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만의 꽃을 피워라 - 법정스님의 무소유 순례길
정찬주 지음 / 열림원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법정 스님께서 입적하신지 일 년이 지났지만, 말씀만은 생생하게 사람들 마음을 다잡아준다. 빈자리지만 가득함이 느껴지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리라. 작가가 말하는 텅 빈 충만을 이해할 수 있다. 불심이 깊고 법정 스님과 인연이 깊은 이가 쓴 글이라 그럴까. 그리움과 존경의 마음 한올 한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스님이 수행했던 암자와 절을 순례하는 동안 시나브로 독자도 법정 스님의 말씀(법문)에 깊이 빠져든다. 나만의 꽃을 피우려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 진중하게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삶에서 맞닥뜨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피어나는 봄꽃, 물결 이는 강가, 바람 소리, 누군가와의 대화 속에서도 가능성 있는 일이다. 좋은 말씀을 들으며 마음에 번지는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책을 덮고 일상으로 돌아서면 금세 잊고 마는 무지렁이가 된다.

 

 스님이 송광사 불일암에서 수행한 부분을 만나며 몇 해 전 기억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남도여행 중에 송광사에 도착한 시간이 저녁예불 때였다. 해는 기울어가고 사람들은 산에서 물러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불일폭포까지만 가기로 마음먹고 길을 나섰다. 오두막 휴게소에서 음료수를 살 때 해가 지니 어서 내려오라는 말을 들었다. 비가 온후라 산은 더없이 청량했다. 산길을 오르다 구름을 치마처럼 차려입은 모습을 보며 땀을 식혔다.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이후 폭포까지 갔다가 바로 내려오는데 벌써 어둑어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 휴대전화로 비춰가며 내려왔다. 절에 있던 하나의 가로등 불빛에 우리는 안도했다. 이때의 불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다. 법정 스님이 계셨던 곳이라고는. 내 마음을 밝혀주는 법정 스님은 고요한 남해를 닮았다. 

 

 작가가 언급했듯이 이렇게나 크신 분의 생가에 푯말 하나 없다는 게 조금은 씁쓸하다. 종교를 떠나서 정신적 스승으로 이렇게나 많은 이들의 가슴에 살아 있는 분인데 말이다. 물론 스님은 그런 걸 원하지는 않을셨을 것이다. 무소유를 몸소 실천하셨으니까. 그러나 스님께서도 아름다움에 관한 건 내려두기 어렵다고 하셨듯 사람들도 스님의 말씀을 내려두기 어려울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지만 당신의 말이나 그림자를 좇는 것보다 당신을 극복하라는 말씀을 새겨들어야 한다.

 

 

부처님 계신 곳 어디인가.

지금 그대가 서 있는 그 자리!

 

법정스님 계신 곳 어디인가.

지금 그대가 서 있는 그 자리!

 

(226쪽. 아래는 작가가 바꾼 말.)

 

 

 '자기만의 개성을 꽃피울 것과 누구도 닮지 않는 자주성(自主性)' (226쪽.) 이야말로 책 제목을 잘 드러내는 부분이다. 꽃이기에 꽃 피우는 게 쉬운 게 아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로 나만의 꽃을 피우기란 얼마나 어렵던가. 작가가 차인과 다인을 구분해서 말하는 것처럼 나만의 꽃이 으레 절로 생기는 것이 아닌 진정으로 피어나는 꽃이 되어야겠다. 소박하지만 충분히 가득 찬 상태를 이루려면 아직도 멀었다. 최근 읽은 책에서 마음을 깨워주는『그대만의 꽃을 피워라』는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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