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 튜더 캐주얼 에디션 2
타샤 튜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타샤 튜더를 처음 만난 건 몇 해 전 서점에서였다. 다른책보다 큼직하고 자연 속에 홀로 서 있는 타샤할머니를 본 순간 절로 손이 갔다. 끌림에 이끌려 한 장을 넘기고 다시 또 한 장을 넘기며 환호성을 질렀다. 결국,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을 만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이후 타샤 튜더 열풍이라 할 만큼 타샤의 책이 쏟아졌고 나도 그중 6권을 갖고 있다. 얼마 전 MBC 스페셜을 보았는데 타샤의 한국 며느리를 보며 그녀의 집을 직접 가본 며느리가 정말로 부럽기조차 했다.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간 타샤 할머니를 보며 동경과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막상 책을 제대로 읽지는 않았다. 이제서야 나는 타샤 할머니의 세계로 들어가 본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며 살아온 타샤의 모습이 한없이 부러우면서도 존경스럽다. 나무, 꽃 등의 자연을 좋아하며, 식물그림도 좋고, 촛불, 환경문제 등에 관심이 있으면서 나는 그녀처럼 살지 못한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지금 내 삶에서 행복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타샤의 환경을 보자면, 어릴 때 이혼한 부모님과 탸샤 자신도 남편과 이혼 후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살았다. 게다가 드넓은 정원관리까지 하느라 매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을 텐데 늘 여유가 있다. 그리고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에 비하면 어느 날 갑자기 시나브로 행복하지 않다는 말이 불쑥 튀어나오는 내 삶은 어떤가. 체념하기는 싫고 대신 무감각해지고 싶다는 소망까지 생각할 만큼 괴로운 시간을 이제 그만두고 싶다. 다른 곳에 그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겠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굳건하게 말이다. 그런 면에서 타샤 할머니는 내게 스승처럼 느껴졌다.  


 방대한 정원에서 온갖 꽃을 가꾸는 모습을 보며, 고작 해야 화분으로 식물을 기를 뿐 흙을 직접 손으로 만지지 못하는 나는 조금씩 흙을 만져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예전에 친척분이 식물디자인을 하시는데 전시회를 도운 적이 있었다. 그때에도 이끼니, 흙이니 그런 건 잘 못 만졌다. 하다못해 집에서 엄마가 화분갈이를 할 때도 나는 신기한 듯 쳐다보고는 했다. 식물을 좋아하면서도 내게 흙을 만지는 일은 왜 이리 어려운지. 내년 우리 집의 화분은 직접 화분 갈이를 꼭 해봐야겠다. 정원 가꾸기뿐 아니라 타샤 할머니는 동물과도 잘 어울렸고, 마리오네트 인형을 갖고 가족과 인형놀이도 하고, 직접 촛불을 만들어 사용하며 동화책의 삽화로 쓰이는 그림도 그렸다. 게다가 19세기 마니아라서 당시의 생활을 재현한 듯 산다. 꿈같은 이야기지만 실제로 그렇게 동화처럼 살았다.

 
 외로웠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을 텐데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며 동화 속 세계를 창조했다. 이런 모든 매력적인 것도 좋지만 내가 가장 좋았던 점은 타샤 할머니의 마음이다. 삶을 즐기는 여유와 태도!! 무엇이든 자급자족하느라 한가할 틈이 없는데도 끊임없이 이벤트를 만들고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참 능동적인 사람이며 낙천적이다. 시간이 없다는 핑계는 절대 통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잼을 만들며도 셰익스피어를 읽을 수 있다는 멋진 타샤 할머니를 보며 엄마 생각이 났다. 엄마도 모임이다 뭐다 늘 바쁜데도 집의 식물을 그렇게 싱싱하게 잘 가꿀 수가 없다. 타샤 할머니나 엄마나 한복디자이너 효재까지 모두 공통점이 있다. 능동적이고 바지런한 낙천주의자라는 사실! 슬픔이 그들을 비켜가는 게 아니라 기꺼이 맞아들이고 파티를 열어 즐길 줄 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밤에 내가 책을 읽으면, 녀석은 내 손에 몸을 돌돌 말고 앉아 있곤 했다. 뱀들은 따스함을 좋아해서, 녀석은 내 손바닥 위에서 동그랗게 똬리를 틀곤 했다. 뱀의 얼굴을 찬찬히 본 적이 있는지? 얼마나 낙천적으로 생겼는지 모른다. 늘 배시시 웃고 있다. 인간의 아둔함을 비웃는 거겠지. (86쪽.) 

 타샤 튜더가 직접 쓴 유일한 에세이라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있다. 그리고 삶의 풍파를 겪으며 근심하는 모든 이에게 위안을 주는 따뜻한 책이다. 사진이 아름답고, 독특한 삶을 산 괴짜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라 욕심 없이 또한 세상의 이목에서 자유로운 영혼의 삶이 담긴 책이다. 책을 보며 내내 행복했다. 타샤 할머니처럼 모두가 그런 행복을 가까운 곳에서 찾았으면 좋겠다. 절망은 잠시 발로 뻥 차버리고 차 한잔, 별 보기, 웃어주기처럼 작은 일부터 시작하고 싶다. 

-4341.12.21.해의 날.(08040_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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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08-12-29 14:41   좋아요 0 | URL
우와, 은비뫼님 축하드려요. :)

은비뫼 2008-12-29 19:07   좋아요 0 | URL
우와, 뒷북소녀님 반갑네요. ^^* 덕분에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