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사는 마음에게
천양희 지음 / 열림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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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를 좋아하지만 다양한 시인을 만나지는 못했다. 한 사람의 시 세계를 오롯하게 만나는 데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고 시의 여운이 오래가서일까. 늘 시집을 곁에 두고 싶지만, 어느새 한 달에 한 장도 넘기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다.
 

 그러던 요즘 반가운 천양희 시인의 산문집을 만났다. 올해 들어 만난 몇 권 안 되는 시집 중 시인의『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된다』를 인상 깊게 읽어서 반가움이 더 컸다. 희망의 파랑새라는 인식 때문일까. 표지의 파란 우산 또한 그렇게 와 닿았다.

 

 자기 성찰이 강한 시인이며 시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느껴지는 건 연륜 때문만이 아닐 것이다. 시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산문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시를 쓰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같다는 시인도 있고, 시는 곧 생활이라는 시인도 있고, 잘 살기 위해서 시를 쓰는 나 같은 시인도 있다. 잘 산다는 것은 시로써 나를 살린다는 뜻이다. 무엇을 하든 자기가 좋아하는 일로 일생을 산다는 건 무엇보다 복된 일일 것이다. (5~6쪽.)

 시집에서도 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고뇌가 느껴지더니 역시 산문집에서도 시에 대한 수많은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때로 절망하고 시에 함몰될 듯 힘겨워도 결국 시를 쓰는 일이 곧 운명인 사람이었다. 그래서 끝내 꽃을 피워내는 것이 여느 꽃들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이런 시인이 주는 위안은 남다르다.

 

 시에 대한 열정은 곧 삶에 대한 열정으로 느껴졌다. 이토록 무언가에 대해 끊임없이 몰입하는 모습도 좋았고 어릴 적 문학소녀의 모습이나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정신적 유산에 대한 이야기도 공감했다. 온통 시에 흠뻑 빠진 페이지마다 싱그러운 꽃처럼 피어났다. 산문을 만나는 즐거움, 사람내음을 오래간만에 느꼈다.

 

 우리나라는 입시 제도 때문인지 시 교육이 좀 잘못되어 있는 것 같다. 우선 시 한 편을 읽고 느끼고 이해해야 시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인데, 읽고 느끼기도 전에 시를 분석한답시고 해체시켜 버리니 어떻게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겠는가. 이렇듯 잘못된 시 교육은 우리의 언어를 제대로 쓰고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게 할뿐더러 미래의 훌륭한 시인을 배출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325쪽.)

  우리가 만나는 시가 시인들의 숨결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간과하는 거 같다. 천양희 시인만 해도 첫 시집을 내고 무려 18년이나 침묵 후 다시 시를 썼다. 죽지 않기 위해 썼다는 말에서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시인이 책에 대해 쓴 글들도 기억에 남지만 역시 시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으뜸이다.

 

 문장 자체가 아름다운 글도 있지만, 저자의 인생이나 그 안의 의미가 아름다운 글도 있다면 당연 후자 쪽의 글이라 할 수 있는 책이다. 자유롭게 써서 가끔 반복되는 부분도 있지만 읽는 데 전혀 지장은 없다. 오히려 그마저도 인간적으로 느껴지니 한 권의 책이 참으로 따스하다. 시인을 더 이해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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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로 돌아가는 연습 - 삶의 방향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영혼 처방전
팻시 로덴버그 지음, 김정미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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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통 싱그러운 초록색 잎으로 뒤덮인 표지를 보니 눈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시원해진다. 그리고 의자에 앉은 두 사람의 실루엣을 잠시 살펴본다. 서로 마주 보고 이야기 하는 듯한 두 사람은 소통이 원활해 보인다. 이제 저 의자에 나와 누군가가 앉아 있다고 가정해본다. 그때도 이런 자연스럽고 유연한 분위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더없이 만족스러울 것이다.
 

 저자 팻시 로덴버그는 세계적인 발성·연기 코치이자 셰익스피어 전문가라고 한다. 그래서 책에는 셰익스피어의 대사, 작품 인물 등이 간간이 등장한다. 그리고 현재에도 유명 배우들을 가르치며 정기적으로 지도한다고 한다.

 

 『행복한 나로 돌아가는 연습』은 온전하게 나와 만나는 연습이자 그럴 때에야 비로소 행복을 느끼는 것에 대해 말한다. 조금 생소하지만 제1 원, 제2원, 제3 원이라는 세 가지 상태에 대해 독자가 구분하도록 이를 끊임없이 설명한다. 그래서 처음에 다소 생소하던 이야기에 곧 귀 기울일 수 있게 된다.

 

 결론은 생생하게 깨어 있는 순간을 유지하라는 것인데 그 상태가 제2의 원이다. 습관으로 굳어진 그간의 모든 것을 한순간에 바꾸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연습을 통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자신의 에너지로 세상과 온전히 교감하고 그것을 통해 에너지를 돌려받은 순간을 더듬어보는 것이다.' (19쪽.) 신비주의에 빠지라는 게 아니라 내게 감흥을 일으킨 대상(자연, 사람 등 모든 것.)을 기억해보거나 무의식적인 상태에서 정신이 번쩍 든 순간 등을 떠올려 보면 이해하기 쉽다.

 

 또한, 군대에서 지독할 만큼 군기를 중시하는 이유가 병사들이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서 적과의 싸움이나 대면에서 죽이거나 하는 일에 무감각하게 길들이는 것이라는 말도 한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가 떠올랐다. 그들의 마주침과 소통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앞으로는 아예 서로 마주칠 일이 없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기술이 발달해서 버튼 하나로 무기를 날려보내고 하면 끝나기 때문인데 그렇다 해도 여전히 반대되는 상태로 서로 마주칠 가능성은 크다. 서로의 눈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잠시 다른 이야기였던 것 같지만 사실 같은 이야기였다. 서로 잔뜩 긴장한 채 마주한다는 상태야말로 제2 원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의식이 강렬하게 깨어 온 에너지가 모인 상태이니까. 이런 상태에서 행하는 일들은 당연히 무의식적으로 행하던 상태와 확연히 다르다. 물론 다른 제1 원, 제3 원의 상태에서도 무언가 느끼고 경험할 수 있다. 문제는 어느 하나에 우리가 치우쳐 살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실재하지 못하게 되므로 습관화된 에너지를 바꾸는 연습을 하라는 게 저자의 요점이다. 나머지 원에 대한 이야기는 책에 자세히 설명하지만 제2 원에 대해서만 대충 적어보았다.

 

 우리에게 흐르는 세 가지 에너지를 파악하고 치우침 없이 또한 실재하는 제2 원에 머무는 연습이야말로 행복한 나로 돌아가는 연습이다. 사실 세 가지 에너지 이야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러지 않아도 이미 느낀 적이 있을 테고 이를 바탕으로 저자의 실행법을 연습해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호흡법 등이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 보인다. 배우뿐 아니라 모두에게. 번역 때문인지 개념 때문인지는 모르나 집중이 조금 흩어지기는 했지만 어렵지는 않다. 그러나 한 번에 읽기보단 나누어 읽는 게 맞는 책이었다.

 


 

이보게,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판하지는 말게. 그 사람의 입장에는 한 번도 서보지 않았잖은가.

 

-엘비스 프레슬리.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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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그 치명적 유혹
피터 H. 글렉 지음, 환경운동연합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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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물처럼 사람에게 유용한 것이 또 있을까. 우리의 생활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물. 특히 먹는 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요즘 누구라도 건강하고 좋은 물을 마시고자 한다. 수돗물에 대한 믿음이 많이 떨어져서 생수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이런 생활에 젖은 건 우리들의 역사에서 그리 큰 비중은 아니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그렇다면 생수를 마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환경의 오염으로 수돗물도 믿지 못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생수는 날개 돋듯 팔려나간다. 일본에서는 얼마 전 방사능 오염으로, 우리나라는 구제역으로 생수가 더 불티나게 팔렸다. 게다가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탄산음료 등을 대신해서 차라리 물을 마시자는 마음으로 사는 사람들도 많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생수 업체들은 광고 등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세계적인 수자원 전문가인 저자가 말하는 생수에 대한 실체를 듣다 보면 그간 의문을 품은 내용이 다소 해결된다. 탄산음료, 주스 등을 마시지 않아서 결국 길에서 음료를 사 먹으면 대게 생수밖에 사 먹을 게 없다. 집에서는 차를 끓여 먹지만 예비용으로 생수를 사다 둔다. 그런데 이런 생수가 수돗물보다 나을 게 없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수돗물은 과거에 수인성 전염병을 일으킨 전례가 많아서 정부 차원에서 까다롭게 관리한다. 기준도 있다. 물론 약품처리를 하지만 그릇에 담아 20~30분이 지나면 휘발성이라 냄새 등은 사라진다. 그러나 생수는 까다로운 절차도 없고 누가 미심의 눈초리로 지켜보지도 않는다. 소비자는 당연히 그 어떠한 물(수돗물이나 약수 등)보다 깨끗한 무균상태에다 미네랄 등의 좋은 성분까지 있는 순수한 물이라고 생각하며 마신다. 이런 믿음이 생수기업의 광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말이다. 산소물이란 건 애초에 다 상술이지 실제로 전혀 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 등을 통해 광고의 과장, 허위사실을 더 철저하게 단속해야만 한다.

 

 무조건 수돗물을 마셔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생수에 대한 무한신뢰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 생수가 어디서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는지 정도는 관심을 가져야 하며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질 때 비로소 생수기업도 변화할 것이란 건 자명하다. 더는 상술에도 놀아나지 말아야겠다.

 

 처음 생수가 한참 나올 때 사람들의 반응이 기억난다. 물을 돈 주고 사 먹는 세상이 왔다고 다들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게 생수를 사 먹는다. 물론 수돗물의 신뢰가 떨어지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철저한 검사와 시설이 유지되어야 할 것이고 경쟁에서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돌려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게 안타까운 점이다.

 

 이 밖에도 환경문제 또한 만만치 않은 골칫거리이다. 집에서 재활용품 나눌 때 생수를 비롯한 음료병의 플라스틱류를 볼 때면 이게 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 결국, 재활용되는 건 여기서 몇 %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나머지는 땅에 묻히거나 소각되어 지구를 오염시킨다.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는 플라스틱이란 용기의 가벼움과 편리성을 버리지 못해 결국 피해 볼 날이 올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지층에서 퍼내는 물로 지층의 지하수가 고갈되는 사태가 발생한다는 점인데 충북의 한 곳은 세게 3대 광천수였으나 더는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얼마나 뽑아서 팔아먹었으면 이렇게 될까. 이들 기업에게 왜 누구도 기업의 윤리의식을 따져 묻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수돗물은 꼭지만 돌리면 나오는데 우리는 다른 물을 끌어다 돈을 내고 사 먹고 있는 악순환이었다.

 

 다른 나라에서 이미 실행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휴대용 물통에 담아 들고 다닐 수 있게 적극 장려하고 이왕이면 물통을 씻기 편한 솔도 하나씩 주는 등의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꿰뚫어 본 전문가의 책이 이쯤이면 나올 만도 한데 안타깝다.

 

 모든 사람이 충분하고도 안전한 물을 먹을 날은 과연 언제나 올까. 그 어느 때보다 물에 대한 관심이 높은 시점이다. 그러나 우리는 직접 따져보고 먹어야 한다. 수돗물의 미래, 생수기업의 윤리의식과 환경 그리고 또 하나 빗물의 활용도 언급하고 싶다. 얼마 전에 읽은『빗물과 당신, 알마』에서 빗물에서 희망의 가능성을 보고 의식전환이 있었다. 이번에는 생수였다. 가끔 사 먹던 외국상표의 물이 있었는데 이젠 차마 그러지 못할 거 같다.

 

 생수를 안 사 먹을 수는 없겠지만 무분별하게 생수만을 믿고 먹는 건 고쳐야겠다. 생수에 대한 더 까다로운 검사와 방침을 요구하고 생수기업에 윤리의식을 내세우면 생수업체가 좀 줄어들지 않을까. 줄어드는 만큼 수돗물과 빗물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어야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마시는 물, 당신은 얼마나 알고 계시는가?

이 책은 당신의 상식을 교정해줄 것이다.

 

- 우석훈(생태경제학자)

* 아, 그나저나 네슬레는 예전에 공정무역을 반기지 않다가 뒤늦게 그쪽으로 돌아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찍었었는데 이번에 생수산업에서도 영... 안티 네슬레는 아니지만, 자꾸 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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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 - 개정판
이황 지음, 이장우.전일주 옮김 / 연암서가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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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를 구분하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편지가 아닐까 한다. 손으로 직접 쓴 편지에는 그 사람의 품성을 담은 글자가 있고 마음과 사연이 빼곡히 들어 있다. 요즘은 손 편지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감동되는 시대이다. 과거 퇴계 이황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모음글 개정판을 읽으니 내가 아는 학자 이황이 아니라 아버지 이황이 느껴진다.
 

 그전까지 이황의 면모는 대학자였고 그나마 최근 읽었던『퇴계, 인간의 도리를 말하다/2011』에서 인간적인 모습을 조금 만났다. 편지는 개인적인 글이어서 쓰는 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더욱이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였기에 우리는 여러 가지 집안 대소사까지 알게 된다.

 

 조선 시대 양반가가 배경인데 퇴계 이황이 집안일의 세세함까지 다 챙기는 모습이 새롭다. 고지식하게 학문만 탐구하고 뒷짐 지고 집안을 등한시하는 인물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정말로 섬세하고 자상했다. 아들에게 학문에 정진하라는 채찍질과 함께 걱정하기도 하며 집안일과 종들을 다루는 일, 재산분배 등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꼼꼼하게 이야기한다.

 

 이렇게 보니 퇴계 이황은 선천적으로 꼼꼼하고 모든 일을 함부로 하지 않고 능히 따져보고 손수 했던 거 같다. 그러니『성학십도』같은 복잡한 학문에서부터 집안까지 이끄는 능력이 되었던 것이리라.  

 

 준에게
 

독서에 어찌 장소를 택해서 하랴. 향리에 있거나 서울에 있거나, 오직 뜻을 세움이 어떠한가에 있을 따름이다. 마땅히 십분 스스로 채찍질하고 힘써야 할 것이며, 날을 다투어 부지런히 공부하고 한가하게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8월

 

(32쪽, 독서에 뜻을 세워라 전문.)

 

 

 너는 병난 뒤부터 책 읽는 것을 전부 그만두었느냐? 일간에 조금 기력이 생기면 정도에 맞추어 책을 읽고, 기력이 손상하는 데 이르지 않는다면 무방할 것이다.  [외내로] 

 

(142쪽, 장사에 인사하지 못하였다에서 일부발췌.)

 그리고 또 하나 역시 앞에서 언급한 책에서도 느꼈지만『퇴계 이황, 아들에게 편지를 쓰다/2011』에서도 발견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바로 의리와 명분 등을 강조한 성리학에 근거한 당시 관습에 대해서인데 이를 마땅히 엄격하게 지킬 것만 같은 이황도 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말은 학문만 연구했지 실행하지 않았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실생활에 맞게 지켰다는 말이니 곧 유연하게 대처했다는 뜻이다. 예로 아들 준과 채에게 계모상을 친모상같이 하라고 이르며 사람의 의(義)를 지키라는 당부 어린 말, 상복을 입는 중이라도 가볍지 않은 병에 걸린 준에게 소식만을 고집하지 말고 육식을 허락한다는 말 등이다. 우리가 드라마에서 보았던 대쪽같은 양반들네의 생고집은 역시나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하긴 드라마와 역사는 다르니까 말이다. 애정이 어린 배려가 느껴져 색다르다. 물론 학문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전할 때는 위의 인용구처럼 따끔하다.

 

 퇴계도 나이를 먹어가며 이런 일 저런 일이 생긴다. 그럼에도 편지에서는 둘째 아들 채의 죽음을 비롯하여 가족, 친지의 죽음을 듣고 장사 치르는 일 등을 말하며 종들의 관리에 대해서도 일일이 말하고 처가살이하는 준에게 하는 말 등을 보며 그야말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또한, 나이 들면서 몸도 자주 아픈 거 같은데도 그토록 학문에 정진할 수 있었다니 놀라을 뿐이다.

 

 편지에서 느껴지는 이황의 따뜻함과 섬세함, 노여움과 걱정 등을 만나며 더욱 가깝게 느껴져서 좋았다. 다소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책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을 발견한 거 같아서 좋았다. 훈계는 따끔하고 정은 따스하게 전하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우리가 익히 알던 대학자의 모습뿐 아니라 소소한 일상까지 함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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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키워드 정서지능 - 0~5세까지 엄마가 알아야 할 모든 것
김윤희 지음 / 세종미디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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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의 본질은 아이의 현재 성적을 끌어올리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보다 나은 미래를 제시하는 데 있다. 엄마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엄마는 아이의 학습을 지도하는 사람이 아니라 정서를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17쪽, 들어가는 말 일부 발췌.)  


  그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들의 아이를 위해 제대로 된 교육철학을 부모가 가져야 한다. 특히 엄마가 바로 서야 한다. 아이와 애착관계를 형성하는 동안 엄마야말로 아이에게는 최고의 스승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아이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좋으나 엄마가 바라는 아이로 키우려는 건 대단한 잘못이다. 요즘 육아서에는 아이를 천재로 만드는 법보다 아이를 존중하고 이해해주라는 책이 많다. 이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근본적으로 정서가 안정되어야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그간 소홀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실은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던 것이다. 여러 책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내용이 이 책에서도 나온다. 아이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라는 말.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게 해주라는 말이다. 더는 억압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즉 유아기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뜻이었다.

 

 동물과 다르게 인간의 성장속도는 느리다. 더구나 아기는 보호자가 절실하게 필요하며 애착관계를 맺고 정서적인 안정을 유지할 때 자존감 있는 아이로 성장한다. 이런 아이들이 커서 만드는 사회는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청소년들의 자살률과 관계가 있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세상을 이해한느 능력, 삶을 통찰하는 능력, 인간을 사랑하는 능력,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를 '정서능력'이라고 하는데, 정서능력이야말로 1등 할 수 있는 능력보다 훨씬 더 위대하다. (34쪽.)

 전문가들은 감성교육을 24개월에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한다. 그래서 책에서는 24개월, 4세, 5세로 나눠 설명하고 예를 든다. 이유는 24개월까지 엄마(양육자)와의 애착 형성기이고, 4세까지는 자아 형성 확립시기, 5세는 타인에 대한 인식과 공감, 인지의 확장 시기라는 것이다. 이제 돌을 지난 아이를 보며 애착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 다행히 불안해하지 않고 애착단계가 잘 형성된 거 같아 내심 안심이지만 앞으로 더욱 중요한 시기를 맞을 아이를 보며 나부터 마음의 평정을 잃지 않다록 해야겠다.

 

 아울러 조카가 3~4살 때 안 해, 안 먹어 등의 말을 할 때는 몰랐는데 책을 읽고서야 다 이유가 있음을 알았다. 이제 내 아이도 그런 말을 하게 될 테고 그때 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꾸중하거나 강요하면 안 되겠다고 다짐한다. 육아란 결국 양육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대부분 이를 엄마가 하므로 엄마의 역할이 중요한데 마음으로부터 행복할 때 진정한 웃음이 나올 테고 그래야 아이도 행복하다. 곧 엄마의 행복이 아이의 행복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또다시 기억해본다.

 

 수많은 육아서에서 쉽고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히 연령별 육아 공감 100% Q & A 부분은 실제 묻고 답하기를 통해 깊이 공감했다. 책의 반을 차지하는데 이 책의 특별함이다. 읽고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라 환영받을만하다. 사실 책은 너무도 간단하고 쉽게 정서지능에 대해 설명해서 깊이는 없다. 그럼에도 충분한 공감을 끌어내니 좋은 육아서라 하겠다.

 

 요즘 아이에게 하는 말 중 책에서처럼 "만지지 마! 더러워!"란 말을 바꿔야겠다. 말을 하기 전에 그 말이 아이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보라는 말을 듣고 반성했다. 그런데 결벽증이 좀 있어서 이 부분 고치기가 아직 어렵다. 더러운 것만 있는 세상이 아니라 깨끗한 것, 재미있는 게 많은 세상임을 알려주도록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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