냉정하게 보면 함량 미달인 구석도 많고. 게다가 메피스토상을 주관하는 출판사에서 그 상이 부정기적이라는 점을 이용해 수상작을 1년에 6개나 내고 막 그랬다더라.
공군: 왜?
강군: 출판사에서 유행을 만들려고 그러는 거지 뭐 다른 이유가 있겠냐. 메피스토상 수상자들이 많아지면 걔네들도 일정한 세력을 형성하고 그러겠지. 자세히는 모른다만.
공군: 그렇구나.



강군: <플리커 스타일>은 동생이 강간당하고 자살하자, 그 강간범들의 딸 세 명을 납치해 복수하려고 하는 카가미라는 대학생이 주인공이야. 카가미가 목표물에 접근하는 과정이 초반에 그려지는데, 애한테는 어렸을 때부터 소꿉친구가 있어. 야스미라는 여자앤데, 얘도 독특한 거라. 일본 전국을 돌며 77명의 소녀 연쇄살인을 벌인 '나이프 잭'이 살해할 때마다 살인자의 눈으로 그 광경을 보는 능력이 있어. 그러니까 이 책은 카가미의 납치 행각과 야스미와 나이프 잭의 이야기가 병행되다 나중에 합치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 거지.
공군: 독특하네. 납치에 초능력이라니.
강군: 원래 메피스토상이 독특한 구석이 많아. 그 점을 보고 뽑는거니까. 그렇지만 독특하다는 게 면죄부는 될 수 없듯이 <플리커 스타일>은 실패작이라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야.
공군: 왜?
강군: 일단 문장이나 묘사가 후져. 예를 들어 지하철 역에 사람이 많을 때 '드래콘 퀘스트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사람들을 연상케 했다.' 하는 식의 유치한 문장이 작품을 이루고 있어. 무엇보다 이게 꼭 미스터리 소설은 아니더라도 두 개의 이야기가 병렬되면서 진행되니까 나중에 모든 게 착착 맞아 떨어지는 구성의 묘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반전이 있긴 하지만 그닥 재미있는 반전도 아니고.
공군: 치명적이네.

강군: 엄청나게 막 나가기도 하지. 강간, 납치, 살인, 감금 등 강력 범죄가 계속 등장하는데, 그냥 소재에 그칠 뿐, 피해자의 아픔이나 그런 범죄를 저지르는 필연적인 이유가 없지. 일본의 젊은 작가답게 게임 같고, 만화 같을 뿐 진실성이 없어. 일단 주인공이 아무리 동생이 그렇게 됐다기로소니 여자들을 납치해 감금하고 치고 패고 별 짓을 다하니까 별로 정도 안 가고.
공군: 그렇구나.
강군: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아. 물론 수월하고 어느 정도 재미있게 읽히는 면도 있지. 그치만 소설의 문장이라고는 할 수 없는 즉홍적이고 안이한 문장과 소재의 선정성에 기댄 혐의가 다분하니까 좋은 점수가 나오지 않아. 마무리가 거의 뭐 처절하게 잔인한 수준인데, 빨리 끝났으면 하고 바랄 정도였으니까 별로 인상적인 것도 아니지. 내가 볼 때는 아직 함량미달의 작가다.
공군: 많이 쓰다보면 발전하겠지 뭐. 아무튼 잘 들었다. 야, 산 밑에 오니까 포장 쳐놓고 술 판다. 맥주 한 잔 하고 갈까?
강군: 잠깐만. 돌탑 좀 쌓고.


공군: 아주 공들여 소원 빌더라. 뭐 빌었냐?
강군: 우리 지혜 항상 건강하고, 자기 맡은 일에서 최고가 되길.
공군: 우리 지혜? 서지혜가 언제 니 꺼 됐냐?
강군: 조만간 그렇게 될 거야^^ 자, 이제 맥주 마시러 가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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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9-17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생이 그렇게 됐으면, 그 범인들을 족쳐야지 왜 또 그 동생들에게 나쁜짓을 하느냐... 하고 씁쓸하네요. 강간문제는 뭐라고 포장해도 여자에게는 섬뜩한 범죄예요.

jedai2000 2006-09-17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그래서 그 여자 중 한 명이 우리 아빠가 잘못을 했는데, 왜 나한테 그러냐고 따지는 장면이 있는데, 주인공이 들어도 맞는 말이잖아요. 그래서 대답을 못 하더라구요. 물론 주인공이 여자들을 강간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만, 끔찍하게 대하죠. 강간은 정말 최악이라는 말도 부족한 정말 끔찍한 범죄죠. 공감합니다.

Apple 2006-09-17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케케~또 대화체 리뷰군요!!! 리뷰가 쏙쏙 드러온다는.....^^

jedai2000 2006-09-18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플님...고맙습니다. ^^ 대화체 리뷰의 최대 강점은 역시 쓰는 사람도 재미있다는 거죠. 앞으로도 종종 쓸테니 계속 기대해주세요 ^^

werpoll 2006-09-1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유머감각이 풍부하시군요 ^^

jedai2000 2006-09-1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깽이탐정님...제 유머와 코드가 맞나 봅니다..^^ 재미없어 하시는 분들이 더 많은데 반갑네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nemuko 2006-09-18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지혜양 이야기는 빠지질 않는군요^^

jedai2000 2006-09-1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혜양과 맥주는 강군공군 리뷰의 필수요소랍니다. ^^

상복의랑데뷰 2006-09-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트릭1기를 봤는데 유키에랑 지혜양이랑 비슷해 보이더군요 ^^;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리뷰를 보니 참아도 될 것 같습니다. 흐흣

jedai2000 2006-09-18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두 사람이 닮았군요. 저는 뭐 둘 다 좋아하니까요. 하지만 서지혜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건 민족감정 때문일까요. ^^ 참으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