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독자 보통의 독자 1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인용 옮김 / 함께읽는책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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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지니아 울프는 그 시대의 여자들처럼 여자작가가 글쓰기 혹은 교육받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았다. 대학교 입학을 허가받지 못하는 사회였으니 어떠했겠는가. 그러나 운 좋게도 부친의 서재에서 책을 마음껏 읽으며 수준 높은 문학적 지식을 흡수했다. 어쩌면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그녀만의 자양분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교육에 대한 목마름, 사회에 대한 편견에 맞섬 등으로 작가는 더욱 투철한 글쓰기를 했을 거라고 판단된다. 그러니 성인 이후 거의 평생을 정신 질환에 시달렸어도 글을 꾸준하게 썼을 것이다. 그녀에게 글은 구원이자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매일 10시간에서 12시간씩 글을 썼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작가의 첫 번째 에세이이자 국내 최초 완역이라는 말에 마음이 두근거렸다. 게다가 제목도 다가서기 쉬운『보통의 독자』아닌가. 그래서 난해한 그녀의 작품을 읽는 독자를 배려한 편안한 에세이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고는 단박에 알았다. 이것은 버니지아 울프 자신을 보통의 독자로 지칭하는 말임을.

 

 사실 추천의 글에서 보면 보통의 독자란 특별한 문학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 독자를 전제로 했다고 한다. 그래서 편하고 친근하게 썼다고 하지만 내보기에는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 작가 자신을 보통의 독자로 생각했으니(문학 훈련을 받지 않았으니) 일반 독자에게도 자신의 편안한 에세이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려는 의도였다.

 

 의도는 이해하겠는데 객관적으로 보통의 독자가 읽기에는 어려운 편이다. 영국 문학의 유명 작가 책을 어느 정도 만나보았더라도 말이다. 버지니아 울프의 문학적 이야기와 서슴없는 이야기 진행, 다양한 작가와 문화 이야기 등은 통찰력 깊다. 그래서 영문학 전공자나 관심이 많은 독자에게는 가볍지 않고 편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역시 단점이기도 하다. (일장일단 一長一短)

 

 샬럿 브란테, 에밀리 브란테, 제인 오스틴, 몽테뉴부터 간간이 만날 수 있는 셰익스피어 그리고 러시아 작가, 러시아인의 관점까지 다양한 작가와 작품을 말한다. 조지 엘리엇은 새롭게 만나고 싶은 작가였다. 솔직하고 격식 없지만, 어쩐지 그녀를 닮은 투철한 느낌이다. 관심 있는 분야가 나오면 흥미롭지만 그 밖의 분야는 지루해서 손에서 몇 번 책을 놓고 싶게 만든다. 실제로 쓸데없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무엇보다 내 문학적 소양을 가늠하게 했다.

 

 보통 책을 읽으며 마음으로 분류를 자연스럽게 한다. 두고두고 읽을 책, 더 읽어볼 책, 바로 책장으로 이런 식이다.『보통의 독자』는 여러 번 주저하게 했다. 그러나 결국 책장에 두고 나중에 다시 볼 책으로 분류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영문학을 더 캐고 든 후라면 작가의 말에 친근하게 반응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이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쉬어가며 읽기에 좋은 책이다. 전력으로 질주하다가는 지쳐 나자빠질 것임을 살짝 귀띔하는 바이다. 

 

 

 "다른 사람들과 닮는 법을 배워라.

(……)

하지만 이 동정심이 머리에서 나오지 않도록 해라.

머리로 동정하기란 쉽기 때문이다.

동정이란 가슴으로,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해야 한다."

 

(382쪽, <현대소설>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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