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야기 장사꾼이다 - 세라자데 마케팅
정영선 지음 / 멋진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릴 때 옛날 옛적에로 시작되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던 기억 그리고 요즘은 짧은 광고에조차도 이야기가 들어 있다. 그리고 대중은 이를 선호한다. 같은 제품이라도 무언가 특별한 사연이나 이야기가 있으면 기꺼이 그 제품을 산다. 즉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이야기에 젖어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토리텔링은 알지만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처음 들어본다. 저자 정영선은 작가라는 명함이 아닌 마케터라는 명함을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글을 쓰는 작가와는 확실하게 구분되는 마케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일은 어떤 일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말이지 궁금해진다. 책에는 2005년에 설립한 국내 최초의 스토리텔링 마케팅 기업 브랜드스토리의(http://brand-story.biz/) 실제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라고 하면 대부분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사실은 '스토리'보다 중요한 것이 '텔링'의 기술이다. '스토리'가 식재료라면, '텔링'은 요리법이다. 같은 식재료를 가지고도 누가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은 확연히 달라진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은 작가의 영역이라기보다는, 마케터의 영역이다. (216쪽.)

 

 

 예전에 중국에서 만든 1달러 오리가 폭풍우를 만나 해류를 따라 표류하면서 돌아다녔던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그때는 관점이 오리가 해류를 따라다닌 길에 모아져서(수치 혹은 데이터) 몰랐는데 저자의 말에야 비로소 오리의 가치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예상대로였다면 오리는 미국으로 건너가 아이들의 물놀이 친구가 되었을 테지만 오리는 한마디로 지구횡단을 한 셈이다. 수많은 일이 있었을 테고 색은 바래고 망가졌지만 이후 오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14년의 항해를 마친 오리는 1,700배로 몸값이 치솟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오리에게서 보고 느끼는 것은 장난감 오리가 아니라 모험과 환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쉽게 요즘 판타지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가 일반 드라마에 비현실적인 환상까지 더해져서 그런 것과 일맥상통한다.

 

 우리는 저마다 무언가에 의미를 부여한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처럼 말이다. 현대사회는 소비자를 유혹하고자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그 흐름이 감성에 자극하는 방향으로 바뀐지  오래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스토리텔링 마케팅은 매력적이고 앞으로도 유용할 수밖에 없다. 변화를 예측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면 결국 오래가기 어렵다. 이 책은 기업의 홍보, 문학도를 꿈꾸는 사람들 등에게 더욱 알찬 내용을 들려준다.

 

 물론 화려하기만 한 포장은 쉽게 질린다. 그래서 감성이 따스하게 녹아있어야만 한다. 대중과 공감할 수 없는 포장은 자칫 주머니 속 돈만을 노리는 걸로만 비칠 것이다. 지나치게 감성적일 필요는 없지만(억지 감성은 대중도 금방 안다.) 희망적인 메시지 등을 주거나 추억에 잠기게 하는 이야기는 모두에게 힘이 된다.  

 

 특히 저자가 직접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창경궁, 아파트 조경, 대관령 생태 관광지 등의 내용에는 그야말로 재미와 감동이 있다. 역사가 현재에서 되살아나 더는 죽은 공간이 아닌 살아 있는 곳이 되는 모습은 감동적이다. 특히 남한산성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김훈의 <남한산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김훈이 남한산성에서 직접 설명한다(김훈과 독자와의 만남)는 상상만으로 성공이다. 사실 그때 개인적으로 참가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를 기획한 이가 저자였다니 놀랍다. 역시 이 사람은 프로이다. 이어지는 다양한 이야기에서도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흥미를 갖지 않고 넘어갈지도 모를 분야였는데 사실은 그 어떤 것보다 흥미롭고 관심대상이었다. 독자의 흥미를 끌어당기며 따분한 이론을 늘어놓는 일 없이 실제 사례를 들어가며 명백하게 이야기를 이끄는 힘은 저자가 작가였고 마케터이기때문이다. 그렇다. 이야기 장사꾼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다. 글과 말을 넘어 최대한 이야기를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화려하게 수놓을 줄 아는 모습이 전문가답다. 앞으로도 저자의 기업(기획이사)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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