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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 - 알기 쉽게 풀어쓴 ㅣ 알기 쉽게 풀어쓴 동양철학 시리즈 1
왕융하오 지음, 이성희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전통은 죽은 자의 살아있는 신념이지만, 전통주의는 살아있는 자의 죽은 신념이다."
(7쪽. 프롤로그에서 발췌. 제로슬라브 펠리컨의 <<전통의 옹호>>에서.)
경전의 가치는 시대를 초월한다. 후대까지 살아남아 적용되는 유용한 가르침으로 누구나 자신만의 경전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마음의 위안을 주거나 죽비처럼 의식을 후려치는 등 생생한 가르침은 깨어 있기 위한 정신의 등불이다. 『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는 베이직북스에서 기획한 고전시리즈로 조금은 아담해서 부담 없이 휴대할 수 있고 또한 읽을 수 있었다.
노자(老子)와 도(道), <도덕경(道德經)>, 무위자연(無爲自然) 등은 학교 다닐 때 배웠다. 사실 이걸 배웠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게 도가 부분에서 외웠다는 표현이 더 들어맞을 것이다. 실제로 노자의 이야기를 읽은 게 아니라 사상의 핵심은 단어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간략하게 읽은 게 다였지만 노자의 사상은 메마른 정신에 단비를 뿌려주었다. 게다가 어쩐지 나는 공자보다 노자 쪽이 더 마음에 닿았다. 우위를 떠나 말이 적고 은둔적인 성향이 있던 노자의 이미지는 분명히 고뇌하는 인간이지만 그럼에도 모든 것을 초월한 거 같아서였다. 이를테면 본문 185쪽 글을 읽을 때면 더욱 그렇다. 말이 길어져 옮길 수 없으니 가끔 들춰볼 거 같다. 공자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있으니 둘의 차이를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공자를 노자보다 못하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아직도 제대로 읽지 않아 노자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짧게나마 이 책을 통해 노자의 지혜와 생각을 엿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정말이지 즐겁게 읽었다. 정신없는 삶 가운데 잠시 편하게 쉬는 느낌이었다. 특히 친근한 그의 비유는 진리는 가장 평범하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故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23章) 고표붕부종조, 취우부종일. (23장)
광풍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폭우는 온종일 내리지 않는다. (23장.)
(33쪽. 1부 하늘의 도에서 발췌.)
물의 성질, 유(有)와 무(無)의 관계, 화(禍)와 복(福) 등 상호 의존 관계 등으로 분리할 수 없는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한번은 떠올려보았거나 들어보았을 것이다. 많이 방황하던 시절에 생각이 넘쳐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철학을 깊이 있게 만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표면만 둘러봐서 생각의 우물이 머지않아 말라버렸던 기억이 난다. 만약 누군가 그런 상태라면 동양철학이건 서양철학이건 파고들어 보라고 하고 싶다. 요즘은 인문고전 열풍으로 일부러라도 읽는 시대이니 말이다. 그러나 뭐든 제대로 마음에 담으려면 그릇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 아닌 나를 돌아보기 위한 것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리고 제목에 들어간 현대인과 소통한다는 말에서 정치 등의 세태를 보며 그들은 왜 경전을 읽지 않을까 심히 궁금해졌다. 이래서야 어디 소통이 될까. 그네들보고 어디 산골짜기에나 가서 물이 어떻게 흐르는지 자세히 보라고 하고 싶다. 자기수양이 부족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나 지금처럼 풍요로운 시대에 물질로 마음을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채우지 않고 비워두는 것을 경계해야겠다. 물론 여기에서 비움은 노자의 비움과는 거리가 있다. 그것도 하늘과 땅 차이만큼의. 사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나 자신이야말로 수양에 정진해야 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