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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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타샤 튜더를 처음 만난 건 몇 해 전 서점에서였다. 다른책보다 큼직하고 자연 속에 홀로 서 있는 타샤할머니를 본 순간 절로 손이 갔다. 끌림에 이끌려 한 장을 넘기고 다시 또 한 장을 넘기며 환호성을 질렀다. 결국,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만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이후 타샤 튜더 열풍이라 할 만큼 타샤의 책이 쏟아졌고 나도 그중 6권을 갖고 있다. 얼마 전 MBC 스페셜을 보았는데 타샤의 한국 며느리를 보며 그녀의 집을 직접 가본 며느리가 정말로 부럽기조차 했다.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간 타샤 할머니를 보며 동경과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막상 책을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 이제서야 나는 타샤 할머니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며 살아온 타샤의 모습이 한없이 부러우면서도 존경스럽다. 나무, 꽃 등의 자연을 좋아하며, 식물그림도 좋고, 촛불, 환경문제 등에 관심이 있으면서 나는 그녀처럼 살지 못한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지금 내 삶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타샤의 환경을 보자면, 어릴 때 이혼한 부모님과 탸샤 자신도 남편과 이혼 후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살았다. 게다가 드넓은 정원관리까지 하느라 매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을 텐데 늘 여유가 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에 비하면 어느 날 갑자기 시나브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는 내 삶은 어떤가. 체념하기는 싫고 대신 무감각해지고 싶다는 소망까지 생각할 만큼 괴로운 시간을 이제 그만두고 싶다. 다른 곳에 그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겠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굳건하게 말이다. 그런 면에서 타샤 할머니는 내게 스승처럼 느껴졌다.  


 방대한 정원에서 온갖 꽃을 가꾸는 모습을 보며, 고작 해야 화분으로 식물을 기를 뿐 흙을 직접 손으로 만지지 못하는 나는 조금씩 흙을 만져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예전에 친척분이 식물디자인을 하시는데 전시회를 도운 적이 있었다. 그때에도 이끼니, 흙이니 그런 건 잘 못 만졌다. 하다못해 집에서 엄마가 화분갈이를 할 때도 나는 신기한 듯 쳐다보고는 했다. 식물을 좋아하면서도 내게 흙을 만지는 일은 왜 이리 어려운지. 내년 우리 집의 화분은 직접 화분 갈이를 꼭 해봐야겠다. 정원 가꾸기뿐 아니라 타샤 할머니는 동물과도 잘 어울렸고, 마리오네트 인형을 갖고 가족과 인형놀이도 하고, 직접 촛불을 만들어 사용하며 동화책의 삽화로 쓰이는 그림도 그렸다. 게다가 19세기 마니아라서 당시의 생활을 재현한 듯 산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그렇게 동화처럼 살았다.

 
 외로웠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동화 속 세계를 창조했다. 이런 모든 매력적인 것도 좋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점은 타샤 할머니의 마음이다. 삶을 즐기는 여유와 태도!! 무엇이든 자급자족하느라 한가할 틈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이벤트를 만들고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참 능동적인 사람이며 낙천적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절대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잼을 만들며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다는 멋진 타샤 할머니를 보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모임이다 뭐다 늘 바쁜데도 집의 식물을 그렇게 싱싱하게 잘 가꿀 수가 없다. 타샤 할머니나 엄마나 한복디자이너 효재까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능동적이고 바지런한 낙천주의자라는 사실! 슬픔이 그들을 비켜가는 게 아니라 기꺼이 맞아들이고 파티를 열어 즐길 줄 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밤에 내가 책을 읽으면, 녀석은 내 손에 몸을 돌돌 말고 앉아 있곤 했다. 뱀들은 따스함을 좋아해서, 녀석은 내 손바닥 위에서 동그랗게 똬리를 틀곤 했다. 뱀의 얼굴을 찬찬히 본 적이 있는지? 얼마나 낙천적으로 생겼는지 모른다. 늘 배시시 웃고 있다. 인간의 아둔함을 비웃는 거겠지. (86쪽.) 

 타샤 튜더가 직접 쓴 유일한 에세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삶의 풍파를 겪으며 근심하는 모든 이에게 위안을 주는 따뜻한 책이다. 사진이 아름답고, 독특한 삶을 산 괴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욕심 없이 또한 세상의 이목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삶이 담긴 책이다. 책을 보며 내내 행복했다. 타샤 할머니처럼 모두가 그런 행복을 가까운 곳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절망은 잠시 발로 뻥 차버리고 차 한잔, 별 보기, 웃어주기처럼 작은 일부터 시작하고 싶다. 

-4341.12.21.해의 날.(08040_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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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8-12-29 14:41   좋아요 0 | URL
우와, 은비뫼님 축하드려요. :)

은비뫼 2008-12-29 19:07   좋아요 0 | URL
우와, 뒷북소녀님 반갑네요. ^^* 덕분에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포옹 창비시선 27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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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출간된 정호승 시인의 <포옹>은 겨울이 오는 길목의 내게 많은 위안을 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책상에 올려두고 책장으로 가지 못하는 책 중 한 권이 되어버렸다. 처음 이 시인의 시를 읽었을 때부터 어둠 속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는 감수성 가득한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살면서 때때로 생각나는 시였기에 언제부터인가 가슴 한켠에 콕 박혀있음을 알아버렸다.게다가 정호승은 대중에게도 친숙하며 그 누구에게 선물해도 늘 좋다는 말을 들은 시인이었다. 그의 시는 참으로 따뜻하다. 단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끝끝내 고통을 감수해낸 후 보답을 받을 때의 그런 따스함을 지녔다. 그러던 그의 시가 이번에는 더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살얼음 낀 겨울 논바닥에
기러기 한 마리

떨어져 죽어 있는 것은
하늘에
빈틈이 있기 때문이다

(10쪽, 빈틈 전문.)


 처음 시작부터 책장 넘기는 일을 주저했다. 그가 말하는 빈틈 때문이었다. 그저 무심하게 지나친 어느 순간의 기억과 맞물려 당시의 쓸쓸함, 죽음, 자연 등이 스친다. 결국, 당시에 하던 생각을 되풀이하며 이제는 당사자 혹은 대상에게는 죽음이거나 끝이지만 자연이나 관찰자에게는 어느 날의 장면이거나 순간임을 대놓고 비교해 본다. 그래서 무언가 결론을 얻었을까. 그렇지 않다. 나 역시도 시인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 이해하려기 보다 내가 생각했던 것을 미약하게나마 정의해 보려 시도한다. 이렇게 인상적인 첫 시부터 온통 마음을 사로잡는 시가 많았다.

  어쩌면 이리도 시마다 마음을 흔들고 돌아보게 하는지. 자연, 부모님, 늙음, 죽음, 대상에 이입된 감정, 절제, 현실…. 시인은 마술사처럼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눈앞에서 꺼내 보여준다. 그것도 펑- 펑-. 늘 보던 거였는데도 지루함 없이 인식하게 되어버리는 것은 그가 필시 무슨 조화를 부리나 보다라 생각한다. 결혼준비 때부터 그리고 아팠을 때까지 두 계절을 거의 책과 담쌓았었다. 그러다 가을을 맞고 겨울이 오던 때에 그의 시가 나를 다시 시의 세계, 언어의 세계로 데려다 주었다.  

 포옹을 빨리 말하면 퐁ㅡ이란 말이 된다. 그리고 또 퐁ㅡ은 눈이 내리거나 눈물이 날 때의 펑ㅡ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생각과 감정의 꼬리가 이어져 포옹이란 끌어안는다는 말밖에 모르던 내가, 삶을 다 포옹하기 버겁던 내가 조금씩 현실을 돌아보았다. 소설처럼 어쩌면 그보다 더 현실적이고 따뜻한 이 시집은 또한 멋 부리지 않아서 그만큼 살갑다. 학창시절 때 번역된 외국 시에 심취했을 때와 사뭇 다른 감정이다. 자연의 위대함을 숭배하기보다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들, 바닥에 있는 모든 것들을 들춰내는 정호승의 이야기를 듣는데, 중독된 거 같다. 
 

밤의 연못에 비친 아파트 창 너머로
한 소년이 방바닥에 앉아 혼자 라면을 끓여먹고 있다
나는 그 소년하고 같이 저녁을 먹기 위해
나도 라면을 들고 천천히 밤의 연못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17쪽, 밤의 연못 일부.)


 
누군가에게 구워진다는 것은 따끈따끈해진다는 것이다
따끈따끈해진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맛있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누구에게 맛있어본 적이 없었던 청년이
다 익은 군고구마를 꺼내 젓가락으로 쿡 한번 찔러보는 것은
사랑에서 기다림이 얼마나 성실하게 잘 익었는가를 알아보려는 것이다

(30-31쪽. 군고구마 굽는 청년 일부.)


 
내 사랑에 묻어 있는 죄의 흙을 제대로 씻기 위해서는
죄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히게 해야 한다
흙 묻은 감자처럼
서로의 죄에 묻은 흙을 깨끗하게 씻어주기 위해서는

(46쪽. 감자를 씻으며 일부.)

 

 마음에 담아 두고 꺼내기 어려웠던 말, 겸연쩍었던 말, 표현하지 않았던 말들이 물 위로 자꾸만 떠올랐다. 그래서 소중한 시집이다. 시인의 나이 듦과 숙성이 내게 좋은 보약이 되었다. 올해가 가기 전에 더 많은 시집을 읽어야겠다고 한해의 마지막 달에 문득 깨달았다. 오늘은 양변기를 끌어안고 앉아 세수나 시켜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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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고의 유전자
뤽 뷔르긴 지음, 류동수 옮김 / 도솔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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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의 역사만큼이나 살아온 생명체들이 있다. 인간도 그 중 하나로 진화를 거듭해 지금의 모습으로 변화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보내왔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기 마련이지만 운 나쁘게도 멸종하는 수도 있었다. 요즘의 문젯거리 중 하나는 바로 그 원인제공을 인간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재해나 약육강식의 논리가 아닌 위에서 군림해 온 인간 종에 의한 자연계 파괴현상은 더는 넘겨버릴수 없는 문젯거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환경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리라. 

 과학분야는 실제로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왔지만, 아직도 연구할 분야가 광범위하다. 그중 어느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다. 전기장 처리를 통해 이미 멸종된 생물을 되살려 낸다는 기적같은 연구. 이들이 전기장 처리를 하여 살려낸 식물은 태고적의 외형뿐 아니라 성질까지도 그대로 살려냈다. 문제는 이들을 인정하지 않고 거짓이라 매도하거나, 인정은 하지만 연구가치를 사장시켜 버리는 것에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연구의 적절한 활용을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인류에게 독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버릴 수 있다.  

 SF 영화들에서 전기장 처리의 효과를 어렴풋이 상상하고 설정했던 것일까 하는 재미있는 의구심이 들었다. 예를 들어 터미네이터에서 미래전사가 나타나는 장면이라든가, 미스트에서 또 다른 차원의 통로를 열어서 태고의 공룡 등을 불러냈는데 그런 것들이 우연의 산물이라니 신기하리만치 이 연구와 닮아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 이런 것인가 보다. 

 책 내용은 대충 두 박사가 전기장 효과에 대해 연구를 하지만 널리 인정받지 못하고 지금은 아들이 이어서 꾸준히 연구를 하며 아프리카 등 빈민국인 제3세계 식량조달을 위해 이 기술을 더욱 널리 알리려는 호소문까지 실려 있다. 상당히 흥미로운 책이다. 정말로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럼에도 100% 신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좀 더 자세한 연구에 대한 언급이 있었으면 하는 점과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잠깐의 전기장 노출문제를 별일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 나누는 장면에서는 어이가 없었다. 과학자에게는 정확한 수치와 연구결과도 중요하지만, 윤리의식 또한 그렇다는 걸 잠시 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그래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픈 책이었다. 단, 전기장 효과에만 치중하지 말고 실제로 적용 가능하며 또한 그것을 과연 누가 제어할 수 있는지의 문제가 남아있으니 해결해야 할 숙제가 꽤 남은 셈이 된다.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연구거리를 재미있는 놀림거리라도 되는 양 언론과 방송에서 흥미 위주로만 반영하여 전기장 효과를 이용하고,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 연구를 사장하는 행동을 보며 마냥 웃을 수는 없었다. 현실이 그랬다. 이 책은 허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기장 효과가 실용화되면 비료, 살충제 분야에 타격을 크게 받는다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해도 시작도 전에 저지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만약 실용화 된다 해도 수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어서 아직 갈길이 멀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지금도 종자전쟁은 진행 중이다. 결국, 대기업은 종잣값을 계속 받을 것이고, 농부들은 내야 할 것이다. 전기장 효과를 이용한다면 전통 종자보다 많은 수확은 보장되며 유전자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인체에도 해가 없을 것이며, 해충보다 빠른 성장으로 약을 덜 뿌려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기장 효과로 되살려낸 종은 유전자를 조작하여 살려내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성장이 빠르고 양도 훨씬 많다는 사실은 장점이면서 또한 단점이 될 수 있다. 만약 어떤 종이 인간에게 필요해서 되살려 냈으나 그로인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생태계란 작은 거 하나에서부터 어그러질 수 있다. 이를 무시한 대가로 우리의 자연계는 지금 만신창이가 되었다. 그래서 조금은 겁이 난다. 게다가 제어라는 단어를 도통 모르는 듯 과포화 상태로 치닫는 현실에서 누가 이 프로젝트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기업의 이윤추구를 떠나 국가의 이윤추구까지 걸린다면 필시 거대자본인 강대국이 가로챌 확률이 높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 장 지글러 이야기도 잠시 나오는데 그와 의기투합하여 제3세계 식량조달을 목적으로 노력한다는 이야기에 정말이지 그렇게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나 이 역시 알 수 없는 일이다. 현지인이 이 기술을 상업화할 수 있도록 이들은 돕겠지만, 누구는 방해할지도 모르니까. 모든 일에 그렇듯 확실한 해법이란 없다. 시행착오를 거쳐 이뤄나가는 수밖에. 

 희망이 될 수 있는 빛 한줄기를 찾았지만, 그 빛이 언제까지 비칠지는 누구도 모른다. 또한, 그 빛이 인류를 관통하고, 자연계를 관통해 파괴할 빛인지 아닌지를 잘 구별해야 한다. 다소 회의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 기막힌 연구를 알게 되고 난 느낌은 솔직히 희망보다 우려가 앞선다. 그렇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물 위로 올라올 것이고 그 후에야 직접적으로 부딪혀 깨지거나 다시 사장될 테니까. 

 처음 책을 잡기 전에는 유전자 변이라고만 생각해서 생태계 파괴만 걱정했는데, 읽고 나서는 획기적인 발견이지만 아직 수많은 무리수를 갖고 있다는 것을 거듭 확인했다. 그래도 이대로 묻히지 말았으면 좋겠다. 또한, 책에 좀 더 구체적인 연구내용이 실렸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호소하려면 설득할만한 진정성이 필요하다는걸…. 더 고민하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덮었다.  

 

 <태고의 유전자>를 읽으며 연상된 책들

-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책 후반부에 장 지글러와 아프리카 등 제3세계의 굶주리는 빈민국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관심이 간다면 이 책을 읽을 것을 꼭 권하고 싶다.

- 다그니 케르너의 <장미의 부름>

: 이 책과는 다르지만 <장미의 부름>은 식물과 인간의 소통 그리고 식물을 이해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책. 연구대상이 아닌 이해할 대상의 식물이라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물론 신비성에만 몰두하지는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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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이 있는 침대
김경원 지음 / 문학의문학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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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을 소재로 한 한국문학 최초의 본격소설. 이 말만으로도 소설이 궁금했다. 그래서 읽어본 바에 의하면 일단은 와인정보가 곳곳에 등장한다는 것과 책의 주인공 그녀는 치즈가 되고, 그녀의 그는 와인이었다는 것. 와인과 성, 사랑을 조합한 빛깔을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내게 이 책은 곳곳에서 들려주는 와인의 이름과 맛 등의 이야기가 더 솔깃했다. 와인 정보지는 아니지만, 소설 안에서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는 재미있었다. 아무튼, 와인 초보자에게는 그랬다. 그 와인들을 다 마셔보기만 해도 황홀할 거 같은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소설은 어떠했던가. 주인공 여자는 프리랜서이며 개인적인 아픔이 있고, 자유연애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뷰차 만난 남자에게 호감을 느끼는데 상대는 와인애호가였다. 그와 가까워지면서 와인에 대해 눈을 뜬 주인공 그리고 이들 연애의 행방과 끝. 대충 이런 내용이다. 현대시대를 잘 포착해서 표현한 연애방식과 성에 대한 이야기는 개방적이지만 동조할 수는 없었다. 어찌 보면 통속적인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아쉬움으로 남는다. 

 와인과 사랑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숙성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후에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에 맞는 상대를 만나야 한다는 사실! 바꿔서 말하자면 상대에게 기꺼이 동조하여 맞춰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날 때 사랑이 이루어지고, 와인의 맛이 더 빛날 것이란 의미이다. 와인의 품종처럼 맛과 향은 수없이 많고 사랑 또한 마찬가지니 말이다. 결국, 와인 초보자인 내가 입맛에 맞는 와인을 찾고자 야금야금 와인을 마시는 이유처럼 사랑도 처음에 한방에 찾을 수도 있지만, 시행착오를 거쳐 찾게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인 김춘수는 <꽃>에서 말하지 않았던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와인 한 잔을 넘기고, 사랑 한 모금도 넘기고, 절망과 상처도 넘겨버릴 수 있는 그런 겨울이면 좋겠다.  

 

난 왜 그처럼 감정의 표현을 아껴두었는지 조금은 후회스럽다. 지금은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들. 진실한 것은 항상 순간에만 머문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침대에서 칩거만 하고 있을 수 없다고 느낀다. 슬픔이 아무리 깊다해도 목숨이 있는 한 삶의 시간이 계속된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2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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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기적
세실 가테프 지음, 김문영 옮김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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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걷기를 좋아한다. 가끔은 이유없이 무작정 걷기도 하며, 이슬비가 내릴 때 우산을 들고 걷기도 하고, 밥을 먹고도 가만있기 보다는 살짝 걷기를 좋아하며 또 여행을 가도 걷는다. 학생 때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2시간을 꼬박 걸어 친구 자취방으로 쳐들어가기도 했고, 언젠가는 홍대를 비롯한 그 일대를 또 어느 날은 압구정과 신사동 일대를 걸어 다니기도 했다. 이사 와서도 주변탐색차 걷기를 여러 번. 이 정도면 걷기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단순한 동작 같지만 걸으면 기분이 참 좋아진다. 이런저런 구경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러다 걷기에만 집중해서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마음의 명상은 이렇게도 이루어진다. 
 

 건강해서 혹은 건강해지고자 걷기도 하지만 반대로 건강하지 않아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되새겨 보았다. 저자 세실 가테프처럼 걷기예찬을 했던 유명인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그들과 간접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더 많은 이들이 걷기를 통한 삶의 즐거움을 꼭 누려보았으면 좋겠다. 걷기는 그저 단순하게 두 발로만 땅을 밟는 게 아니라는 것을, 호흡하고 생각하고 자연을 만나고 도시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며 결국에는 자신을 만나는 일임을 느끼기를 바라본다.

 

저는 제 몸이 허락하는 한, 적극적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런데 건강한 몸을 가지고도, 관심이나 생각이 모자라서 혹은 게으르고 무기력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애자의 삶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노력여하에 따라서 놀랄 만큼 풍요로워질 수도 있거든요. 저는 언제나 제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산을 바라볼 때마다, 저는 항상 그 뒤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93쪽. 열일곱의 나이에 근육쇠약증에 걸린 스테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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