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 (양장) - 조선의 문장가 이옥과 김려 이야기
설흔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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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그중에서 단연 그들의 문장과 철학, 학문을 깊이 알고 싶다. 마르지 않는 우물처럼 어찌나 많은 이야기가 샘솟는지 만날 때마다 탄성과 부러움에 취하지만 무엇보다 우정이 함께일 때 감동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김려는 들어보았는데 이옥은 이번에 처음 만나보았다. 아니다. 정민의『미쳐야 미친다, 2004년』에서 만났었구나! 아무튼, 난 이들의 문장에 단번에 빠져든다. 박지원이 자신의 문체를 버리지 않았듯 이옥도 끝끝내 굽히지 않으으로 유하지만 강하게 생을 마쳤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자신만의 문체를 마음껏 펼쳐볼 수 없었던 것일까.

 

 이를 이해하려면 정조와 당시 시대상을 말할 수밖에 없다. 강명관의『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2007년』를 통해 조선 시대 문인들을 다양하게 만났었는데 그중에는 유명한 세종대왕, 정조, 이덕무 등 실로 매력적인 인물이 많다. 그중 정조는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조선 시대의 책보급은 널리 있었지만, 책과 사상을 탄압한 인물로 거론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정조의 문체반정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고 보니 강명관 저자가『멋지기 때문에 놀러 왔지』의 해설을 썼다.

 

 정조는 당시 유행으로 사대부까지 흠뻑 빠졌던 패관잡문, 소설류의 문체를 전적으로 막으려고 했다. 이는 당시 성리학 중심 세계관 더욱이 왕관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 명분과 의리를 중시하는 여러 상황에 누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치적으로 얽힌 주도세력 등의 문제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활발한 문예활동을 막지는 못했다. 이옥도 결국 자신의 문체를 버리지 않았고 김려는 이를 모아 이옥만의 책은 아니지만 여러 벗의 글을 묶어 문집(『담정총서』, 김려의 문집은 『담정유고』)을 완성했고 남겼기 때문이다.

 


임금은 자신을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이라 칭했다. '하늘의 달은 하나뿐이지만 그 달은 모든 강물을 고르 비춘다.' 임금 또한 그렇다는 것이었다. 임금의 은총이 사람들 한 명 한 명에게 모두 미치기를 그는 꿈꾸고 또 꿈꾸었다. 만천명월주인옹은 그런 의미에서 성리학의 핵심 가치인 이일분수(理一分殊), 하나의 원리가 세상 모든 사물에 고루 드러난다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세종 이래 처음으로 제대로 된 학식과 이념을 갖춘 군주가 등장한 것은 꽤 반가운 일이었다. 문제는 그에게는 세종 같은 아량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에 있었다. 임금은 고문의 신봉자이기도 했다.  글이라면 모름지기 인의예지를 다뤄야하고 그 형식은 당과 송의 것이어야 했다.  (이하생략)

 

(35~36쪽.)

 이 책의 핵심은 김려와 이옥의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것과 그들의 우정이 감동적으로 훈훈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덕무와 그의 친구들 이야기인『책만 보는 바보, 2005년』와 일맥상통한다. 그때의 감동을 이 책으로 다시금 느낀다. 그러고 보니 두 책의 공통점이 있다. 물론 조선 시대 문인 이야기(책이나 글/ 친구, 우정)라는 점도 있지만 둘 다 청소년을 위한 책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내가 청소년 때 이런 책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무튼 모두에게 이토록 아름다운 우리 문학 책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줄거리는 이옥의 아들 우태가 김려를 찾아오면서부터 시작된다. 그간 잊고 지낸 죽은 벗 이옥의 글과 마주하며 그 시절을 생각해내는 과정을 좇다 보면 당시 시대상이 느껴져 절박한 이들의 심정에 공감한다. 그리고 공명은 점점 커져서 글이란 무엇인가, 우정을 나눌 친구 등에 대해 골몰하게 된다. 

 


  지금 내가 술을 마시고 있는데, 술병을 들어 찰찰 따르면 마음이 술병에 있고, 잔을 잡고서 넘칠까 조심하면 마음이 잔에 있고, 안주를 잡고서 목구멍에 넣으면 마음이 안주에 있고, 객에게 잔을 권하면서 나이를 고려하면 마음이 객에게 있다.  (중략) 몸을 근심하는 근심도, 처지를 근심하는 근심도, 닥친 상황을 근심하는 근심도 없다. 바로 이것이 술을 마심으로써 근심을 잊는 방도요, 내가 술을 많이 마시는 까닭이다.

 

 (107쪽, 이옥의 마음이 담긴 글.)


 할 일도 없고 외지기까지 하니(은비뫼 주: 여름날 외진 곳인 백운사에서.), 쓰지 않고 도대체 어떻게 이 지긋지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단 말인가.

 허허, 답이 되었나? 내가 글 쓰는 거창한 이유 따위는 없네. 지루해서 할 일이 없기에 쓴 것일 뿐.

 이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웠다. 글에 목숨 건다는 말보다 그냥 쓴다는 말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이옥에게 글은 공기요, 물이요, 밥이없다. 그의 곁에 그냥 존재하는 그 무엇이었다. 그러니까 이옥은 자기 삶 전체를 글쓰기의 현장으로 승화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에 비하면 나는 …….

 

(114쪽, 이옥의 대답과 김려의 생각.)


  생각하는 창문, 이는 내가 세 들어 사는 집의 오른쪽 창문에 붙인 현판이다. 내가 북쪽에 있을 때는 어느 하루도 남쪽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었는데, 남쪽으로 옮겨 오게 되자 또 어느 하루도 북쪽을 생각하지 않는 날이 없게 되었다. 생각이란 이렇듯이 때를 따라 바뀌는 것이지만 그 괴로움은 전날보다 더욱 심하였다. 창문에다 생각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이 때문이다. (중략) 나의 생각은 어디에 있는가? 생각하여 느낌이 있으니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고, 소리에 따라 운을 붙이니 곧 시가 되었다.

 

(140~141쪽, 김려의 마음이 담긴 글.)

  이옥은 소소한 것까지 관심을 두었다. 사람들이 중심만을 볼 때 그 바깥쪽의 관심을 두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갖고 글로 표현했다. 그것도 섬세하고 생생하게. 그래서 마치 그 현장에 있거나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 정도였으며 언어유희처럼 문장을 이으며 부드러운 리듬도 표현했다. 그에 비해 김려의 글은 차분하다고 할까. 물론 부령에서 유배생활 중 기생 연희에 대한 글 등에서도 담백한 맛이 느껴진다. 

 

 이들은 글을 버리고 살 수 없는 이들이었다. 지루해서 쓰고, 기분 좋아 쓰고, 유배지에서 절망하며 쓰고 그야말로 끝없이 쓴다. 이들의 글쓰기는 꾸밈이 없어서 좋다. 기교 없는 솔직한 글에서 마음이 느껴지고 당시 시대의 냄새가 되살아난다. 그리고 이 책의 또 다른 감동은 두 지기가 서로의 글을 아끼고 추린다는 점이다. 감동적인 부분이라 자세한 언급은 피하겠다. 이들의 우정의 향기가 진한 여운으로 독자를 흔든다. 얼마 전 사라진 봄바람처럼. 아쉬운 봄 향기처럼 그러나 다음 해에 되돌아올 아련한 잠재적 그리움 되시겠다.

 

 김려의 유배길에서 느낀 서러움을 통해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믿고 그에 따르는 이들의 더딘 걸음에서 지금의 나를 반추해본다. 좋은 책이었다. 읽는 동안 행복했으니까.

 

 

**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 **

 책만 보는 바보

청장 이덕무. 간서치라 불린 이덕무의 세계. 그리고 친구들(박제가 등.) 이야기. 책과 우정에 대한 감동.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조선에 대한 책을 내는 강명관. 조선의 책벌레들을 만날 수 있으며 이 책에서 수많은 길을 발견하게 될 행복함.

 

미쳐야 미친다


역시 조선지식인의 내면과 만날 수 있는 책. 조만간 다시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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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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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10달을 엄마 뱃속에서 함께 숨을 쉬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아낌없이 모든 걸 다 내주며 자신의 삶보다 자식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해주는 거름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몸은 한때 나의 몸이었다. 그 사실이 이제 생각났다.

 열 달 동안 엄마와 나는 한 몸이었다.

 엄마가 떠나고 나서야 엄마의 몸에서 태어난 행운에 감사하고 있다니. 이토록 삶이 서러울 수가 없다. 주어진 인연의 시간 속에서 함께 누릴 행복이 길지 않다는 것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엄마를 다시 한 번 뵐 수만 있다면 함께 목욕탕에 가서 엄마의 몸을 다시 어루만지며 엄마의 외로움을 하나하나 헤아려보고 싶다. 그 슬픔을 껴안아 따뜻하게 데워드리고 싶다.

 

 (148쪽. 열여섯 번째 할 일, 목욕탕 가기 중에서.)

 

 

 영원한 그리움의 주제인 엄마. 그러나 우린 이런 소중한 존재에 대해 잊고 산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가 흔하다. 시인 신현림은 말한다. 자신은 한 번도 좋은 딸인 적이 없었노라고. 그래서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당신들의 엄마에게 잘해 드리라고. 다소 새롭지 않을 내용이지만 엄마라는 주제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엄마와 친한 편이다. 친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건 내가 결혼하고 예전처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서이다. 그전에는 직장에서 퇴근하는 토요일이면 옷만 갈아입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분위기 좋은 엄마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도 가고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결혼 후 내 가정에 충실히 한다는 이유로 예전처럼 그러지 못했다. 마음은 아닌데 여의치 않아 전화라도 자주 통화한다. 이렇게 시간이 가고 엄마는 더 나이가 들어가실 텐데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이는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족보가 아닌 가족사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엄마는 요리책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이런저런 구상은 많은데 하나씩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래도 아주 불표자는 아니라는 생각도 솔직히 조금은 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엄마가 해주신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버이 섬기는 일이란 이토록 이나 어려운 일이다. 잊고 있던 일들이 생각나 울컥했다. 나를 믿고 철없고 말썽부릴 때 잡아주던 엄마의 말, 손길이 떠오른다.

 

 열 번째 할 일, 포옹하기 편을 읽다가 마음이 아렸다. 1·4 후퇴 속에서 미국 병사가 강원도 골짜기에서 아기를 발견했는데 추운 겨울 아기엄마가 모든 옷을 벗어 아이에게 걸쳐주고 자신은 죽었다는 장면이었다. 후에 아이가 커서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 내용을 전해듣고 눈 쌓인 무덤 앞에 옷을 벗어두고 알몸이 되어 통곡했다는 이야기.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다. 나도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더라는 사실이. 그러나 예전 어머니상과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을 위해서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시간배분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닌 거 같다. 예전보다 엄마의 일은 조금은 줄었으니까. 아이를 위한 마음이나 걱정은 마찬가지겠지만, 예전 어머니들처럼 고된 일을 늘 하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에서 힘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 아이의 엄마인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보다 명확해진다.

 

 아이 엄마로의 역할, 나라는 인간으로의 삶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 다해야 할 내 마음과 태도이다. 이 밖에도 소소한 역할이 내게는 있지만 이 세 가지를 날마다 떠올려봐야겠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사는 여동생에게도 더 잘해야겠다. 옆에서 마주쳐서 자주 언성도 높아지지만 가장 정이 많은 막냇동생이라 아마도 이 책을 읽으라고 하면 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조용히 건네주리라.

 

 솔직히 책의 울림이 깊거나 감동적이기보다 독자들 자신의 엄마가 보태져 빛이 나는 책이었다. 분명히 저자의 엄마 이야기인데 어느새 우리 엄마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다. 살아생전 해 드리지 못한 일로 그토록 원통해한다는 자식 이야기에서 이내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 공감이 클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제 우리네 엄마의 삶을 그 이야기를 자식으로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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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야기 장사꾼이다 - 세라자데 마케팅
정영선 지음 / 멋진세상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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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릴 때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던 기억 그리고 요즘은 짧은 광고에조차도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리고 대중은 이를 선호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무언가 특별한 사연이나 이야기가 있으면 기꺼이 그 제품을 산다. 즉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이야기에 젖어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토리텔링은 알지만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처음 들어본다. 저자 정영선은 작가라는 명함이 아닌 마케터라는 명함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글을 쓰는 작가와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마케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일은 어떤 일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말이지 궁금해진다. 책에는 2005년에 설립한 국내 최초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기업 브랜드스토리의(http://brand-story.biz/) 실제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라고 하면 대부분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사실은 '스토리'보다 중요한 것이 '텔링'의 기술이다. '스토리'가 식재료라면, '텔링'은 요리법이다. 같은 식재료를 가지고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은 확연히 달라진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은 작가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마케터의 영역이다. (216쪽.)

 

 

 예전에 중국에서 만든 1달러 오리가 폭풍우를 만나 해류를 따라 표류하면서 돌아다녔던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관점이 오리가 해류를 따라다닌 길에 모아져서(수치 혹은 데이터) 몰랐는데 저자의 말에야 비로소 오리의 가치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예상대로였다면 오리는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들의 물놀이 친구가 되었을 테지만 오리는 한마디로 지구횡단을 한 셈이다. 수많은 일이 있었을 테고 색은 바래고 망가졌지만 이후 오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14년의 항해를 마친 오리는 1,700배로 몸값이 치솟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오리에게서 보고 느끼는 것은 장난감 오리가 아니라 모험과 환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쉽게 요즘 판타지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가 일반 드라마에 비현실적인 환상까지 더해져서 그런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저마다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한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말이다. 현대사회는 소비자를 유혹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그 흐름이 감성에 자극하는 방향으로 바뀐지  오래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매력적이고 앞으로도 유용할 수밖에 없다.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면 결국 오래가기 어렵다. 이 책은 기업의 홍보, 문학도를 꿈꾸는 사람들 등에게 더욱 알찬 내용을 들려준다.

 

 물론 화려하기만 한 포장은 쉽게 질린다. 그래서 감성이 따스하게 녹아있어야만 한다. 대중과 공감할 수 없는 포장은 자칫 주머니 속 돈만을 노리는 걸로만 비칠 것이다. 지나치게 감성적일 필요는 없지만(억지 감성은 대중도 금방 안다.) 희망적인 메시지 등을 주거나 추억에 잠기게 하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힘이 된다.  

 

 특히 저자가 직접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창경궁, 아파트 조경, 대관령 생태 관광지 등의 내용에는 그야말로 재미와 감동이 있다. 역사가 현재에서 되살아나 더는 죽은 공간이 아닌 살아 있는 곳이 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특히 남한산성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김훈의 <남한산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훈이 남한산성에서 직접 설명한다(김훈과 독자와의 만남)는 상상만으로 성공이다. 사실 그때 개인적으로 참가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를 기획한 이가 저자였다니 놀랍다. 역시 이 사람은 프로이다.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에서도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흥미를 갖지 않고 넘어갈지도 모를 분야였는데 사실은 그 어떤 것보다 흥미롭고 관심대상이었다. 독자의 흥미를 끌어당기며 따분한 이론을 늘어놓는 일 없이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명백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힘은 저자가 작가였고 마케터이기때문이다. 그렇다. 이야기 장사꾼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글과 말을 넘어 최대한 이야기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화려하게 수놓을 줄 아는 모습이 전문가답다. 앞으로도 저자의 기업(기획이사)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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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 - 자기주도형 아이로 이끄는 원동력
홍수현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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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는 축복이다. 그러다 보니 이 귀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어떻게 하면 잘 키우는 것인지 고민의 시간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나름의 생각으로 키우겠지만 이런저런 말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늘 주관도 지켜야 하고 더 좋은 방법이 없나 고민해야 한다.

 

 이런 관심으로 육아서도 다양하게 쏟아지는데 그 속에는 정말로 무릎을 탁 치게 하는 방법과 마음가짐도 있었고 반대로 실생활에 별 도움이 안되거나 본론 없는 이야기도 있게 마련이다.『생각하는 아이 기다리는 엄마』는 전자에 속하는 책이다.

 

 저자는 말이 느린 두 아이의 엄마였는데 그림책을 읽어주며 생각하는 책읽기를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요즘 조기교육이라고 한글을 지나치게 일찍 가르치는데 그럴 때의 문제가 글자만 읽을 뿐 그 안에 담긴 의미까지 파악하지 못해서 입과 눈으로만 책을 본다는 것이다. 앵무새처럼 읽으니 책을 많이 읽어도 그 속에서만 답을 찾지 자신만의 생각이 성장하지 못해서 결국 주체적인 사람으로 크지 못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린 나이에 글을 읽는 모습에 열광한다. 칭찬받을 일이기는 하지만 억지로 아이의 놀이시간을 빼앗아 가며 그럴 필요는 없다. 물론 가끔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글자를 터득하는 아이도 있는데 그런 건 제외겠다.

 

 또한, 저자의 아이들은 서로 성향이 전혀 달랐다. 그래서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아이마다 다르게 교육하며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했다. 이럴 때 엄마에게 필요한 것은 관심이다. 옆집 아이는 어떻고 누구는 어떠니 하는 식으로 비교하지 않고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고 스스로 연습하게 했다. 대충 여기까지의 내용은 육아에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대개 아는 내용이지만 직접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저자)의 실제 예를 들으며 읽으니 마치 내 아이의 일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역시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에서 나온 내용과 같은 말이 여기서도 나온다. 아이와의 대화를 이끄는 방법(122~123쪽.)인데 단답형이나 아이의 입을 다물게 하는 질문이 아닌 다양한 생각과 상상을 요하는 대답이 나오게 하는 것으로 엄마의 몫이니 어릴 때부터 엄마도 노력해야겠다. 갑자기 바뀌는 건 누구나 어렵고 아이를 통해 엄마도 아빠도 함께 성장할 때만이 가능한 이야기다.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다양한 이야기들 속에 저자의 지혜가 반짝였다. 아파트 나무의 이름을 알아내 이름표를 붙이거나 길을 떠날 때 계획부터 아이들과 함께하며 직접 정하는 모습 등 여러 사례에서 보듯 저자는 자신만의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었다. 책 제목처럼 기다릴 줄 알았다. 말이 느려도, 몇 번을 보고서 깜박 잊어버려도 조급해하지 않고 아이를 믿고 기다린다. 스스로 생각해내고 또한 답을 얻을 때까지 말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엄마 또한 함께 성장할 때만이 서로의 소통도 원활하고 대화도 끊기지 않는다. 과외니 학원이니 늘어만 가는데 반대로 이 책과 같은 생각을 하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많아진다면 줄어들 것이다. 아니면 학원의 방향이 지금과는 180도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핵심문제만을 뽑아 암기시키거나 다음 학년의 내용을 예습시키는 게 아니라 생각의 크기를 키워주는 획기적인 방향으로 간다면 좋겠다. 교과서나 문제집을 접어놓고 그와 연계된 주제를 정해서 토론을 해도 좋겠다. 이것은 고학년의 이야기이고 저학년이라면 그야말로 실컷 놀고 자연과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교육기관이라면 부모들은 걱정을 그나마 덜 수 있을 거 같다. 

 

 우리가 고민하는 이런 이야기가 희망적인 현실로 나타나려면 얼마나 걸려야 할까. 기약할 수 없기에 내 가정부터 나부터 시작해야 할 거 같다. 오늘 하루 난 얼마나 아이에게 웃어주었는지 반대로 짜증은 내지 않았는지부터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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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트인 과학자 - 데이터 조각 따위는 흥미롭지 않아요. 특히 숫자!
랜디 올슨 지음, 윤용아 옮김 / 정은문고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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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직 해양 과학자이자 현직 영화 감독·제작가 겸 과학 해설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가 아닌 소통(communication)에 대한 이야기. 이것이『말문트인 과학자』가 들려주는 핵심이자 이 책을 쓴 이유였다.
 

 이 책은 '과학'이라는 알맹이를 갖고 과학자가 대중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가를 얘기하는 책이다. 과학이 진실을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할 때 그것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0쪽.)

 

 늦깎이 나이에 정년이 보장된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할리우드로 가서 영화공부를 한 랜디 올슨. 그리고 그가 과학자에게 보내는 말은 제발 소통할 수 있게 노력 좀 하라는 이야기는 자칫 눈물겹다. 그만큼 애정이 가득하기 때문으로 본인도 그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자기만의 선에서 살짝 비켜나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는 법이다. 과학자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대표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지만 딱딱한 통계와 수치 논문만을 발표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전문가들조차 발표장에서 핵심을 찾지 못하고 소통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 하물며 일반인은 어떠하겠는가. 이런 점이 답답했던 저자는 목소리 높여 대중과의 소통을 짚어간다.

 

 물론 예외로 대중에게 인기 있는 과학자도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출판 경향을 보면 과학, 인문 등 대중에게 크게 호감을 사는 저자가 존재하니까. 그러나 아직도 과학계 하면 따분하고 별세계라는 인식이 크다. 이것은 대중의 수준이 높아져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과학자 스스로 대중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함께 읽은『빗물과 당신』의 한무영 교수를 예로 든다면 인터뷰에 응할 때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든 여러 부분이 정말이지 간단했다. 한무영 교수도 평생을 논문만 쓰고 사느니 모두에게 유익한 빗물에 눈을 돌려 그야말로 활기차게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교과서에서 누구나 알게 되는 멘델을 또 예로 들어보자면(책에서도 나왔듯) 그의 발견은 획기적이었고 도움될만했지만, 워낙 내성적이라 35년 정도를 묻혀 있다가 후에 다른 이들이 찾아내었다고 한다. 멘델이 조금 더 당당하고 적극적이었다면 아마 이 분야의 판도는 훨씬 앞서 갔을 것이다. 이렇듯 빛에 가려진 과학자가 지금도 많을 것 같다. 더 값진 연구결과를 알리지 못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는 과학자에게 소통의 부재에 대해 경고했지만, 이는 모두에게 통하는 이야기이다. 사람 사이에는 소통이 꼭 필요한 부분이며 특히 이공계 등 감성과는 상반된다고 여겨지는 분야의 모든 이들은 더욱 기억해야만 하겠다. 개인적으로 나와 주변인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어떤 분야에서 특출난 사람이 인간관계에 있어 서툰 일은 흔하지만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수반될 때와 전혀 노력하지 않을 때는 천지 차겠다. 역시 나만의 빗금 속에서 살다 갈 것인지 그 밖으로 한 발 내디딜 것인지부터 인식하고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이어 두 권의 과학관계자 책을 읽으며 수치, 데이터, 통계는 믿을 게 못 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옛날부터 조작까지 동원되었으며 모든 상황에 딱 맞는 통계란 사실상 어렵다. 앞으로는 참고만 하되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눈에 보이는 수치의 완벽함을 사람들이 원해서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런 형태는 앞으로 변화해야한다.

 

 어디에나 빠질 수 없는 소통의 문제에 대해 유쾌하게 들려준 저자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과학과 삶 사이의 경계를 더욱 말랑하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충고 한마디, "제발 그런 고리타분한 과학자는 되지 말란 말이야!" 모든 과학자가 변화될 것으로 생각하진 않지만 적어도 몇 %의 마음만 돌려도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과학과 친근한 환경에서 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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