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게으름뱅이
외르크 페터 슈뢰더 지음, 배진아 옮김 / 더난출판사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학생일 때가 좋았다는 생각은 사회인이 되어 실감하는 말이다. 회사라는 공간은 더 넓고 사람들과의 부
딪침이 본격화되는 곳이며 또한 자아개발과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역이다. 흔히 말하는 성공 혹은 돈
때문에 바득바득 참고, 스트레스받는 곳 또한 이곳으로 하루 중 많은 부분을 보내는 곳이니 중요한 공
간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차피 해야 할 일인데 보다 능률적이고 즐겁게 할 수는 없을까.


성공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성공한다는 것과 다르다. 자신에게 충실하고, 진실하게 행동하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일을 하는 가운데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사람,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 사람이다. (9~10쪽. 머리말中)



 저자의 말처럼 성공에 대한 개념부터 잡아보는 게 중요하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성공은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자신이 믿는 성공이 아닌 타인이 바라는 성공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따라간다는 것은 어불성설
일 것이다. 보편화 된 성공이 물론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본질을 꿰뚫어 볼 안목이 더 중요하
지는 않을까. 즉, 자신이 바로 서야 직장생활에서도 흔들림 없이 공존할 것이다.

 책에서 노동시장의 4가지 인간형을 단순화시켜 네 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일중독자인 알파형, 헌신
적인 베타형, 파괴적인 방해꾼 델타형 그리고 행복한 게으름뱅이 오메가형.
나는 일중독자 알파형이었
음을 기억한다. 직장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건 불편한 일이었다. 그래서 바지런히 일을 찾아 하고
는 했다. 오너의 입장에서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돌아보건대 내게는 그렇지 않았다. 피곤하기만 했던 것
이다. 그래서 적당히 일하더라도 일에 차질없이 또 여유있게 일하는 행복한 게으름뱅이(이하 오메가형)
로 조심스럽게 변모하려던 시기도 기억난다. 책에서 말하는 오메가형을 더 빨리 각성했다면 좋았겠지
만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디서건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 위안이 되었다.


당신이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신 스스로 그 일을 원했기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은 그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당신
스스로가 선택하고 결정한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52쪽)



 뉴스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나 과로사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육체적, 정신
적 건강을 해쳐가며 일한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물론 자신이 원해서 그럴 경우도 있지만 회사
의 암묵적 동의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이를 경계하라고 한다. 내 일이 아닌 것을 전달받으면 아니오
라는 결단 있는 대답을 확실하게 하라는 말이다. 이미 습관이 되어 어렵겠지만 지금 바꾸지 않으면 앞
으로도 그럴 테니까.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인식하고 그를 위해 행동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항상 너 자신에게 물어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러면 다른 중요한 의문들은 저절로 풀릴 것이다. (89쪽. 샘 킨의 말 인용.)



 스스로 정한 기대치로 실패하면 남을 탓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며 소중한 자신을 명상을 통해 알라던 말
이 인상적이다.
목숨 걸고 일만 하고 앉아있다가 몸과 마음을 황폐하게 내던지지 말아야 한다. 저자가
줄기차게 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적절한 예들에서 강요가 아닌 삶의 방식을 전해들었다. 또한, 글
도 부담 없어서 편하게 읽은 책이다. 오메가형인 행복한 게으름뱅이가 된다는 것은 능력을 적절하게 사
용하면서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이었다. 기존의 땀 흘린 만큼 성공한다는 말보다 꼭 흘려야 할 땀만큼을
적절한 곳에 흘려야 성공한다는 사실! 더욱 능률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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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를 만나다
빈센트 반 고흐 그림,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시, 문지혁 옮김, 노경실 글 / 가치창조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좋아하는 그림이나 화가를 물으면 주저 없이 맨 처음 튀어나오는 이름이 고흐다. 비단 나뿐만이 아닐만
큼 고흐의 작품은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다. 열정적인 삶을 살다간 이 외로운 사나이의 이야기
와 작품세계가 끊임없이 회자되는 이유는 그의 작품 속에 답이 들어 있을 것이다. 이런 관심에 힘입어
고흐의 책은 지속적으로 출간된다. 올해도 두 권을 찾아 읽었을 만큼. 그리고 올해의 끝 달을 장식할 고
흐의 책이 지금부터 이야기할 <고흐를 만나다>이다.

 고흐의 작품에 시를 붙이면 어떻게 될까. 틀림없이 아름다울 테지. 기대에 맞게 고흐를 향한 시인의 마
음 또한 뜨겁다. 외국 작가의 시, 그리고 우리 작가의 글. 이들이 전하는 고흐의 이야기가 주내용이다.
거기에 고흐의 편지글도 함께한다. 대체로 내용은 간단하며 작품도 22점이 실려있다. 지금까지 만난 고
흐책 가운데 비교적 얇으며 편집도 간단명료하고 색감이 선명하고 예쁘다. 장점으로는 고흐의 붓터치
를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작품의 일부를 또렷하게 확대해 실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꾸만 쳐다
보고 만져보게끔 한다. 자화상에서 마주친 그의 눈동자를 놓칠 수가 없다.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사실이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글을 쓴 이들에게 있어서 고흐를 향한 그들의 마음이 느껴지지만 내 마음
조차 녹아들기에는 다소 공간이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고흐의 내면에 한층 다가갈 수 있기에 고흐와
차 한 잔을 나누는 느낌으로 빠져들 수 있어서 소장가치는 충분하다. 객관적인 책을 원한다면 이미 나
와있는 책 중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사실 주관적이건 객관적이건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고흐의 그림
을 좋아한다면 누구라도 빠져들 만한 책이니까.

 그의 붓터치는 하나의 흐름이다. 한곳에 응집된 에너지일 때도, 반대로 흘러가는 중일 때도 있다.
열정이 가득 들어찬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는 작품은 <별이 빛나는 밤, The Starry Night>에였다. 이 작
품을 처음 본 날을 잊을 수 없다. 기록적인 의미에서의 날짜는 잊어도 그 순간은 멈춰진 느낌인데 하나
의 경이로운 세계와 만나는 기분이었다. 별의 흐름이 고흐에게는 보였구나. 그는 자연을, 우주를 품에
담았다는 생각. 한동안 잠들 때마다 이 작품을 눈을 감고 떠올렸다. 내 안의 숨어있는 별을 찾듯 말이
다. 어떤 의미에서는 고흐가 매일 밤 내게 별을 달아준 것이었다. 그의 작품으로 고흐의 세계와 만난
값진 기쁨을 잊을 수 없다.


어제는 성당이 보이는 곳으로 갔다. 나는 그곳에서 성당을 보며 약간의 습작을 하고 돌아왔다. 하지만
성당보다는 사람의 눈을 그리는 게 좋다. 사람의 눈은, 그 아무리 장엄하고 인상적인 성당도 가질 수
없는 매력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당보다 사람의 영혼이 더 흥미롭다. (31쪽. 고흐의 편지글.)



 고흐의 모든 작품을 실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알려진 작품들과 그렇지 않은 작품들이 두루 실
렸다. 해바라기는 단 하나도 실리지 않았어도 <연인이 있는 관목 풍경, Undergrowth With Two
Figures>
등의 고즈넉하고 편안한 작품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흐 선생과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즐거우면서도 한편으론 숙연해진다. 그저 예쁜 아이리스라고만 생각
할 수 없는 이유는 그 강인한 생명력을 닮은 고흐의 모습이 겹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의 창조물에
서 간접적으로 느끼는 타들어가는 심장, 외로움, 평화는 오감을 자극한다. 그 덕분에 위로받으니 어찌
마음의 벗 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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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 2007-12-16 00:5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詩 이 시가 옳은거 같아요... 時 (때 시잖아요....)

은비뫼 2007-12-16 02:10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정말. ^^ 지적 감사합니다.
제가 확인도 안하고 올렸네요. 수정했습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세 번째 만나는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으로 작가가 결혼한지 2, 3년 때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래서 빠질 수 없는 남편의 이야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데 그 사람이 좋다 나쁘다를 떠나서 결혼에
대한 담담함을 말하기에 달콤한 환상이 깃든 결혼서가 아니라는 것이 특징이다. 신혼기나 결혼생활을
몇 년 공유한 부부가 읽으면 많은 공감을 할 거 같다. 그러나 미혼인 내가 읽어도 왠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특별함은 그녀의 코드가 아니었다. 언/제/나.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두고 그것을 풀어가는 형식과
글투가 돋보이는 작가니까.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작가를 대표하는 특별함임을 이제는 확실하게 알겠
다. 그래서 오래도록 다른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이 만나 한집에서 사는 이야기는 낭만보다 현실이라는
생활에 속하는 영역임을 보여준다.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크다. 연애할 때는 아직은 생활의 한 부분일지 모르나, 결혼은 생활 그 자체이
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매일 마주치는 이들은 감정을 교류하고, 생채기를 내고, 자기 안으로 쏙 들어가
기도 하며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기도 하는 여러 과정을 숨 쉬듯 빈번하게 겪는다.

 행복, 불행, 결혼생활의 장/단점, 생활의 유지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함, 외로움 그리고 담담함. 그녀의 이런 담담함은 나와 닮았다. 다만, 조금은 차가운 부분인데도 그
녀 쪽이 더 따뜻하다고나 할까. 불현듯 언젠가 읽은 노희경 작가의 글이 떠올랐다.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으로 책임질 올가미를 만들려하지도 않았다는 반성.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라고 외쳤
던 글이었다. 두 작가의 말은 결국 하나였다.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고 재지 않는다는 방식.


나는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란 말로 맹세한 사랑이나 생활은 어디까지나 결과라고 생각
한다. 적어도 목적은 아니라고 믿고, 찰나적이고 싶다. 늘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결정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편과 같이 있다. 그것이 전부다. 그리고 같이 있는 동안은 함께하는 생활을 마음껏 맛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헤어질 때가 오면 조금은 울지도 모르겠지만. '죽음이 우리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한다면, 아마 더 울지도 모르겠다.

(132쪽. RELISH 中)



 알고 있다. 이런 말이 상대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러나 나 또한 가끔은 그녀처럼 마음에
담아 둔 이런 생각을 내뱉을 때가 있다. 그것은 상처를 주기 위해서가 아닌 진실한 내 마음의 표현이라
생각하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미래의 어느 시점
에서도 너만을, 혹은 그 어떤 것을 사랑하거나 하고 있을 거라고 못박기 싫다. 지금이 미래가 되기에 나
또한 지금을 살고자 노력할 뿐이다.

 책을 읽으며 여전히 몽롱한 그녀의 글투에서 작가의 시린 손가락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따뜻해졌다.
가볍게 읽은 에세이지만 나와 닮은 부분이 반가웠다. 결혼 후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지기도 하지만 그건 그때 가면 알 일이다.

 작가가 묻는 주말은 충분한 주말의 즐거움과 따뜻함을 아는 이에게 유효한 질문일 것이다. 그처럼 결혼
의 담백함을 아는 혹은 알아가는 사람들에게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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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드 1 - 바이러스 밀리언셀러 클럽 7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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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킹의 <스탠드>가 출간된다는 소식에 참으로 반가웠다.
사실 그와는 책보다 영화로 먼저 만났다. <쇼생크 탈출>, <그린마일>, <미저리>, <샤이닝>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유명영화가 바로 스티븐 킹의 소설로 탄생한 것이다. 즉, 그에게 빚지
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에 <지옥의 묵시록>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적이 있는 <스탠드>는 이번에 무삭제 완전판으로 출간되었고 전권은 6권이다. 이제 그 시작인 1, 2권을 만나며 다시금 탁월한 이야기꾼에게 초대받은 설렘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싶다. 6권이면 긴 여정같아 보이지만 천만에 말씀이다. 앉은 자리에서 커피를 홀짝이며ㅡ그것도 블랙으로ㅡ소설삼매경에 빠지니 어느새 1, 2권이 끝나버렸다.

 이야기는 이렇다. 미국 군대의 '프로젝트 블루'라는 비밀실험 중 바이러스가 누출되고 그 실험단지
에서 보초를 서던 군인 찰리는 운 좋게도 상황을 빨리 감지하고 탈출한다. 이윽고 집에 있는 부인과 아
이를 데리고 그곳으로부터 달아나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처절하게 죽음을 맞는다. 눈치 챘겠지만 문제
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이다. 모든 전염병이 그렇듯 손쓸 새도 없이 재
빠르게. 미국은 정체불명의 감기증상을 보이는 질병으로 들끓는다. 그것을 캡틴 트립스라고 부르는데
이 병에 걸리면 마약에 취해 보이는 환각상태를 경험하기 때문이라 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 흔한 감기증상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어간다는 불안과 공포는 먼 이야기가 아니었
다. 슈퍼 바이러스는 따지고 보면 지금도 존재한다. 항생제 오남용, 강한 청소제 등. 사람들은 안심하지
못하며 더 강하고 그만큼 독한 약을 이용하고 만드는데 어느새 거기에 적응해 살아남은 바이러스만이
슈퍼 바이러스라는 형태가 된다. 각설하고 전염병의 확산이 전개될수록 공포도 커진다. 살아남고자 서
로를 죽이는 이유는 바로, 보이지 않는 공포 때문이다. 내가 전염되어 죽지 않으려고 근거없는 사실로
혹은 국가의 명령으로 시작된 살생이 이제 보편화된 것이다. 이 모습은 마치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의 혼란을 보는 것과 다를 바없다.

 또 하나 주목할 사실은 언제나 그렇듯 이럴 경우의 국가의 대처모습이다. 무조건 은폐하고 진압한다.
어느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으며 결국 목숨 걸고 사실을 전한 용감한 시민들은 그 대가로 죽임을 당
한다. 국가부터가 혼란에 빠지면 국민을 지켜줄 수 없음은 자명한 이치니까. 그래서 살아남은 자들은
스스로 지켜야만 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말이다.

 1권의 끝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악의 화신(다크맨)의 이야기, 2권의 전염되지 않은 살아남은 자들의 모
습은 생생하게 그려진다. 지옥의 아비규환은 바로 이 세계였다. 작가의 풍자적인 모습에 웃을 새도 없
이 등장하는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리고 그들은 잃어버린 사람들에 대한 슬픔을 털고 일어
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딘가로 향한다. 그리고 2권의 끝에서는 마침내 세 명이 길을 함께하기로 한다.
정부의 실험실에서 탈출한 스튜, 십대에 임신한 모범생 프레니, 철없지만 소설가가 꿈이며 프레니를 좋
아하는 헤럴드. 그 밖에도 다른 중심인물과 잠시 언급되는 인물들의 모습에서 살고자 몸부림치는 모습
을 보여준다. 이들이 동시에 꾸는 악몽이 언제 끝이 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또 다
른 시작은 늘 무언가의 종말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카오스에서 탄생할 또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새롭게 생겨나는 모든 사회 집단들이, 적어도 서양 세계에서는 과학 기술을 사회의 초석으로 삼으
리라고 강력히 믿기 때문이오. … (생략)… 우린 과학 기술의 혜택에 중독되어 있으니까. 사람들은 우리
가 페인트를 바닥에 마구 칠하다 우리 스스로 방구석으로 내몰렸던 사실은 기억 못 할 것이오. 더러운
강물, 오존층에 뚫린 구멍, 원자폭탄, 대기 오염. …(생략)…

(318쪽. 노인 베이트먼의 말.)



 시작하는 단계라 인물의 상황설명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다음부터가 이들의 본격적인 모험의 시작
이라 더 기대가 된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나를 허기지게 한다. 집중해서 빠져 읽다 보면 어느덧 배가
고파지기에 그렇다. 더구나 중간중간 적랄하게 번역한 욕설에 흠칫 놀라기도 한다. 여태 책을 읽으며
이런 표현은 처음 접하지 싶다. 번역가도 스티븐 킹의 마니아라서 그런가 보다. 긴 겨울밤 <스탠드>와
함께 할 생각을 하니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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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철학> 서평단 알림
와인의 철학 포즈 필로 시리즈 3
티에리 타옹 지음, 김병욱 옮김 / 개마고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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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많은 와인을 접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 혀를 채워줄 와인을 계속 찾는다. 그것이 와인을 조금씩이
나마 만나려고 노력하는 이유이다. 이것은 마치 마음에 드는 영화를 만나고자 영화를 지속적으로 찾는
것과 같다. 아직도 나는 감동적으로 본 영화를 꼽으라면 다소 주저한다. 좋은 영화는 많지만 그 영화가
아니면 안될 만큼 미치게 하는 영화는 다소 적기 때문이다. 그에 비한다면 와인은 아직 내게 미개척인
황무지나 마찬가지이다.

 제목처럼 이 책은 저자의 와인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다. 철학을 가르치는 이라 그런지 철학자의 이야기
도 간간이 들려온다. 와인에 대한 기본적인 이론을 원했다면 실망하겠지만 이미 시중에는 그런 책들이
여러 권 나와있으니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이 책의 특징은 와인의 철학을 풀어내며 인간의 내면, 즉
와인에 대한 욕망과 애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와인의 라벨읽기, 와인분류 등은 일체 언
급하지 않으며 그야말로 와인에 대한 감정과 생각을 여과 없이 주관적으로 설파한다. 그래서 철학적이
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와인은 언제나 욕망이지 결코 필요가 아니다. (145쪽)


 모든 기호 식품이 그렇듯 욕망이란 지극히 개인적이며 상대적이다. 다시 말해 보편적이지 않으며 절대
적이지 않다. 욕망이란 애태움과 기다림 그리고 상상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동반하는데 그 논점이 여기
서는 와인일 뿐이다. 이런 공식을 적용시켜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와인을 대하는 태도를 돌아보
게 된다. 내게 있어 아직은 와인이 삶의 이유에 들어가지 않지만 무엇이건 제대로 만나봐야 알 일이다.

 이름난 와인을 들먹이며 자신의 와인취미를 과시하는 것을 경계하고 진정으로 즐기고자 고뇌하는 모
습이 인상적이며 나 또한 지향하는 바이다. 유명와인부터 시작해도 괜찮겠지만 일단은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있는 와인부터 마주하는 것이 좋은 방법의 예이다. 집에 있는 와인, 주변인의 추천,
마트나 와인매장에서 만나는 그런 흔한 와인 속에도 내 혀를 간지르는 와인이 있을 것이다. 나와 주파
수가 맞는 친구를 만나듯 그런 귀한 나만의 와인을 만날 것이라는 예감만으로 매우 즐거운 일이다.

 와인을 그저 음료처럼 입으로 가져가 마시는 행위를 저자는 용납할 수 없었다. 와인병을 바라보는 일부
터 와인잔, 따르는 소리, 색깔과 향을 충분히 음미하고 상상한 후에야 맛을 보는 것이다. 또한 맛을 볼
때도 그냥 넘기지 않고 입안의 모든 기관을 이용하며 오감을 총동원하는 방법으로 느낀다. 차 한 잔을
마주할 때 느끼는 그 행복감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와인초보자인 내게 유용한 책이었지만 와인을 즐기는 이에게도 괜찮을 거 같다. 역시나 모든 물질에 속
하는 무의미한 것을 나만의 의미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려면 노력과 관심이 필요함을 거듭 느낀다. 그것
이 열정이란 이름으로 드러날 때 또 다른 삶의 의미가 될 것이다.


* 이 책은 알라딘 서평단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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