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라는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포근해진다. 10달을 엄마 뱃속에서 함께 숨을 쉬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사실 아낌없이 모든 걸 다 내주며 자신의 삶보다 자식의 삶을 더 윤택하게 해주는 거름역할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엄마의 몸은 한때 나의 몸이었다. 그 사실이 이제 생각났다.

 열 달 동안 엄마와 나는 한 몸이었다.

 엄마가 떠나고 나서야 엄마의 몸에서 태어난 행운에 감사하고 있다니. 이토록 삶이 서러울 수가 없다. 주어진 인연의 시간 속에서 함께 누릴 행복이 길지 않다는 것을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엄마를 다시 한 번 뵐 수만 있다면 함께 목욕탕에 가서 엄마의 몸을 다시 어루만지며 엄마의 외로움을 하나하나 헤아려보고 싶다. 그 슬픔을 껴안아 따뜻하게 데워드리고 싶다.

 

 (148쪽. 열여섯 번째 할 일, 목욕탕 가기 중에서.)

 

 

 영원한 그리움의 주제인 엄마. 그러나 우린 이런 소중한 존재에 대해 잊고 산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때가 흔하다. 시인 신현림은 말한다. 자신은 한 번도 좋은 딸인 적이 없었노라고. 그래서 독자에게 간곡하게 부탁한다. 당신들의 엄마에게 잘해 드리라고. 다소 새롭지 않을 내용이지만 엄마라는 주제만으로 충분하다.

 

 나는 엄마와 친한 편이다. 친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건 내가 결혼하고 예전처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서이다. 그전에는 직장에서 퇴근하는 토요일이면 옷만 갈아입고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영화관에도 가고, 분위기 좋은 엄마가 좋아하는 레스토랑에도 가고 이야기도 많이 했었다. 그러나 결혼 후 내 가정에 충실히 한다는 이유로 예전처럼 그러지 못했다. 마음은 아닌데 여의치 않아 전화라도 자주 통화한다. 이렇게 시간이 가고 엄마는 더 나이가 들어가실 텐데 미루지 말고 지금 당장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이는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족보가 아닌 가족사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엄마는 요리책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이런저런 구상은 많은데 하나씩 시작도 못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래도 아주 불표자는 아니라는 생각도 솔직히 조금은 했다. 그러나 누가 뭐라고 해도 엄마가 해주신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버이 섬기는 일이란 이토록 이나 어려운 일이다. 잊고 있던 일들이 생각나 울컥했다. 나를 믿고 철없고 말썽부릴 때 잡아주던 엄마의 말, 손길이 떠오른다.

 

 열 번째 할 일, 포옹하기 편을 읽다가 마음이 아렸다. 1·4 후퇴 속에서 미국 병사가 강원도 골짜기에서 아기를 발견했는데 추운 겨울 아기엄마가 모든 옷을 벗어 아이에게 걸쳐주고 자신은 죽었다는 장면이었다. 후에 아이가 커서 어머니의 산소를 찾아 내용을 전해듣고 눈 쌓인 무덤 앞에 옷을 벗어두고 알몸이 되어 통곡했다는 이야기.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다. 나도 아이를 위해서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더라는 사실이. 그러나 예전 어머니상과 달라진 게 있다면 자신을 위해서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시간배분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닌 거 같다. 예전보다 엄마의 일은 조금은 줄었으니까. 아이를 위한 마음이나 걱정은 마찬가지겠지만, 예전 어머니들처럼 고된 일을 늘 하는 것도 아니니 이 정도에서 힘들다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 아이의 엄마인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보다 명확해진다.

 

 아이 엄마로의 역할, 나라는 인간으로의 삶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 다해야 할 내 마음과 태도이다. 이 밖에도 소소한 역할이 내게는 있지만 이 세 가지를 날마다 떠올려봐야겠다. 그리고 엄마와 함께 사는 여동생에게도 더 잘해야겠다. 옆에서 마주쳐서 자주 언성도 높아지지만 가장 정이 많은 막냇동생이라 아마도 이 책을 읽으라고 하면 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 조용히 건네주리라.

 

 솔직히 책의 울림이 깊거나 감동적이기보다 독자들 자신의 엄마가 보태져 빛이 나는 책이었다. 분명히 저자의 엄마 이야기인데 어느새 우리 엄마를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다. 살아생전 해 드리지 못한 일로 그토록 원통해한다는 자식 이야기에서 이내 숙연해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 공감이 클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제 우리네 엄마의 삶을 그 이야기를 자식으로서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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