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잉 메시지 -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개와 돼지 외 지음 / 수선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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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강렬하다.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다잉 메시지』 그리고 책표지 또한 경고하듯 옐로우 카드색이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재해는 이제 예측이 아니라 현실이 된 지 오래다. 게다가 최근 일본의 재앙은 아직도 그 여파가 강하게 작용한다. 환경문제가 주목받는 가운데 환경서나 다큐멘터리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만, 곧 잊히기 쉽상이다. 시기를 잘 타고 이 책이 나왔다. 현재 시점에서 만나는 다잉 메시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작은 실천이라도 꾸준하게 나부터 이어가자고 다독여보았다.

 

 책의 저자가 특이하게도 개와 돼지 외라고 쓰여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들을 대변한 환경서일까? 이 책은 명상을 통해 여러 동물과 교감하여 동물의 생각을 전하는 책이다. 그래서 다소 황당하다고 생각하는 독자가 많을 것이다. 나는 무조건 신뢰하거나 그 반대인 것은 아니다. 다만, 어찌 되었든 간에 이 책에는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앞부분의 휴대전화(휴대폰)의 전자파 영향 부분을 읽으며 놀랐다. 환경서를 여러 권 읽었지만 실제로 휴대폰의 전자파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는 이 책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4년 내 사라지리라고 말했었다. 꿀벌이 사라지는 정확한 이유를 우리는 모르지만, 환경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겠다. 이치 출판사의『경이로운 꿀벌의 세계』를 읽은 이유도 꿀벌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이해해야 할 것은 지구환경이 심각한 상태에 놓였다는 점이다. 여러 이유로 방향감각을 잃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벌은 면역력이 약해서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또한, 지구의 허파로 알려진 아마존의 파괴에 대한 부분을 접하면서도 마음이 씁쓸했다. 소고기를 먹고자 소를 키우려는 공간을 확보하려고 열대우림을 파헤치는 장면은 시공사의『육식의 종말』이나 다큐멘터리 《고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이 절로 떠오른다. 채식만이 대안이라는 생각에는 100% 공감하지 않지만, 육류를 줄여야 한다는 데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육류를 줄이면 환경오염도 줄어들고 소나 돼지, 닭도 지금같은 공장화된 폐쇄공간에서 자라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항생제 먹인 육류를 다시 인간이 섭취하는 일이 덜해질 텐데 말이다.

 

 구제역으로 생매장당하는 동물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인간. 또 생매장 후의 환경오염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온다. 근본적인 대책 없이 알면서도 묵인하는 이런 폭력이 가장 무섭고 바꾸기도 어렵다. 왜 죽지도 않은 동물을 살처분(殺 處分)하냐는 동물의 말에 잔인한 인간의 모습이 떠올라 몸서리쳐진다.

 

 겉으로 보기에는 작고 가벼운 책이었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전하는 방식이 다소 특이하긴 하지만 우리가 귀 기울이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들어보라고 하는 거 같다. 오래전에 읽은 정신세계사의 『장미의 부름』과 통하는 책이다. 장미의 부름이 식물의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동물의 이야기였다. 지구공동체로 살아가려면 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겠다. 뒤편의 지구를 살리는 실천 열 가지만 꾸준히 해도 보다 나은 지구가 될 것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니 의식적으로 행동하도록 노력해야겠다. 지구의 몸부림치는 소리를 이제 그만 외면해야한다는 게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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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 있다
유영제.박태현 외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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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창시절 과학 중에서도 생물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대부분 학생에게 암기과목으로 통해서 시험 전에 벼락치기로 많이 외우던 과목을 대표했었다. 그럼에도, 나는 생물 수업시간이 즐거웠다. 신기하기도 하고 더 알고 싶은 게 많았던 탓이었다. 대학입시 때 생물 쪽과 환경공학 쪽도 살피며 미래를 전망해보기도 했다. 결국 흐지부지해졌지만, 다시 이 책을 만나며 생명과학이 거듭 꽃피고 있음을 돌아보게 되었다.

 

 사실 생명과학 분야는 조금씩 발전해왔고 앞으로도 무궁한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책의 부제처럼 생명과학이 세상을 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인간을 구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미생물 등을 활용해 자연환경을 되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 망가뜨린 자연은 이제 재앙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물론 이래서 미생물공학이 미생물 고문학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한다는데 과연 그럴만하다. 우리가 필요해서 멋대로 미생물을 귀찮게 하니 말이다.

 

 『생명과학 교과서는 살아있다』는 여러 명의 생물공학 교수들이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와 연계해서 만든 책이다. 그래서 일반인에게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우리와 상관없을 거 같은 생명공학이 일상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이야기를 통해 관심을 두게 된다. 고등학생들도 시간을 내서 읽는다면 생물 교과서에 대해 더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종 플루(신종 인플루엔자 A), 감미료 아스파탐과 자일리톨, 에스키모들이 주로 고기를 먹어도 심장병이나 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는 이유 등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또한, 책을 통해 '안드로젠 내성 증후군'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즉, 남성이지만 체내의 남성 호르몬 수용체 이상으로 외형적으로 여성처럼 보이는 증후군인데 10만 명당 2~5명 정도의 발병 빈도가 있다는 사실(176쪽.)이었다. 오래전 학창시절 떠돌던 풍문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그때는 정보도 부정확했고 학생들 사이에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기도 하는 등의 돌연변이라는 식의 이야기가 한참 있었다.

 

 과학이란 게 그런 거 같다. 당장 실체를 모를 때는 당시 사회의 반영 등에 비춰 오해와 이해를 받지 못한다. 그러다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나면 그 모든 오해가 사라진다. 아직도 풀어야 할 게 많으니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상상력 그리고 관찰력 등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이 과학도 다른 것도 다르지 않다.

 

 또한, 생물 자원의 중요성만큼이나 생명윤리도 중요하다. 과학서를 읽을 때마다 느끼지만, 과학기술의 진보만큼 과학윤리는 나아가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 실은 이것은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일지도 모르겠다. 도덕, 윤리라는 과목은 있지만, 실생활에서는 응용되지 않는 사회. 어떠한 잣대로도 이는 올바르지 않음을 알면서도 교육정책은 변함이 없다.

 

 마지막 장의 NASA의 발명품(내비게이션, 귀체온계 등)을 보며 실생활에서 쓰는 많은 것들이 첨단 과학의 영향을 많이 받음을 새삼 알겠다. 생명과학이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생명윤리가 바탕에 없다면 결국 우리는 그로 인해 반대로 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이 책에 그런 부분이 더 많이 담겼으면 좋았을 거 같지만, 독자 모두에게 쉽게 다가서도록 만들었다는 장점만으로도 좋았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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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중문화>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4월이 왔다. 봄은 봄인가 보다. 어느새 나무에 꽃이 피려고 준비 중이다.  봄바람이 살랑이면 꽃나무 그늘에 앉아 책장을 넘기고 싶다. 유모차에서 아기는 낮잠을 자고 긴 의자가 있다면 금상첨화겠다. 내게도 그런 여유 있는 봄날이 올까. 돌잔치 준비로 정신이 없다 보니, 시간 날 때 집에서 창으로 보이는 봄꽃이나 보며 위안을 받을 거 같다는 예감이다.    

 이달부터 달마다 읽고 싶은 예술책을 정리한다. 그간 소홀했던 건축, 미술 쪽 등의 신간을 둘러보며 나만의 시간을 갖고 정리하게 되어 기쁘다. 다음은 이달에 만나고 싶은 눈에 띄는 신간들이다. 

 그 첫 번째 책. 드라마 작가 노희경의 대본집 시리즈 4번째 책인 <굿바이 솔로/ 북로그컴퍼니(출판사)>이다. 드라마에 열광하지는 않지만, 가끔 마음에 드는 드라마를 발견하면 보려고 노력한다. 오래전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에 그랬고 이후 그녀의 다른 작품들도 모두 찾아보고 싶었지만 언제나 계획뿐이다. 

 어느 날 TV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굿바이 솔로>는 보자마자 노희경 작품임을 알았다. 본방도 아니고 재방에다 그것도 드라마 종영 한참 후에 보았다. 역시 전편을 다 보지 못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드라마였다. 아무래도 노희경 드라마 대본집을 나중에 사서 읽어야 할 거 같다.  

  두 번째로 주목하는 책은 <집을 순례하다/ 사이(출판사)>이다. 건축에는 문외한이면서 도서관에 갈 때면 늘 건축책 쪽에서 정신이 팔리기 일쑤였다. 건축은 공간을 꿈꾸게 하는 예술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은 8명의 건축거장의 공간을 방문하고 쓴 책인데 이중 르 코르뷔지에 책만 읽어본 거 같다. 어쩌면 많은 건축가의 작품을 넣은 건축책에서 본 건축가도 있겠지만 이름을 다 기억하기가 어렵다.  

 책의 구성을 보니 사진뿐 아니라 스케치, 도면까지 있어서 더 궁금한 책이다. 이들이 지은 주택의 특징도 궁금하지만 숨은 사연이 더 알고 싶다. 무언가 포근한 마음이 살아 숨 쉴 거 같아서이다.  

 

   

세 번째는 <책, 예술을 넘기다/ 시그마북스(출판사)>. 이 책도 시리즈였네. 처음 보는데 목차를 보니 호기심이 간다. 특히 소개말에 단지 내용으로의 책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예술의 경지에 오른 책이라고 해서 시선이 간다.  

 책 한 권에 들어 있는 수많은 것 중 예술적 부분에 집중한 거 같은데 나도 그 향기에 취하고 싶다.  

 

  

 

    

네 번째는 <사진, 강을 기억하다/아카이브(출판사)>.  

 제목만으로 마음이 그윽해진다. 바다가 없고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학교에 다니고 자라온 내게 익숙한 풍경이어서일까. 가끔 강바람이 맞고 싶어질 때가 있다. 긴 강줄기를 따라 흘려보내고 싶은 게 있는 날 더욱 그렇다.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담았는데... 사라져가는 모습과 훼손된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담았다. 열 명의 사진가가 담은 이 강의 모습이 머지않아 사라지고 그야말로 사진으로만 남는다고 생각하니 절망스럽다.  

 4대강 사업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다섯 번째 책으로는 <우리 시대의 미술가들/시공아트(출판사)>.  

 22명의 미술가와 한국 현대 미술사를 재조명 할 수 있을 거 같은 책이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활동을 하며 지금 우리와 숨 쉬는 미술가들의 책이라 생생함이 담겨 있을 것이다.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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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의 상인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6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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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열심히 읽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느낀 점은 세계인에게 회자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만큼 그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이었다. 학창시절에는 멋모르고 재미로 읽었고 몇 해 전에는 재간둥이 셰익스피어의 모습에 흥미를 느꼈다. 그의 능력은 언어유희의 최고봉이라 판단될 만큼이었고 그래서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어릿광대에게 관심이 갔다. 바로 광대의 모습에 셰익스피어의 모습이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워낙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담은 그지만 희비극을 아우르며 재치와 핵심을 짚고 현자와 바보 사이를 넘나드는 광대 모습은 곧 그였다.
 

 셰익스피어의 수많은 작품 중 『베니스의 상인』이 문학동네에서도 나왔다는 소식에 가슴이 뛰었다. 4년 전에 읽은 전예원의 『베니스의 상인』까지 다시 들춰보게 되었다. 전예원이 책이 얇은데 아무래도 번역과정에서 간단하게 줄이며 핵심만을 옮겨서 그런 거 같다. 신정옥 교수의 번역과 이번 이경식 교수의 번역을 함께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법정에서 포오셔가 말하는 장면을 아래에 옮겨본다.

 




01 | 전예원의 『베니스의 상인』
 
02 | 문학동네의 『베니스의 상인』
     
이 증서엔 피는 단 한 방울도 적혀 있지 않소. 여기에 명기되어 있는 말은 '살 1파운드'요.
증서대로 살은 1파운드만 떼어 가시오. 단 살을 떼어내면서 기독교도의 피를 한 방울이라도 흘린다면
그대의 토지와 재산은 베니스의 법률에 의하여 국가에 몰수당할 것이오.

ㅡ 121쪽, 4막. (신정옥 옮김)



 
.잠깐만 기다리시오. 추가 사항이 있소이다. 이 차용증서에는 당신에게 피 한 방울도 준다는 말은 없고, '살 1파운드'라고 명기되어 있을 뿐이오.

자, 그러면 그 증서대로 하시오. 1파운드의 살을 취하시오. 그렇지만 살을 베어낼 때 단 한 방울이라도 기독교인의 피를 흘린다면 당신의 토지와 재산은 베니스 법에 의거 몰수되어 베니스 국가에 귀속됩니다.

 

ㅡ 124쪽, 4막 1장. (이경식 옮김)



 

 전예원 쪽은 간결하게 핵심을, 문학동네는 풀어써 주며 설명하는 차이가 느껴진다. 원문으로 읽지 않는 이상 우리는 번역자의 노고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여러 출판사의 다양한 번역과 그리고 해마다 개역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옮긴이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작가 셰익스피어 자체만으로도 베일에 가려진 부분이 많고 그가 의도하는 정확한 게 무엇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베니스의 상인 앤토니오가 친구인 바싸니오의 차용증서(보증)를 써주고 시작된다. 당시 기독교도에게 멸시와 억압을 받던 유대인과의 대립은 앤토니오와 샤일록의 관계를 통해서도 드러난다. 샤일록은 평소 앤토니오에게 모욕받고 자신의 장사를 방해했기에 이를 갈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의도적인 차용증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다. 법정까지 가게 된 이들과 사건을 유쾌하게 해결하는 포오셔의 기지로 희극으로 마무리된다.

 

 읽을 때마다 전체적인 흐름과 인물에 치중했지만, 이번에는 단어나 문장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 기독교도, 유대인, 어느 쪽이 상인이고 어느 쪽이 유대인이냐고 묻는 포오셔의 물음에 힌트가 있었다. 예전에는『오셀로』의 이야고처럼 샤일록을 간교하지만 가엾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대사에 집중해보니 이해가 가더라는 말이다. 즉, 셰익스피어는 당시 시대상을 풍자하면서 실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정에서의 판결은 물론 승자들에게 통쾌하지만 샤일록에게는 관대하지 않았다. 물론 애초에 나쁜 의도를 품었던 샤일록의 차용증서를 두고 공정하게 처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샤일록은 재산도 딸도 모든 것을 잃게 된다.

 

 물론 두 입장을 다 고루 공평하게 다룰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셰익스피어는 의도대로 당시 시대상에 맞게 해결하면서 미묘하게 현실을 꼬집었다는 게 훌륭하다. 게다가 다양한 등장인물과 재미까지 있으니 읽기에도 수월하다. 지금도 나는 『베니스의 상인』에서 앤토니오보다 샤일록에 주목한다. 여기서 상인이란 앤토니오일까. 샤일록일까. 둘 다일까? 대부분 앤토니오라고 칭하지만 샤일록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고리 대금업자나 부자 유대인으로만 보기보다 함께 보는 게 더 흥미운 말이다. 물론 대부분 이야기에서 샤일록은 이름을 무시당하고 유대인으로 불린다.

 

 절대악과 절대선이라는 기준의 모호함이야말로 현실적이지 않은가. 그래서 앤토니오와 샤일록을 보며 공감한다. 이 캐릭터가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 하나의 정의로 끝내지 않고 혼재된 인간의 다양한 내면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즐겁다. 한담이지만 샤일록의 딸인 제시커와 연인 로렌조의 대사(5막 1장)가 귀를 간질이며 나른하지만 달콤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봄은 봄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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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1
왕융하오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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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죽은 자의 살아있는 신념이지만, 전통주의는 살아있는 자의 죽은 신념이다."

 
(7쪽. 프롤로그에서 발췌. 제로슬라브 펠리컨의 <<전통의 옹호>>에서.)

  

 경전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다. 후대까지 살아남아 적용되는 유용한 가르침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경전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마음의 위안을 주거나 죽비처럼 의식을 후려치는 등 생생한 가르침은 깨어 있기 위한 정신의 등불이다. 『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는 베이직북스에서 기획한 고전시리즈로 조금은 아담해서 부담 없이 휴대할 수 있고 또한 읽을 수 있었다. 
 
 노자(老子)와 도(道), <도덕경(道德經)>, 무위자연(無爲自然) 등은 학교 다닐 때 배웠다. 사실 이걸 배웠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도가 부분에서 외웠다는 표현이 더 들어맞을 것이다. 실제로 노자의 이야기를 읽은 게 아니라 사상의 핵심은 단어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간략하게 읽은 게 다였지만 노자의 사상은 메마른 정신에 단비를 뿌려주었다. 게다가 어쩐지 나는 공자보다 노자 쪽이 더 마음에 닿았다. 우위를 떠나 말이 적고 은둔적인 성향이 있던 노자의 이미지는 분명히 고뇌하는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초월한 거 같아서였다. 이를테면 본문 185쪽 글을 읽을 때면 더욱 그렇다. 말이 길어져 옮길 수 없으니 가끔 들춰볼 거 같다. 공자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있으니 둘의 차이를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공자를 노자보다 못하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아직도 제대로 읽지 않아 노자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짧게나마 이 책을 통해 노자의 지혜와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정말이지 즐겁게 읽었다. 정신없는 삶 가운데 잠시 편하게 쉬는 느낌이었다. 특히 친근한 그의 비유는 진리는 가장 평범하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23章) 고표붕부종조, 취우부종일. (23장)

광풍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폭우는 온종일 내리지 않는다. (23장.)

 (33쪽. 1부 하늘의 도에서 발췌.)

 물의 성질, 유(有)와 무(無)의 관계, 화(禍)와 복(福) 등 상호 의존 관계 등으로 분리할 수 없는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은 떠올려보았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많이 방황하던 시절에 생각이 넘쳐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철학을 깊이 있게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표면만 둘러봐서 생각의 우물이 머지않아 말라버렸던 기억이 난다. 만약 누군가 그런 상태라면 동양철학이건 서양철학이건 파고들어 보라고 하고 싶다. 요즘은 인문고전 열풍으로 일부러라도 읽는 시대이니 말이다. 그러나 뭐든 제대로 마음에 담으려면 그릇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 아닌 나를 돌아보기 위한 것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제목에 들어간 현대인과 소통한다는 말에서 정치 등의 세태를 보며 그들은 왜 경전을 읽지 않을까 심히 궁금해졌다. 이래서야 어디 소통이 될까. 그네들보고 어디 산골짜기에나 가서 물이 어떻게 흐르는지 자세히 보라고 하고 싶다. 자기수양이 부족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나 지금처럼 풍요로운 시대에 물질로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채우지 않고 비워두는 것을 경계해야겠다. 물론 여기에서 비움은 노자의 비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것도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사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나 자신이야말로 수양에 정진해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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