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 자연과 더불어 세계와 소통하다, 완역결정판
노자 지음, 김학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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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왕융하오가 해설한『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베이직북스)』를 읽었다. 작게 나와 휴대하기 편한 책이었다. 내용은 노자 입문서 정도로 보면 될 거 같다. 간단하지만 노자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노자에 대한 관심은 날로 높아가는데 실제 소통하기란 왜 이다지도 어려운지 모르겠다. 아마도 원문을 직접 읽고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해설이 있는 노자를 만난다. 이번에는 연암서가에서 나온『노자(老子)』 이다. 기대가 컸다. 더욱 구체적일 거 같아서였다.
 

 사실 해설이 있는 책을 만나는 것은 임시방편이다. 시간은 없고 전체적으로 간략하게나마 맥을 짚어볼 요량이다. 결국은 돌아서 원문으로 갈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러나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도움이 되는 안내서이다. 어쨌거나 그들은 나보다 훨씬 많이 노자를 알고 있다는 사실. 단, 주의할 점이 있다. 해설이라는 것은 객관성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결국, 주관적이라는 사실. 결국 완전한 해설이란 존재할 수조차 없다. 또한, 해설자에 따라 확실히 다른 느낌이란 것도 읽다 보니 느껴진다. 어떻게 노자의 철학을 완벽하게 이해하겠는가. 철학이란 게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다.

 

  책의 구성은『노자』는 어떤 책인가? / 상·도경(道經) 제1장~제37장 / 하·덕경(德經) 제38장~제81장으로 되어 있다. 일단 처음 부분의 노자가 어떤 책인지에 대한 부분이 제법 길게 설명되어 있다. 노자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 도가의 형성(도가와 도교는 다르다), 노자의 특징 사상 그리고 영향을 두루 알려준다. 일단 대략 알고 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확인하게 된다. 새로운 내용은 없는듯하나 아는 것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노자 혼자만의 철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실 철학을 이해한다는 것은 많은 생각을 요한다. 누군가의 사상을 만나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부분도 발견하지만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 또한 소통하며 공감하거나 때로 의문을 가진다. 그래서 나만의 의식이 깨어난다. 무언가 따로 흩어져 있던 것이 연결되는 느낌도 받는다. 그런 점에서 초반부의 부연설명 부분이 좋았다. 다음으로, 도경과 덕경에 대한 부분을 되짚어 보았다. 사실 이 부분은 딱히 특징적인 게 없다고 생각한다. 나중에『유쾌한 노자, 현대인과 소통하다(베이직북스)』와 같이 비교해도 좋을 것이다. 실제로 잠시 해보았는데 현묘함, 玄에 대한 이야기를 어디에 중점을 두는지 등의 미세한 차이가 느껴진다. 노자에 대한 책을 더 깊게 제대로 읽어야 무엇이 제대로 된(?) 것인지 이해할 것이다.

 

 우주를 생성시키고 우주와 인간을 존재케 하는 영원하고 절대적 기본 원리인 '도'란 어떠한 것인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정의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은 참으로 맥빠질 거 같지만 사실 정의할 수 있는 것만으로 이루어진 세상이 아니지 않은가. 노자와의 소통이 이제 좀 시작되는 느낌이다. 아직 명쾌하지 못해서 탈이다.

 

 

 노자 사상의 다른 한 가지 특점은 일반적인 세상의 모든 상대적인 가치 판단의 기준을 절대적인 것이 못된다고 부정하는 것이다. 세상에는 절대적으로 긴 것이나 짧은 것, 또는 절대적으로 좋은 것이나 나쁜 것 등이 있을 수 없는데도, 사람들은 상대적인 그러한 가치를 믿고 뒤쫓는 데서 불행이 생겨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것의 기본 원리인 '도'가 언제나 "근본으로 되돌아가고 있고[反]" "유약한 상태로 드러난다[弱]"는 성격을 올바로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103쪽,『노자』는 어떤 책인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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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독자 보통의 독자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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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울프는 그 시대의 여자들처럼 여자작가가 글쓰기 혹은 교육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았다. 대학교 입학을 허가받지 못하는 사회였으니 어떠했겠는가. 그러나 운 좋게도 부친의 서재에서 책을 마음껏 읽으며 수준 높은 문학적 지식을 흡수했다. 어쩌면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그녀만의 자양분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교육에 대한 목마름, 사회에 대한 편견에 맞섬 등으로 작가는 더욱 투철한 글쓰기를 했을 거라고 판단된다. 그러니 성인 이후 거의 평생을 정신 질환에 시달렸어도 글을 꾸준하게 썼을 것이다. 그녀에게 글은 구원이자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매일 10시간에서 12시간씩 글을 썼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이자 국내 최초 완역이라는 말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게다가 제목도 다가서기 쉬운『보통의 독자』아닌가. 그래서 난해한 그녀의 작품을 읽는 독자를 배려한 편안한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고는 단박에 알았다. 이것은 버니지아 울프 자신을 보통의 독자로 지칭하는 말임을.

 

 사실 추천의 글에서 보면 보통의 독자란 특별한 문학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독자를 전제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편하고 친근하게 썼다고 하지만 내보기에는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작가 자신을 보통의 독자로 생각했으니(문학 훈련을 받지 않았으니) 일반 독자에게도 자신의 편안한 에세이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려는 의도였다.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객관적으로 보통의 독자가 읽기에는 어려운 편이다. 영국 문학의 유명 작가 책을 어느 정도 만나보았더라도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적 이야기와 서슴없는 이야기 진행, 다양한 작가와 문화 이야기 등은 통찰력 깊다. 그래서 영문학 전공자나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가볍지 않고 편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역시 단점이기도 하다. (일장일단 一長一短)

 

 샬럿 브란테, 에밀리 브란테, 제인 오스틴, 몽테뉴부터 간간이 만날 수 있는 셰익스피어 그리고 러시아 작가, 러시아인의 관점까지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말한다. 조지 엘리엇은 새롭게 만나고 싶은 작가였다. 솔직하고 격식 없지만, 어쩐지 그녀를 닮은 투철한 느낌이다. 관심 있는 분야가 나오면 흥미롭지만 그 밖의 분야는 지루해서 손에서 몇 번 책을 놓고 싶게 만든다. 실제로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 문학적 소양을 가늠하게 했다.

 

 보통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분류를 자연스럽게 한다. 두고두고 읽을 책, 더 읽어볼 책, 바로 책장으로 이런 식이다.『보통의 독자』는 여러 번 주저하게 했다. 그러나 결국 책장에 두고 나중에 다시 볼 책으로 분류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영문학을 더 캐고 든 후라면 작가의 말에 친근하게 반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쉬어가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전력으로 질주하다가는 지쳐 나자빠질 것임을 살짝 귀띔하는 바이다. 

 

 

 "다른 사람들과 닮는 법을 배워라.

(……)

하지만 이 동정심이 머리에서 나오지 않도록 해라.

머리로 동정하기란 쉽기 때문이다.

동정이란 가슴으로,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해야 한다."

 

(382쪽, <현대소설>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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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 법정스님의 무소유 순례길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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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신지 일 년이 지났지만, 말씀만은 생생하게 사람들 마음을 다잡아준다. 빈자리지만 가득함이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작가가 말하는 텅 빈 충만을 이해할 수 있다. 불심이 깊고 법정 스님과 인연이 깊은 이가 쓴 글이라 그럴까. 그리움과 존경의 마음 한올 한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는 동안 시나브로 독자도 법정 스님의 말씀(법문)에 깊이 빠져든다. 나만의 꽃을 피우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진중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어나는 봄꽃, 물결 이는 강가, 바람 소리,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도 가능성 있는 일이다. 좋은 말씀을 들으며 마음에 번지는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덮고 일상으로 돌아서면 금세 잊고 마는 무지렁이가 된다.

 

 스님이 송광사 불일암에서 수행한 부분을 만나며 몇 해 전 기억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남도여행 중에 송광사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예불 때였다. 해는 기울어가고 사람들은 산에서 물러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불일폭포까지만 가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오두막 휴게소에서 음료수를 살 때 해가 지니 어서 내려오라는 말을 들었다. 비가 온후라 산은 더없이 청량했다. 산길을 오르다 구름을 치마처럼 차려입은 모습을 보며 땀을 식혔다.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폭포까지 갔다가 바로 내려오는데 벌써 어둑어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휴대전화로 비춰가며 내려왔다. 절에 있던 하나의 가로등 불빛에 우리는 안도했다. 이때의 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다. 법정 스님이 계셨던 곳이라고는. 내 마음을 밝혀주는 법정 스님은 고요한 남해를 닮았다. 

 

 작가가 언급했듯이 이렇게나 크신 분의 생가에 푯말 하나 없다는 게 조금은 씁쓸하다. 종교를 떠나서 정신적 스승으로 이렇게나 많은 이들의 가슴에 살아 있는 분인데 말이다. 물론 스님은 그런 걸 원하지는 않을셨을 것이다.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셨으니까. 그러나 스님께서도 아름다움에 관한 건 내려두기 어렵다고 하셨듯 사람들도 스님의 말씀을 내려두기 어려울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지만 당신의 말이나 그림자를 좇는 것보다 당신을 극복하라는 말씀을 새겨들어야 한다.

 

 

부처님 계신 곳 어디인가.

지금 그대가 서 있는 그 자리!

 

법정스님 계신 곳 어디인가.

지금 그대가 서 있는 그 자리!

 

(226쪽. 아래는 작가가 바꾼 말.)

 

 

 '자기만의 개성을 꽃피울 것과 누구도 닮지 않는 자주성(自主性)' (226쪽.) 이야말로 책 제목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꽃이기에 꽃 피우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로 나만의 꽃을 피우기란 얼마나 어렵던가. 작가가 차인과 다인을 구분해서 말하는 것처럼 나만의 꽃이 으레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피어나는 꽃이 되어야겠다. 소박하지만 충분히 가득 찬 상태를 이루려면 아직도 멀었다. 최근 읽은 책에서 마음을 깨워주는『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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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코믹스 - 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음, 전대호 옮김, 알레코스 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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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대한 사상가로만 생각했던 버트런드 러셀의 이야기를 수학과 함께 볼 수 있다는 설렘이 컸다. 『로지코믹스』라는 제목만 보고 과연 어떤 내용일지 상상도 못했다. 어떠한 정의를 내려두었을까 내심 생각했다. 그러나 책의 제작기간만 7년이 들었음을 이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분이었다. 책장을 넘기자마자 이건 러셀과 수학의 이야기에서 끝날 수 있는 내용이 아님을 눈치챈 것이다.
 

 러셀의 개인적인 가정사부터 그가 기하학에서 실제 접근하는 유일한 길을 보고 논리학에서는 완전한 앎의 즐거움을 경험하기까지 지적유희를 함께할 수 있다. 수학이나 논리학 혹은 철학까지 심도 있게 아는 독자라면 훨씬 빠져들었을 테지만 그렇지않더라도 독자에게 많은 생각거리를 주는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은 만화가 아니던가. 교양만화를 많이 만나지는 못했지만, 만화의 참신한 방법(가능성)으로 모두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편안함을 주는 게 장점이다. 사실 일반 글로만 쓰여있었다면 솔직히 다양한 사상 속에서 길을 잃었거나 흥미를 잃었을지 모르겠다.

 

 하나의 생각을 두고 정의하는 방법은 다르기 때문이며 특히나 상반대는 정의를 만났을 때 우리는 잠시 주저하게 된다.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보다 다양한 가능성을 열고 각각의 생각에 흠뻑 빠져 그야말로 논리적이거나 감정이 이끌리는 쪽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우리를 새로운 길로 안내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책에 그런 내용이 나온다. 정신에 관한 개념에 대한 견해로 칸트는 본래 있는 것이라 했지만 흄은 습득되는 것이라고 했다. (96쪽.) 재미있게도 이 내용이 나오는 부분은 러셀이 그녀의 부인과 연애하는 장면이다. 물론 실제의 여부는 알 수 없다. 책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쉽게 하고자 약간의 변형을 가했기 때문이다.

 

 

무한은 인류의 정신을 가장 강하게 압박해요. 관념, 인간의 정신력을 절대 한계까지 몰아붙여온 관념이라는 점!

또 무한은 수학의 내면이 허약하다는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개념이기도 하죠. (134쪽.)

 

 

 수학의 원리를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러셀과 자신이 논리학자라 깨닫고 증명에 몰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게다가 그는 수학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몰두한다. 위에 부분발췌한 글에 따라 무한을 정면공격하지 말라는 가우스의 경고를 듣지 않아 꿈에서 정신적으로 압박받는 모습을 보니 심적 고통이 컸음을 느낀다. 정신적 억압과 불안이 그의 능력을 천재적 광기로 몰아친 것일까. 어쩌면 어두운 가족사와 유년기를 거치면서 절대적인 무언가를 붙잡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천재와 광기는 따로 떼어놓을 수는 없을까. 그토록 찾아 해매던 것으로 인해 러셀은 행복했을까. 사람들은 행복에 연연한다. 수많은 행복에 관한 책에서 단연 돋보이는 그의 행복론에 따르면 사실 그조차도 합리적이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러나 어쩌면 그 합리성으로 말미암아 빈틈을 허용하지 않는 그의 마음이 더 힘겹지 않았을까. 그래서 조금은 안쓰럽다. 그럼에도, 나는 러셀을 좋아한다.

 

 부록으로 러셀뿐 아니라 비트겐슈타인(러셀의 제자), 폰 노이만(정말이지 잠시 볼 수 있지만) 등도 만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특히 비트겐슈타인과의 대화에서 그도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잘 모르는 상태이기에 나중에 알아보기로 했다. 설마 추상적인 개념을 논리적으로 세우는데 러셀이 이룩한 시간만큼 걸리지는 않을 테지. 한 사람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한다는 어려움은 인정하지만, 대략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러셀이 말했다. "진리에 이르는 왕도는 없다!"(300쪽.) 논리적 완전함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뭐든 쉬운 게 없다. 그러나 『로지코믹스』를 통해 더 쉽게 여러 가지 사상의 맛을 볼 수는 있다. 싹을 심었다면 틔우는 일은 독자의 몫이리라. 흥미롭게 읽어서 후속편도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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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용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 - 내 삶을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일곱 가지 물음 인생사용설명서 2
김홍신 지음 / 해냄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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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김홍신의 『인생 사용 설명서』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사실 나는 먼저 나온 『인생 사용 설명서』는 읽지 못했다. 그러나 얼핏 TV 프로그램에 나온 걸 잠시 본 기억이 난다. 열정적이고 소신 있는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이 책에는 그가 전하는 희망과 열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자신의 경험, 세상 이야기 등을 하지만 곧 독자 자신만의 생각을 재차 묻는듯했다. 남을 따라 하지 않으면 무언가 소외감을 느끼는 기이한 유행 콤플렉스를 '앵무새 증후군'으로 이름 지었다는 말에 웃을 수만은 없었다. 점점 다양성이 추구되는 개성사회라지만 사실 무언가 유행하면 줏대 없이 따라만 가기 바쁜 세태를 꼬집었다.

 

 그래서 풍요 속 빈곤, 군중 속 고독 등의 말이 끊이지 않는다. 모두가 희망을 노래하지만 진정한 희망을 마음에 바로 세우지 못해 휘청거리는 이들이 많다. 연일 뉴스에서 보도되는 사건·사고에는 자존감이 없어서 생기는 일 또한 비일비재하다.

 

 허준 선생은 『동의보감』에서 "통즉불통(通卽不通)하고 불통즉통(不通卽通)"이라고 했습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못하면 아프다"는 표현이 어디 육신만의 문제이겠습니까.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의 가슴앓이인 것 같아 마음이 시립니다. (49쪽.)

 

 

 작가는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가슴앓이를 시리게 느꼈고 그래서 치유하는 희망을 제시하고 싶었던 거 같다. 법륜 스님의 한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는 말은 내게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세상이 복잡합니까? 아니면 내 마음이 복잡합니까?" (59쪽, 법륜스님의 말.)

 

 개인적으로 작가의 역작인 『대발해』를 쓰는 과정을 읽으며 그야말로 뼈를 깎고 피를 토하며 작가들이 글을 쓴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다. 글을 완성하기 전에 작가가 먼저 쓰러질 것만 같은 상황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잊혀진 발해의 역사를 되살리고자 그야말로 목숨을 걸었다.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으리라. 『대발해』도 꼭 만나봐야겠다. 

 

 역사 교과서에서 우리가 배운 삼국통일 시대는 북쪽의 발해를 이미 제외시킨 명칭이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국 시대로 부르지 않았다는 말을 들으니 고구려, 부여 등 역사에서 소홀히 한 대가를 앞으로 톡톡히 치를 것이라는 걸 느낀다. 반면 중국은 자신들의 역사도 크게 부풀리고 동시에 다른 역사는 축소한다. 야금야금 우리의 역사까지 갉아먹는 모습을 보면서도 대처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이는 소수 역사학자만이 관심 가질 문제가 아니며 정부 차원에서 강경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눈치 보기 바쁜 거 같다. 중국,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역사 하나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현재와 미래를 지켜갈 것인지 의문스럽다.

 

 그가 떠난 역사여행 그리고 책의 완성까지 따라가며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자신만의 목표를 정하고 열정적으로 온몸을 살라 불태우는 모습에 한 번 그리고 우리의 역사 이야기에 다시 한 번 뜨거워진다. 책띠지에서 묻는 '당신 삶의 온도는 얼마나 뜨겁습니까?'라는 말에 과연 자신 있게 대답할 이가 얼마나 될까. 아니 나부터 예측이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일곱 가지 물음에 대해 가만히 돌아보게 한 책이었다. 작가의 인생 사용 설명서를 통해 이번에는 나만의 인생 사용 설명서를 거듭 점검하며 잠시 고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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